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제28일(프랑스 보르도)

[에이전트]

유럽여행 스물여덟째날 (8월17일.일)
■오늘의 일정 = 보르도 - 투르
■ 와인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한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
그 말로만 듣던 포르도 지역의 포도밭과 포도원들을 둘러보았다. 보르도지역은 보르도시를 둘러싼 주변의 넓은 지방이 모두 포도밭이었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와인 포도원들이 모여 있었다.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인 메독, 마고, 포메롤, 생떼밀리옹 등이 모두 보르도시 주변에 널려 있었다.
우리는 그중 유명한 메독 지역의 포도원들을 구경했다.
메독 지방은 보르도에서 북서쪽으로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온 반도 모양의 지역으로, 이곳에서 제조되는 '메독' 브랜드 와인은 세계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메독'이라는 말은 원래 '중간 지대'(the middle territory)라는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메독 지방은 위도상으로 북반구의 중간인 북위 45도 지점에 위치해 있고, 서쪽으로 대서양 서쪽 연안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가론강과 도르도뉴강이 합류해서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지롱드(Gironde) 강어귀, 그리고 넓은 숲지대가 위치해 바다와 강, 숲들에 둘러싸여 있는 중간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바탕으로 포도가 자라기에 이상적인 온화한 기후에다, 최고급 품종의 포도가 자랄 수 있는 토양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메독 지방은 자갈과 모래가 약간 섞여 있으면서도, 진흙성분까지 함유된 독특한 토양을 갖고 있어 특히 고급품종의 포도가 자라기에는 아주 적합한 땅이라고 했다.
숙소가 있는 보르도시 외곽지대에서 도시를 관통, 다시 보르도시를 빠져나와 국도 1번을 따라 북서쪽으로 계속 달려갔다. 국도변의 좌우에는 계속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샤또라고 불리는 포도원들이 줄지어 있었다. 넓은 포도밭이 쭉 펼쳐지다가 울창한 수목으로 우거진 숲이 나타나는가 하면 다시 포도밭이 이어지며 그림같은 전경이었다. 포도밭들 중간 중간에 있는 포도공장들도 마치 고성처럼 근사하게 지어져 있고, 운치가 있었다.
양방향 2차선의 국도와 여기서 곳곳에서 마을로 뻗어 있는 더 좁은 1차선 도로를 따라 마음 내키는대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도로 곳곳에 샤또들을 가르키는 이정표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일요일이라서 대부분의 샤또들은 문을 닫은 날이라서 들어갈 볼 수 없었지만, 두 곳의 샤또에 들러 포도밭도 보고, 수백개의 와인 숙성 오크통이 모여 있는 곳도 들렀다.
보르도 지역의 일부 샤또는 관광객을 위해 포도밭도 보고, 와인 제조 과정도 견학하고, 여러 종류의 와인도 시음하는 와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웠다.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이곳 메독 지방이 기후가 좋은 것은 정말 몸으로 느꼈다.
유럽대륙을 렌터카로 이곳 저곳을 다니기 시작한후 처음으로 차의 에어컨을 끄고 차창을 모두 연채 드라이브를 했다. 차창바깥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어찌나 상쾌한지, 올해 유난히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유럽의 여름날씨와는 너무도 달랐다.
메독 등 보르도 외곽 지역으로 나가기 전에 보르도 시내도 잠시 둘러보았는데, 예상보다 규모가 상당히 큰 도시였다.
가론강줄기가 보르도 중심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어 도시로의 정경이 아름다웠고, 강을 따라서 높은 고딕 성당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몽테뉴와 몽테스키외의 고향이라고 하는 이 보르도는 대서양으로 98km나 떨어져 있는 곳에 있지만 가론강, 지롱드강으로 대서양으로 이어져 있어 하항(河港)으로서 발전해온 도시였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관광안내소 근처의 켕콩스 광장(Esplanade des Quinconces)은 제법 큰 광장에다 꼭대기에 여신상이 우뚝 솟아 있는 높은 탑,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있는 2개의 분수, 주변의 잔디, 가로수 등이 어우러져 있어 보르도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을 법한 근사한 광장이었다.
관광책자를 보니 유럽에서도 손꼽는 광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개될 만한 가치가 있는 광장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광장 주변도 그렇고, 시내에 무슨 공사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곳곳에 도로가 파헤쳐져 있고, 공사용 펜스들이 설치돼 있는 곳이 많아 아름다운 도시 정경을 좀 망쳐놓고 있었다.
12세기 무렵 프랑스 국왕 루이 7세가 결혼식을 거행했다는 성 앙드레 성당을 비롯, 보르도시 자체도 곳곳에 볼 것들이 꽤 있지만 워낙에 보르도가 와인 투어로 너무 유명해진 탓인지 보르도시 관광을 위한 소프트 웨어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 같았다. 시내 곳곳의 마구잡이 공사도 그랬지만, 공식 관광안내소도 관광객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정보가 빈약했었다.
보르도 근교에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는 국도나 지방도로에 연해 가격이 저렴해 보이고 깨끗한 호텔들이 곳곳에 보여 일정만 괜찮다면 괜찮은 포도원 근처에서 자연을 벗하며 1박을 하고, 더불어 본토의 와인맛까지 보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후 6시쯤 보르도를 떠나 파리쪽을 향해 북으로 향했다.
오늘의 숙박지는 파리로부터 240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투르.
소설가 발자크의 고향이란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으로는 투르는 들러볼 시간이 없어 파리를 향하기 위한 중간 숙박지로만 잡혀 있었다. 파리로 향하는 A10 고속도로상 투르 인터체인지 부근의 에탑 호텔에서 묵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서 그런지 역시 에탑호텔은 만원이었다. 밤이라 프론트에 직원이 없어, 호텔로비입구의 무인자동예약시스템에 숙박신청을 했더니 스탠더드 룸은 없고, 같은 가격에 좀 작은 방에 묵겠냐는 메시지가 나왔다. 늦은 밤이고 피곤하기도 해 그냥 신청을 했는데, 유럽여행중 묵었던 다른 에탑호텔의 방보다 창문도 작고, 샤워부스도 없어 좀 불편했지만 하룻밤 묵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