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먹다남긴 누룽지숭늉 을 찌게대신 뎁혀서
이적지 만들어논 무말랭이와 고춧잎무침은 아끼려고 놓아두고.
무수멀국지 달랑 한 가지로
때늦은 점심을 대충 떼우려고 차려논 쟁반을 들고 내가다 말고.
주방 바깥으로 나가 보았다.
아직도 홀 난롯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길똥씨와 후배된다는.양복쟁이신사.
간간이 들리는 그의 말투는 도시적으로 세련된 단어들을 구사하는게.
우리처럼 선창에서 막일로 몸을 부려 돈을 버느니.
말만 많이 해서 먹고 사는 업을 하나보다! 했다.
그 사람과 길똥씨는 뭔 할이야기가
그리많은지..
그 는 쉬이 갈 기색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사람이 가도록 기다리다가는 행여 따끈하게 뎁혀논 숭늉이 다 식어버릴것만 같은 조급증에
손님을 향해 물었다.
"저기요...우리랑 점심식사 하실래요?"
그러자 그이는 기다렸다는듯이.
" 밥 맥여 주시면 고맙지요..."
나는 부리나케 까스불을 켜고 냄비에 돼지고기를 넣고 김치찌게를 했다.
호박.토란대나물붂은 것도 구절구절 넣고 들기름도 넣고 푸욱 끓였더니 구수하고
멀국 진한 김치찌게가 되었다.
오전내내 주방에서 장만한 무말랭이고추잎무침과
들기름과 고추장.갓볶은 참깨를 넣어 새로무친 매실장아치도
앙징맞은 접시에 담아놨고
전어와 광어를 찢어무친 젓갈반찬도 놓았다.
처음 차렸단 거지같은 밥상이 왕의 수라상 처럼 변덕을 부린것이다.
왜?
왜?라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
나는 그냥 내맘 꼴리는 대로 밥상을 차리니까...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에 길똥씨와 그의 손님은 군침을 흘리며 다가와서
"우와~ 김치찌게 냄새 죽인다아~"환호하며 밥상에 앉아 젓가락를 들고서
어린아이처럼 젓가락을 세워 밥상을 콩콩찧며
엄마가 밥퍼 주기를 기다리듯 했다.
남편은 물론 쌀밥이지만 손님식성은 어떤지 몰라
"쌀밥드릴까요?보리밥 드실래요?"
라고.물었더니.
보리밥 먹으면 방구나와서 질색이니 쌀밥을 달라고 했다.
그렇지! 방구는 사회적 체면의 적이지!..하며.
나는 두 남자에게는 이미 퍼 담아있는 손님용 평면의 쌀밥공기를 건네고
내밥은.도자기 사발에 시커믄 잡곡밥을 봉분형으로 수북히
꾹꾹 눌러 퍼담아 앉았더니.
남편의 손님남자는 내 밥과 자기들 두 남자의 밥그릇에 양과 질적으로
비교되는 여러가지
깊은 의문점에 대하여 잠시 골똘한 표정이었다.
이를테면.
그남자의 젓가락질 속에 깃든 심오한 떨림을 내맘대로 해석해 보건데.
<이집안의 가세가 기울어뵈는 까닭은?
남자보다 여자가 밥을 더 많이 먹어서?
요상하게 꼬여가는 이집안의 명랑한 기류는?
저 여자의 수북한 시커먼 보리밥 사발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것이 과연 이집안의
가세가 기울지않게하려는 발악인가??
나는.내가 해준 밥을 먹는 사람의 번민을 그만하게 도와주야할
사명을 느낌과 동시에
그에게 단호히 말을 했다.
"난요! 원래가 우리집에서 밥을 젤 많이 먹어요!
나는 그런 여자예요!!"
그러자 그는 뭐가 그럴것 같다는것인지.
"예! 그런것 같아요.일을 많이 하려면 맙을 많이 먹어야죠."라고. 말했다.
난 속으로.
<그려이놈아! 나는 일벌래라 밥이 장정이다!어쩔래?> 그랬다,
이제사 말고 마주앉은 그를 자세히 보니 단아한 얼굴생김과 매끈한 입성이
참 매력적이었다.
짠물에 뗏국절은 작업복을 입은 길똥씨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반짝거리는 이유를 물괴기 계산하듯 셈을 해보니.
쥐똥색 양복에 진주색 펄 낵타이를 세련되게 모가지에 둘러맸다.
하필이면 칙칙한 길똥씨옆에서 매력적이기까지 하면서 빛나는 그는.
"음식이 옛날에 울엄마가 해준 반찬 같아요.아구루,,,너무 맛있어요.."
라며.밥 한공기를 그야말로 게눈감추듯 후딱 먹어치웠다.
길똥씨가 여분으로 놓아준 밥 한공기를 그에게 내밀자 그가 사양도 않고서
널름 받아 들자.뭔지랄 하니라고. 자기도 이제사 점심인 주제에.
남보기가 측은한듯.
"아요! 이적지 점심밥도 안먹었었능가만?"했다.
그러자 남편의 후배되는 손님은.
.
"그럼요! 일하러 댕기다보면 점심을 놓치기가 한두번이 아니요.
오늘도 여기에서 안먹었으면 점심 못먹는걸요." 라며.
그동안 못먹고 놓쳐버린
수두룩한 점심끼니를 못내 아쉬워 하는 표정이 참 안됐다는
측은지심이 별쓸데없이 들었지만.
사람이 굶고 살았다는데.그런생각 안 하니보다는 인간적으로 나으리라..
나는. 그를 바라보며 한 가지 특별난 제안을 했는데.
"내가요! 만일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면.....
<잃어버린 나의 점심밥들을 위하여 >라는 제목의 글을 써줄께요..
그래서 그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을 막 벌면
그 돈 으로 당신의 잃어버린 즘심밥들을 모조리 찾아줄꺼예요!
그러자 그는 밥을 먹다말고 멍~하니 나를 존경스러운듯 바라보았고.
길똥씨는 그를 보며.
"우리 집사람이...위트가 좀 있어서 그러니 자네가 이해하게나..."
했다.
길똥씨의 자세한 설명이 없어도 이해심 깊어뵈는 그는
한없이 다정스럽고 계속!나를 존경하고 싶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더 마주보고 앉아있다가는 남편의 이해심넓은 손님에게
나...애인없다고!...
형편 안 맞는 고백나올까봐
그나마 내 밥그릇도 다 비웠고. 벌떡 일어나려 엉덩이를 들썩이는 순간.
밥상머리의 아주 쓸데없는 보이스가 뿡뿌루부앙!
하며. 내엉덩이와 의자사이에서 연쇄적으로 터져나왔다.
맑은 대낮에 하늘에서 별똥불이 하필이면 재수없게
내 얼굴에 떨어져 불이 번쩍 나버릴게 뭐람? 하며.
황급히 뛰쳐를 가는데 탄력을 받은 엉덩이의 가죽피리가 계속 붕붕거리며
주방까지 좇아와 멈추었다
밥을 먹던 두남자들의 실소가 내귀를 게 난도를 하쟎는가.
나는 조리대에 언혀진. 물기 젖은 칼도마에 아랑곳 하지않고
드라마틱하게 엎어진채.몸부림을 치면서 말이지....
지난 여름에 불현듯 산장 마루에 올라와 퉁퉁 뛰던 요상하게 생긴 시퍼런
두꺼비님에게 비노니!!
신령한 악의 힘을 빌어.
시방! 밥상에서.
나의 행실을 두눈두귀로 똑바로 지켜본 저 두남자가!
지금으로 부터 영원히
귀머거리가 되게 해주던지.
방금전 일어났던 사건으로 부터 영원히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해주던지.
아무튼 뭣이던지 해달라고
두손을 모태 허공에 대고 바르르 떨며 간절히! 간절히 기도했다...
써글녀러거..
까짖거!
안되겠으면. 이적지 살던대로 살게 내비두던지........
첫댓글 푸하하하하, 하!....뭐 그런것 가지고 그렇게 까지!....기왕 말 나온김에 날 잡아서 대회를 한번 열어 보시던가!?.....
천하에 마녀님께서 가죽피리 땜시 얼굴을 붉히시다뇨^^
ㅋㅋㅋ 재밌는 꽁트 2편도 이어지나여^^ 그래서 남편의 손님이 맘에 들어서 어쩌실려궁....
마녀님 맴속에 드리워진 이파리를 거두어 내면 딴맘이 품어져 나올려나...
콩트는 콩트일 뿐...
님의 생활속에 드리워진 배경에서 무궁무진 픽션인 듯 논 픽션 인 듯...
재미난 이야그... 맛뵈기만 말고 연재한번 해 보시징^^
글귀가 맛깔스럽게 재미나네요..
읽을 수록 궁굼해지는 글이네요..이어서 계속 연재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