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고정고객 감소·강화된 개정법 등 악재 투성이
방문판매 유통이 속절없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역신장의 폭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방판유통의 부진은 전체 화장품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수많은 유통 가운데 전체 시장의 1/4을 점하는 그야말로 ‘중추’이기 때문이다.
원브랜드숍과 헬스&뷰티숍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화장품시장의 외형 확대가 근 몇 년 내 최저 수준에 머문 것도 방판의 뒷걸음질이 결정적 요인이다.
지지난해까지만 해도 방판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는 잘나가는 유통이었다. 하지만 같은 ‘고가 채널’로 분류되는 백화점 유통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졌다.
두 유통의 침체 배경에는 ‘장기 불황’이라는 공통의 요인이 있다. 그러나 방판에는 더욱 복잡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기약도 없지만 혹 경기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방판의 부활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화장품 소비층 세대교체에 ‘낙오’ 우려
지난해 방판 전문기업들의 매출은 화진화장품과 김정문알로에 정도를 제외하면 전년에 비해 일제히 줄었다. 마임, 유니베라, 사임당화장품, 파코메리, 생그린, 백옥생 등 그동안 나름의 내실을 다져놓은 회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업인 KGC라이프앤진이나 코웨이 또한 한창 조직을 키워가는 신규 사업자답지 않게 정체에 빠졌고 코리아나,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등 중견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장품 방판시장을 과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마저 고전하긴 마찬가지였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됐다는 게 공통된 의견. 영업 부진에 시달려온 일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의 지방 이전을 감행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역신장하면서 방판 화장품시장의 성장률은 -10% 수준에까지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기 침체다. 불황이 지속되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이 고가 채널인 방판 대신 브랜드숍을 비롯해 저렴한 가격에 화장품을 살 수 있는 구매경로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으로 백화점 브랜드의 부진 역시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불황은 또 다른 형태의 구매 패턴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종의 제품을 일괄 구매하긴 보단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제품만 사 쓰는 소비 행태가 자리 잡으면서 라인 위주의 판매가 대부분인 방판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던 방판기업들이 최근 건강식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방판이 태생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있다. 판매원이 직접 찾아가 소비자를 만나는 시스템 자체가 화장품 살 곳이 마땅치 않던 과거에나 통하던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이곳에서 설화수, 헤라, 오휘, 후 등 주요 방판 제품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면서 방판만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 더욱이 백화점몰을 비롯한 온라인에서도 이들 제품을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방판을 이용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돼버렸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방판 판매원 및 수요층의 급속한 고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방판기업들이 이른바 ‘젊은 방판’이라는 구호 하에 20~30대 판매원 및 소비자 발굴·육성에 저마다 나섰지만 성공을 거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낯설고 비싸고 번거로운 방판’이라는 젊은 여성들의 인식을 극복할 준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이대로라면 화장품 수요층의 세대교체에 낙오자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 방판 화장품기업 관계자는 “불황은 걷힐지 모르고 시스템도 판매원도 소비자도 노령화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미래 전망을 밝게 보기 어렵다”며 “장기적인 전략보단 당장의 이익에 어두워 회사 간 조직 빼앗기가 극성인데다 당장 8월 18일부터 개정 방판법이 본격 시행되면 또 어떤 사단이 벌어질 지 악재만 가득하다”고 하소연했다.
첫댓글 빨간줄로 체크한 글은 중요한 내용입니다. 조직의 정체, 노령화, 인터넷시장의 강화 후원방문판매의 시작 등
어려운 일이 가득하겠지만 앞으로 잘 대응하여 더욱 성장하는 것을 희망합니다.
간만에 좋은 기사를 보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