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학기 수시 경희대 논술을 치르고 나온 학생들은 하나같이 100% 출제된 영어제시문에 난감해 했다. 제시문이 모두 영어로 출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제에 나타난 화제를 가지고 밀도 있는 논의를 전개시키지 못하고 개괄적으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영어제시문은 경희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편집자 주>
경희대 논술은 전통적 주제들과 관련한 배경지식이 필요
경희대 논술의 경우 고려대나 한국외대처럼 특징적인 경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최근 들어 전통적인 문제형식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 할 만 하다. 최근 출제되었던 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분배의 문제는 정의관과 연결되고, 민족주의는 사회적 결속과 관련한다. 공사를 막론하고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온정주의와 가족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했으며, 해마다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환경문제를 다뤘다.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거친 학생이라면 사회시간을 통해, 혹은 윤리시간을 통해 다뤘던 문제들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경희대학교에서는 생소한 주제에 대한 치밀한 접근보다는 익숙한 문제를 던져주고 그에 대한 수험생들의 논리적인 사유와 문제를 바라보는 다각적인 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논지 요약은 전체 논술문 작성에 핵심 논거
또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문제자체의 형식이다. 작년 수시1학기 문제는 핵심주장과 요지를 정리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제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기술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작년 수시2학기 문제에서도 요지를 정리하고 공통된 주제를 찾고, 우리사회문제와 연계해 자신의 견해를 논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지난 1학기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2004학년도 수시1 문제>
아래의 제시문 [가]와 [나]는 세계화가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가]와 [나]의 논지를 요약하고, 둘 중에서 어느 쪽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지 우리의 영화시장 개방을 예로 들어 논술하시오.
※ 제시문은 생략
논제 자체는 간단하다. 먼저 첫 번째 문장은 전체글과 제시문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세계화와 문화산업에 대한 논의라는 걸 파악하면 제시문을 한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장부터 출제자의 요구사항으로 답안에 기술할 내용들이 제공된다. 논제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가]와 [나]의 논지 요약
② [가]와 [나]를 참고로 자신의 입장 선택
③ 자신의 입장을 '영화개방'에 적용
결국 이 문제는 수험생들에게 영어제시문을 명확하게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상반된 견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립하고, 이를 구체적이고 실험적인 상황하에서 논리적으로 전개하길 요구하고 있다. 실제 시험장에서 학생들이 많이 힘들었던 까닭은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요구사항이 쉽게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제시문이 만만치 않았다는 데 있다. 특히 두 지문 중 제시문[나]는 독해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 분석을 통해 쟁점의 개괄적 파악이 가장 우선되어야
1학기 경희대에 합격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어제시문 가운데 [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와 상반된 입장이라는 논제 자체에 기술된 내용을 토대로 자기 나름의 논지를 정리해나갔다 한다. 먼저 내용파악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제시문에 대한 자세한 해석보다는 제시문 전체를 논제의 힌트를 통해서 개괄할 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문제상황에 적용,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문제상황이라는 것이 구체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시의적인 현안을 자기 자신의 관점에 맞게 서술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보인권과 관련된 제문제들을 주목하라!
경희대 논술 시험에서 중요한 주제임에도 아직까지 출제되지 않은 중요한 사안들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문명이라든가, 문화혼성, 사회정의, 국민국가, 정보사회, 문명충돌. 고전적인 주제들을 주로 다루는 경희대 논술에서 이러한 주제들은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특히 올해 들어 주목할 문제는 정보인권이다. 이건 구술과 논술에서 언제나 중요한 주제로 취급된다. 실제로 경희대학교에서는 2002학년도 정시에서 이학부와 의약학계열 문제로 정보화 사회를 다룬적이 있다. 정보불평등 해소방안과 사생활 침해의 예방문제를 다룬 이 문제가 원론적인 차원에서 포괄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다면, 이제 우리들의 삶과 관련지어 구체적인 현상과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동일한 주제는 다음에 출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학생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작년 수시1학기 문제와 올 수시1학기 문제가 개별성과 보편성, 세계화의 커다란 범주안에서 유사문제가 출제되었다.
다음의 문제를 한번 실제 예상문제라고 생각하고 같이 해결해보자.
※ 아래의 제시문 [가]와 [나]는 기술발달에 따른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가]와 [나]의 논지를 요약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논술하시오.
(가) In the age of computer networks that connect everyone and everything, privacy threats once seen as the stuff of science fiction now loom large, from individual identity theft to data trade wars between nations. Privacy protections spelled out a century ago to guard against encroaching technology -- the camera, the high-speed printer, tabloid newspapers, the telephone -- are struggling to keep pace in the Internet Age. The Internet has put a fine point on people's fears that technology was gathering incredible amounts of information and misusing it.
The free flow of information allows for simpler, speedier transactions, cheap home loans, competitive interest rate credit cards, low drug prescription prices, and discounted mail order catalog clothing sales, to name but a few. But in the new language of privacy, "always-on devices"and "pervasive computers"mean (that) a user is never disconnected from a network and communications devices become personal trackers. Wireless phone operators are gearing up to offer mobile commerce services using satellite-based location-finding technology, promising convenience for shoppers willing to be traced. Nearly three-quarters of U.S. companies monitor their employees'
Internet use. Privacy is shaping up as the major social issue of the Internet Age.
(나) Whitaker explains that, far beyond questions about the security of e-mail, the technology is in place to allow employers to monitor workers' every move throughout the workday, and the U.S. Treasury to track every detail of personal and business finances. As consumers, citizens are even more vulnerable. From the familiar bar coding, credit and debit cards, and marketing and credit data banks to the seemingly scientific smart cards that encode every detail of a person's life, such as medical and criminal records, and security scans that read individuals DNA, Whitaker shows how vast amounts of personal information are moving into private hands. Once there, they can be used to develop electronic pictures of individuals and groups that are potentially far more detailed, and far more intrusive, than the files built up in the past by state police and security agencies.
Nineteenth-century penologists theorized an ideal prison which they named the Panopticon a system of complete and total surveillance. The End of Privacy is the most thorough analysis yet of just how close we are coming to living in a virtual Panopticon.
비교적 단순한 문제에, 명료하게 쟁점자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므로 '문제는 가능한 단순화시켜 쉽게 출제하고 수험생 스스로 문제의식과 주제를 발견하여 논지를 전개'하라는 출제경향에 가깝다. 정보화사회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권의 문제를 부각하고 있으므로 '계열별 적성과 학습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인문계열에 해당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먼저 논제 분석부터 해보자.
① (가)와 (나)의 요지
② (가)와 (나)와 관련한 구체적 사례
③ 구체적 사례에 대한 평가
물론 문제의 특성상 제시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라고 했기 때문에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위와 같이 정리하는 것이 무난하겠다. 논제분석이 끝나면 제시문 읽기를 시도하자. 제시문은 두 번 가량 읽을 것을 권하며, 읽어나가다 핵심이 되는 사항이 있으면 제시문 옆에 즉각적으로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처음 읽을 때 전체를 개괄하면서 글의 요지파악에 전념했다면, 다음 번 읽을 때에는 앞서 놓치고 갔던 사항들을 찾아가며 메모해 두는 게 좋겠다. 제시문을 읽어나가다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말들이 있으면 따로 적어두도록 한다.
쟁점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최근 이슈를 근거로 제시하면 '금상첨화'
제시문 (가)와 (나)는 비교적 쉬운 영어 제시문에 해당한다. (가)에서는 컴퓨터 네트워크시대에 사생활침해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을 실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에서는 Whitaker의 "개인의 종말"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는데, 정보혁명의 결과로 개인의 사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이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고 있기 때문에 요약을 할 때에는 대략적인 내용을 포괄할 수 있도록 일반화해서 서술하는 것이 좋다. 제시문 요지가 파악되었으면 첫 번째 요구사항이 마무리 된 셈이다. 다음으로 전체적인 요지에 관련,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사생활침해와 관한 사례를 고민해 볼 차례다. 시의성을 고려해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중 자신이 명확히 알고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골격을 짜도록 하자. 네이스(NEIS)도 좋고, 전자주민증도 좋고, CCTV나 카메라폰 이야기를 해도 좋다. 가장 자신 있는 사례를 선별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고려, 정보인권의 문제를 부각해 주면 괜찮은 답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부분은 수험생이 한번 해결해보길 바란다. 경희대 논술 분량에 맞게 1300자 내외로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낸다면 첨삭을 직접 해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