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1일>
Plan A 포천 이동 → 가평 북면
이동면 사무소 → 장암저수지 → 840봉 → 신로령 → 1102봉 → 국망봉 → 견치봉 → 민둥산 → 도성고개 → 강씨봉 자연휴양림
Plan B 포천 이동 → 포천 일동
이동면 사무소 → 장암저수지 → 840봉 → 신로령 → 1102봉 → 국망봉 → 견치봉 → 민둥산 → 도성고개 → 강씨봉 → 채석장 → 화대리
중 당일 산행 상태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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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國望峰]
높이: 1,167.2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가평군 북면 적목
경기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 접경에 위치한 이 국망봉은 주 능선의 길이만도 15㎞에 이르는 경기도 내의 제3고봉으로 암봉이 거의 없는 육산으로 해발 1,168m나 되기 때문에 산행이 쉽지만은 않은 산이다. 국망봉을 오르내리는 데는 최소한 5시간이 소요된다.
육중한 신세에 고산의 면모를 고루 갖추어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웅장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특히 겨울철에는 많은 적설량과 함께 주 능선 일대의 설화와 상고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최근에 2번이나 길을 잃고 조난하여 사망하는 등 겨울 산행에는 초보자는 유의하여야 한다.
국망봉은 산세가 웅장해서 겨울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드넓게 자리 잡은 국망봉의 주 능선은 정상까지 5개 봉으로 형성되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의 묘미를 더해준다.
민둥산
높이: 1,023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민둥산은 민드기봉. 민덕산이라고도 하며 적목리 서쪽 한북정맥에 솟아있는 산이다. 주 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로, 조금 더 지역을 좁혀 설명하면 개이빨산(1,110m)과 강씨봉(830m) 사이 능선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현지 사람들은 민덕산이라고도 부른다.
민드기봉은 정상과 주 능선 곳곳에 하얀 수염을 드러낸 억새군락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산자락 곳곳에 단풍나무도 유난히 많아 가을 단풍산행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강씨봉[姜氏峰]
높이: 829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가평군 북면
강씨봉은 포천시와 가평군을 경계로 하는 아기자기한 등산코스를 지니고 있지만, 주위에 유명한 산들이 많아, 등산객이 많지 않은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가족 산행지로 가볼 만하다.
특히 겨울 설경이 아름다우며 산꼭대기 좌우로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산으로 한나무골의 계곡은 맑고 깨끗하다. 마지막 능선의 억새밭과 싸리나무, 봄철의 진달래와 철쭉이 어우러진 모습이 볼만하다.
정상에 서면 국망봉, 명지산, 청계산, 운악산이 보인다. 하산은 억새밭을 지나 강씨봉 고개를 거쳐 귀목봉으로 올랐다가 장재울계곡으로 한다. – 한국의 산하
"철원에 도읍을 정한 궁예의 폭정을 보다 못한 부인 강씨가 직간(直諫)을 올렸으나 궁예는 오히려 부인을 - 부인 강 씨를 귀양 보낸 산을 후세가 강씨봉이라 - 강씨봉으로 귀양보냈다. 나라가 망하자 궁예는 강씨봉을 찾았으나 이미 부인은 죽고 없었다.
국망봉 정상에서 도성인 철원을 바라보고 통곡한 궁예는 그 후 명성산으로 들어갔다는 전설과 더불어 산명이 붙여졌다" – 포천시 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백두대간 백산 분기점(1,120m)에서 분기하여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장명산에서 끝나는 '한북정맥' 중 국망봉~강씨봉 코스를 할 예정이었다. 한북정맥 국망봉에서 운악산에 이르는 능선의 우에 포천이 좌에 가평이 있다. 당연히 그 능선 위에 있는 산은 가평이나 포천 어느 쪽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선 산꾼들의 산행기를 보면 거의 다가 가평 쪽에서 올라 가평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도 다른 산은 선구자를 따랐지만, 이번 국망봉은 가평 용수동 종점에서 국망봉 들머리까지 4km가 넘는 거리를 2차선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는 글에 포천 쪽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해서 동서울발 7시 30분 포천 다목리행 버스를 타고 이동에서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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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2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낙진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우가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전 발생한 급체로 산행이 불분명했던 흥수를 - 중요! 흥수가 못 오면 그동안 그가 분담하고 다녔던 짐을 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흥수로부터 급한 텔레그램 문자가 도착했다. '토요일 00시 53분에 표는 예매했지만, 이제 일어나 산행을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터미널 내 편의점으로 달려가 라면을 끓이기 위한 생수와 햇반을 사서 배낭에 넣었다. 결과적으로 평소보다 2kg 정도 짐이 늘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31분 예정보다 1분 늦게 다목리행 시외버스가(이차를 한 번 더 타, 사창리에서 내려야 할 거 같다!) 출발했다. 이동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해보았으나 잠이 오지 않아 과거 이동 막걸리에 얽힌 글을 메모장에 쓰고 난 10여 분 후 목적지인 이동에 도착했는데, 동서울을 떠난 지 1시간 10여 분만인 8시 40분경이었다. 가평 용수동은 10시에 도착하니 1시간 20분 이상 빠른 것이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의 접근은 포천이 한 시간 이상 빨라,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그만큼 적어 산행하기 아주 좋은 위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앞선 선구자들은 이동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가평 쪽을 택했는지 궁금했는데 그건 이번 산행 과정 중 알게 되었다.
이동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큼지막하게 보이는 이동 갈비, 이동 막걸리 광고판에 그냥 산에 올라갈 수 없다고 외치고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갈빗집은 많았지만 간단하게 막걸리를 마실 만한 식당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우리의 목적지인 이동 면사무소와는 반대편에서 막장이 전문인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마침 외박을 나가는 군인과 주민으로 생각되는 분이 아침을 먹고 있었는데, 동네에선 맛집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뼈해장국을 안주로 막걸리 두 병을 나누어 마시고, 식당을 나와 산을 향하기 시작한 시간이 9시 13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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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을 오름에 있어 가평을 버리고 포천을 택한 이유가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출발지인 이동면사무소에서 생수 공장까지 아스팔트 길이 거의 3km에 달해 포천을 택한 이점이 없었다. 앞선 산꾼들이 가평을 택한 이유!
아스팔트 길을 걷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경치가 더 좋고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더 짧다!
길도 훨씬 좋다!
생수 공장을 오가는 대형 트럭을 피하며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 들머리 입구에 도착하니 대형 등산 지도 안내판이 있었다. 그 지도를 보며 국망봉을 오르는 세 코스 중 애초 계획했던 1코스 '생수 공장 → 폭포 → 관산골 → 신로령 → 국망봉' 길을 버리고 2코스 '장암저수지 → 전망암 → 국망봉' 길을 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아스팔트 3km로 오늘 산행 거리가 처음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만큼 시간도 늦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거리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생수 공장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자그마한 이정표를 보고 공장이 아닌 반대편을 향해 나아갔는데, 마침 우리 앞에 두 명의 등산객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아무 의심 없이 그 길로 곧장 올라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이번 산행에서 한 첫 번째 실수였다. 1코스나 2코스로 가기 위해서는 생수 공장을 지나 장암 저수지까지 가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전에 방향을 틀어 결과적으로 '생수 공장 갈림길 → 470봉 → 헬기장 → 38도선 갈림길 → 국망봉'의 3코스로 들어선 것이다. 이 코스에서 강씨봉까지 가기 위해서는 38도선 갈림길에서 국망봉으로 갔다 다시 38도선 갈림길로 돌아와야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배낭 벗어 두고 정상 갔다 오기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2코스를 따라 잘 오르고 있다고 믿고, 이제 막 꽃이 핀 진달래 생강 들꽃을 사진에 담으며 능선을 오르고 있는데, 갑자기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과 계속 능선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왔다. 잠깐 고민을 하다 계곡 길을 선택했는데, 이것이 장암 계곡으로 우리가 한 두 번째 실수였다. 계곡의 특징인 너덜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다 눈앞에 나타난 폭포! 이 계곡 유일의 '장암 폭포'다. 폭포의 그늘 쪽은 아직 얼어 있었지만, 물의 양이 많고 햇볕이 잘 드는 쪽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폭포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은 후 다시 갈 길을 갔다.
그런데 갈수록 길이 점점 희미해지고 명확하지 않기 시작했다.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확인해 보니 길은 '장암 폭포'까지만 나 있었고, 능선을 오르는 길은 애초에 없었다. 그나마 장암 폭포 이후 길 같아 보였던 것은 우리와 같은 실수를 한 산꾼이 길을 만들며 능선에 올랐던 경우가 아주 가끔 있었던 것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의 두 번째 실수인 이 계곡 길을 택함으로써 확실히 거리는 줄였지만, 시간은 더 늘어났고, 능선을 오르기 위해 거의 70도 경사를 기다시피 올라가느라 체력 소모도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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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30분경 장암 계곡 너덜 길을 오르고 있는데 흥수가 전화를 했다. 혼자 백운산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일동으로 하산할 예정이니 일동으로 오라고 했지만, 차를 가져와 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산행 잘하라고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힘겹게 능선에 올라 다시 국망봉을 향해 나아가다 오후 1시경 국망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행 계획을 세울 때 1시까지 국망봉에 도착하는 것으로 잡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막상 봉우리라고 생각된 곳에 있는 이정표를 보는 순간! 들머리에서 우리가 한 실수를 알게 되어 머리를 쥐어뜯었다.
<위도 38도 00분 18초>
이정표 기둥에는 '한북정맥'이라 크게 쓰여 있었고 왼쪽으로 "국망봉 0.80km', 오른쪽으로 '견치봉 0.50km'라고 쓴 화살표 형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위도 38도 00초 15분'이라고 써 놓았다. 625 이전 북한 땅이었다는 얘기다. 선택의 여지 없이 배낭을 벗어 두고 국망봉을 향해 우리의 전진 방향과는 반대로 800m를 달리다시피 갔는데, 계곡에서 능선을 오르기 위해 체력 소모가 심했던 낙진은 300여 미터를 가다 배낭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고 창우와 나만 국망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본 등산객
두 팀 3명이 이번 산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었다(아, 그중 한 명은 견치봉에서 점심을 먹다 다시 봤다). 정상에서 주변을
살펴보았으나 미세 먼지로 시야가 좁아 흥수가 홀로 오른 광덕산과 백운산 등 주변 산을 희미하게 조망할 수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둘이 인증사진을 찍고 국망봉을 떠난 시간이 1시 15분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으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는데, 정상에서 만나 3명은 팀별로 자리를 차지하고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38 도선으로 돌아가 기다리던 낙진을 만나 배낭을 둘러매고 점심 먹을 만한 장소를 찾으며 견치봉을 향해 나아갔다.
견치봉까지 가는 길에는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해, 1시 51분에 도착한 견치봉 정상 넓은 곳에서 자리를 잡을까 하고 있는데 창우가 남의 눈도 있으니 조금 아래 평평한 곳에 자리 잡자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 돌을 모아 자리를 만들어 둔 곳을 차지하고 앉아 짐을 풀었다. 달걀 2개, 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라면 3개를 끓이는 동안 창우 와이프표 김밥과 낙진의 과일, 창우의 문배주로 간단하게 한잔했다.
라면이 다 끓어 배추김치, 파김치와 같이 먼저 면을 건져 먹은 후 남은 반찬과 햇반을 다 넣고, 돼지죽을 끓이고 있는데, 국망봉 정상에서 만났던 3명 중 혼자 산행을 온 산꾼이 가평 용수동 종점으로 내려가기 위해 우리 옆을 지나갔다. 순간 약간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예상대로 못 본 척 지나 가버렸고, 우리는 잘 끓은 돼지죽과 낙진의 짐을 줄이기 위해 오렌지와 사과를 배터지게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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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 바로 아래>
들머리에서 힘겹게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점심 후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후 산이 쓰레기로 덮여 있고 요충지마다 땅을 파고 콘크리트로 튼튼한 벙커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이 쓰레기로 덮여 있다는 것은 산이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였다. 사실 국립, 도립, 군립 등 국가에서 지정하는 공원이 아닌 이상 산이 관리되기는 쉽지 않지만…. 심지어 도립, 군립도 개판인 마당에 포천과 가평 사이에 있어 관할도 애매한 산을 누가 관리하겠는가? 오죽하면 모든 봉우리 정상에 커다랗게 세워져 있는 전망 해설 지도가 다 지워져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장암 계곡에서>
국망봉에서 강씨봉에 이르는 한북정맥 능선 길은 통신 부대가 설치한 통신선(속칭 삐삐선)과 나란히 달린다. 그런데 그 삐삐선이 간혹 길을 가로질러 길을 막고 있거나 발목에 감겨 여차하면 등산객이 넘어질 수도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충지 또는 일정한 거리마다 벙커가 있었고 벙커와 벙커를 잇는 통로도 등산로 1~2m 내외로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그걸 보고 든 의문. 왜? 삐삐선은 저 참호 간 통로가 아니라 등산로를 따라 막무가내로 놓여있어 등산객의 길을 막고 있는가? 그 순간 번뜩 드는 생각,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등산로가 아니라 군사 목적의 작전로라면? 625 이전 북한 땅이었고 뒤에 얘기하겠지만 이동 막걸리와 관련된 기억 중 5군단 사령부가 있는 곳인데…. 생각을 바꿔서 등산로가 아니라 군사 목적의 작전로를 등산객이 가고 있다면 내가 가진 의문의 대부분이 설명되었다. 등산객이 왜 이렇게 없고(물론, 꽃 피는 남쪽으로 몰려간 것도 있겠지만), 길은 아주 잘 만들어졌지만, 등산에 친절하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벙커의 상태가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양호한지….
이런저런 의문에 스스로 답하며 견치봉에서 민둥산 1.8km, 55분 거리를 50분이 채 안 걸려 도착했을 때, 평소보다 빠른 걸음과 과식한 점심 후 휴식도 없이 달린 후유증으로 먼저 창우가 민둥산이라 이름 붙여진 헬기장 한쪽 끝에 드러누웠고 낙진이 바로 따라 누웠다. 나는 그 장면을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남기기 여념 없었고….
잠깐이나마 헬기장 가장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해 체력을 보충한 창우가 인증사진을 찍자고 해 정상(민둥산)에서 사진을 담고, 4km 거리의 최종 목적지인 강씨봉을 향한 시간이 3시 4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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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23m인 민둥산에서 829m인 강씨봉은 194m의 표고 차로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중간에 있는 한북정맥 종주 2구간 종착이자 3구간 시작점인 도성고개가 해발 631m로 392m의 표고 차가 있어 비록 2.5km의 거리로 충분한 길이로 보이지만, 민둥산에서 도성고개까지의 표고는 지칠 대로 지친 등산객에게는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길 주변의 억새와 관목이 산길이라기보다는
들길을 걷는 느낌을 줘 지금까지 왔던 능선 길과는 다른 맛을 주어 힘을 보태 주었다. 와중에 들꽃과
함께 깨어 활동을 시작한 어린 살모사를 본다는 것은 살아 있는 산을 본다는 즐거움에 더욱 기뻤다.
도성고개에 도착했을 즈음에 흥수가 창우에게 전화해 5시 30분까지 강씨봉 휴양림으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강씨봉 진행 도성고개 좌측인 강씨봉 휴양림은 가평으로 우리의 하산 목표인 포천 일동과는 반대편이었다. 통화 상태가 좋지 않아 서로 고함을 지르다 문자로 대화하기로 바꾼 후 글자로 가평이 아닌 우리의 하산 목적지인 포천 일동 화대리로 오라고 했다. 만나는 시간은 6시로…. 창우가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 물어 내가 답한 시간이 6신데 그때가 4시 40분경으로 계획대로 포천 채석장 방향으로 하산을 하면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도성고개에서 강씨봉, 오뚜기 고개에 이르는 길은 지금까지의 능선 길과는 달리 강씨봉 휴양림에서 산책로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나무 계단도 잘 만들어져 있었고 곳곳에 이정표도 잘 되어 있었다. 사실 휴양림에서 죽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휴양림 기준 환 종주 8km 정도는 산책로로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등산로를 따라 좌로 펼쳐진 휴양림 산림 상태는 대단히 좋았다. 마지막 깔딱이랄 수 있는 도성고개 능선 표고 차 198m는 마지막 남아 있던 체력을 고갈시켰다. 아, 나 말고….
내 기억에 채석장으로의 하산하는 지점은 강씨봉 직전에 있었는데 강씨봉 도착 300여 미터 전에 갈림길이 나오고 이정표에는 강씨봉과 포천 이동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에 배낭을 벗어 놓고 강씨봉을 갔다 와야 하나 잠깐 고민을 한 후 내가 분석한 포천 채석장행 하산 길은 강씨봉 직전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무시하고 강씨봉을 향해 갔다. 이것이 이번 산행의 세 번째 실수다!
그렇게 강씨봉에 올라 사진을 찍고 등산 앱이 알려주는 하산 지점을 향해 오뚜기 고개를 향해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가고 있는데 훙수가 전화를 해 화대리 '하늘 향기 펜션'이 도로의 끝이고 거기까지 차로 와 기다릴 테니 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도 그리로 내려가기 위해 갈림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능선 길을 따라 계속 갔지만, 등산 앱이 알려주는 첫 번째 갈림길은 보이지 않았고, 얼마 지나 다시 확인하니 이미 길을 지나친 걸로 나왔다. 그 순간 다시 강씨봉 방향으로 돌아가 '이동면' 갈림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두 번째 갈림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갔다. 우측으로 빠지는 길을 찾으며 계속 달려가니 앞에 우측으로 작은 능선이 보여 하산 길이 있다면 저 능선을 따라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능선과 만나는 언덕에 능선 쪽으로 빠지는 길이 보였다.
인간이 다녔던 흔적이 희미한 급경사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등산 앱이 가리키는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여야 할 것이 안 보이고 능선이 생각보다 가팔라 등산 앱 지도를 다시 확인하니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지나쳐 좌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기억상 갈림길이 있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흥수가 전화로 펜션 사람들 말이 '화대리에서 강씨봉 올라가는 길이 없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지도상으로 우리는 화대리가 아니라 서울 기준 그보다 하나 더 전인 '무리울 계곡'으로 하산하고 있었다. 바로 흥수에게 전화해 '무리울 계곡'으로 오라고 연락하고 능선 아래로 전봇대의 열병을 보며 전봇대를 향해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지도상에 있는 화대리 코스는 길이 없어진 것이다. 아직도 길을 안내하고 있는 지도 앱! 사고가 나면 얘들이 책임지나? 인명사고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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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무리올 계곡' 전원주택 단지 택지 조성지에 도착한 시간이 6시 35분 경이다. 창우는 바로 계곡으로 씻으러 가고 어쩔 수 없이 차를 200여 미터 아래에 두고 우리를 찾기 위해 올라온 흥수와 전화 통화를 하고 바로 만났다. 창우 말대로 우리의 119 흥수였다. 일정이 바뀌어 우리와 함께하기로 한 흥수 덕분에 하산 길에 부담이 없었고 이후 귀성도 아주 편했다.
흥수 차 트렁크에 배낭을 싣고, "오빠 이동 갈비 먹으러 이동으로…."를 외쳤고 차는 "무리울 계곡"을 한참 빠져나와 이동을 향해 서울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무리올 계곡 정상에서 이동을 향해 달리다 안 것은 흥수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게곡 하산지점에서 일동까지 엄청나게 험난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전 산을 오르기 위해 생수 공장을 향해 가다 본 갈빗집에 도착해 이동 갈비와 운전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는 흥수를 제외하고 낙진용 맥주, 창우용 이동 막걸리, 나를 위한 참이슬 빨갱이를 시켜 일단 소맥을 말아 기사 흥수는 포함, 창우는 막걸리로 시원하게 한잔했다. 사실 창우가 마시고 있는 '이동 막걸리'는 나와는 인연? 악연이 깊다. 버스를 타고 가며 쓴 글을 '사랑방'에 올렸지만, 다시 보자면….
"1991년으로 기억하는데 군 생활하던 대학 동기가 시국사건으로 선후배가 같이 구속된 일이 있었다. 비슷한 사건으로 육사에서 방위 생활 중 체포되어 고생하다 나온 친구의 제안으로 포천 이동 5군단 영창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친구를 면회하러 갔다. 당시 나는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영창에서 고생하는 친구를 면회 후 이동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다고 실비 식당에 들어가 간단한 안주에 이동 막걸리 두 통을 마셨다. 각 1병,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동 막걸리 한 병을 혼자 다 마시기 쉽지 않다. 그리고 청량리행 버스를 타고 제일 뒷좌석에 술에 취해 자다가 볼 일이 급해 깨었는데 허허벌판에서 앞뒤로 길이 꽉 막혀 차가 전혀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더 참기 힘든 상황이라 바로 기사에게 가 사정을 말하니 버스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다른 승객도 우르르 하차, 우리 버스가 내리니 다른 버스도….
갓길 끝 시멘트로 튼튼하고 깊게 만들어 놓은 배수구 위에 자리 잡고 흔들흔들 볼 일을 다 보고 주섬주섬 옷을 여미고 자크를 채우다 무게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그리고 잠깐 정신을 잃었던 - 그 잠깐 내 지난 인생이 마치 영화를 보듯 보였던 - 것 같은데 사람이 쓰러졌다는 둥 차가 떠난다는 둥 하는 소란에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 올랐다. 다시 제일 뒷자리로 가 자리를 잡았는데 왼쪽 눈가가 축축해서 손으로 만져보니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상처를 손으로 꾹 누르고 우여곡절 끝에 응암동까지 가 당시 서부병원에서 왼쪽 눈썹 부위를 다섯 바늘 꿰맸던 생각이 난다."
이동갈비와 각자의 술로 기분 좋게 산행 뒤풀이를 하고 귀경했다.
원래 경기도 산에 무지해 이번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가평 포천 쪽은 갈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다 아직 가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대한민국에 가야 할 산은 엄청나게 많지만 내가 정한 기준인 높이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에 부합하는 산이 아직도 많다!
어쨌든 이번 산행은 당초 계획 과는 달리
‘이동면 사무소 → 갈림길 능선 → 장암 계곡 → 장암 폭포 → 갈림길 능선 → 국망봉 → 갈림길 능선 → 견치봉 → 민둥산 → 도성고개 → 810 갈림길(채석장) → 강씨봉 → 한나무골 갈림길 → 무리울 계곡’를 했다.
첫댓글 ㅎㅎ. 이동에서 일동까지 넘어가느라 고생 많았다. 그나저나 저 잘못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산에서 만큼은 민간 지도를 신뢰하면 안될 거 같음
어제 진달래를 보고 올해 진달래 맛은 어떨꺼 먹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막상 맛 보지는 못 했네
그래도 대간이니 정맥이니 하는 말을 실감할수 있어서 좋았구... 흥수119는 정말 따봉이었어..^^
막판에 낙진이 사과가 큰 힘이 되었고...
'날머리를 편하게'는 좀 더 고민해야할 것 같다... 규헌아..^&^
ㅎㅎㅎ... 늘 하는 고민인데,
지도가 맞지 않는 것은 좀 더 알아봐야
네이버 지도에는 길이 있는 것으로 나옴
@왕규헌 네이버에는 없는 길인데. 우리가 개척? 북쪽의 원계획 하산길과 남쪽 오뚜기고개 못미쳐 실선 하산길 사이 능선을 따라 내려온 것인듯
@성낙진 그런 것 같음. 네이버 지도에는 없는 길
@왕규헌
@왕규헌 그런데 주변 기존 하산로에 비해 가장 무난한 길인듯
어쨌던 규헌이 고생 많았다. 물론 내가 젤 고생 많았고 ㅋㅋ 창우도
ㅎㅎㅎ
읽는것 만으로도 힘드네..
셋 다 고생을 많이 했군! 흥수가 구세주👍
좀 살살 꽃구경도 함서 다니세~
사실 욕심을 줄이면 되는데...
이번도 강씨봉을 포기했으면 힘들지는 않았을거다. 오뚜기 고개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적당한 하산 지점을 찾다보니...
그런데 경옥이를 포함한 여성동무나 초보 산꾼이 같이 간다면 플랜 A를 했겠지, 처음부터 무리도 하지 않고 유유자적
여성 동무들 꼭 좀 같이 가주라 이러다 나 죽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