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 저녁 일찍 잠들었는데 소변이 마려워 새벽 4시 30분 경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8시 20분이나 되었습니다. 제법 잠을 많이 잔 것입니다. 일어나 잠시 앉아있으니 아침식사를 파는 사람이 지나가서 12루피를 주고 하나를 샀습니다. 식사를 내 자리에 두고 세면도구와 수건을 가지고 화장실로 가서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돌아왔습니다. 식사를 하는데 샌드위치에 버터를 살짝 발라 구운 것이었고 알루미늄 곽에는 고로케 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Non-vege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물과 함께 식사를 하고 그 곽들과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잠시 쉰 후에 성경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영문 성경을 펴고 테이프를 들었는데 2개를 들으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테이프 한개 반을 듣고 있는 사이에 시간이 11시 40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점심식사를 판매하여 나는 22루피 짜리 베지테리언 음식을 시켜서 먹고 나서 테이프를 계속 듣고 있는데 힌두 사두 두 사람이 내 앞에 앉았습니다. 나는 그들을 개의치 않고 계속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들이 앞에 있는 것이 신경에 거슬려서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 침대 자리로 올라가 누워서 테이프를 마저 들었습니다. 그 영문 테이프를 듣는 것이 나를 피곤하게 하였지만 마저 듣고나서 일어났습니다. 내려다 보니 승무원이 맞은 편에서 피곤한지 잠을 자고 있었고 그 사두들은 어느 새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사두라는 핑계를 대고 AC Class의 표를 끊지도 않고 들어 와서 이용하는 그들이 고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를 닦고 진리를 추구한다면 힌두 사두답게 오히려 힘든 고행을 자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도 편하고 시원한 것은 좋게 생각되는 모양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두들과 같이 도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특권을 누리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모습은 과연 어떠한지 ...
내 앞에 30대로 보이는 인도인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몸집이 크고 약간은 비만해 보이며 눈 빛이 사납게 생겼습니다. 힌디로 된 어떤 통속 소설책을 읽고 있는데 가끔 나를 쳐다보는 눈초리가 이상합니다. 그가 나를 자꾸 쳐다봐서 나는 그에게 웃어보여 주었습니다. 내가 웃어주니 그도 웃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인도 여행을 하며 항상 겪는 것은 그들이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과 어디를 가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입니다.
오늘 타고 가는 열차에서의 시간은 다른 때보다 그렇게 길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내게 느껴지는 심정상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 긴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아마도 인도를 여행하고 마지막 종착지로 델리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가지를 덧 붙인다면 열차가 연착되었기 때문이고 델리에 도착하는 시간이 저녁 9시가 다 되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열차는 뉴델리에 도착하지 않고 구(久,old) 델리역에서 내려야 되니 마비야 나가르(Mavya Nagar-최선교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이름)로 가는 거리가 뉴델리에서 가는 거리보다 훨씬 멀어서 최소 30루피는 더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타고 있는 이 열차는 델리로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정차 시간도 늘고 시간도 더욱 지연되었습니다. 예정 도착시간이 안내 책자에는 저녁 7시 50분이었으나 9시 30분쯤 되어서야 델리 역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