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 21'은 재미교포 장도원씨 부부가 창업한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필자가 작년 10월 방문한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포에버 21' 넒은 매장에는 세련된 뉴요커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경쾌한 팝을 들으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인근에는 일본 국민브랜드 '유니클로'도 문을 열었다. 뉴욕거리에는 버스를 이용한 유니클로의 랩핑(Wrapping)광고가 자주 눈에띤다.
명품매장이 즐비했던 번화가 타임스스퀘어도 SPA브랜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의 각축장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류시장은 이미 패스트패션이 주류로 진입한 것 같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유니클로, 스페인 자라, 스웨덴 H&M 등 SPA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자, 이를 지켜보던 토종 의류 기업들도 SPA 사업에 뛰어들어 핵심역량을 가동하고 있다.
<재미교포가 창업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포에버 21>
SPA는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줄임말로, 생산과 제조 및 유통을 일괄 관리하는 의류전문점을 의미한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해 내놓아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져있다.
앞다투어 국내시장에 진입한 패스트 패션의 3대 강자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지난해 추정 매출액은 6000~7000억 원에 달하며, 매년 가파른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1조원 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했다.
이같은 현상은 의류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샤넬과 설화수등 명품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지만 중저가화장품 시장도 급격히 확대된 것처럼 의류도 고급브랜드와 SPA브랜드가 동반성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화장품도, 의류도 중간레벨의 브랜드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새 부상한 유니클로, 자라, 포에버21등은 합리적인 가격에 트랜드를 반영한 디자인과 품질도 쓸만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SPA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의류기업들도 시장을 지키기 위해 맞대응에 나섰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던 이랜드는 '패션주권'을 되찾겠다며 '제품경쟁력'과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스파오'라는 브랜드로 작년에 명동에 1호점을 냈다. 조만간 중국에 진출해 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LG패션은 작년 9월 자회사 LF네트웍스를 통해 '제덴'이라는 브랜드를 이미 런칭했고, 올해 안에 100개까지 매장을 확대해 볼륨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는 뜻을 보인 바 있다.
제일모직도 유니클로 보다 개성을 잘 반영하면서 자라보다 고급스러운 제품을 만들겠다며 '에잇세컨즈(8Seconds)'라는 이름의 신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에잇세컨즈'는 25~35세를 주 타깃층으로 하며, 남성복, 여성복, 데님, 라운지웨어, 액세서리, 언더웨어까지 총 6개 영역으로 나누어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핵심 상권을 공략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런칭 후 가격대비 최고의 질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다. 패션의 거리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과 중구 명동에 우선적으로 오픈하며, 명동 삼성패션몰 건물은 아예 '에잇세컨즈' 매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국내 패스트 패션 1호 브랜드인 이랜드의 스파오 매장>
세아상역은 갭, 올드 네이비, 아디다스, 포에버21, 아메리칸 이글, 자라, 망고, H&M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를 OEM으로 수출해 유명해진 기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인수한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에 대해 주요 제품가격대를 기존 보다 30~50% 낮추는 스마트 프라이스(Smart Price)를 적용해 올 봄부터 대표적인 SPA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세아상역은 또 메이폴을 디자인 노하우와 소싱력을 마케팅전략으로 세우고, 아이돌 그룹 '샤이니'를 전속모델로 기용해 스타 마케팅을 통해 국내는 물론 동남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의류유통전문가들은 "등산객들이 급증하면서 아웃도어 매장이 확산됐으나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SPA브랜드들이 의류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급성장하는 패스트패션 시장을 놓고 해외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의 싸움이 볼만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박상준 인사이트>네이버 불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