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의 꽃
난해하다
아니 그러는 너는 키치Kitsch가 된다
망령처럼 떠도는
화려하여 기괴한 전기의 불빛들 속에서
아귀 같은 남자들이 여자의 주머니를 뒤지고 있다
주머니 속에는 이미 사랑이 없다
돈이 되는 것은 모두 복제된
꽃이 된다
이 때의 꽃은 들국화가 아니다
옛날이야기를 암송하던 동네 할아버지는
구부정한 어깨를 짊어지고
시멘트 전신주를 짚으며 고샅길로 사라졌다
그때에도 담장에는 꽃 대신에
어설픈 페인트칠이 걸려 있었지 아마도
이제 마구잡이로 뜻 모를 낱말들을
교묘히 편집만 하면 된다
군중들이 멋지게 주석과 칭송을 달아줄 것이고
사람들은 누구나 전문가이므로
어차피 알 수 없는 것 모를수록 고개를 끄덕이는 까닭에
목 디스크가 유행병이다 사랑은 더 이상 병이 아니므로
복사된 계명은 죄가 없다
죄목을 알지 못하므로 모두들 무죄이다
결백과 무죄는 디스토피아로 가는 편도 차표이다
그렇다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 한다
보기 싫은 깃발을 내걸지도 말고 빨랫줄 없는 곳에서
네 멋대로 가서 약쟁이로 살아야 한다
곧 전기신호가 블랙홀처럼 모든 밥벌이를 빨아들일 것이므로
무슨 주문이나 이즘 따위에 허둥대지 말고
피할 수 없으면 드라큐라 백작처럼 낭만적으로 죽어 살아야 한다
황금이 난 땅 위에서는 기도마저도 허기 찬 간음이다
패를 지어 동족을 살해하는 진화의 찬란하고 부박한 증거
어딜 가나 직립이 선이고 미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를 닮은 미소와 눈빛이다
스스로 몸 바쳐 증명하던 뜻은 다시 피를 부르고 있고
꽃병의 꽃들도 단두대로 향하는 방의 창 밖
도무지 증명할 수 없는
상금 두둑한 수학 문제를 깡깡 머리 박으며 풀려고 하는
하늘의 독수리는 이미 꽃이 아니다
지나온 것들을 기억이나 하고 있는가
날개 없는 새가 날아다니고
동네아이들은 새총을 모른다 사냥은 이미 연대기에서 지워졌으므로
엄마는 이방인의 언어로 수작을 가르치고
옆집의 처자는 방을 나간 지 오래다
방을 버렸는지 방이 그녀를 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나간 신문에도 없는 사람의 행방은 모호하여 이중적이다
존재와 행방은 서로 질투를 한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었지 아마도
처자는 하이젠베르크의 신도이었을지도 모른다
꽃을 아무리 방정식이라 하여도 꽃은 이제 더는
단정적으로 수상한 꽃이 아니어야 한다
꽃은 프랜시스 베이컨이 되고 정육점 살코기가 되다가
눈알 무수한 신작로를 기어가는 뱀이 된다
뱀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때마다 뱀은 나를 유혹하며 벗은 혀와 몸으로
나름의 춤을 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춤 그러나 사로잡힌 나만 아는 제인 구달의 희망
그래도 난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