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9산(가칭)종주산행기
-날자 : 09년 10월 17일(일요일)
-날씨 : 맑음
-산행 길 : 제일여고▶선학산▶비봉산▶대룡산▶숙호산▶석갑산
▶판문산▶칠봉산▶망진산▶가좌산▶석류공원
-산행거리 : 약 32km
-산행속도 : 약간 빠르게
-산행시간 : 7시간 46분(휴식포함)
-함께 한 사람 : 나 홀로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며, 머리는 깨어질 듯이 아픕니다.
마라톤을 하지 않다가 11월 8일 이순신장군 백의종군길 마라톤대회에 대비하여 갑자기 연습한다고 요즈음 조금 무리하였고, 어제 고3인 아들 녀석의 인생 상담 한답시고 마신 술이 조금 과했나 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 봅니다만 이내 배낭을 차립니다.
오늘은 내가 진주에서 처음으로 공을 들였던 진주 9산을 종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가칭 진주 9산은 내가 붙인 이름이며, 진주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9개의 산을 일컫습니다.
진주의 진산인 월아산과 집현산은 진주 시내를 벗어난 지점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이 테마에서 제외를 했습니다.
진주 9산은 거리는 괘 길지만(약 32km) 산의 높이가 그다지 높지 않아 산행의 강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이 산행길이 진주시민 및 등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의 좋은 추억의 길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그래서 초행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리본(리본내용: 진주보라미)을 제작하여 길목 요소요소마다 리본을 메달아 놓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선학산. 비봉산. 대룡산. 망진산의 정상은 진주9산의 마루금에서 약간씩 벗어나 있어 약간의 걸음을 더 걸어야 합니다.
원래 이 길은 제가 처음 도전했다가 실패하여 다음을 기약하던 차에 나의 산 스승이고, 진주인근 근교 산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조광래님께서 올해 5월24일 도전하시어 성공하고, 종주기도 올리고, 그 길을 진주 둘레 산이라 칭하였습니다만, 둘레 산이라는 명칭보다 진주9산이라는 명칭이 더욱 어울릴것으로 판단하여 제가 조금 수정을 하여 다시 한 번 종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스승님도 흔쾌히 승낙 해 주실 걸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튼 저의 종주산행기가 처음 이 길에 도전하시는 산 벗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선학산(134.2m)은 진주팔경의 하나인 뒤벼리 벼랑을 끼고 있는 산으로서 봄이면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사시사철 진주시민의 휴식처이기도 한 산으로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만 산줄기를 볼 때 제일여고 뒤편의 뒷골마을 경로당을 기점으로 하여 오르는 것이 마지막 꼬리에서 오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법 늦은 오전인데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오르는 도중 부인과 함께 산책을 하시는 배정근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내 나이보다 훨씬 동안이라는 사모님의 칭찬에 어깨가 한층 위로 올라갑니다.
선학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진주시의 전경은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물의 도시답게 시내를 가로 흐르는 남강은 유유히 낙동강을 향해 줄달음치고 논개의 혼이 서린 진주성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이내 말티고개를 거쳐 비봉산으로 접어듭니다.
비봉산(138m)은 본래 대(大)봉(鳳)산(큰 봉황이 살고 있는 산)이라고 하였으나 조선태조 이성계가 진주 강씨에서 인물이 많이 나오는 것(강의식. 강감찬. 강민첩등)을 시기하여 봉황이 날아가는 뜻의 비(飛)봉(鳳)산으로 바꾸고, 비봉산의 옆의 서봉지를 가마못(펄펄 끓인 쇳물을 부어 넣은 못. 지금의 상봉 제 2아파트자리)으로 지명을 변경하여 진주에서 인물이 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설이 있는 산입니다.
그 설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로서는 진주시 상봉동에 있는 봉알자리터로서 후세 사람들이 날아간 봉황새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봉알자리 터를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아무튼 비봉산은 진주강가인 저에게는 잊지 못할 산이고, 지금도 진주 강씨 시조인 강의식장군의 충의를 기리는 봉산사라는 사당이 세워져 진주 강씨의 정신적인 주출돌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나간 진주 강씨 선조들의 무용담을 생각해 보면 나의 어깨도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앞서 조광래님은 비봉산에서 봉산사. 못재를 거쳐 바로 대룡산으로 들머리를 잡았습니다만 저는 그 길을 택하지 않고 돌산을 거쳐 옛 진주시와 진양군의 경계지점인 못재(가마 못에서 유래됨)를 올라 대룡산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룡산은 온통 배나무와 복숭아나무. 그리고 산딸기나무의 천지입니다. 약 40년 전까지만 해도 대룡산 정상부근에 저희집 밭이 약 2000평정도 있었고, 모두 산딸기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6월 산딸기 수확철이 되면 약 20여명의 인부들이 동원되어 진주에서 가장 산딸기를 많이 수확하기도 하였답니다.
그 돈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나의 부모님께서 3남4녀의 자식들에게 투자하셨겠지만 저는 아직 이지경이니 미안 할 따름입니다.
대룡산 기슭에 있는 천진선원은 저의 직장의 종교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안보운 주지스님의 절이기도 하고, 진주보건대학과 경진고등학교. 황새등에 자리 잡은 봉원초등학교가 위치해 있기도 하며, 정상 부근에는 달성서씨의 천재단이 있는 신령스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배나무에 가끔씩 달려 있는 먹음직스러운 배가 나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어찌 농부들의 땀을 훔칠 수 있겠습니까?
가을이 수놓은 과실수 단풍들을 뒤로하며 미로 같은 각한마을 뒷산으로 접어듭니다. 이곳은 모두들 잘 모르는 길이기에 자칫 잘못 길을 들면 고생을 사서해야 하므로 제가 붙여놓은 리본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옛 국도 3호선이 지나가고(명석방향. 유곡동) 왼쪽으로는 집현면 사촌리를 지나칩니다.
때 묻지 않은 소나무 숲길을 혼자서 걷는 기쁨이란 이루 형언 할 수 없습니다.
숙호산을 오르기 위해선 나불교로 하산하여 옛 국도 3호선을 따라 명석면 파출소까지 이동하여야 합니다.
명석면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시골마을 이었는데 어느새 도시로 탈바꿈 하여 전원주택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파출소 담벼락을 따라 숙호산(180.4m)으로 오릅니다.
숙호산은 제가 태어난 유곡동의 용마등에서 보면 꼭 호랑이가 앉아있는 형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 이름이 숙호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산은 저의 등산과 마라톤의 훈련장소이기도 합니다.
시작에서 끝까지 4km에 이르고 왕복으로 8km를 쉬지 않고 달리면 컨디션 좋을 때는 90분이 채 안 걸릴 때도 있었지요.
요즈음은 어렵답니다.
마라톤 열기가 예전만큼 못하기 때문입니다.
서진주 IC가 내려다보이는 분기점이 석갑산과 숙호산의 경계점입니다.
숙호산은 이현동 주민들의 산이라고 한다면 석갑산은 신안동과 평거동주민들의 아지트이기도 하지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은 없지만 올망졸망한 언덕들이 이마에 물방울을 머금게 하지요.
대전-통영고속도로가 판문산을 가로질러 판문산을 두 동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개발이 우선인지? 자연보호가 우선인지? 는 알 수 없으나 그때마다의 상황에 따라 유효적절하게 판단해야 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진양호에 다다랐습니다.
역시 진양호는 아름답고 서부경남의 젖줄로서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맛있는 젖을 부산. 마산에서 탐내고 있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누어 먹는 것은 좋으나 나누어 먹을 때, 서부경남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겠고, 특히 왜 낙동강 물을 깨끗하게 못 만드는지? 해명도 필요할 것 같고, 대구와 부산의 정치적 논리에 애꿎은 서부경남주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나라의 큰 일꾼들이 잘 판단하셔야 겠습니다.
칠봉산(163.8m)으로 오르기 위해선 물문화관 주차장을 지나 왼쪽편(지금은 공사 중인 곳)으로 초입이 시작됩니다.
진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곳입니다.
천혜의 진주남강절벽과 함께 이어지며, 신안동과 평거동의 들판과 흐르는 남강물과 함께 발걸음을 옳기다 보면 어느새 경치에 취하고 자연에 취해서 자신도 모르게 제목 없는 시 한수 읊게 되지요.
잠시 뒤를 돌아다보면 지리산 천왕봉의 마고할미가 웃으면서 손짓을 하고, 웅석봉등 지리의 산줄기 등이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답니다.
어느새 내동마을로 내려섰습니다.
망진산(172.4m)을 오르기 위해선 여간 길 찾기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금은 아파트와 도로공사중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무조건 옛 내동면 사무소 건물을 찾아야 하고, 사무소 오른쪽 비탈길로 초입을 올라야 합니다.
망진산은 진주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망진산은 제가 어릴 적에는 망경산으로 불렸답니다.
망경산의 유래는 고려 때 어느 충신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살이를 오게 되자 나라를 걱정하여 이산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았다고 하여 망(望)경(京)산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진주팔경의 하나인 망진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진주!
교육. 문화. 관광. 예술의 도시 진주!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난 행복합니다. 남강이며, 진주성이며, 촉석루며, 진주의 모든 것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 속에 자리 잡은 나는 정말 좋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이제 산행도 약 5km정도 남았고, 마지막 산 인 가좌산을 가야 합니다.
가좌산은 진주경상대와 진주연암공업대학을 끼고 있는 산입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연인들. 부부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보기에도 좋고 부럽기까지 합니다.
저도 한 때는 마눌님과 함께한 산행이 많았었는데 어느 날 제가 산에 미치고 울트라마라톤에 미치는 바람에 마눌님의 손을 놓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또다시 마눌님의 손을 꼭 잡고 산으로 오를 날이 있겠지요.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붉은 빛을 토해 냅니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덩달아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내 얼굴도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역시 붉음은 온기를 생산하고 희망을 선사합니다.
산허리에 걸터앉은 해는 뒤로 자꾸만 뒷걸음 치고 난 지나가는 오늘을 아쉬워합니다.
오늘의 종착지인 석류공원에 도착합니다.
시원한 인공 폭포물이 아래로 쏟아집니다.
인간의 법칙 중 마지막은 언제나 아래로 향한다는 것!
지금 나 자신은 오르고 오르지만 언젠가 아래로 쏟아지겠지요.
그 필연을 피해 갈수 없을 바엔 항상 감사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겠습니다.
오늘 이 느낌은 등산이 저에게 가져다 준 큰 선물인 것입니다.
이 선물을 오래 간직해야 겠습니다.
만일 이 선물을 잃어버린다면 또 다시 산에 올라 땀 흘리면 산신령님께서 선물을 주시지 않을까 반문해 봅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발걸음은 집으로 향하고 입 안 가득 행복이 만발합니다.
각 지점별 산행시간
- 10시: 선학산 초입
- 10시 21분 : 선학산 정상
- 10시 35분 : 말티고개
- 11시 18분 : 비봉산
- 11시 34분 : 돌산
- 11시 54분 : 못재
- 12시 25분 : 대룡산
- 12시 58분 나불교
- 13시 29분 : 숙호산 산불감시초소
- 14;02분 : 숙호산(바위산 삼거리)
- 14시 18분 : 판문산
- 14시 46분 : 판문동 현대아파트
- 15시 15분 : 물문화관
- 15시 50분 칠봉산 쉼터
- 16시 09분 : 내동마을
- 16시 46분 : 망진산
- 17시 46분 : 석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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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새로운 근교산행.. 진주는 살기좋은 지역입니다. 남강과 더불어 ..
good~축하!! 나도 다돌아본 코스이긴한데 가끔 오후에 2시간반코스인 시청~선학산~대룡산~보이지클럽으로 하산하여 시원한 맥주한잔먹고 오면 딱이지! 18일 정기산행때 navy 후배(192기) 기록이 대단한 마라톤맨을 만났었는데 소개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