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꼭 만나야 한다는 암시였던지, 주문이었던지, 그런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은 나에게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어떤 힘의 원천과 같은 존재였다.
처음 나우누리 S.E.S. 팬클럽 I.Y.F(I'm Your Fan..그리운 이름이다)에서 부시삽을 하며 욕도 참 많이 먹었고, 어리고 경험미숙인 탓에 실수도 많이 했다..스티커사진기 사준다고 하다가(당시 계산으로 300만원 안팎이었다) 신문에 난적도 있다..그거 주도한 사람이 나였다..--;;
처음 친구 이름을 정하던 자리가 기억이 난다. 그 자리는 내게 있어서 정말 '처음' 주어진, 그들과 가까이에 있을 수 있었던 자리였고, 언제까지고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도 바다언니는 '한없이 맑고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뭐 여러가지 책이름과 알 수 없는 묘한 언어 속에 담긴 어렴풋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바다표 사상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 후로 뭐..나는 거의 3년간. 친구 1기 2기 3기 전국 부회장을 장기 집권적으로 역임하면서, 이런 저런,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욱하는 성질에, 나우누리 연예게시판에서 밤새 지쳐버리도록 치고 받고 싸우기가 일쑤였고(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거 의외로 진짜 힘들다 ㅠㅠ), 방송국 담넘다가 바지 찢어먹은 적도 있고, 숙소 앞에 있다가 경찰아저씨가 조사하러 왔을 때,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30분동안 싸운 적도 있다..--;;
처음 그녀들을 본 HBS방송국, 대기실 드나들기가 너무 쉬웠던, 스타들과 팬들이 같은 로비를 써서, 가까이서 스타를 보려면 HBS로 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의 곳.
저 멀~리에 있는 SBS방송국. 왠지 언제나 추웠던 기억이 있고, 경호원들이 무서웠던 곳.
그녀들을 두번째로 보았던 KBS본관..
그리고 사실 KBS별관과 MBC는 잘 구분 못하겠다--;;
춤추는 애들 틈에 대기실에 껴들어가서, S.E.S. 쪽에는 매니져한테 쫓겨날까봐 못가고 NRG쪽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뻘쭘한 문성훈 군의 인사까지 받았던 삼천리 소극장..
역시 그녀들 마지막까지 보려고 주차장에 서있다가 그당시 인기폭발이었던 OPPA의 유종국군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고 그들의 차까지 같이 걸어갔었던 KMTV..유종국군은 팬들의 아우성 통에 내가 손잡은 걸 눈치 못챘다)
그리고, 잦은 출국과 귀국으로, 한동안 너무나 자주 찾아갔던 김포 국제공항...이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곳은 항상 너무 크고, 쓸쓸했다..아..공항....우리 자주, 1청사인지 2청사인지 몰라서 이리뛰고 저리뛰곤 했다...떠나보내고 아파하고, 또 며칠있다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그리움을 풀고..했던 사념 가득한 공간.
바다언니 유진이 합동 생일파티에서..이제 고3이 됐으니, 수능 만점 받아서 S.E.S. 얘기 인터뷰에서 하기 위해 1년동안 공부하고 돌아오겠다고, 그동안 잊지 말라고 말하며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그러고 결국 1주일인가만에 다시 가서 완전 이미지 폭락했던....--;;)
너무나 많은 기억들이 있다
추한 기억도...
슬픈 기억도...
고마운 기억도...
원망한 기억도...
가장 고마운 것은, 나에게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그들이 아니면 줄 수 없었던 여러가지 형태의 감동을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오래, 그리고 깊이 남는 감동. 오랜 시간 지나 다시 꺼내어 보아도 먼지만 불어내면 그때 그대로 되살아날 만큼 생생한 그 감동들..그들이 없는 나는 감정적으로 훨씬 허하고, 메마르고, 어딘가 비어있고, 어딘가 부족한 상태이지 않을까.
나는 그들에게 영혼의 밥을 얻어먹으며 무럭무럭 자라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출세라면 출세라고 해야할 '친구' 로의 승급이 이루어졌다.
친구로의 승급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게 했다..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여태까지 해왔던 '팬' 이 하는 일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같은 양의 시간이 흘렀고,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어시험때문에 허덕이던 내 친구이자, 자습시간에 시계를 바라보며 '지금쯤 하늘에 있겠구나' 생각하며 그리움에 눈물흘리게 했던 사람. 그 사람의 결정과, 그에 따른 뒷말들이 들려온다..
그 아이와 이중적인 관계에 있는 나는, 역시 이중적인 느낌에, 그 둘의 괴리감에, 붕 뜬 기분이다..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기사를 읽고 바로 전화했는데, 거기에 대한 거 말 한마디 못꺼내고 그냥 어디야? 로 시작해 잘놀아~로 끝냈다.
일단,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아쉽겠다. 하지만 힘내! 라는..응원하고 옆에 있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
그리고...
아쉽고, 서운하고, 잡고 싶고, 말리고 싶은...뭐라도 해서 돌아오도록 설득하고 싶은 이 마음...
돌아와줘요. 미소만으로 내게 행복을 주던 그때의 세 여자로 돌아와줘요. 영원할 거란 내 오랜 믿음을 부서뜨리지 말아요.
라며 전에 흔히 그랬듯 눈물로 호소하고 싶은...너무나도 팬스러운 마음..
전혀 평정을 유지할 수 없는, 멋지고 의연하게 박수치며 보낼 수 만은 없는..준비했고 예감했고, 괜찮을 줄 알았던 일인데..절대 괜찮지 않은 나..
하지만 김유진! 어찌됐건 나는 그녀가 자랑스럽다. 언제나 그랬듯,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그녀가 자랑스럽다. 무슨 운을 타고났는지, 세상에 지한테 태클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주저앉아 나약하게 울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당분간 나는 개인적으로 해체를 인정하지 않고 싶다. --;; 같이 활동을 안하고 있는 것 뿐이지, 해체라니 말도안된다! S.E.S.는 영원히 S.E.S.지...라고..내가 개인적으로 인정 안해서 뭔 변화가 있으랴마는 아무튼, 해체라니, 5년 사귀고 깨지는 기분이 아닌가...그냥, 군대보냈다고 생각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