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홀
이 넓은 세상.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또 많은데 같은 여행지를 여러번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만큼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만나지 못 해서 였나?
보홀 다녀온 후 보홀의 바닷속을 계속 그리워 하던 나는 겨울 휴가를 다시 한 번 보홀에서 보내기로 했다. 필리핀령이라 좀 위험해서 괌이나 사이판을 고려도 했으나... 하이난까지 고려 했음. 심지어 일본 갈까도 고민. 돌고 돌아 보홀에 또 가기로 했다.
날 위해 목금 두 개의 휴가를 사용해준 수정이와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한 번 다녀온 곳인데다 작디 작은 섬이라 이상할 정도로 여행 계획을 안 짰다. 여행 계획 짜는 것 그 자체를 즐거워하고 가기 전 이미 다녀온 것처럼 그 나라를 샅샅히 뒤져보던 과거의 나는 사라졌나보다. 어머니와 갔을 때도 너무 귀찮아서 패키지로 갔는데 이번에도 뭘 더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거의 준비 없이 떠난 여행.
캐리어 두 개를 가지고 공항에 혼자 가서 짐을 부치고 공항내로 들어가는 길을 일사천리였다. 새로 생긴 스마트패스 !! 진짜 스마트함. 우리 나라 진짜 좋은 나라다.
혼자 공항내부에 들어가서 라운지에 들어가려는데 내가 라운지 앞에 서자마자 없던 줄이 생겼다. 라운지 앞 줄서기는 유난히 공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지치고 힘들다. 저번처럼 기력이 빠지고 지쳤다. 스카이 허브 라운지 음식은 아주 쏘쏘했고 자리도 특별히 안락하지 않았다. 이거 왜 3만원 주고 들어온건데 ??
33000원 짜리 라운지냐 2만원 짜리 식당밥이냐 중에 2만원짜리 식당밥을 먹고 이젠 단골이 된 24번 게이트 베스킨 뒤 나만의 비밀 숨숨집에서 누워 있는 걸 택할 것이다. 그래도 라운지 카드는 만들 예정. 마티니 라운지 밥이 더 맛있다던데 다음엔 그곳으로 가 볼 것이다. 나의 첫 라운지 경험. 별거 없네 !
청정원 식물성 미트볼과 신라면까지 그득하게 먹은 배를 안고 초스피드 경보로 40번 게이트를 향해 갔다. 나의 빠른 걸음을 보고 수정이가 웃었다. 수정이와 함께 다니면 소소한 순간들도 재미있고 웃음이 나서 매순간 즐거웠다.
거의 후발대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뒷자리 였고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뒷자리에 7살 먹은 남자아이와 엄마 그리고 남자 한 명이 타고 있었는데 내가 왜 이걸 알게 됐을까 ?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휴양지를 잘 가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이 많은 비행기는 처음이였는데 예상보다 더욱 괴로웠다. 너무 힘들어서 우는 아이들은 딱해 보이고 그리 오래 보채지도 않는데 아이들과 부모가 잡담나누는 소리는 듣기 괴로웠다. 목소리를 왜 또 큰건데? 앞좌석 왜 발로 차는데? 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헤드셋을 안 가지고 간 건 전생에 큰 죄를 지어서 임이 분명하다. 4시간 30분 여의 비행동안 집에 있는 나의 헤드셋만을 오매불망 그리워했다. 들고 갈까 ? 하다 20초를 아끼기 위해 들고 나오지 않은 헤드셋 덕분에 가는 비행기, 오는 비행기 도합 9시간과 비행 시간이 아님에도 그게 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한 시간들을 합하면 10시간 이상을 헤드셋을 그리워하는데 사용했다. 비행기 탈 때 노캔 헤드셋을 잘 챙기자! 비행기 타서 잠을 조금도 못 자본 건 처음이였다.
힘들게 도착한 두 번째 보홀.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뜨끈한 공기와 습도가 훅 끼치는데 기분이 좋았다. 부드럽게 따뜻한 기분 좋은 밤바람. 먼 곳으로 왔구나.
준비한대로 이심을 장착하고 입국수속을 밟고 나오는데 비행기가 연착되어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을 해서 인지 앞에 예약없이 기다리는 툭툭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 예약된 승합차에 오르고 있었고 우리만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한국인 가이드에서 물어보니 공항 밖으로 나가면 트라이씨클 대기소가 있을거랬는데 인적이 없는 새벽의 깜깜한 밤 툭툭대기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길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심리적 압박이 컸다. 수정이가 특히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써서 걱정을 하는게 느껴져 미안했다.
감이 오는 방향으로 좀 걷다 보니 경비원 같은 사람이 있고 우리에게 이 곳이 맞지만 시간이 늦어서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개방적인 태도의 밝고 낙천적인 필리핀 사람들. 여행자에게 우호적이고 친근한 모습이 좋다. 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수정이가 불안해하니 불안이 전염돼서 기분이 좀 그랬다. 경비중의 한 명이 총을 들고 총알을 차고 있다면서 치안이 안 좋은 거랑 관련이 있다고 걱정을 했다. 경비원들은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며 우리 곁에 있었고 마침내 구원자 툭툭이 왔다. 아주 빨갛고 매드맥스 느낌으로 튜닝이 된 차였다. 정말 고마운 차였다. 400페소를 불렀는데 수정이는 500페소를 주어버렸지 뭐야.
툭툭을 타고 가는 밤길이 너무 깜깜하고 후미져서 이번엔 내가 좀 무서웠다. 한 번 와본길이고 별 일 없을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좀 그래서 수정이에게 쓸데 없는 걸 계속 설명했다. 시원한 밤 공기를 가르며 달리자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청명한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 최근에 본 별 중에 가장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눈이 나빠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수정이가 별을 보고 좋아하니 나도 마음이 놓였다.
꽤 달렸다. 마을이 보였는데 얼마지나지 않은 크리스마스의 흔적들이 있었다. 별과 조명 장식, 성당주변의 네온사인 장식이 조잡스럽지만 친근하고 괜스리 웃음이 지어지는 귀여운 풍경들.마을과 리조트를 조금 지나쳐 도착한 모달라 리조트가 정말 안전하고 아늑해보였다. 옆엔 세븐일레븐도 있었다.
새벽 세시반에 도착한 여행자에게 모달라 리조트는 따뜻하게 방을 주었다. 새로지어진 리조트 답게 입구와 내부는 깨끗하고 쾌적했다. 에어컨이 팡팡나오는 멋진 방이였다. 나뭇잎으로 써둔 웰컴글자와 엽서도 멋졌다. 그 엽서를 집에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못 한 것이 후회된다. 수정이랑 같이 간 호텔중에 가장 좋은 곳이였다. 가장 비싼 곳은 아니지만 가장 좋았다. 가성비의 나라 필!! 너무 좋다.
씻고 누우려는데 이 시간에 수정이는 또 맥주를 찾는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맥주 생각이 안 났다. 다행히 룸서비스가 안되는 시간이였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 오는 밤. 그래도 금방 잠 들긴 한 것 같다. 안 자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가 깨어나는 느낌처럼.
조식을 먹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피곤하지만 눈을 뜨자 가볍게 몸이 일으켜졌다. 창문을 열어 밖을 보자 리조트 입구와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왼편에 보이는 바다와 야자수들. 멋진 풍경과 기분 좋은 여름날씨가 가득한 나라.
밝을 때 본 모달라 리조트는 더 멋있었다.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어우러진 품격있는 벽장식과 커다란 연못에 가득한 비단잉어들. 높은 층고,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서 개방감있는 건물과 수영장 로비 디자인. 약간 높은 원형 오르막의 입구 디자인도 멋있었다. 붉은 계열의 꽃과 황토색 벽의 조화로움.
조식당은 바다를 바라보는 디자인이였다. 야외 테이블, 반반테이블, 실내 테이블이 아주 많고 쾌적했다. 덥지 않고 바람이 솔솔 잘 통하게 만들어진 멋진 구조! 비비씨 레스토랑은 반성해야 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조식 이 얼마만이냐.
음식은 대단하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아주 아침을 먹기에 적당한! 아니 최고로 멋진뷔페였다.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오믈렛에 부드럽게 햄과 치즈만 넣어서 딱 적당한 반숙 상태로 입에 넣으니 리조트에 왔다는 것이 제대로 느껴졌다. 첫날은 9시쯤 조식을 먹으러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믈렛은 먹지도 못 했다. 여기다녀와서 오랜만에 호텔병 걸려서 또 호텔 앓이중이다.
혈당관리중인 내가 원하는 토마토 그릭요거트, 사과 단백질을 위한 계란 스크램블, 후라이, 소세지, 고기요리, 야채 모든게 다 있었다. 식단이 좋아서 인지 조식을 여행 내내 배터지게 먹었어도 혈당이 참 좋았다. 토마토가 조식에 거의 나왔는데 알고보니 필리핀에서는 토마토가 귀한 야채란다 ? 몰랐던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토마토를 챙겨먹었다.
수정이 뒤로 보이는 도마같은 나무장식들도 별거 아닌 듯 아름다우며 감동을 주었다. 손님이 많은데 비해 직원수가 부족한건지 서비스는 보통이였다. 그래도 여름나라 인지라 뜨거운 라떼를 먹으니 땀이 쥘쥘 났고 아아를 요청하니 친절하게 가져다 주셨다. 얼음이 약간 귀한듯하기도 하고 날이 더우니 얼음이 엄청 빨리 녹기도 한다. 비싼 제빙기를 쓰지 않아서 일까. 더워서 겠지라고도 생각한다.
찬물을 따라주면 더운 날씨에 금방 컵에 물방울이 맺힌다. 찬물을 마음껏 먹어도 추워지지 않는 나라. 배도 안 아프다. 수족냉증? 없다. 무릎 어깨 통증? 없다. 신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놀고 돌아다니니 몸이 하나도 안 아파서 넘 행복했다.
조식을 배터지게 먹고 수영장으로 바로 올라갔다. 열시가 가까워지는 시간탓에 조식을 먹고 바로 수영장에 나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 크지 않지만 곡선과 직선으로 조화롭게 디자인된 수영장은 아름다웠다. 부근의 야자수와 만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뭉게구름 한적한 바다의 아름다움이 수영장과 너무 잘 어울렸다. 풀은 작고 선베드도 투숙객에 비해 부족했고 특히 그늘이 있는 자리가 적은 편이라 일광욕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태양아래 앉아야 했다.
일단 선베드가 아닌 통로쪽의자에 짐을 풀고 몸부터 담궜다. 풍덩하고 일렁이는 시원한 물에 몸을 담궜다. 보홀에서 가장 좋은 점은 아무리 물놀이를 해도 춥지 않다. 오히려 물에 있으면 시원하고 쾌적하다. 우리나라에선 물놀이를 열심히 하다 나오면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어느순간 어김없이 추워진다. 보라색이 된 입술로 덜덜 떨면서 컵라면 같은 걸 먹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곳은 그렇지 않다. 물에 있을수록 물이 좋고 물이 시원하고 빛이 따사롭고 좋기만 하다. 풀이 적고 사람은 많아 마음껏 수영을 못 해 아쉽지만 풍경이 아름답고 시설이 좋아 나름대로 다르게 좋았다.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외국인들도 모두 조용히 행복을 즐기고 있었다. 수정이가 외국인들은 개인별로 (흔히 노년부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체로 여행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고 나도 어떤 이야기인지 바로 공감했다.
선베드 중 얼굴만 햇빛이 안 들어오는 자리가 생겨서 그곳에 앉아 꽤 시간을 보냈다. 얼굴에 햇빛이 안 들어와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 때 따뜻한 빛에 상당히 그을린 것 같다. 자리가 없어서 둘이 한 선베드에 앉았지만 덩치가 작은 두 사람이라 그런지 나름 편안했다. 오히려 오붓하게 (?) 있어서 수다를 떨 수 있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자박자박걸어서 바로 아래층의 해변에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해조류가 가득한 얕은 바다와 귀여운 야자수나무, 이름모를 잎이 동그란 녹색과 붉은색으로 된 나무가 있고 그늘아래 선베드들이 많았다. 하얗고 고운 모래를 밟으며 물 에 발을 담궈보았다. 아침 햇살에 덜 달궈신 물결이 아직 시원했다. 바닷가에 모래가 몽실몽실한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모래에 사는 생물들이 많아 먹고 배설물을 내놓은 것 같았다. 생태계가 살아있는 해변이라는게 느껴져서 깨끗한가보다 싶고 오래도록 이 생명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날씨와 잔잔한 파도, 햇빛 덕분에 해조류가 아주 무성했다 걷고 또 걸어들어가도 물을 허벅지까지 밖에 안 왔다. 배는 저 멀리 백미터 정도의 거리에 정박돼 있었다. 좀 걸어다니다 해조류가 적은 바다에 앉아서 온 몸을 담그다가 자세가 애매해서 뭍에 가까운 곳으로 걸어와 허벅지가 겨우 잠기는 깊이인 곳에 앉았다. 물렁이 일렁이며 온 몸을 어루만지고 햇빛이 몸을 데워주고 비타민D를 만들어 내게 한다. 신선한 바람이 조금 뜨거워진 몸을 바로 식혀주고 새생명을 불어넣어준다. 행복이 이런게 아닐까 ?
입국 패키지를 하지 않은 걸 잘 했다 싶은 정말 행복한 아침 시간이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한 때 였다.
허벅지 앞쪽이 뜨겁고 타는 것 같아서 허벅지에 모래를 조금 올려 햇빛을 막아보기도 하다 해변가 선베드로 돌아왔다. 일찍 일어난 탓에 한참을 빈둥거려서도 시간은 겨우 12시다.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행복하다. 티끌만한 점크기의 거슬림이나 불편함도 없이 완벽하게 편안하고 행복하다.
이제는 익숙한 보홀의 피부병 걸린 작은 개들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작고 진돗개처럼 생긴 아이가 여행 내내 눈에 띄었다. 사진으로도 남아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따스해 진다.
해변에서 한참을 호강속에 빈둥거리다 12시 반이 좀 넘어서 너무 늦기 전에 나팔링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돌아왔다. 피곤하지만 햇빛을 받으며 살랑 걸어다니다 눕다가 하니 컨디션은 은근 좋았다.
수영을 할거라서 안 씻고 가도 되는게 정말 좋았다. 툭툭을 불러서 나팔링과 히낙다난 동굴까지 가는 일정을 700페소인가에 예약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 어제와 다르게 밝아진 마을 풍경이 보인다. 10분? 15분쯤 갔나 바닷가의 어느 작고 허름한 집 같은 곳에 도착했다. 유명한 곳이라기엔 참 허름하다 어딜가도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팔링 절벽에 내려가려면 어느 리조트(?)를 거쳐서 가야해서 입장료처럼 얼마를 내는거라고 한다.
대기장소에서 물에 들어가는 가이드 한 분을 연결해주었다. 고프로를 2만원주고 대여하고 오리발, 스노클링 마스크도 빌렸다.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서 환타 작은거랑 과자를 급히 먹었다. 도대체 어떤 풍경이 있을까. 정어리떼는 어떤 모습일까 너무너무 기대가 됐다.
절벽에 있는 계단을 내려갔다. 신발을 그냥 절벽에 둔 채 내려갔다. 시원한 바닷물이 있는 바다 절벽. 거친 바위위에서 힘들게 오리발을 신었다. 오리발을 신은 후 얕은 바다를 헤엄쳐 갔다. 바닷물은 다소 뿌얬고 특별하지 않은 바다 풍경이 보였다.
앞으로 앞으로 헤엄쳐 가길 1-2분 정도 지났을까 별안간 수심이 깊어지면서 눈 앞에 정어리떼가 나타났다. 갑자기 눈 앞에 확하고 다가오다 멀어지다 살아서 꿈틀거리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제멋대로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뿌려댄 먹이를 먹기 위해 우리와 아주 가까이 있었다. 놀라워서 다가가 손을 내밀어 보니 잡힐 듯이 가까이 있지만 또 금새 흩어져 사라졌다.
한무리의 정어리떼는 거대한 한 마리의 물고기 같았고 물결같고 자연 그 자체 였다. 배워온 프리다이빙 방법으로 물 속 깊이 들어가 물고기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산호초를 보고 바다를 마주했다. 좁은 일정 공간안에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 인지 산호초가 까맣게 죽어있는 것들이 보였고 물에 물고기밥을 하도 뿌려서인지 맑은 물이 뿌옇게 보여서 좀 안타까웠다. 어딜가나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보홀인데 좋은게 소문나서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 환경이 훼손될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우리의 가이드를 맡아주신분은 아주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고 계속해서 잠수를 해봐라 이걸해라 저걸해라 요구 하셨다. 그래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멋진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바다에만 집중하지 못 한건 아쉬웠지만 나중에 사진을 보니 참 좋았다. 처음에 마스크 벗고 찍은 사진들만 보고 이 사진을 찍는다고 고프로값 2만원을 냈던가 하고 참 어이없었던 기억도 난다.
구명조끼를 아예 빌리지 않고 간 탓에 숨을 쉬려면 발을 움직여서 수면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 했는데 이게 은근히 힘들었다. 체력 소모가 크달까. 나중에 혈당 수치를 보니 수영하는 내내는 혈당이 낮다가 수영 끝나니까 수영직전에 먹은 과자랑 음료수로 인해 혈당이 올라서 신기했다. 짠물도 많이 먹고 아름다운 물고기들도 많이 보고 사람에 치이기도 한 나팔링의 정어리떼 구경은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였다.
오랜만에 바다에 온 수정이가 오리발이 커서 자꾸 벗겨진다고 하고 마스크도 잘 맞지 않고 구명조끼가 없어서 쉽게 물에 뜨지 못하는 걸 불편해했다. 나중에는 힘들어서 인지 바다구석에서 쉬기만 했다. 그래서 나랑 마스크를 바꿔끼고 갔는데 수정이가 마스크가 좀 이상하긴 했다. 대여장비 사용 시 장비가 불편하면 노는데 지장이 좀 생기는 것 같다. 더블케이 마스크가 비싸긴 하지만 다음에 또 바다갈 일이 있을거니 하나 사긴 할까 한다.
수정이가 힘들어 해서 조금 아쉬운 상태로 스노클링을 마무리 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게 나에게도 힘든일이기도 했다.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니 1시간 가량을 한 것 같다.
원래는 히낙다난 동굴에도 가기로 했는데 체력문제 상 패스했다. 그래도 수영을 좋아하는 날 위해 꾸준히 따라다녀주는 수정이가 고맙다. 돌아오는 툭툭안에서 홍보 포스터 같은 것을 보고 다음 날 발리카삭 호핑투어를 예약했다.
힘들고 지친 상태로 숙소에 돌아와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다 먹었다. 수영복만 입고 편의점에 있어도 자연스럽고 편안해서 좋았다. 우리나라였으면 절대 못 그랬겠지
필리핀의 매운 비빔 컵라면, 맥주, 소세지와 계란, 치즈가 올라간 인스턴트밥을 준비했다. 저녁을 또 먹어야 하니까 간단하게 먹자 하고 먹었는데 완전 꿀맛이였다. 의외로 인스턴트밥도 맛있었다. 컵라면은 너무 안 매워서 어이가 없었다. 감자과자는 감자라서 맛있었다. 간식을 먹고 좀 쉬고 있자니 수정이가 잠들어서 코를 골았던 것 같다.
잠도 안 오고 일몰이 보고 싶었던 난 아쉬움으로 먼저 나갈 채비를 하고 옷도 주섬주섬 입다가 먼 하늘이 희끄무레해지기 시작하자 수정이를 깨웠다. 리조트앞 해변이 흰끼가 도는 파스텔톤으로 변해가며 석양이 지고 있었다. 자박자박 걸어 모래를 밟고 치마를 걷어 물에도 발을 담궜다. 여전히 물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기분 좋은 순간. 리조트를 부근를 걷다 배는 안 고팠지만 저녁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맥주와 버터 해산물 구이, 갈릭 라이스를 시켰다. 양은 적었지만 버터를 아주 팍팍 넣은 요리는 나름 맛있었다. 가리비와 새우가 맛있었고 생선구이는 좀 퍽퍽했던 기억이 난다. 이 나라 생선이 거의 맛이 그저그렇다던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갈릭라이스가 맛있어서 밥을 팍팍 먹었더니 혈당이 오를까봐 걱정이 됐다. 리조트옆 몽디토 쇼핑몰을 좀 걷다가 비팜 레스토랑이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맛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먹었는데 처음 맛보는 아주 신비하지만 조화롭고 크리미한 너무너무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였다. 요즘 단 걸 좀 덜먹어서 그런건지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한 번 더 먹고 오려고 했는데 먹지 못 해서 너무 아쉽다. 또 먹고 싶은 비팜 아이스크림. 다음 날 일찍부터 일정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자자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잘 준비를 다 하고 샤워를 하고 보니 아침에 선크림은 안 바르고 돌아다닌 탓에 온 몸이 상당히 햇빛에 그을려 있었고 특히 수정이는 부분부분이 꽤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잘 채비를 하고 눕자마자 몹시 코를 골면서 수정이가 잠들어버렸는데 온 몸이 뜨끈뜨끈했다. 피부가 햇빛에 손상돼 염증으로 인해 그랬는데 그때는 이렇게 까지 일 줄 모르고 그냥 바디로션만 열심히 발랐다. 피로가 누적된 채로 누웠는데 난 너무 피곤하니까 오히려 잠이 안와서 약을 먹고서야 이르게 잠들 수 있었다. 에어컨이 강해서 추운 방안이 잠결이지만 호사로웠다.
다음날은 발라카삭을 가기위해 8시 까지 나가야 하는 날이다. 기대가 돼서 인지 눈이 아주 번쩍 떠졌다. 뜨거운 태양은 오늘도 빛나고 있다. 일찍 나가서인지 조식을 먹는 사람이 적어서 해변이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어제도 밥을 먹었던 그 자리다. 우리 전용 자리가 된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아아를 시키고 조용해서 오믈렛도 취향껏 주문하고 이것저것 먹었다. 활동량이 아주 많아서 그런지 여행 내내 과식을 하고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도 혈당은 안정적이기만 했다. 오버나이트 오트밀도 아주 맛있었다. 토마토도 꾸준히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토마토가 귀한 음식이랬다.
호텔앞에서 조인하기로 한 투어 직원을 만났다 우리에게 건물 사이로 걸어오랬다. 우리 리조트의 해변 바로 앞에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편했다. 익숙한 방카에 올라 달리니 배를 타고 어딘가를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소음이 심했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풍경과 날씨. 정말 기분 최고였다. 수정이도 너무 좋아했다.
어깨에 화상을 입은 수정을 위해 내 래쉬가드를 양보하고 수정어머니의 크로쉐탑을 입었다. 배를 타고 한참을 달렸고 배를 타는 것 만으로 너무 발리카삭 인근에 도착했다. 섬 안에 들어가 우선 오리발과 고프로를 빌려야 했는데 배와 배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방카 양쪽으로 붙은 나무 지지대 부분이 서로 붙으며 전진하기 어려울 정도 였다. 우리가 내려서 걸어도 되는데 친절한 직원들은 어떻게든 배를 섬 가까운 곳에 정박시키려 애썼다. 미안해서 안절부절하는 우리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배는 뭋에 닻을 내렸다. 첨벙하고 들어간 물은 언제나 미지근하고 적당히 부드럽게 시원하다 바삭바삭거리는 바닷가의 모래들의 밟으며 입도한 발리카삭은 예전에 왔을 때와 상당히 달랐다. 예전엔 우리 투어 사람들만 있는 호젓한 곳으로 갔는데 이번엔 현지 투어 업체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북적거리는 곳으로 우릴 안내해줬다. 업체마다 오리발과 고프로는 대여해주고 있었고 오리발 상태는 전반적으로 안 좋았다.
특정 스팟이 스노클링을 하고 거북이는 보는 곳인 것 같았다. 저번에 보지 못 했던 거북이 포인트에 도착하니 직원들끼리 서로 거북이가 있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거북이가 있다는 지점에 우리도 배를 내려 물에 뛰어들었다. 아주아주 깊고 시퍼런 바다였다. 스노클링을 하는 예쁘고 얕은 바다가 아니였다. 저기 아래 거북이가 있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배운 다이빙 실력으로 깊이 들어가 보았지만 뭔가 보이는 것 같기만 하고 확실히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거북이 랜다 ?? 너무 깊은 곳에 거북이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로 찍어주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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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녀와서 오랜만에 호텔병 걸려서 또 호텔 앓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