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대치동-중계동
아들의 교육을 위해 3번이나 이사를 다녔다는 맹자의 어머니. 어디 맹모(孟母)가 중국에만 있을까?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불편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현대판 맹모들은 대한민국 서울로 옮긴지 이미 오래다. ‘강북의 대치동’ 또는 ‘소치동’으로 불리며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는 노원구 중계동을 다녀왔다.
은행사거리 학원만 200개 이상, 교육열기 ‘후끈’
아파트 선호도 및 가격도 덩달아 강세
중계동은 강남, 목동과 함께 학군의 3대 산맥을 이루는 곳이다. 은행이 많아 은행사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거리는 이제 학원사거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 인근 중개업자는 “아마 학원만 수백 개에 이를 것”이라며 “소규모 학원들이 더러 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원은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며 중계동의 교육 열기를 전했다.
학원뿐 아니라 관내 학교 개수 역시 따를 곳이 없다. 교육의 핵으로 불리는 강남 대치동에 초등학교 4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는 2개가 위치한 데 반해 중계동 내 초등학교는 무려 9개, 중학교 6개, 고등학교 6개 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 그 중 서라벌고, 대진고, 영신여고 등은 강북에 위치했지만 강남 못지 않은 명문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교 수가 많다 보니 단지 하나만 넘으면 만날 수 있는 게 바로 학교다. 덕분에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보다는 걸어 다니는 학생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걷기 애매한 거리일지라도 버스를 탈 만큼 멀지도 않는 게 대부분이라 이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중계동 주민들은 자식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그 학교 옆으로 이사 간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워낙 학교를 가깝게 다니던 게 버릇이 돼 대학교가 멀어지게 되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얘기”라고 말했다.
뜨거운 교육열은 아파트 선호도와 가격마저도 뚜렷이 갈라놓고 있다. 명문 학교와 학원이 밀집돼 있는 은행사거리 주변 아파트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다. 이에 49개 단지 2만 8,000여 가구가 넘는 중계동에서도 주로 찾는 아파트는 5개 단지에 불과하다.
F공인 소장은 “을지초, 불암중 통학이 가능한 청구중계3차, 건영3차는 30평형 대 위주로 인기가 좋은 반면 영신여고, 대진고, 서라벌고 등으로 진학할 수 있는 대림벽산, 롯데우성, 청구?라이프?신동아는 40평형 대 이상 수요자가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가격도 센 편이다. 32평형이 3억 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된 다른 단지들에 비해 청구중계3차 및 건영3차는 3억 6,000만~3억 8,0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42평형의 롯데우성, 청구?라이프?신동아 역시 6억 4,000만~5,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불암산 조망까지 가능해 전원주택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림벽산은 41평형이 6억 5,000만~7억 원까지 거래되기도 한다. 보통 4억~5억 원 선에 나와 있는 다른 40평대 아파트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이다.
D공인 관계자는 “은행사거리에서 멀어질수록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한다”며 “근처 학교와 학원을 이용하기 위해 강북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의정부, 구리, 일산 심지어 대치동에 진입하지 못한 강남 사람들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시가지 개발로 바둑판 길 형성
소위 ‘사’자 직업 가진 사람 많아
중계동은 80년대 목동과 함께 대규모 택지 개발이 된 곳이다. 말들이 뛰어 노는 들판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마들평야’ 145만 평에 들어선 신시가지가 바로 상계동, 중계동 택지지구이다. 일반적으로 ‘강북’ 하면 좁고 경사진 길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곳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둑판처럼 정확히 자로 잰 듯한 정비된 도로, 어느 한 군데 경사진 곳 없는 아파트?학교 등은 마치 압구정동, 개포동, 대치동 등 강남의 유수 지역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곳곳에 적절히 배치된 공원을 보고 있자면 “이 곳이 우리가 생각하던 강남이야?”라는 의심을 갖기에도 충분하다.
좋은집공인 성기창 대표는 “도로변 조경이 잘 꾸며진데다 인근 양지근린공원, 노해근린공원 등도 위치해 있어 쾌적하다” 고 설명했다.
교육여건, 주거여건, 쾌적성 등을 모두 갖춘 덕에 중산층 이상이 주로 입주하는 것도 중계동의 특징이다. 근처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공릉동 서울북부지방법원 및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일하는 검사, 변호사, 판사 등 소위 ‘사’자 붙은 엘리트가 많다는 것.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장사를 해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주로 이 곳을 선택한다.
생계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난 사람들인 만큼 지역 커뮤니티에도 많은 관심을 쏟는다. 모 부동산 관계자는 “혹시라도 싸게 내놓은 물건이 있다거나 오랫동안 인터넷에 올라 있는 물건이 있으면 해당 아파트 주민이 와서 즉각 삭제를 요청한다”며 “부녀회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하지 않지만 미끼매물, 허위매물 등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역시 “대부분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도 않고, 계약 과정에서도 가격을 깎으려고 하면 아예 계약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가까운 지하철 역 없어 버스 이용해야
"엄마가 버스 타고 말지, 아이를 버스 타게 하나요?"
주거지로 나무랄 데 없는 곳이지만 교통은 다소 불편하다. 4호선 상계역, 7호선 중계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두 역 모두 걷기에는 무리가 있다. 좋은집공인 성 대표는 “대부분 자녀 교육을 위해 들어왔기 때문에 교통은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영3차에 살고 있는 한 입주민은 “움직이려면 엄마가 버스 타는 게 쉽지, 아이들이 버스 타고 학교에 다니면 되겠냐”고 말할 정도. 이에 대해 J공인 관계자는 “중계동은 모든 것을 아이들 교육 문제와 연결시키면 된다”며 “아이들만 편하면 부모들은 불편한 게 있어도 그냥 참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곳은 자녀가 초등학교 때 들어오면 고등학교까지는 나가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교육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중계동 주변이 생활권인 사람이 대부분이라 굳이 교통이 불편할 것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강남을 기준으로 하자면 멀고, 마땅한 차편도 없어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이 곳 사람들이 굳이 강남까지 갈 일이 없다는 것. 또 웬만하면 자가용 운전을 하기 때문에 교통 문제는 신경 쓸 게 없다는 반응이다.
7호선 중계역~마들역까지 이어지는 역세권 아파트는 주로 소형 평수의 주공?시영이라는 점도 멀리 떨어진 은행사거리로 맹모들을 모이게 하는 요인이다. 은행사거리 인근으로 선호되는 아파트의 경우 30평 이상으로 이뤄진 중대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한편, 하계역 근처로 까르푸, 2001아울렛이 있기는 하지만 중계동에서 이용할 수 있는 쇼핑몰은 롯데마트 하나뿐이다. 그 많은 아파트 단지와 그 안에 사는 구성원을 생각한다면 모자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단지 내 상가가 워낙 발달해 편의시설은 불편하지 않다는 게 입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백화점, 극장 등의 대형 상업시설이 없어 외부 인구나 차량이 유입되지 않아 좋다는 반응이다. F공인 관계자는 “은행사거리 학원가 외에는 상업시설이 없어 쾌적한데다 위해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런 조건을 반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게 지역 분위기라 전했다.
첫댓글 중계동 주변 여건이나 입지로 보아서 이문 휘경동 보다는 별로 인것 같은데 앞으로 5년뒤 강북의 대치동은 이문동이란기사가 나오길 바라면서...^^*
옳소,옳소........
그럼 그렇게 되겠지요 그래야지요
중계동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문동에는 중학교/고등학교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