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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유력의 힘 암은 스트레스다
암 치료에서 스트레스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가 암의 원인이라는 것은 계속 밝혀지고 있다. 스트레스는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손상된 유전자 복구를 지연시킨다. 그리고 NK세포 활성도가 저하되며 細胞死(세포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서 언급했지만 스트레스와 면역계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많은 보고가 나와 있다. 어쨌든 암 치료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표준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건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으며 그간의 내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암 치료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암 진단을 순간의 충격이다. ‘암= 죽음’이라는 선입관에 사로잡힌 환자로서 이보다 심각한 스트레스는 없다.
• 표준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스트레스는 더해진다. 수술 전후의 고통, 항암제의 부작용 등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난의 기간이다. 심지어 죽음을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좋아졌다’, ‘완쾌됐다’고 해도 재발의 스트레스는 은근히 환자를 괴롭힌다.
• 환자와 대담하노라면 발병 몇 달 전 반드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적이있다. 아직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암이 진단될 만큼 커지려면 1센티미터는 돼야 하는데 처음 발병해서 그 정도가 되려면 거의 20년이 걸린다. 즉, 암은 초 만성질환이다. 그게 왜 이 시점에 암으로 진전될 만큼 커졌을까, 잠잠하던 암이 스트레스로 인해 촉발, 발현된 게 아닐까.
암의 시작에서 경과 중 스트레스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표준 치료와 스트레스 관리가 암 치료의 열쇠다. 선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대개는 그렇지만 암 환우들도 예외 없이 교감우위의 자율신경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게 심박변이도HRV 검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환자들은 우선 보기에도 피로하고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그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럴 정도면 뇌 피로도 심각해서 시상하부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을 것이다.
예방주사 한 대면 평생 암 걱정이 없다는 기막힌 뉴스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누가 뭐래도 암 치료에 스트레스 관리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도 같다. 보기에도 딱한 환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도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문의는 누구나 자기 전문 분야를 강조한다. 자기주장을 하려다보니 극단적인 논조도 나온다. 내가 그간 읽어본 단행본의 상담수는 자기 것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그중에는 의학적 근거가 거의 없는 엉터리도 있다.
의료 사업가 냄새가 풍기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의학 관련 단행본을 낼 때는 언제나 이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 역시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까 참으로 조심스럽다.
누구나 쉽게 걸리고 쉽게 낫는 병
힘든 고비를 넘겼다. 그것만으로 성공이다. 지금쯤 암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해볼 만한 상대야, 별것 아니야.’ 이렇게 암을 대하는 자세가 좀 쉬워졌으면 좋겠다. 처음 암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나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치료가 진행되면서 차츰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힘들지만 견딜 만하다. 암에 상당히 익숙해질 것이다. 이젠 처음에 우리가 가졌던 ‘지레 겁을 먹는 태도’는 아니다. 암이라면 무조건 어둡고 캄캄하고 무서운 괴물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젠 그간의 치료 경험을 통해 암의 실체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여유도 얻게 됐다.
암과 유전자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유전 하면 우리는 운명처럼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암은 유전자 손상으로 일어난다. 국소에 스트레스로 ‘염증-원상 복구’가 반복되는 사이 유전자변이가 일어나고 이게 5~7개 이상 모이면 암화된다. 암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불가역적이지만 암의 억제 유전자변이는 가역적이라 생활 혁명을 통해 원상 복구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암은 임시 가건물과 같아서 쉽게 붕괴된다. 초기 병원 치료를 제외한 병원 치료는 전혀 받지 않은 채 산속에 살면서 기적처럼 완치됐다는 환자들을 보노라면, 자연면역요법을 잘하면 완치도 결코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또한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유전자변이라고 하면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암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는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는 게 의학계 보고다. 세포의 무한 증식이 암이지만 그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만 기능을 잘한다면 무한 증식을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암은 결코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걸리고 쉽게 낫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시상하부와 DNA
왜 단순한 면역이 아니고 정신신경면역일까? 그 대답은 시상하부에 있다. 면역은 장에 70퍼센트, 뇌에 30퍼센트 있다고 했는데 뇌의 면역 시스템은 시상하부에 있다. 시상하부는 변연계의 아주 중요한 기구로서 뇌의 중심 부위에 있으며 다음 그림처럼 생명을 관장하는 본능 중추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중요한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우리 몸 내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상황을 스트레스로 인식, 적절한 회복 반응을 보인다.
• 체온을 조절한다. 면역 상태를 잘 나타내는 지수가 체온이다. 일반적으로 건강 체온은 36.5℃인데 현대 도시인은 거의 다 저체온이며 35.5℃ 이하라면 암 체질이다.
• 뇌하수체 호르몬을 비롯해 내분비대사계통을 조절한다.
• 음식물 섭취 행동 및 만복중추
• 수면 등 본능행동
• 분노, 불안 등 정동 행동
• 공격성 촉발 및 억제
• 자율신경 사령부
• 면역계
-그림-
이와 같이 중요한 본능적 중추가 모여 있는 곳이 시상하부이며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로 ‘자율신경계-뇌하수체 호르몬계-면역계’에 즉각적인 행동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이들 계통의 어느 한 가지 특정 기능만 발현되는 게 아니라 고유 기능을 넘어 새로운 기능을 발현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 자극이 오면 시상하부에 있는 여러 중추가 동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여러전신 반응이 일어나는 건 시상하부의 여러구조적 특성에 여러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의 면역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장은 자체의 장신경이나 자율신경계가 뇌의 명령과는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부분(장의 유동운동)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뇌시상하부의 지배 아래 있다.
시상하부는 면역의 사령부로 여러 가지 기능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기 고유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기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면역에 ‘정신-내분비-신경-면역psycho-endo-neuro-immunology’이라는 긴 이름이 붙은 것이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자율신경, 호르몬 균형이 붕괴돼 생체 기능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이 암을 만드는가
오늘날에는 무엇이 암을 만드느지 발암 요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참 전 연구이긴 하지만 암 원인을 개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다음과 같은 미국의 연구조사를 소개한다. 식사가 30퍼센트나 된다니 놀랄 사람도 있겠지만 암에는 식사의 내용이나 질, 조리법, 식당 분위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암은 딱 한 개의 정상세포가 무한으로 증식하는 암세포로 바뀌는 데서 비롯된다. 암세포는 세포핵 속에 분열억제 유전자 DNA가 파괴돼 증식 억제를 못하기 때문에 무한 증식한다.
암의 원인 담배 30%, 식사30%, 운동부족 5%, 직업 5%, 유전 5%, 바이러스, 세균5%, 출산, 양육 5%, 생식 3%, 술3%, 사회ˑ경제요인 3%, 환경오염2%, 자외선 2%, 의약품, 의료 행위 1%, 식품첨가물, 오염물질 1% 출처 하버드대학교, 1995년, 미국의 경우 |
발암 요인은 이런 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지금까지 확실히 알려진 것으로는 자외선, 배기가스, 담배, 고기나 육류의 탄 것, 산채 중 고사리 속의 독, 특정한 종의 곰팡이 등이다. 그러나 이런 外因性(외인성) 요인은 암의 30퍼센트에 불과하다. 발암을 촉진하는 內因性(내인성)요인으로는 스트레스가 주범이다. 피로, 고민, 약물 복용이 3대 요인이라고 아보 토오루 박사는 그 원인을 명백히 제시한다.
암 전문의는 발암 요인에 대해 대체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특히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그것이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일 뿐 치료나 예방에도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일반론에 그친다. 그러나 아보 토오루 박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백혈구’ 변화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한다. 즉,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이에 백혈구의 과립구가 즉시 증가하는데 이게 조직 파괴의 주범이자 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자율신경은 인체의 60조 개 세포를 조정하며 교감 우위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과립구가 증가하고 조직 파괴가 일어난다.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 우위의 상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초래한다.
• 과립구 증가로 인한 활성효소 조직 파괴
• 혈관 축소로 혈류 장애를 일으켜 저산소, 저체온 발생
• 임파구가 감소하면서 부교감 저하로 면역력 감소
• 배설 분비 기능 저하로 부교감 저하 -158-
이런 변화는 암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만든다. 따라서 치료는 간단하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서 이런 생태 환경을 바꿔주기만 하면 된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암은 스트레스에서 시작해 스트레스로 끝난다. 좀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 내가 정신과 의사로서 암 환자와의 인터뷰에서 얻은 결론이다.
암은 누구나 걸린다.
건강인도 하루에 5,000개씩 암세포가 생겨나지만 면역세포가 이들 암세포를 다 잡아먹고 처리해버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면역력이 떨어져 암세포에게 패배하면 바로 암이 시작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취약한 사람이 있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그러나 의사이자 작가인 디펙 초프라에 따르면 유전자변이로 인해 생기는 질환은 암을 비롯해 5%퍼센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스트레스다. 과로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거나 만성적으로 성이 나 있는 사람들은 강력한 암 환자 후보들이다. 다행히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튼튼한 면역력 앞에 암세포가 맥을 못 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던가, 스스로 그래야 되는 줄 알면서도 처리가 대단히 미숙해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게 보통 사람이다.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는 건 그래서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정신적 혼란과 부담 속에 암이라는 진단을 받아보라. 그 충격은 엄청나다. 처음 당해본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여태껏 한 번도 죽음이라는 공포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신의 방어기제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할지 방법이 없다. 스트레스는 더 가중된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 호흡을 크게 세 번 하고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보자. 왜 암이 생겼을까부터 생각해보자. 암은 생활습관병이라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생활 어디에 허점이 있었을까, 일단 자신의 암에 대한 주치의의 설명부터 잘 들어라. 그리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자. 혼자 힘으로 안 될 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구나 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풀린 셈이다. 그러면 이제는 차분히 암에 대한 조치를 생각해보자. 절대로 서구르지 마라. 허둥대다 보면 엉뚱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기억하라, 암은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나올 수 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지식 위에 현명한 판단, 그리고 실행, 이제까지 생화으리 허점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치료는 성공이다. 덕분에 당뇨, 고혈압 등 다른 생활습관병도 같이 예방하거나 치유된다.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 ‘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은 정상 생태 환경과는 아주 다르다. 암 대처에서 우리에게 큰 힌트를 주는 게 바로 이점이다. 암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어떤 환경이냐고? 이미 여러 차례 암이 선호하는 생태 환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바로, ‘저체온, 저산소’다.
우선 풍부한 산소가 있는 곳엔 암이 없다. 불행히도 도심의 생활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매연, 탁한 공기, 오염된 환경, 높은 인구밀도 등은 자연 속에서 자연체로 살던 때와는 생태 환경이 아주 다르다.
암 환자들이 도심을 떠나 산속에서 생활하며 기적같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도 그 때문이다. 도심 환경에 적응하며 기적같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도 그 때문이다. 도심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큰 스트레스다. 더구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들은 교감신경이 흥분해 저체온, 저산소 환경을 만드는 괴립구와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
이런 생태환경은 세포의 분열증식을 빠르게 촉진한다. 따라서 세포 분열이 활발한 장소, 즉 장의 상피세포, 폐, 유선, 위 등은 암세포증식에 아주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조직이 파괴되고 염증이 발생하면 수복을 위해 세포 증식을 위한 증식 유전자가 발동한다. 이를 원형 암 유전자라 부른다. 암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아직은 정상세포다, 그러나 교감 우위가 지속되고 조직이 파괴되고 수복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는 동안 증식 관계 유전자에 이상이 오고, 급기야 증식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 돼버린다. 이상세포의 무한 증식, 이게 암이다.
현대 한국인은 여기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오염된 도심 환경은 쉽게 저산소 환경을 유발한다. 활동적인 사람은 물론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겐 가히 치명적인 환경이다. 저산소, 저체온뿐인가,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과립구 증가 및 임파구 감소로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발암 환경이 착착 갖춰진다.
자기 생활 주변에 산소가 풍부한 자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주택 설계에는 이런 점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의사가 권하고 건축가가 짓다》 참고>.
암은 운이 아니다
암의 원이이 애매할수록 예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안 선다. 그리고 막상 암에 걸리면 어디서 어떻게 대처를 시작해야 할지 참으로 막연하다. 지금까지는 암 전문의도 발암물질 몇 가지를 제외하곤 확실히 여기가 문제라고 정확히 짚어 말하지 않았다. 유전, 바이러스, 환경, 스트레스 등 복잡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막연히 설명한다. 그러니까 암에 걸리고는 운이요, 재수다.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163-
안 걸리면 운이 좋은 것이고 걸리면 할 수 있는 치료나 한다. 죽고 살고는 운에 맡긴다. 이런 수동적 자세로는 현명한 암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아보토오루 박사는 이 점에서 아주 분명하다. 암을 일으키는 주범은 스트레스요, 그 진행 경과에 미치는 요인도 스트레스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감-과립구‘를 중심으로 하는 스트레스 이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백혈구 수와 기능은 자율신경에 의해 조정된다. 자율신경은과로, 고민 등 심신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기 쉽다.
자율신경 난조는 곧 백혈구의 균형을 깨고 결과적으로 면역력 저하, 혈류장애, 조직 파괴 등으로 이어져 누구나 쉽게 암에 걸리고 쉽게 나을 수 있다. 특별히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과립구 증식은 빨라서 긴급히 2~3시간에 전체의 2배로 증식,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수명은 2~3일로 점막에서 사멸할 때 많은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조직 파괴가 광범하게 일어난다. 이게 암 발생의 기초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의 긴장을 부르고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 과립구 증가로 활성산소의 대량발생→ 조직 파괴→ 증식→ 세포 유전자 이상→ 발암
• 혈류 장애로 조직에 노폐물, 발암물질이 정체
• 임파구 감소로 암세포를 감시, 격퇴하는 힘 약화
• 배설 및 분비 능력 저하가 세포의 기능 약화로 이어져 암세포 증식
이 모두가 암이 발생하기 좋은 생태 환경을 만들 뿐 아니라 발암 촉진 요인이 된다. 암은 내 몸안에서 내가 만든다.
스트레스를 털어내 암을 예방하라
어떤 형태의 스트레스건 종착지는 과립구 증대로 귀결된다. 우리의 일상이 온통 스트레스긴 하지만 암 환자를 인터뷰하노라면 대인 괸계에서 비롯되는 고뇌가 많다. 이건 대개 장기화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걱정, 불안, 고민 등은 변연계에서 감지하게 되고 즉각 시상하부로 전달된다.
여기서 처리되는 스트레스 진행 과정은 잘 알려진 대로 두 개의 루트가 잇다. 첫째, 아주 급한 경우(비상시) 자율신경의 교감 흥분→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심근 자극, 둘째, 인간관계 고민은 대체로 만성화돼 있기 때문에 HPA AXIS(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를 따라 반응이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과립구 증가로 혈류 장애, 조직 파괴, 면역력 감소 등이 발새해 발암의 생태 환경을 만든다.
끝으로 고령자의 약물 복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병이 다양하게 오기 때문에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도 많아진다. 실제로 약물이 고령자 발암 원인의 80퍼센트라는 보고도 있다. 진통제가 대표 주자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생성을 억제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작용이 있는데 이게 문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교감긴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데 이것이 생산되지 않으면 교감흥분에 제동을 걸 수가 없어 과립구 증가로 활성산소 발생 , 조직 파괴로 발암을 촉진한다. 고령자는 암의 진행과정이 느리긴 하지만 치료도 만성적인 경향이 크다.
암 예방의 다음 여섯 가지 원칙은 특히 고령자가 유념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 마음의 고민을 털어버린다.
• 장 활동을 활발히 한다.
• 혈행을 좋게 한다.
• 약물 사용을 줄인다.
• 적절한 운동을 한다. -165-
암을 야기하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신 자기 생활을 돌보자는 이야기다. 안색이 나쁘지는 않은지, 쉽게 피로해지는지, 식욕이 없거나 잠이 안 호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자기 생활을 잘 돌보고 예방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암 치료의 근본 대책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에 적응해 면역력을 높여라
아슬아슬한 탐정 영화나 스포츠를 관람할 때 우리는 손에 땀을 쥐고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인다. 온몸이 진장해 혈관이 수축, 몸이 차가워진다. 호흡이 없으니 산소 부족이 온다. 저체온, 저산소증이 온다. 해당계 우위의 암세포 분열 조건이 잘 갖춰진 생태계가 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은 ‘자율신경-백혈구-세포의 에너지 제조’라는 각각의 기능이 連動(연동)하면서 외부의 스트레스에 잘 대응하고 있다.
물론 탐정 영화 한 편 본다고 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아슬아슬한 장면이 무사히 끝나면 곧 긴장을 풀고 깊은 숨을 쉰다. 다시 몸이 따뜻해지고 산소가 풍부한 미토콘드리아계로 바뀐다. 면역력은 너무 편해도 안 된다. 얼마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적당한 휴식을 반복함으로써 면역력을 튼튼히 할 수 있다. 이게 단련의 효과다. 그러나 계속 긴장이 연속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생태 환경에 변화가 온다. 이것이 생명 조화의 법칙이다.
저체온, 저산소증이 만성화되면 몸의 피로는 물론이고 자칫 암이 시작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긴장도 없이 부교감 우위의 느긋한 생활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제로 암응 교감 우위에서 70펴센트, 부교감우위에서 30퍼센트 발생한다고 한다. 여기도 균형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나이별 에너지 사용비 “출생 직후엔 순발력의 해당계 에너지를 사용하며 20세부터 50세까지는 일대일 비율로 조화를 이룬다. 50세 이후에는 지구력의 미토콘드리아계로 전환된다.” |
아이일 때는 해당계 우위의 생활이다. 아이들은 길을 가도 달리고 뛰는 순발력 위주의 해당계 우위의 생활이다. 대신 잘 피곤해진다. 나이가 들면 차츰 에너지 생산 효율이 좋은 미토큰드리아계로 바뀐다. 순발력 대신 지구력이다. 대체로 20~50대까지는 일대일 비율로 균형이 맞다. 그러나 나이가 더 들면 그때는 완전히 지구력의 미토콘드리아계로 전환된다. 느릿느릿한 노인이 된다. 그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놀라운 순발력이 발휘된다. 해당계로 바뀌면서 교감신경이 흥분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 혈관수축, 혈류 정지, 저체온, 저산소, 고혈당, 고혈압이 생기는 등 자유신경뿐 아니라 호르몬까지 총동원해 해당계를 활동시킬 준비를 한다. 고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간의 적응 능력은 유연하고 무한하다. 야생동물은 지구력, 순발력 중 한 가지만 타고난다. 표범은 빠르지만 지구력이 없다. 말은 싸움은 못해도 지구력은 강해서 멀리 잘 달아난다. 유일하게 인간이라는 동물은 양쪽 모두를 갖고 태어났다. 나이에 따라 어느쪽이 유리할 것인지를 판단함으로써 기막힌 적응력을 발휘한다.
성을 내도, 화를 참아도 면역력은 떨어진다.
성이나서 시상하부에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우이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쉬눙 예로 ‘성이 발끈 났다→ 이놈을 당장! → 그러나 참는다’ 이런 순서를 거친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 없이 지났지만 몸속에는 이 짧고 간단한 사건만으로 복잡한 변화가 일어난다.
즉각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 다.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주먹을 불끈 쥔다. 고혈압, 고혈당 상태가 돼 인슐린이 분비되고 혈당을 지방산으로 바꿔 내장에 비축한다. 혈류가 정체 또는 정지되고 저체온, 저산소가 되면 적혈구가 엉겨 붙어(출혈 방지를 위해) 형액이 찐득거린다. 또한 세균 침입에 대비해 과립구가 증가한다. 혈액은 통상 7.53~ 7.45 정ㄷ의 약알칼리성인데 7.35 이하로 돼 약산성으로 바뀐다. 그리고 뇌압이 상승하고 머리에 열이 올라 뇌일혈 위험이 커진다. ‘머리를 식혀라, 걸어라’ 그러면 혈류가 하반신으로 이동한다. ‘용서해라,’ 마음속에 이런 일련의 심리적 반응이 복잡하게 뒤엉켜 일어난다. 용서하고 깨끗이 해결되면 서로에게 축복이다.
하지만 성난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스트레스 양상이 달라진다.
HPA AXIS가 발동, 놔하수체 호르몬- 부신피질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가 이어진다. 성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성을 내는 건 자기책임이다. 내고 안 내고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을 낸다는 건 화산 폭발처럼 격렬하다. 엄청난 후폭풍도 각오해야 한다. 화를 참는데도 이렇게 복잡한 일들이 내 몸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데 화가 폭발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할수록 끔찍하다.
참는 경우에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립구 증가로 엄청난 활성산소가 분출돼 광범위한 조직 파괴가 발생하고 복원이 계속되면서 유전자변이가 일어난다. 저산소, 저체온이 암을 촉박한다. 여기에 임파구가 감소하고 기능 약화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암세포의 박멸 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해지기까지 이렇게 복잡한 일들이 벌어진다. 면역의 이름이 왜 정신신경면역이라는 복잡하고 긴 이름이 됐는지 그 이유를 이젠 알았을 것이다.
자연면역요법
면역요법에는다양한 요법이 있다. 가령 면역 공백기나 응급 면역 처치가 필요한 경우 면역물질이나 면역세포 등을 제외에서 증식해 다시 환자 체내로 주입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즉, 활성화 자기 임파구 이입, 수상세포요법, KILLER T 세포요법, 면역부활요법 등이 있다. 그 임상적 효과 등은 차치하고라도 아무래도 자연면역요법이 안전하고 이상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황성주 박사는 이렇게 경고했다. “외부에서 주입하면 체내에서 면역물지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자칫 면역 체계를 교란시켜 오히려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위험까지 있을 수 있다.” 자연면역으로 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자연면역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 몸이 직접 면역물질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필요한 자연 소재를 공급하는 등 생태 환경을 조성한다.
• 면역을 높이는 체내 환경을 만들어준다.
• 부작용 없이 면역을 활성화한다.
• 평소의 생활을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생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입원할 필요도 없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시할 수 있다.
• 암뿐 아니라 다른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맑은 공기와 부교감 우위의 환경이면 더욱 효과적이다.
선마을, 자연치유력으로 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선마을 자연의학건강 캠프는 자연면역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자연치유력을 증강하고 병을 예방, 치유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숲의 자연치유력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설을 설립한 것으로는 전국 최초이며 민영 산림 치유 제1호로 지정돼 있다.
여기는 현대 의료 시설이라곤 없으며 휴대폰도 안 터지고 TV, 인터넷, 라디오, 에어컨, 냉장고도 없다. 과학 문명을 가급적 멀리하고 자연대로 살자는 게 취지다. 우리는 과학 문명 중독증에 빠겨 있다. 알다시피 과학은 편리함, 쾌적함, 효율성을 추구하는 문명이다. 살기엔 참 편하고 좋다. 문제는 이게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이다. 자동차가 생활화되면서 교통 공해, 매연, 사고뿐 아니라 다리가 약해졌다.
선마을은 문명에 대한 발발 운동이다.
우리가 공기 맑고 골이 깊은 산골에 터를 잡은 이유도 이런 편리한 도시환경이 우리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캠프는 250고지 비탈길에 있으며 일부러 생활하기 불편하도록 설계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에 덥다. 계절은 계절답게 살자는 취지다. 우리는 지금 계절을 거꾸로 살고 있다.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처럼, 겨울은 히터로 여름처럼 지내고 있다. 이건 대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일이다. 이런 편리한 인공적인 생활문화가 자연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잇다.
캠프에서는 하루의 생활 리듬을 중시하고 인류가 타고난 자연 리듬에 따라 생활하자는 운동을 전개한다. 한마디로 자연적인 생활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우리는 1960~1970년대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자연을 떠났다. 그러면서 인간은 불행해지고 건강에 문제가 생긱기 시작했다.
자연치유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다 선마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이 세상 어느 곳이 있었으면’ 하는 현대 도시인의 바람을 담아 설립, 운영되고 있는 취지가 이해됐으면 좋겠다.
때론 우리의 생활 전부가 면역요법의 대상이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작은 생활습관 하나가 면역을 약화시키기도 하고 증강시키기도 한다.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자연치유력을 증강해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
10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실천 노트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면역과 암에 대해 꽤 이해했을 것이다. 난해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함께 와주어 고맙다. 이제 면역력 증강을 위해, 그리고 암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개략적인 대책이 머릿속에 그려졌을 것이라 믿는다.
이 장은 구체적인 실천 노트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간단명료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이나 생활습관 전반이 대상이며 그중에서도 면역력과 직결되는 항목을 중심으로 기술할 것이다.
생활환경
사라진 관악산
19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신라호텔 27층 아침 조찬회, 제일 남쪽 끝 방이라 전망이 좋았다. 오른편으로 남산이 보이고 타워호텔 너머 한남대교 저 멀리 시선을 옮기다 깜짝 놀랐다.
“아니, 거기 웬 산이야? 저게 무슨 산이죠?”
“관악산입니다.”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니 어떻게 저 산을 못 보고 모른채 살았을까? 서울에 몇십 년을 살면서.
관악 캠퍼스에서 강의도 하고 그 산을 오르기도 했지만 여기서 관악산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또 그 산을 본 적도 없었다.
회의가 시작됐다. 아침이 열리자 창밖으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데 어느 순간 하얀 띠가 장막처럼 산의 아래에서부터 쳐지기 시작했다. 매연이 그려내는 죽음의 띠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를 중단하고 동료들에게 저걸 좀 보라고 했다. 모두 깜짝 놀랐다. 관악산 허리까지 그 죽음의 띠가 일직선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올라가더니 이윽고 관악산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175-
“아! 저게 공해구나!” 모두들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우리는 그날 아침 ‘자살과 도심환경’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다. 참으로 기분 나쁜 아침이었다. 아까 그 신선하고 맑은 기운이 사라지고 ‘아! 우리가 이 속에서 숨을 쉬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 가는 듯 참으로 음산하고 침울한 아침이었다. 저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긴장과 스트레스의 반복, 도시환경
우리는 지금 도시환경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공해 및 공해물질로 서서히 병들고 있다. 근대 과학 문명의 상징인 도시는 편리함과 쾌적함, 효율성을 추구한다. 살기는 참 편하고 좋다. 그리고 잘살게 됐다.
문화적 혜택속에 참으로 풍요로운 생활이다. 고맙다. 하지만 이것들은 양날의 칼이다. 과학 문명과 도시 문화가 빚어내는 공해는 가히 살인적이다. 멀쩡한 관악산을 마치 마술처럼 사라지게 하는 참으로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도심에서의 생활은 어느 한순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집을 나서면 없는 사이 도둑 적정을 한다. 가스 밸브는 확실히 잠갔는지 계속 집에 마음이 쓰인다. 그런가 하면 당장 눈앞의 교통 사고도 조심해야 한다. 버스를 타면 소매치기 걱정을 하고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경적과 생활 소음에 귀를 막아야 한다. 매연에 코를 막고 황사에 입을 막는 등 마치 전장의 병사 같다. 물건을 사도 가짜가 아닌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승강기를 타도 중간에 덜컹 서는 건 아닌지, 어느 하나 안심이 안 된다.
그래도 참 인간은 위대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웃고 떠들고 행복하다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건강하다<겉보기엔>, 정신과 의사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고밥다. 인간의 위대한 적응 능력에, 작고 큰 재난과 재앙에도 쉽게 원상 회복하는 회복력에도 감사한다.
하지만 외견상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뇌 속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령 멀리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는 거의 의식도 않고 지나치지만 실제 우리 뇌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종의 비상이다. 이게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의 뇌와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여러 차례 설명했다.
일상 속 무심코 지나치는 일에도 우리 뇌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은 곧 스트레스로 연결된다. 이런 상태가 1년, 2년, 수년간 계속된다고 해보라, 뇌와 몸에 서서히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 끝내 암으로까지 발전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많다. 이런 도심속 생활 스트레스를 거뜬히 장 소화하고 처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불행히도 취약한 사람이 더 많다. 자연치유를 위한 선마을이 숲속깊이 자리 잡은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뇌리 속에는 그날아침 관악산이 사라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뚜렷한 이유없이 온몸이 피곤하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잔잔한 염증을 비롯해 잔병이 나기 시작한다. 물론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다. 밥맛도 없고 의욕도 떨어진다. 전형적인 만성피로증이 온다. 뇌과학적으로 이건 비상사태다! 시상하부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뎌지고 뇌 속 시경전달 물질의 활성도가 떨어지다. 끝내 고갈상태가 된다. 내분비대사기관에도 이상이 온다. 신진대사, 즉 소화능력이 떨어지고 여성들은 생리 불순과 피부 트러블이 온다. 이게 뇌 피로다. 한마디로 뇌가 피로한 상태다. 이 정도면 뇌 피로 2기로 진단된다. 이런 상태가 계속 방치되면 면역력 저하로 결국 암에 이른다.
치료는 숲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뇌신경 영양제를 공급할 수도 있다.
자연결핍증후군
요즘 북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게 자연결핍장애다. 2005년 미국의 아동교육 전문가 리처드 루브Richard Louv가 쓴《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이라는 저술이 큰 화제가 되면서 그 심각성이 의료계에도 알려졌다.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대료표적 증상은 집중력이 부족하고 차분하지 못하며, 배려심이 없고 친구와 못하는 것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ADHD(주의력 결핍과 행동장애) 그대로다. 도심의 콘크리트벽에 갇혀 자란 아이들은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히포크라테스도 “인간은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과 가까워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어른에게도 자연결핍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 무기력, 불면으로서 이는 우울 증상 그대로다. 그렇다고 당장 산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도심에 살면서 자연 부족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자신의 생활을 잘 둘러보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도록 한다. 아래의 내용은 리처드 루브의 자연결핍 문항을 요약한 것이다.
• 일출과 일몰을 의식화하고 생활한다(해가 뜨면 일하고 지면 잔다).
• 목재 등 자연소재로 된 주책에 산다.
•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요한 환경을 지향한다.
• 자연의 향을 실감할 수 있는 환경에서 활동한다.
• 면, 마 등 자연 소재의 옷을 입는다.
• 휴대전화, 컴퓨터 사용을 절제한다.
• 장시간의 차 운전이나 통근을 하지 않는다.
• 주로 자연식을 하며 유기농 재배로 만든 것을 마신다.
• 음료수나 자연수나 유기농 재배로 만든 것을 마신다.
• 전기담요나 전자레인지 등 전기제품은 쓰지 않는다.
• 일상적으로 삼림욕, 일광욕을 한다.
• 화학약품을 뿌리거나 흡입하지 않는다. -179-
• 하루 중 한 번 흙이나 모래 잔디를 걷는다.
• 사계절을 의식한 식사, 행동을 한다.
이걸 다 지켜내고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산에 살지 않고도 도심에서 자연결핍으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
SBS에서 자연치유력과 관련해 상당 기간 연구 조사한 결과를《산에서 암을 이긴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고맙게도 내가 감수를 맡아 몇 번 읽어보면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놀랐던건 사형선고를 받고 죽으러 산에 들어간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완치, 생환한 스토리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무엇이 이런 기적 같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SBS팀은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정리했는데, 환경, 운동, 정신이었다. 물론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정신신경면역의 입장에서 ‘산과 암’의 관계는 참으로 중요하고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체념의 정신기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젠 산이다. 세상만사, 욕심 다 떨쳐버리고 산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모든 걸 대자연의 위대한 힘에 맡긴다. 이런 정신적 체념의 기제가 아등바등 살아가는 도심의 생활을 청산하는 담담한 심경이 된다. 이게 체념이다. 체념은 단념과는 다른다. 인생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도심에 매인 세상만사, 세속적인 욕심을 떨쳐버린다는 게 체념이다. 그리고 이젠 자연에 순순히 자기를 맡기는 심경이 될 때 그간 뇌를 억죄던 세속적인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
맑은 환경
모든 것에서 해방된 맑은 마음으로 산의 맑은 환경을 만나보자. 심신이 함께 청명해진다. 아름다운 경관들, 보이는 게 푸름이다. 은은한 향기, 산소리, 바람 소리, 여울물 소리, 맑은 공기, 피토치드와 테르펜terpene, 음이온, 맑고 짙은 산소----.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해진다.
숲속에 얼마간 있는 것만으로 항암세포인 T세포, NK세포가 활성화되고 증가한다는 많은 의학 보고가 있다.
면역밥상
산에서 혼자 차려먹는 밥상이 화려할 수 없다. 그래서 좋다. 작은 텃밭에서 손수 기른 채소뿐 아니라 온 산이 자연 슈퍼마켓이다. 산에서 사노라면 절로 산채나물의 박사가 된다. 산사람들 이야기로는 눈만 밝으면 자연산 먹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고 한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신선한 먹거리를 제철에 먹는 것 자체가 면역 밥상이다. 자기도 모르게 절로 손이 가는 발암 밥상이니 도심의 식생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산에서 나는 먹거리는 완전 유기농 무공해다.
적절한 운동
3대 요법을 마칠 즈음 환자들은 체력이 극도로 쇠약해진다. 따라서 자기도 모르게 게을러진다. 환자 노릇이 절로 몬에 밴다. 운동 부족은 암과의 싸움에서 참으로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산에 오면 적정 없다. 산에서는 운동을 따로 할 것도 없다. 절로 운동을 하게 돼 있다. 산에서는 편히 있을 수 없다. 텃밭 가꿔야지, 산에 올라 도라지도 케야지, 밥도 해야지, 군불 때야지, 편히 있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산은 비탈길이라 숨이 가쁘긴 하지만 이것도 좋은 운동이요, 청량제다. 환자들은 자기가 알아서 컨디션에 맞게 적절히 한다.
산 생활 자체가 신체 운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신진대사 촉진은 물론이고 온몸에서 활동성 호르몬을 분비하게 해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운동량이나 운동의 강도는 환자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너무 편하면 면역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운동을 안 하는 건 동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동물은 적당한 운동을 하고 피곤해지고 휴식하는 등 운동과 휴식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면역력이 강화된다.
자기 컨디션에 맞게 운도을 하되 어느 순간 피로가 느껴지고 그만두었으면 싶을 때 조금만 참고 더한다. 물론 이건 환자에겐 스트레스다. 하지만 이런 힘든 순간을 경험해야 단련의 효과가 있고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튼튼해진다. 최근 시중에는 자기 컨디션의 한계점을 알려주고 또 얼마간의 힘든 단련 시간을 갖게 하며 그만 하라는 신호를 주는 편리한 운동 시계가 나와 있다. 이때 운동 전문가의 정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운동의 원칙은 너무 편해도, 너무 힘들어도 안 된다. 짧아도 충분한 단련 시간을 가져야 효과가 있다.
계절다운 계절
도심의 생활은 계절을 거꾸로 살게 된다. 여름엔 에어컨으로 겨울처럼, 겨울은 히터로 여름처럼 생활한다. 이건 대자연의 순환 원리에 반하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불행히도 도시에 사는 한 이런 생활에서 나 혼자 벗어날 수 없다.
계절은 계절답게 지내야 면역력이 강해지고 튼튼해진다. 겨울은 겨울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우리의 조상은 수백만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그 혹독한 생활환경을 이겨내고 오늘까지 버텨왔다. 인류는 추위와 굶주림과의 전쟁이었다. 웬만한 정도라면 이겨낼 수 있게 돼 있다. 소식다동이 건강장수의 비결이다. -183-
다행히 산 생활은 계정의 아취를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우선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없다. 겨울은 힘들고 눈 속에 묻힐 때도 있지만 흙집에 군불 때며 눈 내리는 산야를 바라보는 그 깊은 맛은 도시인이 알 길이 없다.
혼자만의 시간
‘처음 얼마는 외롭고 쓸쓸했다. 가족의 발길마저 뜸해지니까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첫해 가을밤, 달이 몹시도 밝았다. 낙엽 한두 잎이 마당에 떨어졌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었다. 한참을 울었던가 보다. 겨우 진정을 하고 생각하니 좀 어이가 없었다. 왜 울었을까? 자신에게 물어는 봤지만 대답은 한 참 전부터 있었다. 그게 오늘 밤 봇물 터지듯 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생무상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렿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그리고 얻은 게 뭐냐, 남은 게 뭐냐, 상장회사, 대궐 같은 집---.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이 깊은 산골 산골 단칸 오두막에서 달이 저렇게 밝은데 누구랑 술잔을 나눌 것이며 시를 읊을 것이가. 시한부 6개월은 넘겼다지만 또 다음은 뭔가, 그래, 주어진 순간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사는 거다.’
이게 고독력이다.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이다. 혼자여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이기에 더욱 창조적이고 전향적인 시간이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나도 긴 시간은 아니지만 봉평 허브나라나 홍천 선마을 등 자연 속에 묻혀 손자 지내는 시간이 적지 않다. 그리고 집필 여행을 떠나도 단 연 숲속을 택한다. 글이 절로 된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자연에의 회귀 본성이 있다. 큰 나무 아래 앉으면 그 거대한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흙에 풀썩 주저앉으면 엄마 품에 안기듯 편안하고 부드럽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변연계공명limbic resonance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인간의 감성뇌 변연계와 대지 사이에 공명이 일어남 것이다. 태고적 조상들이 했던 체험이 되살아난 순간이다. 이를 原(원) 체험 또는 순수 체험이라고 부른다. 이 순간 우리의 뇌파는 편안한 알파파가 되고 평화와 쾌적의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긴장, 스트레스, 피로에 지친 시상하부에 좋은 휴식을 가져다준다. 면역활성에 이보다 좋은 자극이 또 있을까.
충남 대학교 이계호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의 뼈 성분은 과학적으로 흙의 주요 성분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우리 몸의 액체성분은 바다 성분과 화학적으로 똑같다고 한다. 고로 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자연의 흙과 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고 되도록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건강상의 많은 문제는 자연의 법칙에 거슬러서 살기 때문에 생긴다.
현대인에게 자연에의 강한 회귀 본성이 발동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느긋이 자연 속에서 지내노라면 다람쥐, 새 같은 짐승은 물론이고 말 없는 나무와도 친해지고 대화도 가능하다. 심지어 무뚝뚝한 바위와도 교감이 이뤄진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그지없이 마음이 편안하다. 자연은 자연만이 치유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생각할 때, 자연 속에서 자연과의 교감이 이뤄질 때 치유가 일어난다.
명상의 시간
산에는 급한 일이 없다. 산사람들처럼 도심의 조급증에 쫓기지 않는 것만으로 축복이다. 산에 사노라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더러 있다.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간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된다. 시계를 볼일이 없다. 모든 건 자기 페이스에 맞춰 돌아간다. 시간에 쫓기는 일만큼 강한 스트레스도 없다. 초를 다투는 방송국, 기차, 비행기 이런 것들이 우리 신경을 극도로 긴장시키는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산에서는 굳이 명상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게 명상적 분위기다. 시냇물에 세수하고 명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일, 다람쥐가 나무 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 꽃 잎 한 잎이 산들바람에 조용히 떨어지는 일, 어느 한순간도 명상이 안 될 수 없다. 호흡을 다듬고 잠시 바위 끝에 앉는 순간 모든 게 그지없이 평화롭고 고맙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에 든다. 이 이상 무얼 더 바라랴.
호흡법은 여러 가지를 추천하는데 원칙은 ‘아랫배로 천천히’다. 그러면 절로 내쉬는 호기가 들이마시는 흡기에 비해 길어진다. 내쉴때는 입으로 가늘게 길게 아랫배가 등에 붙도록, 내 몸에 모든 찌꺼기를 불어낸다. 들이마실 때는 코로 배 가득 맑은 우주의 기운을 들이마셔 내 몸의 지친 세포 하나하나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 넣는다. 들이마실 때는 교감, 내쉴 때는 편안한 부교감으로 된다. 자율신경을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호흡 조절이다.
명상의 치유 효과에 대한 수많은 의학 보고가 나와 있다. 면역력 증강에서 암의 치료효과까지, 이제 명상은 현대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산림 치유의 시대
2000년 후반 선마을 자연의학 캠프가 개설, 운영될 즈음 2007년 산림 치유 포럼이 세계 처음으로 설림됐다.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학술 활동, 국제 학술대회 개최 등 산림 치유에 대한 일반인의 의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초대 회장인 내가 영광스럽게도 대통령표창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회장이던 충북대학교 신원섭 교수가 산림청장으로 발탁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산림청에서도 휴양림 조성에서 치유의 숲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선마을이 민영 산림 치유 제1호로 선정되는 등 행정적, 학술적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산림 치유에 일찍 눈을 뜬 나라는 독일과 북유럽이다. 독일에서는 3년에 한 번 13일간 숲요양을 받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숲 치유를 국가적 보건사업의 일환으로 격상시켜 치유의 숲 극가인증제도를 실시할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예방적 치유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는 등 적극 권장한다. 우리도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리라 믿는다.
우리 한국도 이제 본격적인 산림 치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수려한 경관, 풍부한 산림 자원의 부국으로선 당연한 추세다. 최근 붐이 일어난 산속 펜션을 비롯해 개인 전원주책도 이런 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들은 접근성을 좋게 하려다보니 큰길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어지고 있다. 복잡한 도심보다야 낫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숲속 힐링에는 부족한 것 같다. 실제로 깊은 물속에 들어가보라. 착 가라앉은 무거운 기운, 맑은 공기, 기온 습도 은은한 향기, 짙은 산소 등 산자락에 자리한 집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치유가 목적이라면 좀 더 깊은 곳을 찾는 게 좋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강에 자만은 금물이다. 지금은 요양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 혼자 지내는 생활을 지나치게 미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가족은 물론 환우도 좋고 산을 찾는 사람, 아랫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도 산중 생활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외딴집에 혼자 사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생각해볼 문제다. 몇 집이 한데 어울려 살아도 산중 생활의 진가를 맛보기엔 문제가 없다. 이웃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다. 이젠 맹수는 사라졌지만 요즘 세상에 별별 사람이 많으니 하는 소리다. 그리고 틈이 나면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삼림욕에 젖어보길 권하고 싶다. 작은 폭포라도 있으면 근체에 물이 떨어지면 기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음이온이 발생한다.
환자들 이야기로는 어디든 얼마간 살아보는 게 좋다고 한다. 덜렁 장기게약을 해놓으면 중간에 마음에 안 들어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산속 요양원, 기도원 등 유사시설이 많은데 프로그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 실제 운영 실채를 체헌해본뒤 자신의 치유에 도움이 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생활습관
하루의 작은 생활습관들이 장기간에 걸쳐 모여 병을 만들기도, 약을 만들기도 한다. 건강에 바람직한 생활습관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느지도 잘 모르고 있다. 여기서는 선마을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면역 측명에서 더 강화한 생활습관 개선 방법을 소개한다.
최근 유전학에 따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모든 말이나 행동 하난하낭는 뇌에는 물론이고 옴몸의 세포에 기록되며 세포는 그에 따라 적절한 반응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순전히 유전으로 인한 질병은 전체 길환의 5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여르 가지 복잡한 요인들로 인해 발병한다. 그중 제일 중요한 요인으로는 ‘생활습관과 생활환경’이라고 많ㅇ느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다.
여러차례 말하지만 사람들은 사람마다 다르다. 여기 기술된 습관이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다. 해보고 정 맞지 않으면 그만두고 그리 힘든일이 아니라면 계속하면 된다. 놀랍게도 선마을은 82퍼센트의 사람들이 여기서 배운 생활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실제로 해보면 그리 힘든일도 아니다. “스스로 하지 못한 일을 환자에게 강요하지 마라.” 의과대학 강의 시간에 내가 강조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실천 요강만을 간단히 기술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설명은 졸저《이시형처럼 살아라》를 참고하기 바란다.
생활리듬
6시전 기상하고 11시 전 취침한다. 늦잠은 스트레스, 비만 면역력 저하를 부른다. 성장 호르몬 분비 시가능 밤 10시에서새벽 2시사이다. 이때 피로 회곡, 지방 분해, 피부대사가 이루어지며 T세포, NK세포, 매크로차지 등 면역세포가 증가한다. 만일 수면이 부족하다 싶으면 잠심 후 15~20분간 낮잠을 잔다. 체내 시계, 즉 1일 주기 리듬circadian 에 따라생활함으로써 체온, 장운동, ‘세로토닌-멜라토닌’ 주기 등 각성 호르몬의 연관, 리듬 조정을 한다.
다음은 ‘일찍 일어나 새’가 면역에 좋은 이유다.
• 하루를 여유롭게 시작해 부교감 우위의 생활을 한다.
• 새벽 5시면 활동성 호르몬이 기능하기 시작해 교감신경을 적당히 긴장시킨다.
•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태양, 가벼운 운동은 세포토닌을 활성화 한다.
• 출근 러시를 피하고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자율신경, 1일 주기 리듬에 따라 시소처럼 움직여 균형을 잡을 수 있다.
• 아침 1시간의 마술을 맛볼 수 있다. 하루 2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1년에 책 150권, 자격증 2개다.
•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 늦게 자더라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 수면제 과다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식사
말 그대로 ‘건강하게’ 먹는다. 절제된 음주와 금연도 기본이다. 맥거번 보고서는 미 의회에서 1977년 보고된 식생활 개선책이다. 미국인의 식생활 중 가장 큰 문제는 동물성 지방과 설탕, 소금의 과잉 섭취였다. 그리고 비타민, 미네랄, 식물섬유가 부족했다. 그 후 미국인의 식탁이 바뀌면서1993~2002년 사이 암 사망률이 1.1퍼센트 감소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개선된 미국인의 식탁은 바로 한국의 전통식이었다!
• 골고루, 천천히 씹고 즐겁게 먹는다.
• 발효 식품과 채식이 많은 소박한 한국의 전통식을 세 끼 규칙적으로 먹는다. 이것이 최고의 건강식이다.
• 자극적인 것, 짜고 달고 매운 것을 줄인다.
• 과격한 다이어트, 비만은 금물, 어느 쪽도 스트레스다.
• 발효 식품(김치, 된장, 간장), 식물성 유산균, 식물섬유, 저칼로리, 저지방을 섭취한다.
• 장내 유익균을 위해 장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유산균을 섭취한다.
• 식물섬유를 많이 먹는다.
• 육류, 우유, 계란, 어류 등을 적당히 먹는다. 몸은 단백질과 지질로 구성된다.
• 탄 고기, 산화 식품, 첨가제 등을 피한다.
• 과식은 활성산소 발생 1위임을 잊지 마라.
• 파이토케미컬이 함유된 녹황색 채소를 먹는다. 이는 체내 독소 배출, 항산화작용, 암 억제 효소 활성화, 암세포 사멸 유도 등의 기능을 한다.
• 균형 잡힌 자연식으로 유전자변이를 복구하고 암 발생을 차단한다. 저칼로리, 고효율의 밥상을 권한다.
•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비피더스균), 듀오락 케어를 섭취하고 유익균을 키우는 물질 프리바이오틱스(올리고당, 수용성 식물섬유)를 섭취한다.
• 자연과 가까이 생활한다. 자연 속에서 재배된 식물을 먹는다. 제철 식품, 신선한 유기농 식품, 저공해 식품을 섭취한다.
• 일본 국립암센터의 쓰가네 쇼이치로(津金昌一郞(진금창일랑)) 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식사로 암을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단, 도움이 된다.
• 장을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 및 식품을 먹는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에도 함유돼 있지만 기회가 되면 반드시 섭취하도록 한다.
-율레인산: 장을 자극, 배변 촉진, 항산화 작용
-울리고당:비피더스균 증가
-마그네슘: 변을 부드럽게 만든다.
-비타민 c:장운동 촉진, 항산화 작용
-글루타민 함유 식품인 날고기류(어류) 및 육류, 날계란, 발아대맥(보리)은 장 전체 면역력을 높인다.
-초유: 면역물질이 제일 많이 함유돼 있다.
-콜라겐, 태반: 혈관의 탄력과 면역을 증강시킨다.
-면역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 셀레늄, 아연, 비타민,
불포화 지방산, 오메가3
• 좋은 물은 면역 강화제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독소를 배출하며 림프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 녹차 속의 카페인은 항산화 작용과 돌연변이 억제 작용을 한다.
• 미국 국립암연구센터는 암에 좋은 음식 피라미드에서 마늘을 최고로 꼽았다(양배추, 대두, 생강, 당근, 샐러리 등도 일급).
• 면역 활성화를 위해 항암 효과가 입증된 영양물질과 생리활성물징(비타민E, 파이토케미컬, 사포닌, 베타글루칸, 오메가3)을 섭취한다.
• 사과와 당근 주스는 장내세균의 균형을 이루해 해서 디톡스 효과가 있고 면역력을 높인다.
• 자연면역력을 높이는 장내세균, 효소, 균류 속의 베타글루칸, 파이토케미컬, 프로폴리스를 섭취한다.
• 닭가슴살 반쪽 섭취, 뇌 피로 회복 기능을 도와주는 이미다졸, 펩타이드가 들어있다.
운동
스트레칭, 근육단련 운동, 유산소 운동을 균형있게 한다. 스트레칭은 긴장을 풀고 몸 상채를 정비하는 것이도, 근육 단련은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암은 오래간다. 아프다는 이유로 게을리 하면 안된다. 스쿼팅, 팔굽혀펴기는 근육 단련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역시 걷는 게 최고다. 공가가 맑은 곳으로 새벽 일찍 가도록 하자.
• 단련형보다 재미있는 레저형 운동을 한다.
•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절하게 한다. 다만 단연을 위해 약간은 무리를 하는 게 좋다. 적당한 휴식은 면역력 증가를 부른다.
• 생활 자체가 운동이 되도록 한다.
-아침 기상 운동 15분
-조깅 5분 2회, 조깅하되 걷는 스피드로
-허리 돌리기 좌우 10회, 하루 3번
-지하철 한 정거장 거 가서 타기 또는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기
-지하철 서서 가기 30분(2회)
-계단 오르기 5개층(100계단), 신나면 두 계단씩 오르기
-점심식사 15분 거리, 왕복 30분
-언제나 자세를 반듯하게 한다. 배를 안으로 밀어 넣고 앉기
-주차를 멀리 하기
-취침 전 운동 15분 -195-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운동은 상쾌한 피로를 가져온다. 다음은 운동이 가져오는 효과다.
• 온몸이 활성화된다(활성 호르몬 분비).
• 장운동이 활발해진다(소화, 흡수, 배설).
• 혈액순환이 활성화된다(말초에 산소와 영양 공급).
• 체온 상승과 근육 단련 효과가 있다.
• 의욕과 활력을 촉진한다(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의 균형).
체온
서양의학에서는 체온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온은 암이나 면역의 마커marker로 간단히 추정해볼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저 산소, 저체온이 암의 특정적 소견이며 이게 암의 유발인자라고 하는 학자도 많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 30퍼센트, 대사력 12퍼센트가 떨어진다는 보고가 많이 나와 있다. 면역을 논하면서 체온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요즘은 여름 냉방병으로 인해 오히려 여름철에 체온 저하가 발생하고 상태가 심각하다. 여름철 무서운 레지오넬라균도 에어컨에서 발생한다.
체온을 올리려면 다음과 같이 하라.
• 운동량을 늘려라, 근육을 써야 열이 생산, 소비된다. 과격한 운동보다 걷기등 천천히 하는 운동이 지방 연소가 커서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 근육 단련 운동을 하라, 근육량을 늘리기보다 어느 부위에 주의를 기울여 운동하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스쿼팅 시엔 힙업hip up, 팔굽혀펴기엔 버스트업bust up에 주의를 집중한다.
• 근육 단련 후 유산소 운동을 하라. 근육 단련으로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면 지방 분해가 촉진되고 이때 유산소 운동을 하면 지방 연소가 거의 세 배로 늘어난다.
• ‘니트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를 많이 하라. 니트는 운동은 아니지만 평소 생활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편히 앉아서 신문 가져와라. 창문닫아라 등 남들에게 시키는 행동은 저체온을 부른다.
• 스트레스를 줄여라, 무엇보다 중요한 게 스트레스 관리다. 일단 과로부터 피하라.
• 만복은 피한다. 만복은 대량의 효소를 소모하므로 신진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저체온이 된다. 腹八分(복팔분)이 건강의 기초다.
• 몸을 따뜻하게 하라. 옷을 따뜻하게 입고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신다.
• 약물 복용을 줄여라, 대개의 약물은 장기 복용하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 효소를 아끼라. 우리 몸에 효소는 일정량밖에 없다. 따라서 과식이나 음식물의 잦은 섭취, 약물 복용 등은 피한다.
•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라. 활성산소는 조직 파괴, 노화 촉진뿐 아니라 효소 작용을 억제한다. 과격한 운동과 과식을 피한다.
•족욕, 반신욕을 한다.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체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 생강, 마늘, 계피는 체온을 올리는 데 좋다.
마음
정신신경면역PNI은 그 이름이 시사하듯이 정신, 즉 마음에서 시작된다. 최근 유전학 보고에 따르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든 자극은 뇌세포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에 영향을 미쳐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주된 반응은 다음의 경로를 따른다.
우선 전두전야에 자극이 들어오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를 판단한다. 여기서 마음이 생긴다. 좋은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나쁜 것이라는 마음이 들면 즉각 그 자극은 시상하부에 전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그리고 시상하부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그 성상에 따라 반응의 완급을 판단한다.
먼저 긴급한 상황부터 보자.
1. 녀석을 보는 순간 화가 치민다.
2.당장 한 대 갈기고 싶다.
3.교감신경이 흥분한다.
4.일단 참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대단히 힘들다. 화난다고 잘못 화풀이를 했다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평생 후회할 일도 저지를 수 있다. 화는 한번내면 상승, 강화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5.돌아서 심호흡을 세 번 한다.
6.잠시 자리를 떠나본다.
7.뜰이나 마당을 거닌다(세로토닌 생성).
8.차츰 격노가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온다.
9.참기를 잘 했다. 녀석도 지금쯤 제 잘못을 알고 있을 거야.
10.내겐 무슨 잘못이 없었을까.
이런 수순이라면 스트레스 상황을 합리적으로 장 풀어나간 셈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격노 반응이 가라앉을 때까지 스트레스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감 우위로 흥분되면 면역에 치명적이다. 과립구 등가로 점막이 파괴되고 임파구 감소로 면역력이 저하된다.
그리고 뒷마무리가 잘 되지 않으면 급성 스트레스가 만성으로 넘어간다. ‘생각할수록 녀석이괘씸하다. 차라리 한 대 갈길걸.’ 마음속에 이런 갈등이 계속된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느린 반응이 이어진다. 시상하부에 전달된 완만한 스트레스 반응은 긴급과는 달리 뇌간의 縫線核(봉선핵)으로 가서 세로토닌 신경을 약화시킨다.
긴급 반응이든 완만한 반응이든 스트레스를 받는 이상 정신신경 면역력은 약화된다. 제일 현명한 방법은 그 기분 나쁜 사건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의지나 노력으로 될 일도 아니다. 그럴수록 더 잊히지 않고 생각나는 게 인간의 심리다. 그게 안 되니 최상의 방법은 용서하는 것이다.
‘녀석을 볼 때마다 이렇게 화가 치밀어서야 당장 내가 견딜 수 없다. 나를 위해서라도 용서해야겠다. 녀석도 지금쯤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 거야, 하긴 난 완벽한가. 내게도 잘못이 있었을 거야.’
이게 최선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의 뇌와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이해가기 쉽게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스트레스 성상을 잘알아야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성상이나 완급 상황을 따라 두가지 경로를 따라 반응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두 가지 반응 경로
시상하부 긴급→ 뇌하수체 → 부신피질→ 신체질환 완만→ 봉선핵→ 세로토닌 저하 → 정신질환 |
• 신체적 반응 경로: 신체에 당장 위협적인 스트레스인 경우 응급처치 반응 결로다. HPA라고 부르며 시상하부hypothalamus→ 뇌하수체 Pituitary→ 부신피질Adrenal cortex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는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싸우거나 달아날fight-fight준비를 해야 한다. 가슴이 두근 거리고 호흡이 거칠어진고 혈당과 혈압이 오르는 등 신체적 반응이 나타난다. 이게 자주 있거나 심한 경우 고혈압, 당뇨, 위궤양, 암 등 생활습관병으로 진전된다.
• 정신적 반응 경로 : 스트레스가 만성이거나 완만한 경우 위의 긴급 반응관는 달리 시상하부에서 출방해 뇌간, 봉선책으로 가는 정신적 경로가 있다. 여기 는 세로토닌 신경 분포 영역으로서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하다. 따라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세로토닌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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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우리는 앞에서 스트레스와 암에 관한 논의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암에 관여하느냐에 대해서 아직 확실한 이론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발암 요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스트레스는 발암 시초부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암 환자들은 암이 발견되기 전 거의 예외 없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을 경험했으며 암이 발견된 후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암의 경과도 확실히 달라졌다. 항암 치료를 대하는 마음 자세에 따라 같은 약을 맞으면서도 부작용의 발현 빈도나 견디는 힘에 엄청남 차이가 있으며 항암제 효과에서도 차이가 난다.
우리는 여기서 스트레스의 성상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은 스트레스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 이것을 가장 과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스트레스는 주관적이다’
같은 상황, 같은 스트레스라도당사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주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낚시도 재미로 하는 사람에겐 레저요, 좋은 스트레서 해도제다. 하지만 어부는 싫어도 해야 한다. 이건 노동이다.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병을 만들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걸 하는 사람의 태도가 병 또는 약을 만든다. 남들이 보기에 하찮은 일이라도 즐겨 하는 이상 병은커녕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 문제는 전두전야의 해석이다. 그 일을 나쁘게 보느냐, 신나고 긍적적인 시각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주관적이다.
2.‘숭고한 인생의 의미’
하기 싫은 일 속에서도 숭고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세상엔 싫은 일도 많다.어린이들에겐 공부가 그렇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병이 된다지만 공부는 다르다. 아무리 싫어도 엄마로부터 귀 아프게 듣는 “공부를 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착한 아이다” 같은 소리 때문이다. 개구쟁이가 아무리 공부가 싫어도 왜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싫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병 되는 일은 없다. 당장은 싫지만 거기엔 숭고한 인생의 의미가 숨어 있다. 이걸 찾아내는 게 인생의 슬기요, 지혜다. 전두전야에 싫은 공부 자극이 들어와도 이를 긍정적으로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이면 시상하부에 부정적 반응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3. ‘감사’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제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순신 장군이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막상 바다에 돌아와 보니 수병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남은 건 낡은 배 열두 척이었다. 저 멀리엔 일본 군함 수백척이 바다를 메우고 있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장군은 임금에게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배가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것이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명승부를 펼치게 한 원동력이라고믿는다. 불평을 하려면 어디 한 두 가지랴. 하지만 있는 것에 한없는 감사를 표했기에 전승할 수 있었다. 감사의 힘만큼 강한 건 없다.
4.‘창조적인 일’
창조적인 일 앞에 스트레스는 없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전력투구하며 시간 가는 중 모른다. 이런 상채를 ‘몰입Flow’이라고 하는데,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몇 시간 동안 완전히 빠져 있는 상태다. 배고픈 줄도, 목마른 줄도 모른다. 계속되는 지적자극으로 전두전야가 활력으로 넘치고 의욕적으로 된다. 목표에 한단계 오를 때마다 지적 쾌감으로 넘친다. 뇌과학에서는 이를 ‘아하! 체험’으로 부르는데 이런 순간 온 뇌에서 불이 버쩍 켜진다.
이것이 젊음과 건강의 비결이다. 의미 있는 일에는 긍적적, 낙관적인 전두엽 상태가 되면서 작업 기억이 풀가동해 아예 스트레스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5.‘경쟁은 하되 공정하게 하라’
경쟁에 돌입하면 즉각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과립구가 증가하고 임파구가 감소해 면역력이 저하된다. 그렇다고 경쟁을 하지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경쟁하되 공정하게 하면 그로 인한 휴유증을 최소로 줄일수도 있고 승리가 가져다줄 자신감, 자부심은 높아져 뇌가 온통 긍정 무드에 젖게 한 수 있다. 단,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엄격한 원칙이 있다. 부정행위를 한다거나 처음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면 승리는 오히려, 패배보다 더 나쁜 영향을 뇌에 미친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해석이 전두전야에 내려지면 양심 있는 사람의 경우 무서운 초자아super ego의 공격으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당당히 승부를 겨뤄서 한 게임이라면 저도 당당하고 창피할 게 없다. 다음을 기약하고 상대에게 축하 인사를 하며 패배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2016년 삼성 야구팀은 결승에서 두산에 졌다. 억울하겠지만 삼성팀은 시상식에 끝까지 참여해 우승 팀에 아낌없는 축하 박수를 보냈다. 한국의 경쟁 풍토에서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6 ‘유스트레스’ -205-
유스트레스eustress는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에도 신나는 게 있다. 아슬아슬한 스포츠 경주나 서커스 공연, 탐정 영화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때 우리 몸에서는 교감신경이 흥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끝나면 후유 하고 숨을 내쉰다. 대단한 스트레스다. 하지만 우린 즐기도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단, 건전한 오락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거나 보고 난 후 엄청난 스트레스가 다라 온다. 그러기에 더 아슬아슬하고 찌릿해서 즐긴다는 사람도 있지만 자칫 중독으로 빠질 위험도 있고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 없다.
7 ‘사랑을 위해’
사랑을 위해 하는 일엔 스트레스가 無化(무화)된다. 테레사 수녀의 헌신적 봉사, 사랑의 정신 앞에 우리는 큰 감동을 받는다. 그러면서 그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우리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누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까, 하다가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의 희생적인 봉사롸 활동을 접하곤 한다. 정말 힘들겠다 싶지만 막상 본인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다. 아이에 대한 엄마들의 헌신적인 사랑도 마찬가지다. 무더운 날에도 저 큰 덩치를 안고 나들이를 나온다. 보통 장사가 아니고는 될 일이 아니다. 그게 사랑의 힘이다. 헌신적 희생, 봉사, 베풂, 나눔, 사랑 앞엔 어떤 스트레스도 고통이 될 수 없다.
8 ‘정착’
거짓말을 하면 당장 편할 수도 있고 눈앞의 작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인생 백년을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도 일상에서 우리는 그만 거짓을 말하게 되는 유혹 앞에 약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거짓말을 하면 당장 마음이 무겁고 꺼림직하다. 그리고 행여 들통이 날까 가슴이 두근 거린다. 교감신경이 흥분된다는 뜻이다. 이게 스트레스가 되는 건 우리모두 알고 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기억력도 좋아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마음속에서 찾아내야 한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다. 평생을 쌓아 올린 명예, 입신, 출세가 거짓말 한마디, 뇌물 몇 푼에 무너진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철창 신세까지 져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붂럼 없이 살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기 그지없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지만 남은 속여도 나를 속일 순 없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를 안다면 감히 거짓말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 정직이다.
9 ‘여유’
여유로움 속에 스트레스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 온종일 일에 쫓기고 조급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예외 없이 교감 우위형이다.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마음이 급해지면 거기에 맞춰 모든 걸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시상하부가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골길에서 한가로이 차를 달리는 건 스트레스 해소에 참 좋다. 물론 이때도 교감이 발동한다. 도로 사정을 살펴야 하고 돌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운전에 교감은 필수다. 불안, 초조, 혈관 수축으로 혈액순환이 안 된다. 말초에 영양과 산소, 열이 공급되지 못해 저산소, 저체온의 암 생태 환경을 만든다. 그런데 어떻게 스트레스 해소가 될까? ‘위험’선을 넘지 않는다면 살짝 긴장이 돼도 콧노래가 나온다. 교감의 노르아드레날린, 쾌척한 세로토닌, 더 가자는 의욕적인 도파민 등의 균형 잡힌 합작품이 콧노래가 나오는 기전이다.
하지만 이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교감 일변도가 되어 온몸이 바짝 긴장한다. 경적을 울리고 계속 앞 차를 추월하는 등 운전이 거칠어진다. 그러다 끝내사고를 일으킨다. 교감에 적절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에도 여유는 스트레스 홍수 시대를 슬기롭게, 건강하세 사는비결이다. 이런 부교감 우위는 장 활동을 원활히 하여 혈액의 질이 좋아진다.
10 ‘사람 좋다는 행동은 적당히’
‘사람 좋다’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라. 여기까지 쓰고보니 스트레스없이 살려면 예수나, 부처, 못 돼도 셩인군자는 돼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렇게까지 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가능한 한 착한 사람이 되자는 취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하다. ‘사람 좋다, 호인이다’ 같은 소리를 들어 나쁠 건 없다. 다만 그런 소리를 들으려면 상당한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 우선 ‘NO’라는 말을 못 한다. 자기도 바빠 죽을 지경이지만 요구를 거절 못해 밤을 세운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 한마디를 못해 싫은 자리에 억지로 함께한다. 후지다 고이치로 0田一郞(0전일랑) 박사에 따르면 이럴 경우 NK세포가 수분에 6분의1로 줄어든다. 더 지나면 50퍼센트가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면역력이 30퍼센트 저하된다고 한다.
흔히 ‘사람 좋다’는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고독, 소외에 대한 공포감이 도사리고 있다. 나보다 남이 우선이고 남들이 뭐라 할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당장 급하다면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적당히 챙겨 하고 형편이 되는 대로 쓰기도 해야 한다. 남들의 이목이 두려워 지나치게 절제하다 보니 재산만 모아두고 일찍 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얌체가 되라는 소리가 아니다. 무슨 일에든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뇌 피로 -208-
스트레스란 마음과 몸에 부담을 주는 자극 일체를 말한다. 특별한 경우 유스트레스 이외 일체의 스트레스는 우리에겐 불쾌한 자극이다. 문제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자극에도 시상하부에는 스트레스반응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게 뇌 피로의 원인이다.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대해 우리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시상하부에서는 예민하게 감지,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반응을 일으킨다.
원시인들이 숲속에 살 때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야 했다. 사자의 발소리인지, 사슴인지 신경을 잔뜩 고두세워 소리를 구별해내야 했다. 소리를 판별한다는 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생명의 중추인 시상하부는 어떤 소리든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맹수는 사라졌다. 현대인은 소리에 그렇게까지 의식적으로 민감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음감이 아주 둔해진 것도 사실이다. 웬만한 소리는 아예 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시상하부는 듣고 있다. 그리고 그 들리지 않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귀에 들이지 않으니 주관적인 느낌은 없지만 시상하부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도심에서는 우리가 의식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니, 참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대 도시인이다.
하루의 생활 리듬이 어긋난다 해도 우리는 크게 불편을 못 느낄수도 있다. 오랜만에 친구와 노닥거리다 보면 밤 10시를 꼬박 넘겨 한밤중이 되어도 우리는 그걸 불쾌한 스트레스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시상하부엔 그게 스트레스로 쌓인다. 또한 맹수는 사라졌지만 그보다 무서운 사람이 있다. 밤길에 혼자 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에 신경이 순간 날카로워진다. 나쁜 사람은 아닐까?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뇌 피로는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시상하부에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결과로 생긴다. 뇌 피로가 오면 제일 먼저 시상하부 면역계에 문제가 생긴다. 가벼운 정도면 두통이나 현기증, 작업능률의 저하 등에 그치지만 더 심해져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시작하면 잔잔한 염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를 방지하고 계속 반복되면 암으로까지 발전된다.
뇌 피로의 경과와 대책 -210-
한국을 피로사회라 한다. 노동 시간도 길거니와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선마을을 찾는 고객의 상당수는 “그냥 쉬러 왔다”고 말한다. 조용한 이곳이 좋다고들 한다. 모두가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의 하루를 지켜보노라면 얼마나 뇌피로에 시달려왔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멍청하니 앉아 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모양이다, 아니 생각을 할 기력조차 없는 것 같다.
이게 현대 도시인의 전형적인 번아웃 신드름burnout syndrome(완전연소 증후군)이다. 선마을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진단, 치료, 프로그램이 그간의 경험을 살려 잘 정리돼 있다. 정도에 따라 적절한 처치가 주어진다.
치료 원칙은 이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적인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휴식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도니다. 머리를 안 써도 되는 적당한 일감을 줘야 한다. 숲속에서의 가벼운 트래킹도 좋고 채소 밭을 가꾸는 일도 좋다. 특히 숲속 트래킹은 맑은 공기 속에 풍부한 산소, 적절한 운동으로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체온이 올라간다. 고산소, 고체온이 되어 암 발생의 생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뇌 피로의 종착지는 암이다. 시상하부의 기능이 파국을 맞으면 당연한 결과다. 뇌 피로가 중등도로 진행되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잔잔한 염증이 생긴다. 장염, 위염, 편도선염, 상도염, 구내염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하긴 병원에 간들 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속에 안고 있는지도 의료진도 잘 모른다.
이 정도 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뇌 피로 증상이 심해지고 잔잔한 염증이 생기면 면역력 저하가 위험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럴 때는 비타민B군 소모가 많아지니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보조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숲속 트래킹은 최상의 묘약이다. 개울 물가나 작은 폭포 앞에 얼마간 앉아 있노라면 폭포 물이 기화되면서 발생하는 음이온을 흡수할 수 있다. 이보다 좋은 환경 취유가 없다. 그리고 특히 뇌 영양 상태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졸저《뇌력혁명》을 참고하기 바란다.
건강한 유전자를 위해
이제까지 우리는 정신신경면역 강화를 위한 실천적 생활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고찰해봤다. 이런 생활은 암의 근본 원인인 유전자변이를 예방, 교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아래에 건강한 유전자를 위한 생활 팁을 다시 한 번 요약해본다.
건강한 유전자를 위한 생활 Tip
• 큰 무리없이 수월하게 산다.
•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기분 좋게 기상한다.
• 너무 엄격하지 않게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노력한다.
• 오염된 환경과 인공조미료 등을 피한다.
•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먹는다.
• 간식을 먹지 않는다.
•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한다.
• 적당한 휴식을 취한다.
• 명상을 한다.
• 요가를 한다.
• 과식하지 않으며 건강 체중을 유지한다.
•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 절주하거나 금주한다.
• 육식을 절제한다.
• 가급적 유기농식을 하려고 한다.
• 활동적인 생활을 한다.
• 만성적인 염증에 잘 대처한다.
• 자신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낟.
• 높은 이상과목표를 지닌다.
✤위 내용은 디팩 초프라의 ‘유전자가 좋아하는 것’을 한국 실정에 맞춰 절충한 것이다.
11. 마음 치료를 위하여
암 치료 중인 환자들은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다. 죽음의 공포만큼 충격적인 게 또 있을까? 잘 듣고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는 게 의료진과 가족의 태도다. 치료 중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환자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한결 견뎌내기 쉽다. 주치의의 설명없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즉각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지 대단히 불안해한다.
환자들의 공통적인 걱정거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잘 듣고 서로가 노력해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암 환자들의 고민은 무엇인가.
죽음에의 공포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죽음의 공포다. 환자가 말로 잘 표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조차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죽음’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영양실조에 허약한 몸으로 암과 싸울 힘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기초체력도 튼튼하고 의학 기술도 놀랍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장 너무 힘든 치료
수술 후 회복하기까지도 힘들지만 항암제, 방사선 치료도 만만치 않다. 오심, 구토, 통증, 피로감 등 부작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처음 얼마간은 잘 견뎌낸다 하지만 치료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이런 부작용은 점점 심해진다. 통증에는 진통제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신쇠약이 너무 심각해지면 치료도 중단하는 게 현명하다. 이래선 암과 싸워낼 힘이 없다. 항암제만으로 암세포 완전 퇴치는 되지 않는다. 결국은 내 몸의 면역력이 튼튼해야 한다. -217-
신체상의 붕괴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애narcism가 있다. 자기 신체상body image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암 수술 후 유방절제술, 인공 항문 등은 환자로선 견디기 힘든 형벌로 마음의 상처가 아주 심각하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목속의 절제된 신체 부위에 대한 마음의 상처 또 한 크다. 전신쇠약, 체중 감소 등으로 갑자기 주름이 깊어지는 등 늙어 보이거나 탈모까지 오면 신체상은 점점 왜곡된다. 나중엔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는 등 우울증이 병발할 수도 있다.
비용과 직장, 어떻게 해야 하나?
암 치료에는 보헌 이외 자기 부담이 많다. 특히 새로 나온 항암제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하루 이틀에 끝날 치료도 아니고 경비도 문제지만 당장 직장이 걱정된다. 병가를 얻는다 해도 돌아갈 때까지 자리가 걱정이다. 돌라간다 해도 옛날만큼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거니와 한직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작고 영세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암으로 입원했다니까 거래가 중단되고 외상금을 갚지 않는다. 핏대 올리지 마라, 그게 세상인심이다. 치료 계획도 자기 형편에 맞춰 가계가 후들거리지 않도록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옳은 의사를 만난 건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2차 의견second opinion도 묻고 주치의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옳은 의사를 만난 것지 회의가 들때가 있다. ‘내 생명을 맡긴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 있다. 하지만 일잔 정한 이상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도 환자의 이런 마음을 잘 헤아려 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 치료가 최선일까
주치의에 대한 회의와 함께 지금 받고 있는 치료에 대해서도 이게 최선일까라는 의문은 계속 환자를 괴롭힌다. 암 치료는 다른 질환과 달리 당장 치료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부작용이 차츰 심해지면 치료에 대한 회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치료 경과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사전에 자세히 있어야 한다.
내가 완치될 수 있을까
지금 최선의 치료를 받로 있는 걸까, 이렇게만 하면 완치가 되는 걸까, 온갖 의문과 걱정이 떠오른다. 당연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들 수 있는 의문이다. 물론 여기엔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암 치료에 마치 생사가 걸린 것처럼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다.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고 선택, 결정한 이상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의료진도 환자들의 이런 의구심을 탓하지 말고 치료 경과에 대한 중간 설명도 잘 해야 한다.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
병원의 환자가 된다는 건 그날로 사회적 弱者(약자)가 되는 것이다. 약자가 되면 피해의식이 많아진다. 왠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 옳은 대우를 안 해주는 것 같다. 암으로 입원하면 이런 피해의식은 더 강해진다. 심지어 가족도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 면회도 자주 안 오고 인격적으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쌓이면 속에는 분노가 쌓인다. 그러다 어느 날 폭발한다. 별것 아닌 일에 핏대를 올리고 고함을 친다. 맞던 주사를 빼버리고 집으로 가겠다고 나선다. 병원에서 가끔 경험하는 일이다. 환자와 의료진, 가족 모두가 겸손과 친절함을 체득해야 한다.
재발 위험
그 고생 다 견뎌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문제는 재발이다. 의사는 이젠 안전하고도 하지만 그 말을 믿는 환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완치됐으니 집에 돌아가3개월에 한 번씩 와서 검사나 받으면 된다. 의사도 환자의 재발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의미에서 내리는 처방이다. 이때 필요한 게 적극적인 생활 면역인데 딱하게도 이에 대한 구체적 처방이 별로 없다. 암에는 완치가 없다. 이건 움직일 수 없는 의학 상식이다. 재발 위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평생을 생활 속에서 조심해야 한다.
‘하라’, ‘마라’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
어려운 難病(난병)일수록 처방이 많다. 무엇이 좋다. 무엇은 안 된다 등 사람마다 아주 확신을 갖고 이야기한다. 딴에는 환자를 생각해서 해주는 충고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다. 병원 의사도 마찬가지다. 주문이 많고 까다롭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실행한다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제일 까다로운 게 식단이다. 압에 그렇게 좋다고 떠들더니 이제 또 발암물질이라고 먹지 말란다. 어쩌다 신문이다 TV에 나오면 그날 시장에서는 동이 난다. 좋다는 걸 암 먹자니 안 될 것 같다. 암은 사람마다 다르다.
제일 잘 아는 건 내 몸의 반응이다. 좋다고 떠들거든 3개월 기다려본다. 그래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면 한번 시험해보라. 좋다면 계속 먹고 내 몸에 안 맞으면 그만둔다. 누가 뭐래도 내가 싫은 걸 억지로 하면 병은 악화되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기억하라, 정신신경면역이라는 사실을,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것
처음엔 환자 자신이 사람을 기피한다.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물어올 적마다 대답하기가 곤혹스럽다. 그렇다고 암을 무슨 자랑이나 하듯 떠들 수도 없다. 더구나 자신이 보기에도 얼굴이 너무 수척하고, 갑자기 늙어보여 괜히 창피해서 외출도 안 한다.
그리고 암 환자는 우울증이 의외로 많다. 세상이 귀찮다. 사람 만나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이러길 얼마 하노라면 차츰 가까운 사람들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본인이 피하다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피하는 것 같다. 소외감이 들기 시작한다. 화가 난다. 암은 이런 기분을 좋아한다. 암은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숨길 일도 아니다. 자기 컨디션을 솔직히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길이 충실한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요양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3대 요법이 끝나고 급한 불을 끈 다음엔 얼마간의 요양이 피요하다. 이때 어디가 좋을까,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게 된다. 앞서 숲속에 쉼터를 마련하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평소 건강할때도 그렇지만 특히 암 환자의 경우 맑은 공기, 조용한 분위기는 필수다. 너무 인적이 드문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지천에 널린 게 요양 시설이므로 잘 골라야 한다. 환경도 좋아야 하지만 지리적 여건도 집엣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 장거리를 오가는 것도 스트레스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와 프로그램이 충실해야 한다. 누가 운영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몇 군데를 방문해서 실험적으로 얼마간 지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끝까지 함께 간다는 용기의 말
환자의 고민이나 걱정이 어찌 앞서 이야기한 것뿐이랴, 큰일에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깊이나 무게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거운 고민들이다. 죽음에의 공포, 이건 누가 해결해줄 수도 없다. 치료를 잘 받고 완치됐다고 해도 이 생각은 진단 이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여기엔 해결책이 없다. 그리고 환자에 따라선 자기의 심각한 고민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뿐 말로 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서다. 이럴 때 가족은 힘을 합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있든 ‘너와 함께 간다’는 확고하고 결의에 찬 자세다. 하늘 끝까지 너와 함께 간다는 자세가 환자에게 투병을 해낼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좀 다른 이야기다. 한 엄마가 살인 사건의 누명을 쓰고 투옥된 아들 을 면회하면서 한마디 말도 없이 울기만 했다. 그리고 면회 시간이 끝날 때쯤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 네가 지옥 끝자락에 떨어져도 엄마는 함께 간다.” 방으로 돌아온 아들은 일지장에 적었다. ‘엄마를 위해서도 살아 나가야겠다.’ 아들은 누명을 쓰게 된 경위를 차분히 더듬어갔다. 그리고 없는 형편이지만 유명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결국 누명이 풀리고 무죄로 풀려났다. 살인자가 됐다는 충격이 너무 커서 아예 삶을 포기하고 검사 심문에 경찰 조서대로 그렇다고 대답했으니 꼼짝없이 살인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면회 온 엄마의 그 한마디가 그의 꺼져가는 생명에 불을 켰다.
암 진단은 환자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충격이다. 하지만 가족의 헌신적 사랑에 감동하면 암을 좀 더 이상적, 합리적으로 보게 되고 다시 일어설 힘이 솟아난다.
한국의 암 치료 수준을 믿어라
한국의 위암 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퍼센트, 미국은 34퍼센트로 정말 놀라운 대조다.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과의 비교다. 그만큼 한국의 의료 기술은 놀랍다. 내시경 수술 기법은 선진국에서도 배우러 온다. 그리고 한국에서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3퍼센트(2010~2014년)로 지속적으로 생존율이 상승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한국 의료 기술의 높은 수준을 빼놓을 순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놀라운 치료 성적이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의 헌신적이고 뜨거운 가족애가 중요한 요인이다. 가족들뿐인가. 직장 동료,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환자에게 든든한 받침이 된다. 구미의 개인주의 사화와 다르다. 이것이 정신신경면역 체계의 현장이다.
잘 들어라
환자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듣노라면 사실 어쩔 수 없는 것도 많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연한 경우도 있고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적지 않다. 그렇더라도 환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환자에게 제일 좋은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이는 일상 대화에서도 그렇지만 상담이나 정신 치료에서 기본이다. ‘good talker’,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 ‘good listener’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그가 하는 이야기가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러수록 더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 학술 간담회가 아니다. 논리적 담론을 하는 상담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가능한, 둘 사이의 정서적 가교를 놓는 시간이다. 반드시 현명한 논리적 해결책이 안 나와도 좋다. 일단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는 위안을 받는다.
긍적적인 생각을 하라
앞서 긍정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되, 인간에게 내재된 강한 복원력을 믿어라. 한국의 암 치료 수술은 세계적이다. 어떻게든 극복하고야 말겠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이 암 치료에는 절대적이다. 면역력은 이런 희망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의학 보고가 나와 있다.
어린 시절을 계속 연상하면 정말 암이 사라져 어린 시절의 건강을 되찾는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칼 사이먼튼Carl simontion 박사의 이미지 요법이다. 표준 치료와 함께 NK세포를 그려라. 암세포를 잡아먹는 그림을 그려라. 암세포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암이 치유된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패배적이거나 부정적인 생각과 말은 곧바로 뇌세포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에 각인된다. 그러면 세포 활동 역시 부정적으로 작도에 돌연변이도 나쁜 방향으로 일어나게 된다.
우리 몸도, 세포도 언제나 건강한 방향을 지향하게 돼 있다. 나쁜 생각이나 말을 함으로써 질병으로 향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생활습관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신신셩면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이유다.
암과 싸우기보다는 받아들여라
예일대학교 버니 시겔 Bernie Siegel교수는 암을 이겨낸 사람들을 ‘예외적인 암 환자exceptional cancer patient’라 부른다. 시겔 교수에 따르면 이들의 공통적인 자세는 수용과 긍정이었다고 한다.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함께 잘살자는 생각, 싫다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자세다. 암은 춥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이하면 암세포가 도저히 여기서 살 수 없다고 슬며시 물러간다. “암과 싸우지 마라.” 서우대 한만정 교수의 생각 그대로다. 그는 몇 차례나 재발 수술을 받고도 10년이 넘은 오늘날 까지도 건강하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던 정신과 의시 빅터 프랭클Viltor Prankl 박사는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수용소의 비참한 생활상을 몰래 적어 보관해두었다가 풀려난 뒤 몇 권의 책으로 냈는데, 그중 하나가 유명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다. 다음은 그가 쓴 내용이다. -227-
어느날 한 노인이 찾아왔다.
“프랭클 선생, 아내가 죽고 난 뒤 너무 슬프고 외로워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
“그러시군요, 그러나 만약 당신이 먼저 죽었더라면 아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런 안 됩니다. 이 엄청난 고통을 아내가 혼자 감당해 낼수 없습니다.”
그것 보십시오, 당신은 지금 아내의 고통을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의 절절한 외로움 속에는 아내에 대한 진실한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
노인의 아까와는 달리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생을 포기하고 차라리 이대로 죽어야겠다고 다짐한 마음이 풀려 삶의 의욕을 되살린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하찮은 일에도 거기엔 숭고한 인생의 의미가 숨어 있다. 이걸 읽어낼 수 잇는 슬기가 있다면 그 어떤 고통이나 스트레스도 이겨낼 수 있다. 프랭클은 이를 ‘의미 치료logo therapy’라고 부른다. 또한 그는 살아남은 사람은 의지가 강하거나 힘센 사람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철학적 사색, 섬세한 감성이 죽음의 벽을 넘은 힘이 된다는 사실은 면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준다.
암에 지는 사람
여기서 방향을 돌려 암에 지는 사람의 유형을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 자포자기와 절망에 빠진 사람
• 무지한 사람, 암을 알아야 한다. 암의 치료자는 환자 자신이다.
•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폐렴 등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 상실감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 암을 잃으면 많은 걸 잃게 됀다. 이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한편 체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암은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겨든다.
• 모든 게 무의미한 사람, 인생이 너무 허무해서 살 의미가 없다고 포기하는 사람에겐 암을 이겨낼 힘이 없다.
NK세포를 강화하는 방법
항암의 주력부대는 NK세포이며 이것은 인류가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자연면역력이다. 이 소중한 NK세포는 일상의 기분이나 환경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NK세포의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 권고사항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적절한 운동, 특히 걷기가 좋다. 9,000명에게 매일 한 시간 걷게 했더니 암사망률이 반으로 줄었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가 있다.
•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 좋은 이미지를 자주 생각한다. 경관이 좋은 남태평양, 눈 덮힌 알프스 등 좋아하는 이미지를 자주 떠올린다.
• 반가운 친구와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한두 잔의 술은 좋다.
• 너무 기계적으로 억지로 생활하지 마라. 핀란드 증후군을 기억하기 바란다.
핀란드 정부에서 한 실험이다. 중간관리직을 두 그룹으로 600명씩 나눈 뒤 A그룹은 엄격한 건강 생활, B그룹은 평소 생활대로 지내게 된다. 15년 후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엄격하게 건강 수칙을 지킨 A그룹에서 사망률을 비롯해 모든게 더 나쁘게 나왔다. 결론은 ‘적당히, 즐겁게’ 살아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 모든 건 적당히 한다. 너무 철저하게 하려다 보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대충, 수월하게 생활한다.
신나게 웃고, 울고 싶으면 울어라
독서, 영화 음악회 등을 통해 새로운 걸 얻게 되는 지적 쾌감이나 감동의 눈물만큼 좋은 묘약은 없다. 요즘은 웃음 치료가 병원에도 도입될 만큼 인기다. 하지만 감동의 눈물은 그 치유력에서 웃음의 6배가 된다는 보고도 있다.
사명감의 긍정적인 힘
사명감에 불타는 세기의 명배우 오드리 햅번을 기억할 것이다. 햅번은 말년에 아프리카 난민 구원에 자기의 후반 생애를 바쳤다. 보람과 자부심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까운 여행은 좋은 자극이 된다.
너무 무리한 일정은 피하되 국내외 가벼운 여행은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풍물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과로는 금물이다.
과로에서 암이 시작됐는데 막상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죽기 전에 일들을 마무리 한다며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정리를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무리하는 건 금물이다.
암이 주는 축복
암 환자가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며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난 가끔 그런 환자를 만났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자기 위안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결핵이 많았다. 병원 투병 중 불후의 명작이나 명곡이 나왔고, 결핵에 걸린 창백한 지서에 반해 뜨거운 열애에 빠진 이야기가 오페라의 주제가 되기도 한 아름다운 일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내가 만난 이 환자 이야기를 들으면 여러분도 수긍이 갈 것이다. 55세 정년을 코앞에 둔 간호사로, 슬하에 딸하나를 두었고 남편은 중소기업 임원이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현직을 그만두고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한데 웬 날벼락인가, 가벼운 위장병이려니 했던 게 암으로 확진됐다. 내시경으로 수술을 하기엔 이미 늦었고 위를 반이나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요양이나 잘 하라는 권고를 주었다. 이때부터 환자의 인생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첫째, 박사학위 과정을 그만뒀다.
‘이 결심을 하고 나니 모든 긴장이 풀린다. 아! 이 해방감이라니, 왜 내가 그 고생을 했지,’ 환자는 몇 번이고 때려치울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핑계가 없었다. ‘기왕 시작했으면 끝내야지’ 하는 뻔한 소리가 귀를 맴돌았다. 암이라! 좋은 구실이 생긴 셈이다. 그래 잘 됐다. 때려치우자!
둘째, 남편이 변했다.
남편이 다니는 중소기업엔 출퇴근이 따로 없고 휴일도, 휴가도 없었다. 환자도 모처럼 집에 오는 날이면 밤 근무 담당으로 병원에 가야했다. 말이 부부지, 오붓하게 보낸 시간이 없었다. 딸 하나 가진게 신기하다고 웃었다. 그러던 남편이 환자의 간호를 위해 헌신적으로 변했다. 아프지 않았다면 못 받아봤을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니 행복의 눈물이 빰을 적셨다.‘진작 아플걸!’ 이는 진심이었다.
셋째, 살아 있다는 감동
산에서는 혼자의 시간이 많다. 순간순간 살아 있어 좋다는 감동이 가슴 바닥을 파고든다. 삶에 대한 진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난다. ‘그간 헛살았구나, 건성으로 살았구나,’ 삶이 뭔지 생각도 못해본 지난날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잘 살아 돌아왔으니 어느 한순간 아무렇게나 살 수 없다. 이렇게 소중한 삶을 어떻게 그냥 그렇게 보낼 수 있을까, 감사의 기도가 절로 흐른다.
넷째, 산으로 갔다.
공기 좋고 조용한 산속이 좋겠다는 생각에 젖은 곳이 선마을 이었다. 환자와 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제 제꿈이 이뤙졌어요. 꿈에도 그리던 전원생활, 그걸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했겠어요. 하지만 그런 행운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박사가 돼야겠다는 것도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한 준비 였어요.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지요 저에게 암은 정말 축복입니다.” 환자의 눈엔 감동의 눈물이 맺혔다.
다섯째, 대우주와의 교감
아침의 신선한 태양, 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침 해를 받으며 걷는 이 신선함, 쾌적함, 상쾌함이라니--- 저녁노을은 넋이 빠지게 만든다. 아스라한 노을이 지면 하느둘 별이 뜨기 시작한다. 잠시 눈 감고 있다 다시보면 머리 위로 벌어지는 별들의 향연, 그리고 느지막하게 달이 뜨면 대우주와 절로 교감하게 된다. 하찮은 일로 아웅다웅했던 지난날들이 부끄럽다. 산에서 우주의 기운이 온몸에 넘치는 이런 순간엔 잠이 없어도 이대로 좋다.
여섯째, 명상이 절로 된다.
좋은 줄 알지만 잘 안 되는 게 명상이다. 하지만 산에서는 절로 명상이 된다. 혼자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땀을 훔치며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도 명상은 절로 된다.
일곱째, 운동이 절로 된다.
운동을 안해서 암에 걸렸다. 치료에도 제일 중요한 운동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잘 안하게 되는 게 운동이다. 그런데 비탈길이니까 운동이 절로 된다. 그리고 다양한 트래킹 코스가 숲속에 조성돼 있기 때문에 절로 끌려 들어간다. 숲이 좋아서, 앙증맞게 핀 꽃들이 좋아서, 그리고 개울 물소리에 나도 몰래 끌려 들어가는 게 숲속 오솔길이다. 숲에서 얼마간 지내기만 해도 NK세포가 증가하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여덟째, 한가롭고 여유롭다.
산에서는 언제나 여유만만이다. 등산 시합이 아닌 이상 오르막길을 바쁘게 가야 할 까닭이 없다. 있는 게 시간뿐인데 왜 서두르는가! 응급실에서 초를 다투며 간호해야 했던 응급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에 쫒기는 것만큼 악질적인 스트레스는 없다. 지금까지의 생활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던 것같다. 박사학위 논문 준비도 시간 싸움이었다. ‘시계를 바라보며 밤을 세워야 했던 그 숨 가쁜 시간들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구나.’ 암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쫒기는 생활에 정신이 나갔을 것이다. 아, 이 여유로움 이게 진정 사는 맛이 아닌가.
아홉째, 소모적인 교류를 피할 수 있다.
도심의 생활환경은 그 자체가 모두 스트레스다. 어느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장이 성할리 없다. 소화도 안 되고 가벼운 염증이 재발, 수복이 반복되면서 위장벽이 상처를 입고 유전자변이 등 암의 과정이 착착 진해돼온 것이다. 거기다 임파구 감소로 면역력은 떨어지고 암에 걸리지 않을 수 없는 생태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이상이 이 환자와의 대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암은 축복이다.’ 환자가 이야기 도중 여러 차례 했던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의아했고 괜히 하는 소리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대답이 진행되면서 환자가 진심이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암을 축복의 계기로 삼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는 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235-
12 암이 주는 깨달음
인생의 내공이 무르익다
차츰 밝혀지겠지만 난 대체로 무난한 남자다. 크게 모난 구석도 없고 운도 좋아서 임원으로 승진도 했다. 기업도 중소기업으로선 규모도 제법 크다. 종업원 300명, 한 번도 파업이 없었던 게 우리 회사의 자랑이다.
남내가 잘자라 이젠 스스로 밥벌이는 할 만큼 되었다. 마누라는 덤덤하지만 살림도 알뜰히 잘한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내 개인의 문제다. 비만, 술, 담배,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실패할 때마다 웃고 넘겼지만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솔직히 걱정은 되었다. 회사에서도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다. 다이어트, 금연, 절주, 이것만 성공하면 내 인생은 정말이지 성공적인 인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윽고 올 게 왔다. 위암 2기, 청천벽력이었다. 가족들이 걱정할 까봐 혼자 몰래 병원 치료를 받을 생각을 했다. 내시경 수술 전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항암제 투여가 시작되었다. 오심, 구토,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져 더 이상 가족에게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참 다행이다. 내 암을 잘 받아들이는구나, 우리는 큰 동요 없이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의논할 수 있었다. 맏아들 녀석은 의사도 아니면서 아주 상세히 위암에 대한 강의를 했다. 뭔가 이상하다. 가족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거라니, 우리는 모두 웃었다. 언젠가는 알게 되려니 하고 가족 누구도 초조해하지 않았다. 맏아들은 병원에서 내 병상 기록까지 복사해 치료 계획에 대해 다른 병원에서 물어보는 등 그간 바쁘게 움직였다.
지금 주치의가 가장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가족들은 기다린 것이다. 에비의 착한 마음을 존중해서, 나도 가족도 참으로 차분하고 침착했다. 나의 이런 태도에 가족들은 짬짝 놀랐다고 한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평소 여느 때나 다름이 없었다. ‘역시 우리 아버지구나’ 딸아이는 존경심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암 가족에게서 볼 수 있는 반응과는 아주 다른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의연한 자세가 놀랍다. 모든 걸 초월한 자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터득한 삶의 지혜랄까? 뭔가 인생 내공이 깊이 쌓인 분이다. 그 정도로 흔들릴 사람이 아닌 산 같은 사람이다. 암 서고, 항암제 치료,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 묵묵히 삭여냈다.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죽음에의 선언, 정말 고통스런 항암제의 부작용도 가족 몰래 으젓이 참아냈다.
인간으로서 그릇의 크기는 위기가 닥쳤을 때 비로소 가늠할 수 있다. 죽음의 선언만큼 더한 위기도 없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그는 냉정하게 잘 대처해냈다. 이건 정말이지 보통 사람으로선 감당해내기 어려운 큰 시련이다. 고질인 불면증이 암 선고 이후 점점 심해져 정신과에 나타난 그는 어느 구석 아픈 사람은 아니었다.
암 치료 방향은 합리적으로 잘된 것 같은데 문제는 항암제였다. 불면증과도 직접 관련이 있어서다. 오심, 구토, 통증으로 잠을 잘 수가 없고 체중이 줄고 밥맛도 없는데 그래도 항암제를 계속 투여해야 할 것이자, 주치의와 진지하게 의논해보길 권한다. 위장 등 장관에 미치는 항암제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리고 불면증만큼 암에 나뿐 건 없다.
‘즐겁게’ 원칙
성격이 좀 미련해서일까, 난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내가 걱정해서 좋아질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깨끗이 접고 딴 일을 한다.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주치의는 강조한다. 그래서 내가 즐겁게 사는 건 아니다. 난 천성이 낙천적이라 항상 웃으며 산다. 병원에서는 ‘즐겁게!’가 기본이라고 한다.
DNA는 즐거운 마음에서 시작한다. 이게 면역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역에 좋다는 걸 다 해도 기분이 좋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일단 기분이 좋아야 하고, 그런 다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답이 나온다.
암 환자에게 ‘즐겁게’라니? 언뜻 납득이 안 가는 소리다. 하지만 바로 암 환자이기 때문에 낫는다는 희망과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해인 수녀는 병원에 가는 날이면 소풍 가는 기분으로 설레며 간다고 한다. 암치료에서 절대 금물은 절망과 포기다. 마음이 절망에 빠지면 시상하부뿐 아니라 뇌 전체가 캄캄한 절망의 늪으로 소극적으로 변한다. 하라니까 한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치료하는 의료진도, 간호하는 가족도 맥이 빠진다. 어쩌면 이들이 먼저 포기할지도 모른다. 환자가 치료에 전련투구하지 않는데 누가 하겠는가?
긍정적인 희망, 부정적인 절망을 가진 두 그룹의 치료 경과에 대한 연구가 많다. 어느 그룹에서 치료 결과가 좋을 것이냐는 불문가지다. 물론 이런 상채를 초래한 시발은 전두전야다. 여기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 컨디션을 점검해본 결과 ‘안 되겠다’ 싶은 판단이 서면 온 뇌가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늪으로 빠져든다. 암보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면역력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환자의 생각대로 암은 증식해 제어할 힘이 없어진다.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자신이 받고 잇는 치료가 최선이다 한 치의 의심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무슨 치료를 받든 그 효과가 100퍼센트 몸에서 발휘될 수 있다. ‘이게 될까’ 하는 의심등이 발동되면 치료에 전력투구하지 않게 된다. 그 어떤 치료도 효과는 반감한다.
설령 진행 암으로 걷잡을 수 없어 커지는 경우라도 끝까지 품위를 지켜 마지막 정리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우리에겐 참으로 중요한 일, 죽는 일이 남아 있다.
아프면 더욱 절감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평소 생활에서도 가장 힘들고 상하기 쉬운 게 인간관계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참으로 힘들다. 상사, 부하, 동료들 속에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불씨가 돼 엄청난 사건으로 번지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별사람이 다 모여 있는 직장이요, 또 엄연한 위계질서가 있는 게 한국 사회다. 어느 하나 소홀하거나 격에 맞지 않는 언동을 하는 날에는 자칫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그뿐인가, 거래처, 친구, 아는 사람 등 어느 하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관계다.
그런데 암으로 누워 있다고 해보자, 암으로 인한 고민도 문제지만 이건 치료자에게 맡기면 된다고 치자,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인 관계는 내 책임이다. 아무리 가벼운 암이라도 암인 이상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병문안 오는 입장에서는 누구나 나를 위해 여러 가지 배려를 한 다. 직장에서는 복귀하면 돔 여유가 있는 곳으로 발려을 내겠다고 한다. 고맙기도 하지만 이 역시 차별이다. 나를 그전처럼 보고 있지 않다는 결정적 증거다. 여기서 생각은 두 갈래로 나뉜다. 최악의 경우 ‘벌써 나를 차별하는 구나’ 하고 은근히 화가 난다. 무시당했다. 필요없는 존재가 됐다는 소외감, 이러다 정리해고라도 되는 건 아닌가? 이게 최악의 경우다ㅣ. 이런 마음이 면역 체계에 직격탄을 날린다.
반대로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을까, 고맙다, 내가 그간 너무 신경쓰고 고생한 게 병을 만들었으니 회사에서 응당한 대접을 하나 보다, 회사가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주고 나를 보호해주니 할 말이 없다고 말이다.
이 점에선 가족도 마찬가지다. 면회 오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서운한 기분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나를 이렇게 대접하다니! 괘씸한 생각이 든다. 화가 난다. 나를 벌써 무시한다. 이런 부정적 마음씨가 자라 피해의식으로까지 발전하면 큰일이다. 반대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벌이를 못 하니 가족들이 더 열심히 일하느라 면회 올 시간이 없나 보다. 고맙고 미안하다. 걱정 마, 나도 곧 완쾌될 거야.
어느 쪽으로 생각하느냐는 나의 자유요, 선택이다. 하지만 잘못선택하면 그 길이 암에겐 승리를, 내 인생에는 패배를 안기는 길이다. 이걸 알면서 마음은 늘 왔다 갔다 한다.
고민 없는 사람도 있나?
오랜만에 이 박사를 찾았다. 그간의 경과도 말씀을 드려야했고 또 회사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한직으로 발령이 났다. 걱정은 했지만 마강 발령을 받고 보니 영 기분이 착잡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이렇게 대접하는 게 아닌데,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 박사의 말은 언제나 간단명료했다.
“당신이 건강한 때를 생각해보라, 어느 순간에도 고민과 걱정거리 없던 때가 있었던가, 물론 지금 암이라는 큰 걱적거리를 안고 있으니 마음이 더 무겁고 복잡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고민거리없는 사람은 없다. 세상살이 자체가 번민이요, 고민이다.”
문제는 앓아누운 환자에겐 이런 고민이 증가, 증폭한다는 사실이다. 건강하게 돌아다닐 땐 그 정도쯤 고민거리가 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문제다. 별것 아닌 일로 끙끙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웃을 수도 있다. 그렇다 크게 웃어보자, 생각할수록 어이없다. 어이없는 웃음은 대단한 치유력을 발휘한다. 웃고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한 일로 신경을 쓰고 며칠 잠도 못 잔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앓아누운 환자는 작은 걱정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건강할 때는 웃어넘길 수 있는 일도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특히 부정적인 일에는 그런 경향이 더하다.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얼굴이 많이 상했네, 잘 먹어! 잘 먹어야 암과 싸울 힘이 생기지.” 그 녀석 아니고도 이런 말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녀석의 충고는 다르다. 평소 내게 질투를 느껴온 녀석이라 속으로 고소한 생각이 들지 모른다. 괘씸한 녀석, 화가 치민다. 옆에 있으면 당장 한 대 갈기고 싶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니 분통 터질 일이 한둘이 아니다. 잠도 안 오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한데 이 많은 생각들이 왜 하나같이 걱정거리고 고민거리냐 말이다. 이것들이 귀신같이 달라붙어 괴롭히고 있으니 치료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마음을 밝게 긍적적으로 가지라는데! 온통 검은 마음들뿐이다. 이래서야 시상하부 기능들이 제대로 돌아갈 리도 없다.
더 이상 이렇게 갈 수 없다.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 실타래처럼 얽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하나씩 해결하도록 하자. 고민의 실체를 정확히 보자, 어쩌면 그건 처음부터 고민거리가 될 수도 없는 게 뻥튀기가 되어 마치 괴물처럼 내 마음을 덮치고 있었던 것이다.
책상 정리를 생각해보자, 한 번에 다할 생각을 하지 말자, 우선 책상에 널린 책부터 정리해보자. 100퍼센트가 아니라 30퍼센트만 치워놓아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음속의 검은 구름도 하나씩 따져보면 별것 아니다. 어느 노련한 정신분석의가 한 말이 생각난다. -246-
“불안이 없어질 때는 불안이 현실로 될 때다.”
실제도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간 암이 아니라 고민 때문에 죽을 것이다. 아프면 약해지고 불안은 용케 그 속을 파고든다. 다 풀려고 생각하지 마라, 우선 한 30퍼센트만 풀어놓아도 한결 가벼워진다. 누워 잠이 안 오면 누구나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다. 그중엔 좋은 것도 많지만 아파 누울 때는 불행히 고민거리만 생각난다는 게 다른 점이다.
암을 앓으면 철학자가 된다.
이 박사가 그린 문인화에는 참 재미있는 글귀가 많다. 철학적이면서 교훈적인 내용이어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사랑을 잃고 나면 시인이 되고 암을 앓고 나면 철학자가 된다.’
이것도 그가 한 말이다. 그는 암을 앓고 난 사람은 인생에 깊은 내공이 쌓여 산 같은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암을 앓으면 아무래도 행동이 제한된다. 자연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암이라는 죽음을 직면한 사람의 생각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생각과 같을 수 없다. 지금껏 살아온 생각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생각과 같은 수 없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생각이다. 괴로운 고민도 있고 걱정도 많을 것이다.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마냥 그 가시방석에 앉아 뭉개지는 않는다. 인간이 그렇게 미련하지는 않다. 그 잠 못이루는 형극의 틀을 넘어 彼岸(피안)의 세계로 든다.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철학자가 된다. 철학이 별 건가, 자기 머리로 자기 인생을 생각하는 게 곧 철학이다. 인생을 보다 아름답고 의미 있게 잘살려고 하는 생각이 곧 철학이다. 어쩌면 이게 암투병 생활에서 얻는 귀중한 축복일지 모른다.
바쁜 일상에서는 이런 생각을 해볼 여유가 없다. 하루를 쫓겨 사는 형편에 무슨 인생 타령이랴, 흐르는 세월의 물결에 잠기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바쁘게 달려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긴급상황이다. 우물쭈물 하다간 세월에 잡힌다. 언제 우리가 차분히 서서 자기 인생을 바라본적이 있던가, 내가 사는 모습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안 보길 다행이다. 오직 ‘산다’는 데 쫓겨 허우적대는 내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자기 사는 모습을 보기가 두려워서였을까. 우리는 마냥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다.
끝없는 인생 여정을! 어디까지, 언제까지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이 길은 영원의 길처럼 생각해왔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알고 있으면서 짐짓 한 그런 척하고 숨 가쁘게 달려오지 않았던가.
암! 덜컹, 숨을 멈추고 서야 한다. 첫 경험이다. 무엇보다 두렵다. 죽은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충격, 공포, 불안, 회의, 고통, 통증----, 이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그리고 넘긴 후에도 암 체험은 우리를 깊은 사색의 숲으로 밀어 넣는다. 무엇보다 인생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다. 인생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고 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충격이기도 하면서 내 인생에 큰 변화의 전기가 시작된다.
남은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물음이다. 그러나 해야 할 질문이요, 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것은 내 삶에 대한 의무이자 사명이다. 암을 앓으면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철학가가 되어간다. 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신체적 상처와 손실을 가져다준다. 정신적 상처도 물론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준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후 우리 인생은 완전히 달라 질 것이다.
비음과 버림
우리는 태어난 이래 오늘까지 오직 채우는 데만 여념이 없었다. 큰 창고는 지어놓고 여길 채우려고 전력투구했다. 문제는 이 창고다. 마술을 부리는지 채울수록 자꾸 더 커진다. 채울수록 모자란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채우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궁할 때는 몹쓸 짓도 했다. 꺼림칙하다, 전화라도 오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잠도 없다. 도대체 숨 돌릴 여유도 없는 강행군이다.
몸에서는 비상사태라고 계속 경고가 울리는데도 창고 태우기에만 바쁜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어쩌가 들려도 무시한다. 이것 끝내놓고 먹지, 이것까지 하고 쉬지, 자지----, 생명의 아우성마저 무시한채 강행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암, 청천벽력이다. 이젠 어쩔 수 없다. 편치 않은 휴식을 할 수밖에 없다. 생명의 소리를 듣지 않으니 몸이 말을 듣게 만들 수밖에 없다. 투병 생활은 동적인 나에겐 지옥이었다. 더구나 죽음의 공포까지 엄습하고 보니 처음 얼마 동안은 믿을 수가 없었다. 차츰 정신이 들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무리한 탓이구나, 무리도 보통이 아니다. 살인적인 무리다. 돌연사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이제야 내 창고의 비밀을 터득하게 된다. 채울수록 커진다는 것, 창고를 줄여야겠다. 나누고 베푸는 삶이 시작되었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주면 그만큼 창고는 비워진다. ‘맨손의 새가 자유롭게 난다.’ 이 박사가 그린 문인화에 있는 글이다. -249-
헌 옷가지 하나도 움켜지고 벌벌 떨기만 했다. 그 많은 걸 다 쥐고 가려니 걸음걸이가 가벼울 수 없다. 도둑 걱정에 잠을 잘 수 없다. 담장을 높이고 철조망에 CCTV, 경비원----,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
아! 이게 내 병을 만들었구나, 나는 진심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암을 앞에 두고 무슨 지위며 명예랴, 그 아량한 지방의원 한자리 하려고 온갖 짓을 하고 돌아가닌 나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허영심, 질투, 미움----, 이게 정말 내게 중요한 건가, 생각할 수옥 다 버려야 할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내 병을 만들었구나 나는 몇 번이고 무릎을 쳤다.
버리고 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비움과 버림, 그게 내 마음을 이렇게 풍요롭게 만드는 줄 몰랐다. 나는 지금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산속 작은 오두막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위암도 완쾌다!
진실은 언제나 통한다.
보기 드문 테너의 탄생으로 유럽 오페라계가 술렁이고 있었다. 주인공은 배재철, 한국인으로선 드물게 리리코 음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세기의 테너였다. 연기가 치솟아 일본에서도 출연 요청이 왔다. 바쁜 스케줄에도 일본을 찾았으나 극장 주인부터 냉대였다. 겨우 섭외한 게 한국이냐고 핀잔이다. 하지만 젊은 매니저는 배재철의 진가를 믿고 있다. 막이 오르자 반신반의했던 일본 청중이 완전 감동해 기립 박수로 열렬히 환호 했다. 그의 인기는 세계 오폐라계를 뒤흔들었다.
아!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갑상선암, 그것도 깊이 침습해 근처조직은 물론 성대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은 끝났지만 그는 성대도 잃고 화려한 목소리도 잃었다. 젊은 아내와 아이의 생계마저 위협을 받게 됐다. 질투 많은 오폐라계의 무대 뒤에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그를 찾아온 건 지난번 일본으로 초청한 젊은 매니저였다. 일본에서 성대 수술 전문가를 찾았다. 그는 자신 없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안 돼도 좋으니 해달라, 당신밖에 없다고 애원했다. 겨우 수술이 시작됐고 음성확인을 위해 국소마취로 진행됐다.
“아 하고 소리를 내보세요.” “아!” 기적같이 옛날 목소리가 되살아 나왔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물론 그의 옛날 목소리는 아니었다. 80퍼센트까지는 회복될 거라고 했다. 그것으로나마 무대에 서야 한다. 그게 그를 아껴준 애호가들에 대한 예의요, 가수로서 지켜야 할 진실이다.
영화《다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서는 진실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누가 시기 질투를 하고 온갖 비방을 하고 돌아다녀도 목소리는 진실을 말한다. 비록 옛날 목소리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해 진실을 토해내면 청중도 공감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는 피를 토하며 재활에 전심전력을 다했다. 일본의 젊은 매니저는 그만하면 됐다고 무대를 열기로 한다. 아직 자신은 없지만 모두들 흥분에 들떠 있었다. 한데 이건 또 무슨 변인가. 횡경막 신경이 마비돼 한쪽 폐가 위축, 길게 소리를 빼낼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흥분은 잠시 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매니저는 그런대로 좋다. 진실은 통한다고 밀어붙인다. 드디어 막이 올랐다. 그는 제일 끝 순서였다. 한데 막상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은다. 하나둘 공연이 진행되고 그의 순서도 다가오고 있는데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스태프도 가족도 몸이 달아오른다. 드디어 마지막 곡이 끝날 무렵 초췌한 모습으로 그가 무대 뒤에 나타난다. 사람들이 퇴장하기 시작한다. 스태프들이 그의 둥장을 알리면서 말려봤지만 허사였다. 무대 불도 꺼졌다. 그는 아니가 정성껏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선다. 조명도 오케스트라도 없는 텅 빈 수대, 하지만 그는 목청을 가다듬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 시작한다. 조용하면서 장중한 목소리였다. 1절이 끝나고 2절을 부르는데 그만 목소리가 막히고 만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조용한 합창이 하늘에서 그의 노래를 이어간다. 무대 불이 켜지고 떠났던 오케스트라가 다시 돌아오고 그의 목소리도 새로 살아났다. 하늘에서 들려온 합창은 객석의 청중이 불렀던 것이다. 끝나자 우레와 같은 기립 박수가 터진다. 이 장면에서 누구 하나 울지 않는 사람이 없는,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였다.
암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 이야기를 한 이유가 여기 있다. 진실은 통한다는 것이다. 배재철은 비록 전성기와는 다르지만 지금도 상한 목소리로 청중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제 그는 최상의 테너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아는 청중은 그의 진실한 자세에 감동하는 것이다. 그는 내게도 좋은 힐링 선물을 안겨주었다. 감동의 눈물만큼 암에 좋은 묘약은 없다.
이튿날 그가 직접 무대에 섰다. 사연을 아는 청중이 열렬한 박수로 맞이했다. 여느 음악회와는 전혀 다른, 처음부터 감동의 무대였다. 열 곡은 족히 불렀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부른 <아리랑>은 한 많은 그의 정서와 함께 온 무대를 눈물로 적셔놓았다. 끝으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 영화 장면이 생각나서인지 청중은 모두 아슬아슬 가슴을 조여야 했다.
무사히 끝났다. 안도의 숨과 함께 열렬한 박수, 그리고 등장한 일본의 젊은 매니저, 그들의 뜨거운 우정에도 감동과 환호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밤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울기만 하느라 노래도 잘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위대함을 발견하다.
표준 치료가 끝날 즈음 환자들의 몰골은 형편없이 망가진다. 이때는 대개 외부 사람들과 접촉을 피한다. 머리카락이 빠진 수척한 얼굴은 누가 봐도 고약한 만성병을 앓다 나은 사람이다. 암 환자는 치료 전에도 얼굴에 나타난다. 의사들은 ‘cancer face’라고 부른다. 얼굴만 봐도 그 독특한 색조의 변화 등으로 진단이 붙는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든다는 게 노련한 의사들의 視診(시진)이다.
표준 치료가 시작된다. 하루가 다르게 환자들은 수척해진다. 이럴 때 받는 환자들의 고통,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표준 피료는 어느 걸 받아도 하나같이 힘들다. 오심, 구토, 통증에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온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공포로 치를 떤다. 이 고통이 너무 심해 잠시 치료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아주 중단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치의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의사의 고집대로 진료를 끝낸다.
긴 숨이 절로 나온다. 한데 환자몰골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그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참 신기하다, 치료 도중에 보였던 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게 인간이 가진 위대한 복원력이다. 상처가 났는데 별다른 치료 없이 그대로 두어도 절로 낫는다.
나중엔 상처 자국도 없이 깨끗이 원상복구된다.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치유력의 위대한 힘이다.
참으로 힘겹고 고통스런 시련이다. 죽음과의 死鬪(사투)만큼 치열한 싸움이 어디 있을까. 암과 싸우지 말라고 충고한 원로 의사가 있긴 하지만 이게 싸움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좌절하거나 포기하면 그로서 삶이 끝날 수도 있는 치열한 싸움이다. 그것을 이겨냈다. 위대한 승리의 쟁취다.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 승리한 것보다 더 귀중한게 또 있을까. 병을 앓기 전이라고 인생이 무사 평탄할 수 없는 법, 크고 작은 시련이 파도처럼 닥쳐왔다. 때론 약해지기도 했다. 그만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생각할수록 참으로 험하고 힘든 삶을 살아온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이나 고통도 암과의 사투에 비할 순 없다. 돌이켜 생각하니 지난날의 크고 작은 갈등이나 고민은 참으로 하찮은 것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앞으로 다가올 것도 무엇이 다를까, 이런 생각이 드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 암과의 싸움, 참으로 힘든 체험이지만 소중하고 값진 체험이다.
고약한 생활습관이 사라지다
술, 담배, 비만, 아직 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긴급 과제들이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결심한다. 새해 소원이나 맹세도 어디 한두 번인가. 해야하는줄 알지만 실천이 안 된다. 모든 게 작심삼일, 그만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곤 옛날 버릇대로 돌아간다. 사회적으로 제법 성공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맨손으로 이만큼 일구었으면 운도 좋았지만 노력도 열심히 한 결과라고 자평한다. 인간관계도 좋다. 특별히 나를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가족관계도 원만하다. 남매도 잘 가라 모두 제 힘으로 취업했고 한 번도 애먹인 적이 없다.
딱 한 가지, 내 건강에 관한 실천이 문제다. 아이들도 그렇고 마누라도 은근히 걱정하는 줄 뻔히 알면서 이게 안 된다. 운동이라야 겨우 손님한테 끌려나가 한달에 한두 번 골프를 치는 게 고작이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아닌데 건강에 좋다는 것만은 도대체 ‘계속’이 안 된다, 온갖 운동기구, 회원권이 방 한가득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검진에서 위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암은 느슨한 생활습관에서 온다는데 나야말로 강력한 후보자였다.
처음 얼마간 항암제를 써 크기를 줄여야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힘든 과정이었다. 병원에서 가끔 만나는 다른 환자들은 잘 견디는 것 같은데 내 경우는 달랐다. 부작용도 너무 심각했다. 그래도 잘 견뎌냈다. 한데 끝이 없다. 처음 2~3개월 하던 게 자꾸 길어진다. 그럴수록 더 힘들어진다. 암 덩어리가 제법 큰 모양이다. 주치의는 아무래도 위를 절단해야겠다고 한다. 전문가 판단이 그렇다면 따라야지, 수술은 간단히 끝났다. 아랫부분을 반은 더 잘라낸 모양이었다. 수술 뒤 마무리가 만만치 않다. 굶은 지 며칠 됐는데도 먹일 생각조차 않는다.
아픈데를 잘라냈으면 아프기라도 덜해야 할 텐데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수술이 잘못됐나? 재수술하자는 소리를 안 듣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말을 쉽게 했지만 여기까지가 내겐 죽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죽지는 않을 모양이다. 안심이 되었다. 한데 예방으로 맞아야 한다는 항암제가 죽을 맛이었다. 이윽고 퇴원, 체중을 달아보니 98킬로그램에서 85킬로그램이 됐다. 몸이 가볍고 날씬해졌다. 그뿐인가, 그간 술, 담배를 생각조차 안 났던 게 나로선 신기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암 공포 때문에 감히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덕분에 비만 술, 담재의 3대 고질병이 흔적없이 사라졌다. 고맙다, 무섭고 아팠던 게 공짜가 아니었다. 암을 앓은 선물이다.
인간력을 기른다는 것
인간력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이 말을 썼느냐 하면 내가 쓰고자 하는 일을 달리 표현할 적절한 말이 없어서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력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선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 무엇보다 가치관이 올바르고 반듯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랑, 우정, 평화, 정의, 정직 등은 만고불변의 핵심적 가치관core value이다. 인간이 무슨 일을 하든 핵심적 가치관을 벗어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이건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관이다. 그러나 이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상당한 용기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 힘이 있어야 한다. 이게 인간력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답게 살자는 것이다. 요즘 하도 세상이 혼란스러워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다닌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외면하거나 올바른 가치관에 어긋난 짓을 하면 당장 양심에 가책이 온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어서 즉각적인 양심의 가책 반응이 온다. 이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이보다 더한 스트레스도 없다. 인간 최고의 사령부 전두전야가 편할 수 없다. 괴로운 파장이 계속 시상하부를 괴롭히고 여기에 부담이 가면 결국 면역 체계가 무너진다.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뉴스를 지켜보노라면 끔찍한 사건들이 시야를 더럽힌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찌 저럴 수가 ,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생활, 이게 건강에 이르는 길이다.
그리고 암은 인간력을 키우는 데 큰 공헌을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인간력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꾸준히 커가는 것이 아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대나무 마디처럼 하룻밤에 쑥 자라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심각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의 인간력이 말을 한다.
암으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한 인간으로서 부딧쳐야 한다. 주위의 도움도 받겠지만 자기의 병과 대하는 건 결국 자기다. 사회적 지위나 부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백만장자도 암 앞에서는 한 인간일 뿐이다. 누구도 대신 앓아줄 사람은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사방이 막혀 있어도 하늘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을 , 위를 보라, 태양을 향해 달려라, 암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순 없다. 그러나 암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자기 컨트롤이다. 그게 인간력이다.
색스교수 이야기
얼마전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다. 뉴욕대학교 신경학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10년 전 아주 드문, 눈에 생기는 악성 암을 앓다가 결국 실명했다. 하지만 암도 그의 연구열을 꺾진 못했다. 책을 몇 권 쓰고 자서전도 쓰며 행복하고 충실한 나날을 보냈다.
9년이 지난 어느 날 아주 드물게 안구 암이 간에 전이돼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80세까지 건강하세 지낼 수 있었던 점이 행운이요,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처럼 열심히, 가장 멋지게, 화려하게 생산적으로 살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진지하게 다가왔다고 해싸. 글도 계속 쓰고 짧은 여행도 다녀왔다. 그는 사랑을 받았다. 사랑을 했다.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회와 동떨어져 자기 생활만 한 건 아니다. 중동 문제, 지구 온난화, 불평등의 문제를 고민했다. 누구나 죽으면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은 없다. 죽는 날까지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우주에 태어난 걸 감사하며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2015년8월30일 생을 마쳤다.
에필로그
삶의 목표를 정하라
인생의 목적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이건 철학적인 숙제다. 그래서일까, 누구도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정의 내리지 못했다. 내가 여기서 에필로그를 대신해 이야기하려는 건 인생의 목표다. 조금 큰 이상적이고 원대한 목표라도 좋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방향으로 가도록 온 힘을 쏟게 된다. 물론 그 목표는 개인의 만족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저차원은 아니다. 인류 사회의 복지를 위한 건전한 목표여야 한다.
나는 수년 전부터 건강 강의는 물론이고 건강 관련 서적에서도 건전한 인생의 목표 선정이 건강에 무엇보다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해왔다. 이건 순전히 내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내 인생의 목표는 인류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내 한 몸을 바치겠다는 것이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국가가 국력을 동원해도 잘 안 되는 일이다. 그걸 한 개인인 내가 하겠다는 건 망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의사로서, 사회정신과를 공부한 전문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험난한 목표를 향햐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내 삶을 돌아보면 안다. 난 지금도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강연, 원고, 독서, 상담, 회의, 출장 등 참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휴일도, 휴가도 없는 강행군이다. 그런데도 별 탈이 없다.
내가 인생의 목표를 정한 건 제법 나이가 든 50세 전후였다. 그날이후 감기 몸살 한 번 앓은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챙기면서 내가 건강해야 한다. 내 삶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파도 안되고 늙어서도, 죽어서도 안 된다. 또 그럴 여유도 내겐 없다.
난 이 점을 사람들에게 강조한다. 자랑 같지만 이건 사실이다. 그래야 건강하다는게 내 경험이다. 한데 참으로 놀랍게도 최근 면역이나 유전에 관한 보고서를 읽노라면 삶의 목표 설정이 우리 건강에 필수라는 사실을 여러 학자들이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래야 할 의학적 논거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건전한 목표가 설정되면 뇌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유전자까지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를 유전자의 ‘자동유도장치’라 부른다. 설정된 목표를 향해 유전자가 그 방향으로 작동해나간다는 말이다. 나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지식을 최신 의학이 증명해낸 것이다. 거창한 인생의 목적이나 철학적 사색의 결론이 나니다. 삶의 궁극적 의미를 생각하노라면 절로 해답이 나온다. 늙은 개가 뒤뜰 헛간에서 죽어가듯 내 인생 또한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태어난 것도 내 선택이 아니요, 언제 죽을지도 내 선택이 아닌 운명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이상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가야 할 것이 아닌가. -263-
이야기가 어렵게 흘러간 것 같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건강하고 장수하려면 스스로가 정한 높고 숭고한 목표를 향해 그 길로 매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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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청난 내공을 갖고 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