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람은 배워야하나 봅니다. 얼마 전에 베릿내오름을 혼자 올라간 적이 있어요. 계단 5백 개를 헐떡거리며 올라갔다 왔지만 머릿속에 남은 게 없었는데, 이번 수업 때 천제연폭포부터 차근차근 걸으며 설명듣고 올라가서야 베릿내오름의 전체 모양새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리뷰를 하다 보니 또 한번 다녀온 내용이 정리가 되는군요.
이번 수업은 천제연 제1폭포에서 시작해 제2폭포->선임교->제3폭포->베릿내오름 순서로 이동했습니다.
* 제 1폭포
천제연폭포는 밤이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나라에서 일곱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간다는 옥황상제의 연못이죠. 높이도, 깊이도 각 20여 미터로 물총새 빛깔을 닮은 비취색으로 아름다운데, 길쭉길쭉한 주상절리 모습이 물에 반사되어 비치는 풍경이 장관이네요.
제2폭포로 넘어가다보니 나무마다 연둣빛 새잎을 내는 계절이라 담팔수(제주가 북방한계선인 상록활엽수)와 참식나무, 까마귀쪽나무들이 내는 풋풋한 향기 덕분에 걷는 길이 상쾌했습니다. 후추등과 마삭줄 등의 넝쿨식물과 도깨비고비, 큰봉의꼬리 등 양치식물도 많아 난대림 연구에 중요한 곳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구요.
* 제 2폭포
두 줄기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제2폭포는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를 지냈던 이형상목사가 제주를 한 바퀴 돌면서 행사 장면을 그림으로 남긴 ‘탐라순력도’ 중 폭포를 가로질러 활을 쏘는 모습을 그린 ‘현폭사후懸瀑射帿’에 그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더군요. 상폭과 하폭으로 나누고 폭포 주변의 우거진 난대림과 세찬 물줄기가 잘 표현된 그림이네요.
* 선임교
제3폭포로 가는 길 중간에 선임교가 있습니다. 일곱선녀의 모습을 다리에 장식한 것으로 선녀의 키가 약 20미터 되는 거대한 다리입니다. 다리를 건설하느라 큰 사고도 있었다지요. 그분들의 희생으로 저희가 오늘 이곳에서 멋진 풍경을 봅니다. 다리 가운데 서면 북쪽으로는 한라산과 왼쪽에 붓처럼 뾰족한 모양의 녹하지악(필봉, 붓오름), 남쪽으로는 중문 앞바다와 베릿내오름(벼루 닮아 벼루오름)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 제 3폭포
연못은 맷돌처럼 둥글고, 쏟아지는 물은 맷돌의 손잡이를 닮았다 해서 ‘고래소’라고 부르는 제3폭포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기는 듯 수면 위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최고의 풍경을 보여주더군요.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로 인해 폭포의 바위(조면암)들은 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깎이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 지형을 바꾼다네요. ‘우공이산’의 기적을 만드는 건 ‘꾸준함’이라 했지요.
* 천제연 관개수로
이렇게 폭포 세 개에 걸쳐 맑은 물을 흘려내는 천제연폭포 주변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었던 관개수로가 있더군요. 오랫동안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천제연폭포의 물을 활용하려던 채구석 대정군수의 이야기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단단한 조면암을 깨고 수로를 만들어 5만평의 논을 조성해 벼농사를 시도했지만 결국은 실패로 끝났다는데, 그 개척정신은 지금까지도 칭송받을 만한 일입니다.
* 베릿내오름
폭포 세 개를 살펴보고 둘레길로 올라간 베릿내오름. ‘별이 흐르는 내’라는 베릿내 옆 오름이라서 ‘베릿내오름’ ‘성천악星川岳’ 이라 부르는 곳으로 봉우리가 세 개라 각각 동오름, 섯오름, 만지섬오름으로 나눠 부른다네요.
이 베릿내오름 정상에는 데크가 넓게 깔려 있고, 키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있어 김천석교수님과 연미자선생님의 오카리나 공연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였습니다. 운영진(특히 이현옥샘)에서 세심하게 준비해 피크닉 분위기 물씬 풍기는 근사한 분위기의 무대에서 두 분 공연이 이뤄졌습니다. 먼저 교수님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연미자샘의 ‘라팔로마’ 그리고 두 분의 합주로 ‘봉숭아’ 등 앵콜이 이어지며 숲속에서 더욱 영롱한 소리를 내는 오카리나 연주는 화창한 봄날의 오름 수업을 더욱 싱그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천제연의 깊은 골짜기 사이사이로 별처럼 반짝이며 물이 흐른다는 베릿내를 따라 걷고, 그 이름을 딴 베릿내오름에 올라 맑은 오카리나 연주까지 감상하면서 제주의 오름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하루였습니다.
*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는 사진 2컷으로 정리합니다. (수업과는 관계없지만 이것도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니...)
2차로 중문해수욕장(색달해수욕장) 위의 바다가 보이는 카페 바다바라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까지~
플로리스트 총무님이 준비한 샐러드와 꽃, 이현옥샘이 준비한 저탄고지 김밥, 유옥자샘이 진짜 쑥으로 만들어오신 쑥인절미, 카페 바다바라에서 함께 먹었던 빵과 커피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정리가 너무자세하게 되있어서 교육받으며 잊었던 내용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짧게 쓰라 하셨는데...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ㅎㅎ
지금까지 이런 글은 없었다. 이것은 후기인가! 기고인가? 네, BBC굿푸드 특집기사랍니다. ㅋㅋ
(추신: 영화 '극한직업' 명대사 패러디^^)
BBC는 먼데?
@지기 김천석 😵💫 🤣 모르시면 패스~😝
혜연샘은 아실거예요.
ㅋㅋㅋ
@신혜연 BBC는 세계 최초이자 영국 최대의 공영 방송사이고
혜연샘은 그 계열 한국지사 푸드잡지 전 편집장
오우 대단하신 분이~~^^
그날의 맑은 기운이 솔솔 풍겨나는듯 합니다
혜연샘을 닮은 정갈하고 상큼한 후기네요~ㅎㅎㅎㅎ
내 멋진 독사진도 감사합니다~^^
앗, 교수님 얼굴을 확대해보니ㅠㅠ 현옥샘이 찍은 걸로 교체했습니다^^
오카리나 연주 동영상 첨부했습니다~~~
선생님의 후기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십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하신데다 뛰어난 필력에 멋진 사진을 찍는 기술까지... 혜연쌤 너무 멋지십니다.
아이구. 기대라니. 숙제하고나니 속에 편하네요 ㅎㅎ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멋진 후기.
한번의 체험. 또한번의 기억체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알차고 멋진 후기,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종친님^^
수업내용, 분위기, 정서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셔서 하루 일정이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위풍당당하고 의연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과 어우러진 천제연의 물소리 그숲을 비추어 주던 별빛...
멋지게 어우러져 잔상으로 남아있네요~
혜연샘 고마워요~
멋진소풍에 걸맞는 멋진후기이십니다^^
'우공이산’의 기적을 만드는 건 ‘꾸준함’이라 했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한가지가 꼭~ 있어요. ㅎㅎ
가보진 않았지만 그날의 멋진 경험을 체험한 듯 했어요. 저는 선생님의 글이 맛있는데요^^;;선생님 맛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