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뭔지 : 게시판을 보고 써본 낙서 [3] | |
17465| 2008-01-25 | 추천 : 14| 조회 : 268 |
1. 브리즈번 워홀을 비롯해서 호주를 엄청나게 증오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이 엄청 느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진국이라는 거다. 맞다. 느리다. 그렇다고 뭐 아주 느린 건 아니고... 한국에 비해서는 느리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 인터넷 느리다고 무조건 후진국이라고 하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인터넷 빠르다고 무조건 선진국이 아니듯이....
2. 인터넷 뿐만이 아니고 통신 서비스 같은 거 일반적으로 한국보다 후진 건 인정.... 그래도 뭐 전화할 거 다하고... 할 거 다 한다.
3. 자동차 생산이 한국보다 뒤져 있으므로 후진국이라고 하는 것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다. 호주도 자동차 생산 한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도 있고, 수제로 주문생산하는 건 우리나라보다 더 발달한 거 같고... 특히 온 세계 자동차들이 다 있으므로 정비 실력은 꽤 뛰어나다.
4. 일자리가 부족하므로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뭐 그렇게 일자리가 부족한 거 같지는 않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할 의지가 있는데 일을 못하는 사람... 거의 없다. 한국은 오히려 대학을 졸업한 패기있는 젊은이들이 구조적으로 청년실업에 내몰려서 공무원 공부에 열을 올린다고 들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 아닌가? 호주는 그런 수준 아니다.
5. 돈 많이 벌 기회가 없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물론 한국처럼 한방에 대박 터지는 식의 떼돈 벌 기회는 별로 없는 거 같다. 또 단순히 돈 많이 벌 생각하고 호주 온 교민들이 그렇게 많을 거 같지도 않다. 그래도 가끔 대박 터지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는데... 장사하는 교민들 가운데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정도면 대박 터진 거 아닌가?
6. 시드니의 공기가 좋다고 하는 것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도 많은데.... 사실이다. 정말이다. 믿어줘라. 어떤 사람은 한국도 강원도 가면 공기 좋다고 하는데... 시드니를 강원도 같이 첩첩산중 오지에 비교하는 건 좀 그렇다고 본다.
7. 교민들 가운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비아냥거리는 브리즈번 워홀같은 애들도 많은데.... 사실 그렇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그것은 관점의 문제다. 1세대는 어차피 희생을 해야 한다. 1세대가 희생을 하면 1.5세대, 2세대는 행복할 수가 있다.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고 고통이 따르는 것이 맞다. 호주 교민들 대다수는 자녀들을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한다는 주의로 사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8. 호주를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호주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 수준이고.... 한국은 2만 달러라고 알고 있다. 거의 두배 수준이다.
9. 호주는 자원이 많으니까 복지수준이 훌륭하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은 불가능하다고 체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 생각은 그렇지가 않다. 중요한 건 국민 의식 수준이라고 본다. 자원이 많기로는 베네수엘라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선진국은 아니지 않는가? 자원이 많은 것과 선진국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은 별개다. 북유럽, 서유럽의 국가들이 꼭 자원이 많아서 선진복지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일본도 그렇고....
10. 호주는 자원이 많으니까 별 노력을 안해도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원이라는게 그냥 땅 속에 있다고 해서... 그게 당장 돈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 그것을 찾아야 하고, 누군가 장비를 동원하여 캐내야 하고, 누군가 그 것을 팔지 않으면 안된다. 그거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땅 속에 황금이 많다고 해도 인간의 노동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 건 아무 것도 아니다.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이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가해져야 한다. 호주사람들도 고립된 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
11. 호주는 관광객으로 편하게 돈을 벌어먹고 있다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은데...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과연 편한 일인가? 관광자원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이 쉬운 일인가? 수백만명이 사는 도시와 맞닿아 있는 바다를 청정해역으로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왜 경시하는가? 관광객이 놀러왔을 때 그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인프라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게 어떻게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12. 호주는 어학연수생 또는 유학생으로 편하게 돈을 벌어먹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많은데.... 영어권 국가는 호주만 있는게 아니다. 영국, 캐나다, 미국, 필리핀, 뉴질랜드, 남아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가 그들과 경쟁하여 유학생을 끌어들이고 있다면 그만큼 호주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매력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다. 사람이 노력하여 만드는 것이다. 호주사람들도 무지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13. 호주에는 공장이 없다고 욕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 각 국가마다 산업전략이 있다고 본다. 호주는 드넓은 땅에 비해 인구는 무지무지 적은 나라다. 땅덩어리는 우리나라의 70배에 달하는데,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거기다 섬 대륙이다. 내수시장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량생산을 해도 팔아먹을 시장이 없다. 따라서 대규모 공장은 별로 필요없는 것일지 모른다. 필요한 것은 수입을 하고, 그대신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 축산이나 원예나 관광이나 금융이나 교육에 집중하는 거다.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잘못인가?
14. 호주가 복지국가가 된 것은 저절로 된 게 아니다. 자원이 많다고 복지국가가 자연적으로 되는 건 절대 아니다. 호주 노동자들의 각성.. 연대.. 투쟁.. 희생의 역사가 없었으면 오늘날과 같은 복지국가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선진복지국가가 되려면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이 각성하고 연대하고 투쟁하고 희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15. 호주의 교통체계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분들도 많다. 특히 도시철도.... 시드니 사람들은 자신들이 도시철도가 가장 복잡하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 어이없게도..... 한국의 서울에 와서 그 부분은 좀 배워가길 바란다. 버스의 수준은 한국보다 높은 듯... 버스기사의 자질이 한국보다 높은 거 같다. 택시의 수준은 한국의 수준과 거의 비슷.... 시드니에서 빵빵 거리는 사람은 대부분 택시기사들...
16. 호주에 사는 교민들을 조국을 등진 배신자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요즘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주장인 듯.... 각자 자기 좋은데 가서 자유롭게 사는거지... 누가 누구를 배신하고 말고가 어디 있냐? 고생을 하든 말든 그건 다 각자 자유다.
17.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사람들은 시드니가 참 살만하다고 본다. 푸른 시드니 바다에 큰 무지개가 아름답게 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입을 헤벌리고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시드니가 참 적성에 맞다고 본다. 자연을 아낄 줄 아는 사람들,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시드니에 살면서 별로 심심하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18. 또 한가지.. 시드니의 매력이라면 동양인, 서양인이 공존하며 사는 모습이다. 또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모습... 현대문명과 자연이 적절히 조화된 모습...이런게 시드니가 가지고 있는 참모습이다.
19. 여기는 큰 집에 산다고... 비싼 자동차를 탄다고... 좋은 옷을 입었다고... 뽐내는 문화가 아니다. 그런 걸 별로 부러워하는 문화도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유행에 전혀 민감하지도 않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도 않다. 그런 걸 뽐내고 자랑하고 으스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호주에서 살기가 무척 힘들거다. 별로 대접해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런 식으로 살다가 호주에 오면 무척 괴로워한다. 그러니 다른 교민들을 상대로, 아니면 유학생이나 워홀들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주는데.... 그럴수록 공허하고 비참해진다.
20. 호주에 사는 교민들이 한국을 미워하거나 증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한국에 가족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자기가 태어난 나라인데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비판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정말 한국이 싫다면 아마도 무관심할 것이다. 전혀 한국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호주인인 것이다.
21. 영어를 좋아하는 것도 호주에 사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나로서는 언제나 영어를 듣고 언제나 영어를 말하는 것이 좋다. 영어의 소리 자체가 좋다. 영어의 억양 그 자체가 좋다. 영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영어를 말하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내가 일본이 아닌, 중국이 아닌, 프랑스가 아닌, 독일이 아닌 호주에 사는 이유 가운데 큰 부분이다.
22. 그럼 왜 영어쓰는 캐나다나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하필이면 호주인가? 가장 큰 부분이 날씨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4계절이 거의 온화하다. 약간 쌀쌀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덥거나 온화하다. 사람이 사는데 날씨도 꽤 중요하다고 본다. 캐나다는 무지하게 춥다고 들었다. 영국은 무지하게 구질구질한 날씨라고 들었다. 미국은? 미국 날씨는 모르겠고, 하여간 이민 가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개인적으로 미국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돈 좀 벌었다고 리무진 끌고 다니고 다이아몬드 목걸이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식의 미국문화를 싫어한다. 미국은 공화주의를 상실한 국가라고 본다. 그리고 시끄러운 건 질색이다. 호주는 전혀 시끄럽지 않다. 산불 나는 거 이외에 대형사건도 거의 없고... 대부분의 호주사람들도 미국문화를 꽤 경멸한다. 총 들고 설치는 것도 참 싫다.
23. 백호주의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거 폐기된 지 옛날이고... 인종차별하는 사람... 거의 없다. 물론 아시안을 싫어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남아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 있듯이... 그러나 그 숫자는 미미하고... 그런 사람은 상대를 안하면 그만이다. 공식적으로 인종차별하는 경우... 못 봤다. 전혀.... 아시안을 싫어하는 사람보다 아시안에게 관심많은 사람이 더 많다.
24. 그리고 호주사람 착하고 순진하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대부분 친절하다. 간혹 못된 놈들 있지만 소수다. 호주사람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어린이, 장애인, 여자들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인정이 있고, 하나를 주면 자기도 하나 줄 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동네 사는 호주사람들한테 조그만 음식이라도 주면, 무지 고마워하면서 자기도 뭔가 큰 거 담아서 가지고 온다. 그렇게 슬슬 친해지는 거다. |
첫댓글 잘봤습니다.꾸벅~~
잘 읽었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