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삶을 바꾼 책 >
1.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나요?
난 하루에 대여섯 시간 잤어요. 몇 년 전부터 적기 시작한 명상일기는 아침에 일어나 명상하고 적었던 터라 새벽에 명상한다고 다섯 시, 늦어도 여섯 시에 일어날 때가 많았지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늦어서 열두 시 전에 잠들기는 어려웠고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낮잠을 자야겠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잔 날보다는 자지 않은 날이 더 많았고요.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였지만, 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괜찮다 여겼어요. 사춘기 이후로 늘 여섯 시간 정도 잤고 우리 사회 전체가 '그 정도 자면 됐지' 하는 분위기잖아요. 그보다 더 많이 자면 좀 게으르게 보고, 스스로도 '너무 많이 자는 건 아닌가' 자책하기도 하고.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를 자각하지 못한 거죠.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가>는 내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2.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가> 책 내용
이 책에서는 하루에 여덟 시간은 자야 한다고 해요. 밤 새 우리는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과 꿈을 꾸는 렘수면을 90분 단위로 다섯 번 정도 반복한대요. 꿈을 꾸는 동안엔 눈동자가 감은 눈꺼풀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서 영어 Rapid Eye Movement 약자로 렘(REM) 수면이라 하고, 비렘수면은 1단계에서 4단계까지 나누어 단계가 높아질수록 깊은 잠을 잔다고 합니다.
사람이 일어나서 활동하다 보면 피로물질이 쌓이게 되고 잠을 자고 나면 이 피로 물질이 제거되어서 새롭게 활동할 수 있는데, 성인의 경우 활동시간이 16시간이고 수면시간이 8시간은 되어야 몸과 마음이 새롭게 재생된다고 해요. 저자는 태아에서 부터 어린이 청소년 성인 그리고 노인에 이르기까지 잠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게 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잠이 부족하게 되면 어떤 피해가 있는지도요.
잠은 기억력을 강화하고, 창의력을 높여주고, 몸매를 날씬하게 유지시켜주고, 식욕을 줄여준대요. 암과 치매를 예방하고, 감기와 독감을 막아주고, 심장마비와 뇌졸중, 당뇨병 위험도 줄여주고요. 행복한 기분은 높여주고,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은 줄여준다는군요. 그야말로 만병통치약 같잖아요.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이루어지는 90분 단위 사이클에서 잠든 초기에는 비렘수면 비율이 더 많고, 잠깰 무렵으로 올수록 렘수면 비율이 더 많아진대요.
꿈이 없는 깊은 잠 비렘수면은 기억력을 높여주고 학습 능력도 높여주죠. 단기기억이 뇌에 있는 해마에서 장기기억할 수 있는 피질로 옮겨가는 것도 비렘수면 때 나타납니다. 임시저장소 USB(해마 역할)에서 장기저장소인 컴퓨터 본체(대뇌피질 역할) 로 옮겨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또한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선별해서 기억을 강화하는 것도 비렘수면 때 일어나고요. 새로운 운동 기술을 익힌다든지 피아노 연습한 후 잠을 자고 나면 더 잘치게 되는 것등 뇌가 '운동 루틴'을 자동화하도록 돕는 것도 비렘수면과 관련이 있다는군요. 뇌졸중 환자들 운동 기능이 날이 갈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것도, 잠이 뇌에 남아있는 신경연결을 재구성하고 손상된 영역 주위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덕분이래요.
렘수면은 꿈꾸는 잠인데, 깊은 비렘수면이 개별 기억을 강화하는 것과는 달리 꿈을 통해 서로 별개의 지식들을 융합해서 탁월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는군요. 그래서 렘수면 꿈은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공하는 정보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대요. 꿈의 용광로에서 기억 융합이 이루어져 영감을 주는 창의성을 높이고, 언어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뇌의 감정 조율 곡선이 재조정되어 낮동안 있었던 감정적인 상처를 줄여준다는군요.
수면 부족은 신경학 및 정신의학적 증상인 알츠하이머병, 불안, 우울, 양극성장애, 자살, 뇌졸중, 만성통증 등을 일으키고요. 몸의 생리체계에 영향을 미쳐 암, 당뇨병, 심장마비, 불임, 체중증가, 비만, 면역결핍 등을 일으킨답니다.
특히 수면부족이 불러오는 주의력 결핍은 졸음 때문에 순간적으로 반응을 멈추게 되는 '미세수면'을 일으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라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지요. 또 수면부족은 감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비합리적인 감정을 표출하는데,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한 순간에 폭발하고, 들떴다가 다시 부정적인 상태로 되돌아오게도 하는 것이죠. 잠이 부족한 뇌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양쪽 감정의 극단 사이를 지나치게 오락가락하게 한대요. 주요 정신 질환인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현병, 양극성장애 중에서 수면이 정상인 사례는 없어서, 수면교란과 정신 질환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을 정신의학에서는 알고 있다는군요.
수면부족은 학습장애를 일으켜 피로하고 잘 까먹게하고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의 유독한 형태가 뇌에 축적되는 현상과 관련있는데, 수면부족과 알츠하이머병 병리는 상호작용하면서 악순환을 일으킨다는군요. 수면치료를 하면 인지력 쇠퇴 속도가 상당히 느려지고, 알츠하이머병 발생 시기도 5~10년 지연되었다는 연구가 있고, 생애 전체에 걸쳐 수면을 우선순위에 놓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대책이라고 해요.
이렇게 중요한 잠을 잘 자, 수면 질을 높이는 열두 가지 비결
1 수면 시간표를 지켜라
2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3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4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5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6 가능하다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7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라
8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9 잠자러 가기 전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라
10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11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매일 적어도 30분 자연광을.
12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말라
3. 내 삶을 바꾼 책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쟝르의 책을 읽지만 어떤 책을 보고서 '내 삶을 바꾼 책'이라 해본 적은 없었어요. '감명깊은 책이다, 인상적이다' 하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이 책은 내 삶을 바꾸었어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였으면서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수면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게 되었어요. 당장 잠자는 일을 가장 우선 순위로 해야겠다 여겼기 때문이에요. 누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데, 난 요즘 특히 단어가 생각이 안나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니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슬슬 생기기시작했고요. 치매에 대해 내게 제일 강렬하게 남아있는 사례는 이태영변호사님이에요. 젊은 시절 이태영변호사를 참 존경했고,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여겼으니 나의 롤 모델같은 분이었지요. 특히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 때, 아이를 키우면서 법대에 입학하고 변호사가 되고, 여성들을 위해 가정법률상담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했던 모습을 동경하였지요. 내가 아는 여성 중 가장 똑똑하고 활동적이었던 이태영변호사님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이후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영국 대처수상, 미국 레이건 대통령도 치매에 걸려 있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일중독자들이어서 충분히 잠잘 시간이 없었던 거구나 싶어요. 치매 환자 발병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세 배나 더 많다는 것도 여성들의 수면부족이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어머니들이 아버지들보다 훨씬 더 잠을 충분히 잘 기회가 적었던거죠. 잠을 충분히 자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니, 수면부족의 폐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던 내가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이에요.
이 책을 읽고서 바로 여덟 시간 자는 생활로 바꾸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도록 설정해놓은 알람을 모두 해제했어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저절로 깰 때까지 충분히 자고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생활 패턴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 '내 삶을 바꾼 책'이라고 할 밖에요. 나만 충분히 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여덟 시간 이상 충분히 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빨리 빨리'에서 벗어나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 일하는 부지런함에서 벗어나면 좋겠어요.
어린 아이들은 충분히 자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자랍니다. 지능도 더 좋아지고요. 청소년들은 충분히 자면 학습능력이 좋아지고 감정 조절도 잘 할 수 있게 되고, 정신적인 문제도 잘 극복해나갑니다. 성인들은 충분히 자면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지고, 더 창의적이 되고, 더 선량해지고, 질병과 사고를 비롯한 위험에 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은 아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난 ㅇ잠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효능을 누리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우리 모두 8시간 이상 충분히 잡시다!
(2022.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