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경기도 용인 수지 LG빌리지 1차 아파트로 이사 온 주부 김모씨(39)는 요즘 생활이 즐겁다. 단지 입구엔 느티나무 터널길, 곳곳에 숨겨진 쉼터와 분수, 주변을 둘러싼 10만여평의 보존녹지 등등. 아이들과 함께 단지 내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꼭 공원에 놀러온 느낌마저 든다. 집 구경 온 서울 친구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아파트야? 공원이야?." 공원 같은 단지 내 조경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에 비해 집값도 3천만∼4천만원 정도 비싸다. 이처럼 최근 아름다운 조경으로 단지를 차별화시킨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 값? 조경 설계에 물어봐 단지 조경이 잘 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집값에는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그것도 아주 많은 차이가 난다. 2003년 서울시 조경대상을 수상한 서울 신도림동의 e-편한세상 4차 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아파트 34평형의 현재 시세는 5억8000만~7억원. 인근 대림 3차 35평형(3억7500만~4억1000만원)에 비해 2∼3억원 정도 비싸다. 인근 랜드비전 공인중개사무소 이숙례 실장은 "두 아파트가 입주시기가 비슷한데도 이처럼 매매가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조경 특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고 풀이했다. 신도림동 e-편한세상 4차 아파트는 친환경 아파트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만큼 조경 설계가 뛰어난 게 특징. 단지 안에 조성된 실개천과 연못에선 버들치가 노닐 정도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 45평형의 현재 매매가는 22억원으로 인근 우성1차 45평형(16억5000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동부센트레빌은 조경 부분을 특화시킨 이른바 '공원형' 아파트다. 이 아 파트 단지 안에는 생태연못과 실개천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야간 조명에 따른 경관이 아름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단지는 입주 2년차의 새 아파트인데다 뛰어난 조경환경을 갖추고 있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면서 인근 단지들에 비해 배 가까이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 조경프리미엄 갈수록 위세 최근 이처럼 아파트 단지 내 조경시설의 수준에 따라 집값에 차이를 보이는 '조경 프리미엄'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고 있다. 아파트시장에 웰빙 열풍이 몰아치면서 비슷한 지역의 아파트라도 조경이 얼마나 잘 가꿔졌느냐에 따라 수천만~수억원대의 가격 차이가 난다. 예전엔 대개 역세권, 학군 등이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했지만 이젠 쾌적한 단지환경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물론 단지에 따라서는 교통이나 학군 등이 프리미엄에 반영된 것도 사실이지만 조경이 잘 된 곳은 대부분이 비교적 높은 웃돈에 거래되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주택업체들의 조경 마케팅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경 마케팅’은 단순히 사업부지 내 녹지면적을 넓히는 수준에 그쳤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조경에 풍수지리 개념을 도입하는 등 업체 간 갖가지 아이디어 싸움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한라건설이 전남 목포의 남악신도시에서 분양하는 한라비발디 아파트는 단지내에 길이 120m의 운하형 수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수로에는 수중 조명등이 설치되고 대왕참나무 등이 식재돼 입주자들의 주거 쾌적성을 높이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사계절 내내 신록을 즐길 수 있도록 아열대 온실인 '아이 에버그린파크(I’EVERGREEN PARK)' 를 도입했다. 이곳엔 사계절 푸른 상록활엽수 숲과 연못이 설치된다. 전문가들은 "조경이 잘 된 아파트는 입주 후에도 단지의 쾌적성이 부각되면서 값이 계속 강세를 띄는 게 특징" 이라며 "때문에 아파트 청약 시 단지 내 조경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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