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전정현
툭!
툭!
창가에 비가 오면
창문에 그리고 싶다
눈감으면 아련 거리는
얼굴 하나
넓고 볼록한 이마에 입 맞추고 싶은
장미처럼 불타오르는
눈빛
고양이 같은 앙칼진 목소리에
가슴을 베어도
한 손은 네 손을 잡고
바지 주머니에 감금한다
창가에 빗물이 소리 내어 울어도
혈관에 흐르는 220 볼트 전압에
나는 그냥, 감전되고 싶다
똑!
똑!
시간은 지나가고, 사랑은 남는 것
너는 미래를 말했고, 나는 추억을
그렸다
(낭송 비교 감상 1. 2)
이 시는 제 젊은 날의 초상화 같은
글입니다
그 때의 아름다운 그리움을 긋고
있습니다
1. 낭송 물미하이디 (김현숙)
https://m.youtube.com/watch?v=A2otUfGwZhk
*** 조회수1, 300명 카운트다운
2024.7.11. 현재 - 7
2024.7.12. 1,310 ***
2. 낭송 시인 은결
https://youtu.be/R1NKgtvK8lM?si=3zksn2IarXUYmxAL
사랑을 주우려다 시를 쓰다
전정현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어디서 실려오는 향기일까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파도에 실려 살갗에 닿은 인연일까
조그마한 바위가 바람에 깎이며
맺은 억겁의 인연인가
그대와 나는 들꽃 같은 운명인가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씨앗으로
떨어져 서로 마주보며 그리워하는
꽃 같은...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 치는 혹한에도 견디며
시집을 짓는 몸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 외롭지 않다
세상에 이름이 뚜렷이 남지 않아도
그대의 따뜻한 눈동자가 내 가슴에
별처럼 살아있다면 바지랑대서라도 운무를 헤치고 시를 쓸 것이다
그대를 사랑하므로 나 행복합니다
그대를 볼 수가 없으니
달이 보이고
네가 그리울 때, 젖무덤이 보였다
먼 옛날부터,
오늘도 허리를 굽혀서 몸짓으로
한 줄의 시를 가슴에 새기고
음각된 시구는 촛불처럼 어둠을
태우고
파도를 깨우는 몸짓을 기다립니다
( 낭송 비교 감상)
이 글은 제가 시를 쓰게 된 사연을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제 감정의 좋은 인연들에게 이 글을
헌사합니다
3. 시인 은결
https://youtu.be/vv2AipdddpA?si=5MSk5vUTwWQC-9Tx
4. 시인 박영애
고백
전정현
나도 모르게 그대는 내 가슴에
쑥, 들어왔어
똑! 똑! 노크도 없이
어떡하지
어떡하냐
산에 가도 보이지 않던 그대가
시집에서 웃고 있어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살랑되는
그 이름은 진순이
눈도 곱고
마음도 고운
꿈속의 여인,
반갑다고
고맙다고
밀당하면서 손을 잡았어
촉촉하게 전해오는 전류의 파장은
번개 같은 섬광이었어
입술을 스치는
5. 고백
시인 김미원 낭송
(장난 삼아 순식간에 쓴 연정 시)
6. 시월 어느 멋진 날에
시인 김미원 낭송
7. 기차는 떠나고
(시인 김미원 낭송)
이 시는 84년 대구에서 만났던
김미영 친구를 그리며 시 긋다
위 시는 사람과 시 밴드에서 아래 이미지을 보고 쓴 시입니다
이별 그리고 변명
전 정 현
그대에게 가고 싶었는데
갈 수 없었던 마음
한 번쯤 생각해 주세요
나뭇가지에 생긴 옹이처럼
겹겹이 쌓아둔 맹세 두고
돌아섰지만 손에 쥔 것은 공허한
바람 소리뿐,
뜨거운 청춘, 불태워 보았기에
그대 내 가슴 한편에 숨쉬고 있습니다
그때는 몸이 가장 가벼워서
아마도 지금의 그대 몸보다 가벼운 56킬로 그램,
움푹 패인 눈은 살아 있었지
내를 건너서
강을 건너서
산을 넘어서
모퉁이 돌아보니 이제야 알겠더라
인생은 하늘과 땅이 아니라는 거
나란히 붙어서 둘이서 걷는 거라는 거
내가 진정 바보였구나
김미영
그대의 충혈된 눈, 뒤돌아보던 눈망울
아직도, 아련히 아파서
향기 있는 한 잔의 커피를 들고
그대를 나의 시집에서 기다리고 싶습니다
8. 이별
(시인 김미원 낭송)
소풍이 끝나는 슬픔,
남은 자들의 슬픔을 그리는
시입니다
이별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별
전정현
어미 양이 홀로 들판에
머리를 숙인 채 서 있습니다
걸음은 여기까지입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퍽하고 쓰러 집니다
그리고 더 이상 양은 일어서지 못합니다
저 멀리에서
어젯밤에 헤어졌던
점 하나가 다가옵니다
어미양의 새끼입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오더니 어미에게 살갑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20미터 언저리에서 걸음이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습니다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이 초침에 밀려
낮달이 구름 속에 갇힌 때
새끼양은 충혈된 눈으로
이별의 걸음을 뚜벅뚜벅 몇 걸음
중심을 이동하지만 어미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뒤돌아
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꿈에서도 새끼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어미도
새끼도
엄숙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미는 자연으로 회귀하고
새끼는 이제 홀로 바지랑대에 올라서
시간을 길게 늘여서 젖은 생을 바삭하게 말려야 할 것입니다
시간은 초침에 업혀 지나가고
사랑은 우주의 공간처럼 끝이 없다고
마지막 눈물을 삼키며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 자연이 흔들어 깨우다 ***
전정현
아나운서가 물방울원피스에
빨간 머플러 두르고
오전 한 때 비가 내리고
오후 두 시경 갠다고 한다
차창 밖에는 가래질 한
논물이 바람에 일렁이고
밭에는 감나무가 싱그러운
오월을 합창한다
감꽃이 필 때면
명숙이 덧니가 생각나고
소 고삐 산비탈에 풀어놓고
싸리꽃에 감자 구워 먹던
추억에 젖어든다
젊은 새처럼 시골 둥지 떠나서
회색 집 품으니 전문가
뻘에 발목 잠긴 말 반복한다
공룡 횡포가 도시 균형추를
기울게 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닌 비밀이다
깡통전세
깊은 블랙홀과 햇살 사이 곡예 하면서
한 바탕 춤을 춘 애환의 새
금이 간 부리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해 뜨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자전거 타고 귀향하고 싶다
그 시절 시골 장은 시장 오신
어머니 찾을 수 없었고
교실에는 빛과 웃음 가득했다
저기 기차 소리 들린다
고향 역에서 사투리 거칠게 뱉던 계집아이 안부가 궁금하여
맨발로 마천루 올라 화살 쏘았고
그 화살은 지금도 지구를 돌고 있다
나는 살구나무 서 있는 쉼터에
토담집 짓고 갈색 나무의자 하나
놓을 것이다
그 의자에 세월 흔적 쌓이고
거미줄이 울면,
빨강명자꽃이 담장을 타고 고개를 내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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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와 어둠을 뚫고 꽃으로 태어나다
전정현
별과 별 빛 사이 고요와 어둠을 헤치고
달님이 웃고 있다
나무들은 서로 살겠다고 생존경쟁을 하고 호수는 말없이 저들의 경쟁을 물구나무 세우고 지켜보고만 있다
침묵과 거의 아무것도 없는 밤에 새로운 생명과 꽃을 피워내는 것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무한궤도에서 들을 수 있는 서사시
달빛 소나타가 닫힌 심장의 문을
열고 있다
보라,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호수의 일렁이는 모습
잠시 바라볼 수 있는 고요와 어둠은
우리를 얼마나 높은 깊이로 끌어올리는가
동전의 앞면과 뒷면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아름다움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밤
달밤의 침묵에 긴장하고 있다
다음 화면 아래에 2부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