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노인개발원인가”(대한노인회 임시 총회 ‘이명수 법안’ 반대 결의안 채택)

[노인생애체험]

새누리당의 노인 정책 관련 법안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60) 의원이 지난 8월 19일 대표 발의한 ‘노인사회참여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이명수 법안’)얘기다. 이 의원 외 11명의 국회의원들은 ‘한국노인개발원’을 설립(제40조)해 기존의 노인일자리 중심의 제도적 지원이 아닌 노인의 다양한 사회참여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사업을 개발·보급하고, 노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함으로써 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노후생활 영위를 통해 노인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켜 궁극적으로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부칙에는 ‘한국노인개발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돼 있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확대 개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한노인회는 즉각 이 법안에 반대했다. 대한노인회는 ‘이명수 법안’이 ▷대한노인회의 사업과 중복돼 노인복지사업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예산 낭비를 초래하며 ▷대한노인회가 주도하는 노인사회참여 활동을 위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자명하고 ▷당사자 단체인 대한노인회에 의견 조회를 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밀실에서 진행된 점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명수 의원 ‘노인개발원 설립 법안’ 대표 발의에
“노인회 사업과 중복… 예산 낭비만 부른다” 성토
이 의원 측 “대한노인회 위축시킬 의도 없다” 변명

대한노인회는 12월 2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개최한 제4차 이사회에서 ‘이명수 법안’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이어진 대한노인회 임시 총회에서도 참석 대의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위의 내용을 골자로 한 3개항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한노인회는 이와 함께 각 법안 발의 의원의 지역구에 해당하는 연합회, 지회에서 해당 의원에게 대한노인회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도록 했다.
대한노인회의 한 임원은 “노인 대상의 사업은 노인의 사정을 잘 아는 노인만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국가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의 정신으로 300만 회원들의 일자리 및 복지를 위해 힘쓰는 대한노인회와 간섭 또는 중복되는 일을 벌인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의 또 다른 임원은 “16개 시·도 연합회, 245개 시·군·구 지회와 6만3000여개의 경로당 등 전국적으로 거미줄 같은 조직망과 인력 등 네트워크를 갖춘 대한노인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각종 복지사업을 과연 어느 기관에서 그만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그 예산을 대한노인회로 몰아주면 노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혜택이 돌아가고 노인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진 대한노인회 부회장 겸 충남연합회장은 “사업 수행력이 미흡해 대한노인회에 사업을 위탁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실정에 비춰볼 때 이 법안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병순 전 경기대 교수(향기로운 노년연구소장)는 “노인 고용 허브기관인 대한노인회가 펼치는 재능나눔사업 참여 등을 통해 노인들의 건강이 좋아져 연간 의료비도 절감됐다는 연구 조사도 나온 바 있듯이 대한노인회 만큼 잘 할 수 있는 단체가 또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명수 의원의 주해돈 보좌관은 “한국인력개발원은 노인 대상의 사업 수행 단체가 아니고 고령시대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노인 정책 등을 연구·개발하는 R&D 기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이 법률안은 보건복지부의 수정·보완 작업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주 보좌관은 또, “법안 발의 전 복지부 담당공무원을 통해 대한노인회 측에 통보한 만큼 모르게 진행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인력과 예산이 법적으로 제한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대한노인회의 사업을 대신할 정도로 여력 있는 기관도 아닌데 공연히 대한노인회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법안 발의에는 이명수·이에리사·황인자·이종진·김기선·박명재·홍문표·안상수·장정은·김종태·정희수·박인숙 의원(이상 새누리당)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