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 21일차 (2024년 1월 27일, 실제:2024년 3월 16일, 토)
1) 코스 : 피재(삼수령)~매봉산~바람의 언덕~비단봉~수아밭령~금대봉~두문동재
2) 거리 : 약 11.2km (백두대간 구간 : 9.9km) / 실거리 (11.2km)
3) 산행 : 10:30 ~ 17:00 (6시간 30분)
4) 일정 : 07:00 동서울터미널 => 태백 =>삼수령 휴게소 (고속버스와 택시)
10:30 삼수령 => 17:00분 태백산 국립공원 입구(고한) (11.2km)
17:30 태백산 국립공원 => 태백 => 서울(버스와 기차, 22:40 도착)
지난 1월 27일, 17개월 손녀 코로나로 21회차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하지 못해, 몇 차례 시도 끝에 3월 16일(토) 구간 종주를 하고자 아침 6시에 집을 나습니다.
아침 7시, 동서울터미널에서 태백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10시 10분 태백에 도착, 곧바로 택시를 타고 삼수령으로 이동했습니다. 3월 중순의 태백은 이미 봄 햇살 가득했지만, 멀리 매봉산엔 하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의 말에 따르면, 태백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겨울이 길다고 하며, 예를 들어 4월이 되어도 아직 땅은 얼어있어 나무를 심지 못하고, 5월이 되어야만 나무를 심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삼수령에 도착하니,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제외하곤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1. 피재(삼수령)에서 매봉산까지 (2.4km)
19회차 들머리였던 피재, 21회차 역시 피재가 들머리지만, 남진을 시작합니다. 매봉산 방향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삼대강(한강, 낙동강, 오십천) 꼭짓점으로 이동하면 편했을 텐데, 초입부터 눈으로 덮여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몇 차례 말용 팀장의 도움을 받아 겨우 삼대강 꼭짓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푯말과 리본을 따라 낙동정맥 표지석에 도착하니 한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르다 낙동정맥 표지석 앞에 두 사람을 발견, 무심코 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다 매우 익숙한 목소리. 퇴직 전까지 울산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만난 것입니다. 두 사람은 백두대간을 마치고 낙동정맥 첫출발을 시작하기 위해 시작점인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새벽 5시에 울산에서 출발 삼수령에 차를 세워두고 이곳에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잠시 서로의 안부와 건강을 기원하고, 짧은 순간의 소중한 만남을 인정 사진 한 컷을 남긴 후 그들은 구봉산으로 향해 낙동정맥으로 남진하고, 필자는 매봉산으로 백두대간을 향했습니다. 퇴직 후 5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는데, 마치 태평양에서 거북이를 만난 것과 같은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妙)한 듯합니다.
발목까지 또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 쌓인 산길을 따라 오르니 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풍력단지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환경단체에서 풍력이 자연파괴라고 주장을 하지겠지만, 또 다른 면에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은 아닐는지.
그렇게 매봉산 표지석에 도착, 뒷면엔 천의봉이라 새겨진 정상에 오르니 벌써 12시 반이 지나갑니다.
2. 매봉산(천의봉)에서 바람의 언덕 그리고 비단봉까지 (3.7km)
해발 1,303m 매봉산, 예전에는 ‘천의봉(天儀峯)이라 부르던 산’이라 한다. 훗날, 남쪽 산록의 연일 정씨 묘에서 바라보면 이 산이 ‘매(鷹)처럼 보인다.’ 하여 매봉산(鷹峰山)이라 했단다.
매봉산으로 올라왔던 50m 전 갈림길에서 풍력단지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서 어디가 길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장자의 표현처럼, 처음부터 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다니니 비로소 길이 완성된 것처럼(道行之而成)’ 이곳 매봉산에서 바람의 언덕까지의 길은 필자의 발이 내딛는 곳이 길이 된다는 느낌으로 걸었습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바람의 언덕’이란 문구가 새겨진 이곳. 2년 전 어느 가을에 아내와 함께 왔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탁 터인 주변, 이곳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생기기 전까진 오직 바람 만 존재했을 것 같은 이곳. 봄 햇살 기온이 내려앉은 돌판 위에 아내가 새벽에 싸준 김밥과 누룽지 한 통으로 허기를 달래봅니다.
잠시 휴식과 함께 또다시 비단봉으로 향해 길을 재촉합니다. 커다란 매봉산 정상석을 지나 고랭지 채소밭은 온통 눈밭. 3월의 태백은 여전히 동토의 땅입니다. 여기저기 도로엔 눈 녹은 물은 개울물이 되어 흐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곳 금대봉 주변 일원은 희귀식물 군락지 보호 지역으로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안내판이 있습니다. 더욱이 비단봉, 금대봉, 두문동재를 거쳐 은대봉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산불 조심 기간으로 ‘출입금지’라고 합니다. 온통 눈으로 덮여있는 이곳이 산불 조심 기간으로 출입 금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닌지?
3. 비단봉에서 수아밭령 그리고 금대봉까지 (3.8km)
작은 표지석에 새겨진 해발 1,281m 비단봉에서 바라본 세상. 비록 한 평의 공간이라도 넉넉히 품을 수 있을 듯합니다. 품으면 품을수록 넓어지고, 버리면 버릴수록 충만해지는 관조(觀照)의 이치(理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려가는 길이 눈과 얼음으로 쌓인 산길이라 갖고 있던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내려섭니다. 지금까지 왔던 길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 있는 듯합니다. 아무도 없는 눈길을 걷고 걸었습니다.
남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갈림길. 안내판에 ‘수아밭령(水禾田嶺)’ 생소한(?) 듯한 이름,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그런 듯합니다. 옛날 화전민들이 밭벼를 재배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수화전(水禾田)인데, 지역민들은 ‘쑤아밭’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벌써 오후 3시, 금대봉까지 2.9km 그리고 금대봉에서 두문동재까지 1.2km, 두문동재부터 들머리인 태백산 국립공원(고한) 입구까지 1.3km, 족히 2시간 이상 걸릴 듯합니다. 출발 전에 예약해 두었던 16시 31분 태백역 출발 기차를 취소하고 19시 20분 기차를 예매한 뒤, 금대봉을 향해 나아갑니다.
4. 금대봉에서 두문동재 그리고 들머리까지 (2.5km)
해발 1,418.1m 금대봉에 도착하니 4시 30분. 갈림길에서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평소라면 1시간 정도면 가능할 듯한 거리지만, 발목과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이라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많은 듯합니다.
금대봉이 새겨진 표지석은 높이에 비한다면 아담합니다. 뭔가 감추고 싶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금대는 검대에서 나온 말로 신(神)이 사는 곳이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급경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눈이 쌓여서 발걸음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탐방 예약제로 운영되는 ‘고목나무샘 입구까지 약 500m. 이곳에서 대덕산까지 탐방은 4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후 두문동재까지는 완만하기는 하지만, 쌓인 눈은 발걸음을 잡는 듯합니다. 두문동재 입구에 도착하니 16시 50분, 탐방지원센터는 출입구에는 ’입산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고, 차단기는 내려진 상태로 근무하는 직원은 없는 듯합니다.
’백두대간 두문동재‘가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은 석양의 빛에 기다란 그림자로 현재의 시간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차량이 통제된 두문동재에서 들머리까지 도로엔 여전히 눈으로 덮여있습니다.
5. 마무리
하얀 눈이 쌓인 겨울 산을 단독 산행이 무모하고 힘든 면이 있기는 하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을 홀로 걸었다는 사실은 잊을 수 없는 삶의 도전이었습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서의 오래된 지인들과 예기치 않은 만남 역시 거인 21기에 참여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
쭉쭉 뻗어있는 자작나무들.
그 사이로 쌓여 있는 하얀 눈.
이곳이 백두대간 마루금이 지나는 태백산임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2024년 3월 16일(토)
백두대간 종주 21차 산행 후기.
PS : 사진과 함께 올려진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eric1960/223386536782
첫댓글 달반 전에 매봉산의 황홀했던 심설산행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마도 북한산 수리봉님이 함께 걸었으면 이 설경을 후기에 멋지게 담아 내실거라고 말용 팀장님이 아쉬워 하셨던...
북한산 수리봉님의 용기 있는 단독산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후기 잘 읽었어요
혼산 하시며 구간 완주 하실때 마음 알것 같습니다
멋지시고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