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요, 그래도 어디 말처럼 됩니까? 목사님들이 잘못을 하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는
교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아저씨 핍박받고 파란만장한 얘기 좀 해 줄랍니까?”
“내가 교회 나가게 된 동기를 얘기 다 하려면 길어, 김 계장 근무해야 하지 않겠어.”
“사무실 안에 있는 것보다 여기 경비실에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요. 잠도 안 오게 되고
전화기와 무전기 다 여기 갖고 있지 않아요.”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이지만 이사한 짐을 정리하는지 불이 켜져 있는 세대들이 눈에 보인다.
영구와 김계장의 얘기는 계속되고 있다.
“내가 교회에 나간 지가 어언 40년이 넘었어, 내 나이 23살 당시에는 어머니와 바로 밑에
여동생이 집에서 4KM쯤 떨어진 곳에 다니고 있었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네. 밤이나
낮이나 친구들하고 어울려 술집에서 살다시피 했었네. 나에게 찾아온 위장장애가 아마도
위염인 것 같았어. 의사가 술 먹지 말라, 술 마시면 죽는다는 말에 생명에 애착심을 느낀
나머지 오직 술을 끊겠다는 일념 하나로 술을 끊기 위해 교회에 첫발을 디뎠지.
술을 끊어야겠다고 마음속에 다짐했지만 나에게 술 끊기란 어린아이가 초콜릿 먹으면
이 썩는다고 해서 안 먹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네.”
“그때는 주로 무슨 술이었습니까?”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계장이 무슨 술을 주로 마셨느냐고 물었다.
“그때는 주로 막걸리였어, 소주도 마시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막걸리를 많이 마셨어,
당시만 해도 병원에 잘 안 가는 문화라 할까, 아니 당시의 처해 있는 형편 때문이지.
지금이야 삶의 질이 높아졌으며 경제가 좋아져서 감기만 걸려도 병원에 가지만,
그때는 그저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무슨 나무뿌리가 좋다. 무슨 풀이 좋다
식으로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간요법 치료밖에는 없었다네. 애먼 우리 어머니만 나 때문에
맘 졸이고 살았어. 사람들이 좋다 하는 조약 만드느라 힘들고 바쁘게 했다네.”
영구가 쉬지 않고 옛날에 술 마시던 얘기를 했다. 얘기가 길어지고 있었지만 김계장은
흥미롭게 듣고만 있었다.
“당시에는 의료보험 제도도 없고 병원이 있는 시내까지는 60~70리 길이라서, 기차를
타고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네. 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차를 타기 위해서는 새벽에 타고
가서 진료를 받고, 또 학생들이 타는 일명 통학차를 타고 와야 했었네.”
“아저씨는 고향이 어디입니까?”
“응, 순천을 아는가? 순천이네.”
“진주에서 자가용으로 가면 한 시간 남짓 걸리잖아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순천 가서 인물자랑마라, 벌교 가서 주먹자랑마라, 이런 소리 말입니다.”
다시 영구가 처음 교회에 나가던 때의 얘기는 길게 이어진다.
“그때는 병원 한 번 가려면 하루 품을 꼬박 들여야 했고 살기 어려운 때라서 병원비라는
돈이 궁해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네. 그렇지만 술은 마시러 다녔지,
그때는 주막이라고 했어. 술집이라 말하기도 어울리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고 대개가
남편이 없는 여자들이 장터 면소재지로 나가는 어귀마다 재래 부엌에 깊은 물동이 같은
곳에 탁주를 담아 놓고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노란 양은 주전자에 담아 왔다네.
부엌 바닥에서 한 사발씩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 된장에 풋고추를 찍어 와다닥 씹어 먹으면서
입 싹 닦고 나오면 한 대포 하고 왔다고 말하고 했었어. 술을 마실 친구가 몇 명이 되고 술을
좀 많이 마실 것 같으면 주인이 거처하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마셨네.
주막집 주인이 술동이에 바가지로 술 퍼 담는 소리가 달그닥거려야 비로소 술이 다
떨어진 줄 알고 자리를 일어섰었다니깐, 바로 이런 재미로 해선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들하고 나가면 밥은 챙겨 먹기는 어려운 일이고 날마다 막걸리만 마시고 다니므로
위장병을 얻은 거여.”
김영수 계장이 영구의 얘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뱃속에 소화기능이 점점 약해지니 가끔씩 보름이고 스무날이고 밥은 고사하고 죽 먹기도
힘들 때도 있었다니깐, 그러면서도 술 끊어야겠다고 다짐하면 작심삼일이었어. 다시 또
친구들하고 어울려 다니다 보면 친구들이 술 마시는 것만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 모금 입만 적시리라 하다가 어느새 한 잔을 들이키면 뱃속이 쓰라렸다네.”
김계장이 영구의 얘기를 끊었다.
“아저씨, 술을 끊어야지요.”
“그러다 한잔 더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술기운 때문인지 뱃속이 거북하고 통증 같은 건
딱 가시고 했다니깐.”
“아저씨, 완전히 알코올 중독이 되신 것 아닙니까?”
“맞아, 알코올 중독이 된 거야, 이런 식으로 일주일 한 달 내내 술에 취해 있는 동안에는
술기운으로 통증도 느끼지 못하지만, 다음 날 아침 되면 뱃속이 쓰리면서 가스가 차오르는 거야,
거북스런 배를 문지르면서 오늘은 술 안 마시리라, 오늘은 집 밖에를 안 나가리라,
다짐해 보지만 막상 밤이 되면 잠은 오지 않고 눈동자는 생동생동해지는 거였어. 좀이
쑤셔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안 나가고는 못 참는다네.”
영구는 김영수계장이 재미없어 자기 얘기가 지루하지나 않을까 싶었다.
영구가 계속 얘기를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어이 김계장, 내 얘기가 재미없지 다른 얘기를 할까?”
“아니어요. 아저씨 계속해요. 재미있습니다. 저가 사람들의 간증 듣기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아저씨 얘기를 들으니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된 동기를 설명을 계속하겠네.”
영구가 술을 끊기 위해서 처음 교회에 나가던 얘기가 다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