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불이 가부좌하고
불국정토를 두 팔 벌려 껴안은 듯
미륵산 자락의 천 년 전 가람이 눈앞에 그려진다.
산이며 가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올 미륵불에 의해 바른 세상이 된다는
옛사람들의 미륵신앙을 엿볼 수 있다.
서동이 마를 캤다는 전설과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미륵사 창건 설화의 흔적이 깃들인 그 옛날을 들어가 본다.
육중한 목조 건물의 대웅전 안에서
중생을 구도하는 고승의 염불 소리 목탁에 실려 절 안팎에 흐르고,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부복한 중생들의 몸을 감 싼다.
적막한 밤 무거운 어둠을 뚫고 울리는 북소리
천리라고 못 갔을까?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게 했으리.
불당 앞 동서에 자리한 9층 석탑의 위용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뻗어 내리고,
신심 가득한 중생들의 합장한 체 탑 주위 도는 모습 엄숙함이 더한다.
사방을 둘러싼 회랑이며 널따란 절마당 곳곳마다
머리 숙여 합장한 중생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절간마다 가득하고,
앞마당 높이 솟은 당간지주에 몸을 맡긴
화려한 탱화는 대중의 눈과 맘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계단 아래 자리한 두 연지에는 늙은 수양버들이 거꾸로 선채 세수 하고,
백련 홍련 만발하여 향기 또한 진동하니
불국정토가 여기련가 한다.
천년도 훨씬 지난 세월 속 꿈속에서 깨어나니
눈앞이 밝아지고 하늘이 훤히 열린다.
높게 나는 황새들
무시로 오가며 우는 소리
오만 생각 하지 말고 말끔히 씻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처연히 들린다.
새로 쌓은 동탑의 찰주가 하늘을 찌르고,
칼질하여 잘라 맞춘 듯 기단 위 탑신부의 층마다 날렵한 옥개석들이 금방이라도 비상할듯 날개를 폈으니,
사라졌던 옛탑이 돌아 온듯
착각에 빠져 든다.
검소하되 초라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 문화의 진수를 이 탑에서도 느낄수 있다.
오만참상 다겪은 허물어져 남은 주춧돌 마다 세월의 연륜 자국이 고서화로 배었고,
삼베수건 질끈 멘
석공의 땀방울이 혼되어 빛을 발한다.
언젠가 반드시 절집을 다시 짊어질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것 같아 마음이 저려 온다.
미륵산 넘어온 바람은
빈 절터를 구석구석 들여다 보고
할일을 다 마쳤다고
훤히 트인 들판을 향해 줄달음 친다.
어느새 나도 차에 몸을 싣고 한가로히 저녁노을이 내리는
들길을 달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