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2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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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부
월북간첩이 된 후, 대치의 정보로 인해 당의 감시를 받던 하림은 결국 체포된다.

명지의 집도 수색당하지만 성도는 은신처에 숨어 위기를 모면한다. 유치장에 갇힌 하림에게

경림이 찾아와 전향의 뜻을 물어본다.

   

하림: 저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형이 몹시 곤란해지겠죠.
경림: 그렇겠지.
        너에 대해선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하림: 그런 줄 알았습니다.
경림: 난 말이다, 아직도 내가 택한 이 길이 옳다고 생각해.
        니 형수 혼자 남겨두고 여기 살면서 후회해본 적 없어.
하림: 네..
경림: 널 이해할 수가 없다.
        어째서 하필이면 미제 첩자노릇을..

 

하림: 형!
        형을 위해서 사상같은 거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형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남쪽에 미련둘 만한 거 아무것도 없구요.
        잘하면 형하고.. 형하고 한 편이 되어서 편하게 살 수도 있겠죠.
        그런데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먼저 동지를 팔아야 돼요.
        학도병시절에 731부대라는 데에 있었어요.
        거기 마루타 중에 조선사람이 있었는데
        난 그사람을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구요.
        그때 난 내가 짐승하고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 하나 사는 것 밖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짐승이요.
        다신 날 그렇게 만들고 싶지가 않아요, 형.

   

한강에서 여옥의 동료 민희의 사체가 발견되고, 최두일은 정보국에서 일하던 청소부를 비롯한

공산당원들을 추격하여 대치와 강천을 유인하는 작전을 실행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여옥도 위험에 처하지만 대치가 찾아와 같이 도망친다.

   

하림의 첩자행각이 발각되고 나서, 경림은 당 간부로서, 그리고 친형으로서 갈등한다.

결심 끝에 경림은 감옥에 갇힌 하림을 찾아간다.

 

경림: 언젠가 그런 말을 물은 적이 있지.
        당의 노선이라는 거.
        아홉 사람이 찬성을 하고 한 사람이 반대를 하면 그 한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고.
        그 마지막 한 사람을 중하게 생각하는 거, 말하자면 너의 사상이냐?
하림: 사상같은 건 잘 모릅니다.

        별로 믿지도 않구요.
경림: 사상은 모른다.

        그러나 동지를 살리기 위해서 나는 죽어도 좋다. 그쪽이 마음이 편하니까.

        단지 그거냐?
하림: 형이라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경림: 하긴. 사상만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있겠지.
        이를테면 형제라든가.

        그런건 사상하고는 상관이 없는거지.

 

경림은 하림과 마셨던 술병을 깨뜨려 간수를 쓰러뜨리고 자신의 희생으로 하림을 탈출시킨다.

   

하림은 인민군복으로 갈아입고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명지의 차를 타고 도망친다.

   

명지의 집에서 은신하던 성도도 때를 맞춰 빠져나오지만

집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당원들에게 발각되어 교전하다 총탄에 맞는다.

성도는 가까스로 집밖을 빠져나와 하림과 함께 명지의 차에 올라탄다.

   

명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하림의 탈출을 돕지만, 하림과 함께 가지 않고 남는다.

 

명지: 조심하세요.
(하림이 명지에게 다가간다)
하림: 무슨 뜻이야?
명지: 난 안 가요.
하림: 미쳤어? 명지집에서 총질까지 했어. 무사할 것 같애?

        아무리...
(명지, 하림에게 키스한다)

   

성도: 저거..
하림: 조금만 참아.
성도: 임진강인가..
        열 다섯살 때 임진강 넘었어.. 만주로 갈때.. 아버지하고..
        해방되면 다시 오자고.. 해방이 될려면 아직 멀었나?

 

(중략)

 

하림: 죽으면 안돼.
        자네 하나 살리려고 내가 무슨 짓을 한지 알아?
성도: 나, 살 수 있을까?
하림: 그래, 살 수 있어.

 

하림은 부상을 입은 성도를 부축하며 인민군의 추격 속에서 임진강을 건너지만,

결국 성도는 죽고 만다. 
-26부 끝-

 

26부 출연자:
장하림 - 박상원, 윤여옥 - 채시라, 최대치 - 최재성,
장경림 - 김동현, 이성도 - 정성모, 안명지 - 고현정,
최두일 - 박근형, 서강천 - 김주영, 간부 - 임문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