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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을 누비곤 했지요, 그 붉은 철쭉꽃을 찾아. 지리산의 철쭉꽃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지요. 지리산 세석평전의 철쭉을 보셨는가요? 아니면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을 보셨는가요? 지리산의 철쭉을 다 보려면 5월 내내 지리산에서 살아야만 할 것입니다. 아니면 매주 1회씩 지리산 등반을 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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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핀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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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바래봉의 철쭉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축산연구소 가축유전자시험장의 푸른 초원 위로 어우러진 그 붉은 향연과 막 피어난 신록의 율동이 가히 선경이라고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저 멀리 운봉 들에는 모내기가 한창인데, 초원 위에 검은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과 그 붉은 철쭉의 열림이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경지가 어찌 속세라고 할 수 있겠어요.
원래 지리산 바래봉 능선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1971년 한국-호주 시범 면양목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200만여 평의 초원을 조성하고 면양을 방목했다네요. 초식동물인 면양들이 독이 있는 철쭉을 제외하고 나무나 풀들을 다 먹어 치우자 철쭉만 남아 군락이 형성되었고, 봄이 되면 환상적인 철쭉의 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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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과 축산연구소 가축유전자시험장의 푸른 초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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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5월 3일이 개교기념일이어서 광주에서 아내와 함께 오전 8:30에 출발했습니다. 남원 광한루는 춘향 축제로 들떠 있었는데 지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원치 고개를 넘어서니 멀리 바라보는 운봉읍의 모습과 축산연구소의 푸른 초원 그리고 그 위에 붉게 번져 있는 철쭉꽃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군데군데 오는 8일 열리는 제11회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를 알리는 광고풍선이 떠 있었습니다.
잔치의 분위기는 주차장에서부터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들 붉은 기운으로 들떠 있는 모습이었구요. 특이한 것은 산나물들을 판매하는 곳에 싱싱한 산나물들이 가득했습니다. 나머지는 대충 같은 풍경이구요.
축산연구소부터 바래봉까지 5km정도 였습니다. 10:30경 거의 신작로 내듯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다른 산행보다는 더디게 올라갔지요. 꽃구경도 해야 하고 사진도 몇 장 찍어야 하고, 뒤도 돌아보아야 했으니까요. 축산연구소 주변과 산길 양 옆에 펼쳐진 철쭉꽃들의 향연이 싱그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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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핀 바래봉 철쭉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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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2.4km 지점에 철쭉샘이 있었습니다. 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겨우 물맛만 보고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철쭉샘을 지나자 철쭉꽃들이 아직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꽃망울들만 불쑥 고개를 내밀어 우리를 맞아 주고 있었지요. 늘 그렇지만 활짝 핀 꽃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피기 직전의 꽃망울에서 느끼는 신비가 그윽한 감동으로 전해지지 않던가요?
지리산의 철쭉은 5월 내내 피고 진다고 하네요. 지리산 아래 부분은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철쭉꽃이 피고, 중부 능선은 5월 초에서 중순까지 피고, 상부 능선은 5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피어오른다네요. 그래서 바래봉 옆 팔랑치의 철쭉 군락지나 세석평전의 철쭉이 5월 중순에서 하순까지 절정을 이룬대요. 그래도 철 이른 놈은 몇 송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답니다.
바래봉은 원래 발산(鉢山)이라고 하였으며, 지리산 중간의 고원에 자리잡은 판소리 동편제의 고장 운봉에서 바라보면 꼭 절에서 사용하는 밥그릇인 바리를 닮았다고 하여 바래(바리)봉이라고 하였는데, 어떤 사람들은 삿갓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삿갓봉이라고 하였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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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없이 펼쳐진 지리산 바래봉 철쭉군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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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사실 바래봉 철쭉이라고 하는데, 철쭉은 바래봉(1165km) 옆을 지나 팔랑치 - 부운치 -세걸산 - 고리봉 - 정령치로 이어지는 12.5km의 등산길 내내 철쭉꽃이 피어 있어요. 특히 바래봉에서 1.5km 정도의 팔랑치에서 부운치까지의 철쭉이 가장 화려하거든요. 그래서 철쭉꽃 피는 계절엔 세석평전 대신 이 코스를 탄다고 하네요.
팔랑치의 조그마한 봉우리는 온통 철쭉으로 덮여 있어요. 너무 아쉬워 팔랑치에서 봉우리 오르는 곳엔 나무로 다리를 놓았답니다. 철쭉을 보호하려고 그랬겠지요. 그런데 아직은 꽃망울들만 비쭉비쭉 고개를 내밀고 한들한들 우리들을 맞고 있었어요. 조금은 아쉬웠지만 산 아래에 가득한 철쭉꽃들 보았기에 마냥 좋았답니다. 아마 앞으로 10일 후에는 산 아랫부분의 철쭉은 지고, 이곳 팔랑치의 철쭉이 절정을 이루기 시작하겠지요.
사실은요, 지리산의 신비의 철쭉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사람들은 지리산의 철쭉하면 세석평전과 바래봉만 생각하지요. 하지만 물이 흐르고, 바위와 돌들이 즐비한 지리산 계곡을 따라 철쭉이 죽 이어져 있다니까요. 그것도 큰물이 났을 때 계곡과 산의 경계선을 따라 쭉 펼쳐진 철쭉의 모습은 장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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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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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오후 3시경 운봉에서 인월로 나가서 뱀사골로 들어섰습니다. 뱀사골에서 달궁으로 이어지는 계곡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바위들 사이로 그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산과 계곡의 경계선을 따라 붉은 띠를 이루고 있는 철쭉꽃이 너무나 신비했습니다. 뱀사골 계곡에 내려가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아직은 차가웠습니다. 금방 발을 들었다가 다시 담갔습니다. 그 마음까지 시원한 지리산의 정기라고나 할까요.
지리산은 온통 신록으로 출렁거렸습니다.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신록예찬이 이제야 마음에 파고들고 있다고나 할까요. 신록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느끼면 느낄수록 가슴에 녹아드는 신록의 손짓이라고나 할까요? 신록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가는 지리산의 드라이브는 절대로 놓치면 안되겠지요?
지리산 성삼재를 넘어서 섬진강에 들어섰습니다. 섬진강물의 푸름이 주변의 신록들을 뱉아내었나 봐요. 이제 섬진강은 우리 나라 사람들 모두의 고향이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찾고 찾아와도 물리지 않는 섬진강, 저는 지금도 시간만 나면 섬진강을 주변을 서성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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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래봉 중부능선 이상에는 아직 피지 않는 꽃망울이 금방 터뜨리려고 준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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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 압록을 지나자 섬진강 도로변에 붉은 철쭉이 또 반기네요. 아마 철쭉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 같아요. 전남 곡성군이 섬진강 가꾸기를 하여 섬진강을 자전거로 돌 수 있는 길을 내기도 하였고, 쉼터도 만들어 놓았고, 청소년 수련원도 만들어 놓았고, 심청이 빠졌다는 돌다리까지 만들어 놓았고, 증기기차를 운행하기도 하였는데, 섬진강변 도로 위 철로 언덕에 온통 그렇게 철쭉꽃으로 붉은 칠을 해 놓았다니까요. 그렇게 정성스럽게 그 붉은 철쭉을 가꾸었다니, 모든 곡성군민들게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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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에서 쓰는 밥그릇인 바리 모양이라는 바래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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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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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철쭉의 꽃망울만 가득한 바래봉 옆 1.5km 지점 팔랑치 능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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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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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물과 산의 경계선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뱀사골 계곡의 철쭉꽃 띠와 물위의 꽃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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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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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군이 섬진강변 도로 언덕에 가꾸어 놓은 철쭉꽃 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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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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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4 오후 11:41 |
ⓒ 2005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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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덕분에 지리산 철쭉을 보네요.. 팔랑치라는 지명 처음 이예요.. 참 이쁜 이름 이네요
5.12일 잠실 산악회 따라서 바래봉 갑니다. 상부는 아직이겠네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