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교통체증을 피해 금요일 저녁 9시 일산을 출발, 12시 30분에 도착한 속초 설악동야영장.
부랴부랴 일반야영장 구역에 사이트 구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캠핑장을 둘러봅니다.
아직은 텐트들이 듬성듬성 있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캠퍼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3~4년 전만 해도 추석 명절 때 야영장을 전세캠핑 할 만큼 캠퍼가 뜸했는데 격세지감ㅠㅠ
캠핑장 특성 탓일까? 캠퍼들 외에 설악산 백패킹을 위한 산악인들과 외국인들 역시 많습니다.
아래 사진 오렌지색 알파인 텐트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이방인의 거처.
북상 중인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추석연휴 내내 거의 매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도
비를 맞으며 매일 산에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빙셀이 주를 이루던 3년 전과 달리 거실텐트도 참 다양하고 대형화됐습니다.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캠핑시장 공략에 나선 코베아 거실텐트가 불을 붙이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요즘 나오는 거실텐트들이 4인 가족이 쓰기에는 너무 크지 않나 싶습니다.
텐트도 아파트처럼 대형평형을 쫓아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네요. 혹한기 캠핑 때 난방이 심히 걱정되네요.
그나저나 아래 사진의 토끼는 가까이 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애완용 토끼라서 그런지 '달빛추억' 알기를 우습게 아는 듯ㅠㅠ
캠핑사이트 구축하면서 사이트 주변으로 던져 놓았을 법한 돌들이 가슴이 따뜻한 이의 손길을 거쳐 멋진 돌탑으로 탄생했네요.
캠핑장에 굴러다니고 캠퍼들의 발에 채이는 하찮은 돌들의 아름다운 변신이 인상적입니다.
텐트와 타프의 멋진 조화,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는 캠핑사이트...
설악동야영장이니까 가능한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매점 앞의 오토캠핑 사이트 모습.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하는 곳인데 일찌감치 추석연휴 예약이 완료됐던 곳입니다.
캠핑사이트 간격이 비좁고 요금은 일반 야영장 구역보다 비싸고, 난민촌을 방불쾌 할 정도로 너무 북적거립니다.
예전에 주차장으로 쓰던 곳에 사이트를 조성한 터라 나무그늘도 부족하고 아늑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탁트인 넓은 일반 야영장을 이용하길 참 잘했다 싶습니다.
욕심 없이 간결하게 거실텐트 하나만 치고, 릴렉스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저 모습.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제는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빛바랜 낡은 헥사타프와 리빙셀을 결합해 사이트를 구축한 우리 가족 들살이 보금자리 모습.
참 크다고 생각했던 리빙셀이 이제는 다른 대형 거실텐트 앞에서 명함도 못내밀 처지가 됐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지금도 리빙셀 한 동이면 사계절 캠핑을 즐기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습니다.
요즘 귀차니즘에 빠져 1파운드 가스통 충전을 하지 않고, 돈도 절약할 요량으로 충전용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부탄가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답터가 있어서 이소가스용이든 1파운드용이든 랜턴, 스토브, 토치 모두 부탄가스를 이용합니다.
캠퍼들이 많이 쓰는 450g 이소가스 한통 가격으로 220g 부탄가스 4개를 살 정도이니까.
물론 겨울캠핑에 접어들면 이소가스나 1파운드 가스통을 충전해서 겨울을 나야죠.
아래 사진에 오토바이 한 대 서 있습니다. 솔로캠퍼인듯 한데 미니타프에 알파인텐트를 설치하고 캠핑을 즐기시더군요.
철수 할 때도 간단히 오토바이에 장비를 싣고 멋지게 떠나더이다.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봄직한 에어텐트를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에어콘도'라는 브랜드처럼 잠자리가 편안한 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나저나 바람은 전동펌프로 넣다 뺄 것 같은데 전동펌프를 놓고 온 경우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입으로 불다가는 볼이 얼얼해지고 세상이 샛노랗게 보일듯 한데ㅎㅎ
캠핑장 안에 조성해 놓은 인공 개울가에 물이 없습니다. 비는 내리는데 산에서 흘러오는 물은 도대체 어디로 흐르는 것인지.
모든 것이 그렇듯 물은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야죠.
개인적으로 4대강 공사를 반대하는 터라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범위에서 행해지길 또 바래봅니다.
평소에 운동이 부족한 분들 산책 삼아 설악동야영장을 다섯 바퀴만 돌아보시라. 제대로 운동이 될 겁니다.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라 근처 마을 주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야영장을 찾습니다.
설악동야영장 중앙부분 산쪽에 자리한 넓은 잔디밭 사이트.
예전부터 이곳에 꼭 캠핑사이트를 구축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화장실과 샤워장이 가까운 곳을 고집하는 딸들의 성화에
포기했던 캠핑사이트에 토요일 저녁이 되니 하나 둘 캠핑사이트를 구축하더군요.
캐라반전용사이트 구역입니다. 이곳에서도 전기사용이 가능한데 역시나 인터넷 사전예약이 필요한 곳입니다.
이 사이트 주변 잔디밭에 캠핑사이트 구축하고 캐라반 사이트 이용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기릴선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사이트가 의외로 많더군요.
필요한 식료품도 사고 유명하다는 닭강정도 살겸해서 속초 중앙시장을 찾았습니다.
추석대목답게 사람들도 많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삶의 현장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래시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합니다.
시장 노점에서 평생을 사셨던 어머니처럼 시장에서 만나는 어머니들이 저의 어머니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번호대기표가 있는 곳, 기꺼이 기다려서 사가는 곳, 시장 사람들은 물론 속초사람들에게 상호만 대면 다 안다는 만석닭강정.
추석연휴라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리고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필요한 식료품을 먼저 사고 점심시간 무렵에 다시 찾은 만석닭강정 가게에 가니 다행히 줄을 서지 않고 닭강정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캠핑장에서 개봉한 닭강정의 양에 한 번 놀랬고, 바싹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결국 우리 가족이 배불리 먹었는데도 1/5가량 남더군요.
만석 닭강정을 못고 나더니 우리 딸들 동네에서 파는 양념치킨은 이제 못먹겠다고 하더군요. 속초 가시면 꼭 드셔보길 강추!
추석연휴 내내 비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대형 방수포와 에어박스도 준비했는데 아뿔사!
이너텐트르 놓고 왔습니다.ㅠㅠ 결국 방수포 위에 에어박스 깔고 잠자리를 마련했는데
업친데 덮친 격으로 불빵 난 방수포 구멍으로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대형마트에서 눈치보며 제법 큰 종이박스를 4개나 들고와
리빙셀 바닥을 덮었습니다.
캠핑 짬밥이 어느 정도 되니 모닥불용 장작을 구하는 거나 토치 없이 불을 피우는 것도 이제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나무도 적당히 밑불을 만들어 놓고 말리면서 태우고, 화력이 좋을 때 지속적으로 젖은 나무를 꾸준히 올려
놓으면 도중에 꺼지는 일이 없다는 요령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톱질도 완전히 나무를 절단하는 게 아니라 나무 굵기를 봐가며 적당히 톱집 후에 땅바닥에 내리치거나 발로 부러뜨리거나
톱등으로 톱질한 부분을 내리치면 어렵지 않게 나무가 두 동강이 난다는 것도 터득했으니 이만하면 캠핑장 머슴 다 되었죠^^
1년 가까이 캠핑장비를 사는 일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최근에 장만한 게 하나 있습니다.
'구이바다'라는 놈입니다. 캠핑장과 집에서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생선구이, 로스, 떡볶이를 해먹었습니다.
어찌보면 귀차니즘 캠퍼나 캠핑장비에 치여 간편모드를 추구하는 캠퍼들을 위한 종결캠핑장비가 아닐까 합니다^^
잔뜩 흐린 저녁 무렵에 야영장에 카메라를 들이 댔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해가 진 후 어둠이 짙게 내리기 직전까지 약 30분에서 1시간 가량의 시기에 삼각대에 디지털카메라를
고정한 후 적당히 노출을 주면서 촬영하면 의외로 멋진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알기까지 저 역시
많이 찍다 보니 저절로 터득하게 됐습니다.
비오는 날의 설악동야영장 풍경이 나름 운치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캠핑은 여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아는 만큼 보이는 듯 합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캠핑장 주변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최대한 접해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만큼 몸은 고단하지만 그래도 마음 만은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먼저 설악동야영장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고성 송지호오토캠핑장을 답사차 찾았습니다.
20여 동의 텐트가 빗 속에서도 추석연휴 캠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송지호오토캠핑장을 둘러 본 후에 이곳에서 1.5km가량 떨어져 있는 고성 왕곡민속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비가 많이 와 몇 군데만 걸어다니며 둘러보고 차로 마을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왕곡민속마을에서 2.5km 거리에 있는 송지호 철새관망타워로 향했습니다. 추석연휴라 궂은 날씨에도 가족 중심의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아쉽지만 철새들이 없는 시기라 전시관에 마련된 다양한 조류 박제들과 송지호 풍경을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습니다.
야영장과 화장실, 개수대 등의 편의시설도 살펴보기 위해서 송지호철새관망타워에서 다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송지호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늦은 우후 속초 아바이마을을 찾았습니다.
아바이마을에서 바라본 청랑호와 손에 잡힐 듯 속초 시내에 가깝게 다가와 있는 설악산 모습입니다.
여기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동해와 청랑호와 설악산까지 볼 수 있어서 참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유명 관광지가 되어서 이젠 갯배를 타지 않고 차를 끌고 들어오는 명소가 된 아바이마을 순대골목 풍경.
함경도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가자미식해까지 일타삼피로 맛보기 위해 모듬순대를 주문했습니다.
군침 나시죠^^ 순대를 썩 좋아하지 않는 우리 두 딸이 순대의 새로운 맛에 푹 빠졌다면 대충 그 맛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실겁니다.^^
순대랑 가자미식해를 옥수수막걸리에 곁들여 먹어보는 그 맛, 참 좋습니다. ㅎㅎ 궁금하시면 직접 먹어보세요.
오죽 궁금했으면 우리 두 딸이 옥수수막걸리를 맛보고 싶어 했을까요^^
순대국밥이 참 먹음직스러워 보이시죠. 순대국밥을 썩 좋아하지 않는 저나 처음으로 순대국밥을 먹는 딸들도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했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아실듯...
환상의 맛궁합을 보이는 옥수수막걸리와 순대랑 가자미식해.
우리 가족이 외식을 하면서 이 정도로 그릇을 싹싹 비우는 경우가 드물다면 그 맛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 감이 오시죠.
음식에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뭔하는 양반이냐 신원조회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캠핑이나 여행 관련 글을 쓰며 펀캠핑 카페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더니 당장 매직펜 들고 오더니
벽에 낙서 부탁하더군요.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식당 벽에다 낙서 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바닷가에서 태어난 놈이라 갯배는 눈에 들어오지도 타고 싶지도 않지만
이곳을 처음 찾는 분들이라면 식사 후에 아바이마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갯배도 타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설악동야영장에서 1km 가량 떨어져 있는 학무정을 찾았습니다.
야영장 입구 다리를 지나 계곡을 따라 길게 나 있는 뚝방길을 따라 가면 학무정에 당도합니다.
한말의 성리학자 오윤환이 1934년에 건립한 정자로 글을 짓고 시를 읆으며 제작들과 강론하는 교육의 장이었다고 하는데
송림 속에서 학이 춤추듯 고결한 선비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정자 이름을 학무정(鶴舞亭)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학무정 뚝방길에서 바라본 설악동야영장과 설악산 풍경.
학무정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을 산책하다 우연히 마주친 메밀밭. 요즘 봉평 메밀꽃축제가 한창인데 이곳에서 메밀꽃을 접할 수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주전골 오색약수를 찾았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대학 동기들과 전국을 여행하며 돌아다니다 찾았던 이후 근 23년만에 이곳을
찾으니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금보다 약수물이 많이 나온듯 한데 지금의 오색약수는 예전의 분출수량에
절반에도 못미치는듯 보였습니다. 넉넉히 나온다면 약수물 받아서 밥을 지어먹고 싶었는데 초록색 밥을 지어먹기에
약수는 너무도 더디게 나오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아서 오색약수물 맛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오색약수를 지나 주전골로 가벼운 산책에 나섰습니다.
오색약수와 주전골을 둘러보고 낙산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낙산해수욕장 야영장을 둘러보고 다시 속초해수욕장 야영장을 찾았습니다.
예상대로 어느 캠퍼가 구축한 캠핑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속초해수욕장 야영장 둘러보고 설악동야영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국민여가 오토캠프장.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당장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캠핑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캠핑장 바로 옆에 속초돔하우스 펜션단지가 맞붙어 있더군요.
10년 전쯤 형님 가족들과 지금 이 자리(예전엔 주차장 자리였지요)에서 주차장 한 켠에서 옹색하게 텐트 치고 해수욕장 피서를
겸해 캠핑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너무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불편해서 썩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이렇게 변모를 하니 좋긴 하지만 역시나 전형적인 관 주도의 캠핑장 형태라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추석연휴 다음날 느긋하게 미시령옛길을 넘어 천천히 귀경길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