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산 것
어둔 밤길 걷다가 문듯
밤하늘 높이 뜨는 달을 보고
잊고 산 것이 생각났다
장래 희망, 꿈 그리고
안개처럼 피어올라 왔다가
바람에 나부끼듯 사라져 간다.
한숨소리 함께
잊고 산 것이 참 많았다는 것을
오늘 문듯 생각났다
오늘 밤
아이 방에서 동화책 하나 꺼내
밤새 읽어야겠다.
나의 잊고 산 것들을
카페 안에서
문듯 커피 생각에
길거리 조그만 카페에 들렀다
아메리카노 한잔 머그잔에 담고
조그만 카페 안을 돌아본다
조그마하지만 꽤 넓어보이는
공간의 예술을 창조한 듯 한 미려함
있을 곳에 예쁜 아트를 붙이고
없을 곳에 공간을 만들어 놓은 듯한
조그만 카페 안에 웅성거림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
독서토론을 하는 듯 한 소리
그리고
커피를 음미하듯 지긋히 눈 감음 사람들
나처럼 문듯 커피 생각에
이 카페에 온 사람은 없다
문듯 나 혼자라는 생각에
*이상의 오감도를 떠올린다.
이상(李箱, 1910 ~ 1937) 주요 작품으로 ‘거울’, ‘오감도’ 등의 시와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이 있다.
아나로그 향수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연기
논밭길 사이 뛰어다니며 잡고
불에 구운 메뚜기
조그만 모기장 양쪽 나무 대서
맑은 물가에서 잡던 붕어, 메기
수로가 진흙탕 속에 꾸물대던
미꾸라지 잡이
아나로그 향수
지구 반대편 소식 실시간
고향 소식 실시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텔레비젼
3분이면 끝나는 오늘 점심
미리 만들어져 있는 음식
외국산 음식 재료들
유기농이라고 말하는 채소들
잔디밭이라고 못 뛰어노는 운동장
디지털 향수
아나로그 그리고 디지털
똑같은 향수
완행열차
칙칙폭폭 완행열차
열차안의 모습
청춘남녀들의 웃음소리
중년의 아우성
아이들의 함성소리
통로사이로 지나가며
오징어 땅콩 파는 아저씨
그 앞에 역무원의 표검사
순간 열차가 터널로 들어선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안고
객실 안은 고요에 접어든다
다시 빛이 비취고
짧은 그 순간
객실의 사람들 모습이 달라진다
칙칙폭폭 완행열차
지금도 기차가 지나간다
기다림의 끝
먼 엣날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
망부석
추운 겨울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날개 짓
꽃샘추위
일보 후퇴
승리를 위한 처절한 몸짓
개구리
2012년 후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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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산문학 22호
잊고 산 것 외 시4편 - 정용훈
목산솔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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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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