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서북쪽 끝 마을인 대화동 '이품정'이라는, 어렵게 물어 물어 찾아 간 맛집의 아귀수육. 아귀라 하면 마산 사람들이 잘 안다. 그래서 일산의 이 집 아귀수육이 맛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선배에 이끌리어 이 집을 찾았다. 유명 신문에 소개될 정도라면 미식가와 술꾼들에게는 구미가 당겨진다. 우선 맛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산 사람들은 아귀라 하지 않고 아구라 부른다. 그 호칭에서는 귀한 생선이 아니라는 뜻이 묻어 난다. 그저 선창가에서 허드레 꺼리로 잡아 올려진 생선이 아귀다. 그 아귀가 이제는 귀해졌다. 아귀찜에 아귀탕에 여러가지로 해 먹을 수 있을 뿐더러,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질로 그 맛이 정평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이품정'의 아귀수육이 나왔다. 우선 푸짐해 보였다. 그런데 좀 이색적이다. 마산의 아귀수육에는 다른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아귀만 삶아 낸다. 삶아 낸 아귀를 미나리를 깐 쟁반이나 접시에 사뿐이 얹어 낸다. 그러니까 미나리는 그저 장식용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집 아귀수육은 다르다. 아귀에 미나리, 콩나물, 깻잎 등의 나물을 깔지않고 아귀와 함께 담아낸다. 푸짐해 보이는 것은 수북한 나물 때문이다. 아귀는 이미 익혀진 것인데, 그걸 다시 불판 위에서 끓여 먹는 것도 마산 아귀수육과는 좀 다르다(사진에 마산 아귀수육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먹어보니 맛이 마산아귀와는 좀 다르다. 아무래도 각종 나물에서 우러난 향이 더해진 탓일 것이다. 아귀는 그런대로 토실토실한 맛이 살아 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목포에서 잡아올린 생아귀로 만든 수육이라고 했다. 그런데 먹어보면서 과연 생아귀일까하는 의구심이 조금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귀에 대한 마산 사람 특유의 입맛 탓일 것이다. 이즈음은 아귀가 전국적인 먹거리로 자리잡아 서울에서도 생아귀라면서 팔고 있지만, 마산 사람들 입은 속일 수 없다.
하지만 한 입 두 입 먹어가면서 다들 맛 있어했다. 생아귀가 맞다는 말이 나왔다. 반찬으로 나오는 곰 삭은 전라도식 파김치와 갈치속젓 맛은 일품이었다. 우리 일행은 다섯 명이었는데, 대짜로 한 개를 우선 시켜 먹었다. 한 선배가 안동 촬영여행에서 사왔다는 안동소주 4병이 순식간에 비어졌다. 좀 늦게 온 한 선배를 위해 수육을 하나 더 추가했더니 술이 모자랐다. 결국 소주 몇 병을 더 비웠다.
'이품정'이라는 옥호가 재미있다. 아주머니에 물었더니 주인 아저씨가 이 씨고, 자기는 정 씨라서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푹푹 찌는 폭염의 날, 일산의 서북쪽 끄트머리 한 주점에들 앉아 먹는 아귀수육은 일종의 이열치열이다. 후후 불어가며 먹는 아귀수육은 그 맛으로 더위를 잊게한다. 그것을 안주삼아 마시는 한 잔의 술은 또한 그런대로 주당이나 미식가에게는 한 여름의 정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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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오동동 '진짜초가집'의 아구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