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를 찾아가는 길
정 진 혜
1. 상실
지난해 12월에 정년퇴직을 하였다. 39년 아니 정확히 38년9개월 재직했던 직장을 떠났다. 시간이 지나가면 언젠가는 퇴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였다.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여 유기농 기능사와 도시농업 관리사, 원예치료사 등 몇 개의 국가자격증도 취득하였다. 재취업을 해보려고 준비를 하였다.
퇴직을 얼마쯤 남겨둔 시점에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해하는 나를 발견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이제 일도 없으면 어떻게 살지?’ 하는 걱정과 ‘경제적으로 소득이 줄면 또 어쩌지?’ 지출은 그대로인데 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은 불안으로 가득하였다. 일에 대한 집착과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괴로움을 가중시켰다. 먼저 퇴직한 선배를 만나 조언도 듣고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다.
주변 지인들은 ‘속이 후련하겠다. 축하한다고, 이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즐기면서 살라고’ 부러움의 눈초리를 보낸다. 나도 그리 생각하는데 몸이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 말로는 여지껏 고생했으니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데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고 괜히 좌불안석이다. 내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가슴속이 허해지는 기분이다. 나의 존재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어디 마음을 둘 수가 없다. 퇴직해도 아침이면 어디론가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과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교차하며 나 자신과 수없이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이제는 내려놓은 연습을 해야 한다고,
내가 없어도 직장은 잘 돌아갈 것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어김없이 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움의 상자에 갇혀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본다.
2. 비탄
처음으로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려 시작한 것이 아침 운동이다. 하루만보 걷기를 시작하고 고수부지나 대공원 솔마루길을 아무런 생각없이 걸었다. 그리고 절을 찾았다. 사시예불도 동참하고, 참법기도 동참도 하고 경전도 열심히 읽으며 마음수행도 하고, 마하보디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생사의 장에 참여하여 5박6일 동안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였다. 아직 부족한 나를 찾아 제주도 한달살이 하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제는 오로지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족의 동의를 얻어 떠났다.
제주도에서는 종일 방안에서 멍하니 있기도 하고, 하루 내내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하고, 올레길도 걷어보고, 족욕체험도 하고, 절 투어도 하였다. 또 어떤 날은 법륜스님 법문을 온종일 듣기도 하였다. 스님의 일문일답을 듣고 있으면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들고 아프고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구나!
나의 괴로움은 저 사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는 마음이 아주 조금씩 들기 시작하였다. 3월에는 스님과 교수님의 권유로 마하보디교육원 명상심리대학원 입학도 하였다. 새로운 도반들과 만남도 신선하였고 심리와 명상에 대한 배움도 즐겁고 행복했다. 방학에는 전북 진안 담마코리아에 위빠사나 명상센터에 10일 명상수련도 다녀왔다.
묵언수행과 감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한발 뒤에서 나를 관찰하는 것들에 대하여 배우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대 평생교육원 효원 수필아카데미에서 수필 공부도 하였고, 불교대학 입학하여 교리공부도 하면서 마음수행을 함께 해나갔다. 바쁘게 바쁘게 잡념이 생기지 않게나 자신을 단련시켰다.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3. 애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내가 모든 걸 해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진정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현재 나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자. 이렇게 조금씩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내년 6월에는 산티에고 순례길 800km 계획하고 있다. 40일의 일정으로 새로운 나를 찾아가려고 한다. 진정한 순례자가 걸어간 길을 나도 가보려 한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인 것을 안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나만이 나 자신을 제일 사랑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고 봉사를 하는 것도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의무감이나 당연시되면 결과적으로 보상과 푸념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아직도 습이 남아 불쑥불쑥 생각이나 행동들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시작하고 있다. 실행한 것은 지우고 새로운 것은 기록하며 나를 찾아가는 삶, 나를 사랑하는 삶, 내가 우선되는 그런 삶을 살고자 오늘도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첫댓글 _()()()_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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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나를 사랑하는 삶"
🙏🙏🙏
_(((관세음보살)))_
퇴직은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
10여년전에 남보다 일찍 퇴직하고,
더 일찍 생의 기쁨과 보람을 찾은 그날이 생생합니다.
감사합니다 _(())_
감사합니다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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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큰스님 이 글의 작가 이름이 정진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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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나
한번에 다 알수가 있나마는 살면서 하나 하나씩 배워가고 더 알아가는 인생
참 나를 찾는 것도 진정 자신을 잘 아는 것도
가야 할 길도 해보고 싶은 것도 잘 아는 것도 학창시절에 알거나 하면 좋은데 말이다
우리교육은 그저 넣기 바쁘다 머리에 지식이 홍수처럼 범람하니 기억하기 바쁘다
대상 사물을 쫒기 바쁘고 가지기 위해 올라가기 위해 성적 점수에 매달리며 쳇바퀴돌 듯 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먼저 인간이 되라는 모사상가의 말씀과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더 이해된다
기술 기교 성공 출세 남보다 앞서는 것 일 잘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사람이 되어야 하고 바른 참된 인격을 갖추어야 하지
돈도 물건도 칼도 자기 몸도 에너지도 좋은 곳에 쓸 자세
내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게끔 쓸 마음이 있어야 하지
이기심이 가득하면서 일 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죽음교육도 마찬가지겠지
젊은 시기에 충분히 알게 하고 간접경험을 하게 하여 깨우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말만 그리 하고 조삼모사이다
여기 저기 이것 저것 다 할 필요도 없고
남이 화장실가니 자기도 덩달아 갈 필요도 없다
마음을 고요히 하며 지혜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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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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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