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지원청에서 근무할 떄가 2003년 8월까지였으니 20년 전이다. 그 무렵 퇴근길이나 숙직하고 나서 오르곤 하던 곳이 이곳 어등산이었다. 송산유원지에 차를 두고 바쁘면 석봉까지만 여유있으면 장수정(아래 장수마을 사람들이 숲속에 나무 사이에 대나무를 깔아 만든 정자)까지 다녀왔었다. 수완에 살때는 가끔 광주여대 쪽에서 바보와 함께 걷기도 했지만 풍암동쪽으로 옮기고 나선 어등산 오를 기회가 앖었다.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바보는 토요일 오후에 이사회를 한다고 보성에 간다. 값이 오른 소머리국밥을 먹고 75번과 38번 버스를 갈아타고 송산유원지로 간다. 등산로는 종점 이전인데 나 혼자 남았다가 종점까지 가 다시 한정거장 걸어온다. 숲으로 접어드니 상쾌하다. 어제 장독대에서 마신 술이 금방 땀으로 나온다. 능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불며 눈앞에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송산유원지 섬은 조용하다. 불갑산이 가깝고 용진산 두 봉우리와 장성 담양의 불태산 병풍산 줄기도 성벽처럼 든든하다. 본량 들판 노란 벼들이 익어가고 있다. 햇볕이 따가웠던 등산로는 이제 단풍나무와 시누대 터널을 이뤘다. 20년만이니 강산도 변했다. 긴 계단을 오르는데 부녀가 내려오다 딸의 신발끈을 정성껏 매주고 있다. 가끔 배낭을 매고 내려오는 등산객을 만난다. 석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정표를 만나는데 의병전적지 0.2km표지가 보인다. 내려가 본다. 100미터 남짓 정도다. 안내판이 서 있고 막혀가는 토굴 앞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한말 의병장 김태원 장군이 진을 치고 항일유격전을 벌인 곳이라 한다. 형종이 정휴가 서석고를 다닐 때 가끔 광주에 놀러 온 난 농성공원에서 죽봉 김태원장군의 동상을 보았다. 나중에 호남의병관련 성재 기우만 선생 등의 글을 읽어보니 그 분이 김준이다. 문장과 학식이 뛰어난 선비 출신의 의병장이다. 토굴은 흙을 더 걷어내고 복원했으면 좋겠다. 다시 ㄱ리을 올라가 등룡정을 지나 석봉에 선다. 무등산 앞으로 시내의 아파트들이 하얗다. 나죾 쪽까지 황금벌판이 이어지고 월출산은 소나무 사이로 멀다. 지리산의 반야봉도 보인다. 5시 외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시간 여유가 있다. 광주여대까지 가지 않고 기억 속의 장수정을 찾아가 본다. 정자는 흔적도 없다. 삼거리에 풍락정이라는 바람을 즐기라는 정자가 하나 제대로 섰다. 부지런히 석봉으로 돌아와 등룡정에서 보문고 쪽으로 길을 잡는다. 처음 가본 길인데 생각보다 멀다. 골프장이 있어 철망 울타리곁을 지난다. 작은 저수지를 지나 보문고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송정공원역 정류장에 내려 19번을 갈아타고 상무지구 입구에서 1번을 타고 집에 오니 4시 10분이 넘는다. 후다닥 씻고 돈을 찾아 택시를 탄다. 다행이 늦지 않고 식장에 도착해 오랜만에 외사촌들을 만난다. 주례는 신부의 고모부인 김선홍 전국장이다. 날 반기는데 인사만 드리고 소주 반병에 작은 맥주 한병 마시고 버스 타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