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보기
튼실한 벌교꼬막을 깔끔한 곁반찬과 함께 먹을 수 있다. 모양새도 상차림도 음식맛도 빠지는 것이 없다. 가격도 특히 점심에는 저렴하여 부담이 없다. 상호마냥 잔치다. 남도음식으로 작은 잔치를 벌인다.
1. 식당 얼개
상호 : (남도음식 전문점) 남도연
전화 : 041) 395-9872
주소 : 경기도 군포시 산본로 323번길 2층(산본동 130)
주요리 : 벌교꼬막정식, 꼬막무침, 꼬막비빔밥
2. 맛본 음식 : 벌교남도꼬막정식 (11,000원)
3. 맛보기
꼬막이 주연인 밥상이다. 그것도 벌교 꼬막 직송이라 한다. 꼬막도 참꼬막, 새꼬막 여러 종류가 있다지만 경기도에서 남도 벌교 꼬막을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 생각 같아서는 제철이면 벌교로 달려가 흥성스러운 시장 풍광으로 더해지는 벌교 꼬막 제맛을 음미하련만, 이만해도 반분은 풀리는 기분이다.
거기다 현지 남도 식재료로 세련미를 더한 상차림은 남도에 경기 맛을 더한 거 같아 편한 느낌마저 준다.
정식이어서 여러 곁반찬이 맛갈스런 모습으로 식탁을 메웠다. 핵심인 꼬막비빔밥 외에 매생이 전, 꼬막무침 등 남도 갯냄새 피우는 찬이 포진하고 청포묵, 연근시금자무침, 도라지무침 등이 조화를 이루며 상을 채운다. 맛이나 모양, 모든 반찬이 허수가 없다.
꼬막무침도 한 접시 올라왔다. 꼬막은 제대로 푸지게 먹게 되었다.
매생이 전이 맛도 모양새도 별미다. 매생이는 물밖으로 나오면 금방 상하는 통에 현지 어촌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던 것이다. 지천으로 거둬올린 매생이는 제때 다 못먹고 처치 곤란이어서 오히려 천덕꾸러기 신세였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발전한 이동수단 덕분에 이제는 과거를 잊고 이렇게 요염하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경기도까지 진출해 식탁을 휘젓는다.
매생이의 화려한 부활이 밉지 않다. 전이 짜지 않고 쫄깃거리며 얇게 예술처럼 부쳐낸 솜씨 덕분에 고소한 기름맛이 고루 배였다.
꼬막 정식이나 비벼먹는 메뉴다. 예술처럼 깔끔하게 플레이팅된 꼬막과 채소류 양념을 비비기 위해 흩어버리기가 저어된다. 채소는 위에 보이는 것 외에 아래로 한층 무가 더 깔려있다.
소스는 따로 통에 있는 것을 입맛에 따라 넣어 비비면 된다. 꼬막에 날치알 깨지는 맛에 청량감 돋우는 채소들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맵지도 시지도 않은 적당한 간으로 먹을 수 있다.
4. 먹은날 : 2019.7.26.점심
음식값 : 꼬막정식 15,000원, 점심 남도꼬막정식 11,000원, 해물찜 40,000원, 아구찜 40,000원
5. 먹은 후
1) 꼬막 : 조정래 태백산맥 아니어도 전라도 사람은 누구나 꼬막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윗껍질을 까서 아래로 빼곡이 담긴 꼬막살에 간장양념을 살포시 쳐서 내는 방식이었다. 접시에 깔린 꼬막은 먹음직스럽기도 했거니와 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모양새 음식으로도 그만이었다.
서해와 남해 갯벌에서만 나는 덕분에 갯벌이 없는 동해안 지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임금 수라상까지 올랐다는 맛있는 음식이 한쪽에서는 지천이었고, 한쪽에서는 꼴도 보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벌교에 가니 꼬막천지였다. 조정래 <태백산맥> 위세까지 더해져 소설 여성등장인물들은 모두 음식점 이름으로 호출된 듯했다. 덕분에 시장을 끼고 있는 음식점 군락은 더 흥성스럽고,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꼬막 산지 벌교의 기운이 더 왕성하게 느껴졌었다.
여기서는 그 남도 음식이 그 흥성스러움은 버리고 음전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자리한다. 이제 경기도에서도 경상도에서도 꼬막을 먹을 수 있다.
프랑스는 음식을 배태하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한국과 비슷하다. 파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층 음식 귀족문화를 혁명 후는 부르조아가 계승하였다. 그러다가 <미슐랭 가이드>가 나오면서 지방음식들이 고개를 내밀고 여행을 유혹하며 민중으로까지 향유계층을 확대하였다.
우리의 미슐랭 가이드는 국민이다. 맛있는 음식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온갖 네티즌 덕분에 지방음식은 이렇게 어디로나 호출된다. 적당히 그 지역 분위기를 가미하면서. 꼬막도 그렇다. 이 집이 올 때마다 만원인 것도 맛을 알고 정보를 아는 네티즌의 힘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음식은 자발적으로 전국화되고 풍성해진다. 음식처럼 사람도 전격적으로 서로 교류하면 좋겠다. 어디서나 유년의 맛으로 꼬막 맛을 기억하면 좋겠다. 쫄깃하고 영양 많은 꼬막으로 맛의 기억도 문화 창고도 더 풍성해지면 좋겠다.
2) 커피 : 문을 나서 바로 옆문을 밀고 들어가면 커피숍이다. 커피맛은 그만한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그만이다. 풍광이 커피맛보다 진하다.
산본은 참 좋은 동네다. 이런 음식점과 커피숍이 동네 가득 있다. 우아하면서도 조근조근 생활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 덕분에 삶의 피로를 잊는다.
2019.12.27. 돌솥꼬막정식(12,000원)
다른 반찬은 위 사진과 비슷하다. 그러나 맛은 남도정식이나 간장꼬막비빔밥이 더 나은 거 같다. 돌솥은 돌솥에 밥을 지은 것이 아니라 돌솥을 덥혀서 퍼 놓았을 뿐이며 소스나 기타 거섶류에서 단 맛이 나서 썩 훌륭하지는 못하다.
간장꼬막비빔밥이 제일 맛있고 실속 있는 거 같다.
#꼬막 #남도연 #군포맛집 #꼬막정식 #벌교꼬막 #꼬막비빔밥
2020.1.19.점심 간장꼬막정식 12,000원
궁채도 나왔다. 뚱채, 줄기상추라고도 불린다. 오독독한 맛이 좋은 식재료 맛이 잘 살아 있다.
2022.2.11. 점심
남도꼬막정식 13,000원
맛도 차림새도 다 그대로 보기도 좋고 맛도 있다. 단지 가격이 조금 올랐다.
2024.2.4.일 점심
간장꼬막정식 18,000원
주말이어서 점심 메뉴가 없다고. 꼬막초무침이 나온다. 매생이전에 싸 먹으라고 권유한다. 싸먹으니 아닌게 아니라 별미다.
가격은 그 사이 많이 조정되었다. 지점도 여럿 생겼다. 줄을 서는 것은 주중이나 주말이나 이제나 그제나 여전하다. 맛도 여전하다. 놀라운 식당이다.
첫댓글 꼬막비빔밥을 구성하는 재료들의 색깔이 다채로움을 넘어 무지 화려합니다. 곁 반찬들 색깔까지 어울려 색의 향연을 봅니다. 아무리 미술작품이 뛰어나도 일몰 풍경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데, 차려진 음식 자체만으로 名畵의 화려함을 천만 배 뛰어넘습니다. .
저도 모양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작품처럼 아름답게 나와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전주 가족회관 비빔밥 모양새가 저렇게 예쁘고 전문적이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맛에 세련미까지 갖추어 보기 좋은 음식입니다. '명화'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