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일반인의 눈엔 모든 하와이 춤(훌라)과 그 춤의 스텝들이 매우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진실로부터 한참 벗어난 것이다. 고대훌라든 현대훌라든 이 춤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관람자는 이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익히거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훌라의 모든 것은 먼 과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의 교습생이 1950년대의 와이키키 훌라를 배우고 있든, 최근의 퓨전훌라 또는 고대 전사의 전투축하의식을 배우든지 간에, 그들은 모든 스텝이 고대 전통에서 시작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훌라는 신체적인 부분이 먼저 와야 하는 춤이다. 그렇지 않으면 춤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정신적 정서적 면이 제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모든 훌라 수업은 기본적인 발 동작부터 시작해야 한다.
발 동작에는 발바닥 방식(flat foot style)과 발끝 방식(pointed toe style)..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댄서의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더 실용적이고, 두 번째는.. 엉덩이의 흔들림이 커 보이는 때문인지 오늘날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전에는 대부분의 훌라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다.
발바닥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배우고 확립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왜냐 하면 하반신을 다른 신체 부분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발과 다리 등 하체가 적절히 움직여야 몸 전체가 최상의 조화를 이룬다.
발
튼튼한 뿌리를 가진 나무처럼, 발은 훌라에서 토대가 되기 때문에, 발을 바닥에 놓을 때는 댄서의 전 체중이 고루 분산돼야 한다. 균형이 흐트러지거나, 한쪽 발에 힘이 더 들어가거나, 불필요하게 옆으로 또는 앞뒤로 움직여도 안 된다. 특히 발바닥 방식 춤에선 더욱 그렇다.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면, 상체의 중심이 엉덩이 안으로 떨어져 전신이 편하게 된다. 엉덩이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하려면 발목과 무릎이 똑같이 강하고 유연해야 한다. 발의 움직임이 너무 크면 체중 분산이 왜곡되어 더는 유연한 동작을 취할 수 없다. 넓은 보폭 또한 서투르거나 천박하게 보일 수 있다.
발목과 무릎
발목과 무릎 관절은 춤에서 유연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두 관절이 유연해야 상체와 복부의 높이가 조절되고 발과 엉덩이의 움직임이 원활해진다. 특히 몸이 의도치 않게 흔들리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춤을 추는 동안 적절한 무릎 각도가 유지돼야 한다. 무릎을 서로 가깝게 해서 옆으로 넓게 이동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발바닥을 편평하게 하고 무릎을 한 번에 하나씩 좌우로 밀면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움직이게 된다. 따로 발로부터 힘을 밀어올릴 필요가 없다. 체중이 무릎으로 내려앉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자세와 동작은, 말은 쉽지만, 기술과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훌라의 경우, 발바닥 방식을 선호하는 댄서에게 좀더 유리한 동작인 것은 사실이다. 발끝 방식에선 체중이 발등에서 위쪽으로 쏠리게 된다. 아무튼 훌라 댄서에게 중요한 것은.. 몸 전체의 체중을 고르게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좌우 흔들림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체(중간 몸통)
고대 하와이 속담에서, 이상적인 훌라댄서를 “절벽처럼 곧은 등과 허리, 달처럼 빛나는 얼굴”의 소유자라고 했다. 신체의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몸통은 확실히 신체의 작용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위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잘 작동하려면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이 체중의 균등한 분배와 정렬이 되게 하기 위해선 체중을 다리에 떨어뜨려야 한다. 때로는 움직임의 표현력을 강조하기 위해 몸통 중앙을 약간 앞으로 기울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직립자세가 유지돼야 한다. 물론 우아한 동작을 위해 몸통의 약간의 회전은 허용된다. 더 넓은 방향으로 돌려면 발과 다리를 사용해야 한다. 올바른 중체의 사용은 균형이나 타이밍을 잃지 않고 특정 단계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댄서들이 정말 잘 하는지 판단하는 비결은 바로 뒤에서 보는 것이다. 카히코나 아우아나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카히코에서는 등이나 어깨가 구부정하거나 앞으로 구부려서도 안 된다. 동작에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경우에는, 등을 곧게 펴고 몸통 전체를 낮추면서 가슴은 들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춤을 추는 댄서들은 당당해 보이고 또 자신들의 몸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다.
어깨와 상체
댄서의 몸이 쓸데없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어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견고한 어깨를 유지하는 힘은 하체의 올바른 움직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어깨의 움직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별히 무언가를 강조할 때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깨는 춤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상체도 기본적으로는 등과 함께 기울어지지 않고 늘 곧게 펴져 있어야 한다.
팔
댄서의 양 팔은 우아함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팔꿈치 관절은 경직되지 않고 유연성과 우아한 각도를 갖게 해준다. 팔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되는 우아함은 손과 손목, 팔꿈치의 굽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팔은 어깨의 자연스러운 확장체이며, 댄서의 시각적 공간을 절반 이상 차지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이다. 다시 말하면, 팔은 몸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결합하고 연결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은 부러지기 직전의 나뭇가지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보일 것이다.
손목, 손, 손가락
훌라 안무에서 섬세한 손동작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며, 가장 명백한 이야기와 감정의 전달 수단이다. 엄지손가락을 떨어뜨려 (손에 바짝 잡지 말고) 단아한 각도를 만든 뒤 손가락들이 제각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전의 쿠무훌라들은 표현적이고 유연한 손의 움직임이야말로 훌라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오늘날 안타깝게도 이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훌라 강사들이 매우 드물다. 그들은 정교함과 통일성 쪽으로만 댄서들을 훈련시킴으로써 예전의 우아함과 신비감을 슬프게도 희생시켜 왔다. 특히 대부분의 군무에선 손이 물흐르듯이 자유롭게 동작하는 것을 그들은 허용하지 않았다.
얼굴
훌라 카히코에서 움직임의 에너지는 댄서들의 얼굴에서부터 나타난다.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된 그들의 표정은 지켜보는 누구나 공연에 임하는 그들의 열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훌라 아우아나의 경우에는, 표현의 범위가 대개는.. 사랑에 대한 갈망, 여행의 기쁨, 바람둥이의 추파와 같은 부드러운 감정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사실은 모든 보편적인 감정들이 댄서의 얼굴에 진심으로 반영돼야 한다. 이따끔 입술을 벌리고 얼어붙은 듯한 미소를 짓는 아우아나 댄서가 있는데, 그런 얼굴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레이(lei)만큼이나 보기가 참 부담스럽다.
<'Kumu Hula_roots and branches (Dr. Ishmael W. Stagner'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