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에 사는 법
김 응 환
SNS 시대다. 저마다 휴대폰으로 자기와 관계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같은 데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의 글이 올라오고,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에 대한 답글도 달아야 한다. 메시지로 수시로 연락사항을 주고받고 가입된 여러 개의 밴드에 글을 확인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다. 여행이나 행사 시 사진을 찍게 되면 적시성 있게 바로 올려야 생동감이 있고, 살아있는 정보가 된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정보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정보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을 확인하게 된다.
정치인들의 SNS 활동은 그야말로 필수가 되었다. 지지자들의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늘 확인하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을 잘 활용하는 젊은 사람들의 정치활동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봐서 앞으로는 여기에 더 사활을 걸다시피 할 것이다. 과거 오빠부대 같은 현상이 이제는 사회적 네트워크 차원을 넘어 팬덤정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SNS 활동의 부작용도 제기된다. 우선 정보의 홍수 문제다. 남의 글을 너무 쉽게 퍼 나를 수 있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한다. 검증되지 않은 의학적 소견이 올라오고 실체가 의심되는 음모론도 있다. 가짜뉴스나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목이다. 평소의 경험과 지식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정치색이 짙은 SNS 활동도 문제다. 확증 편향으로 자신의 견해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인정하고, 다른 견해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좌우 진영 간 치열한 이념논쟁으로 서로 간의 불신을 초래한다. 때로는 친구나 가족 간의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인방송 시대다.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를 얻는 데는 유튜브가 대세다. 비용이 적게 들고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웬만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유튜버가 상업적 호기심을 유발하여 최대한 시청자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는 조회수가 바로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휴대폰 하나로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시대다. 간밤에 해외 증시가 어떻게 되었으며,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동상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신문 기사도 휴대폰을 통하여 볼 수 있다. 지진, 태풍 같은 긴급한 안전 안내 문자도 휴대폰을 통해 전달된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다.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화재로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자 온 나라가 패닉에 빠졌다. 물품 주문이나 결제가 안 되고, 위급 상황인데 택시 콜이 안 되는 등 온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평상시에는 모르고 지냈으나 막상 문제가 생기니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카카오 사태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천재지변이나 유사시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SNS 시대 폐해를 생각해본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모두가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다. 잠시도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것은 물론 모든 일과가 휴대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시간을 여기에 투자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필요한 다른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눈의 피로나 거북목 현상같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SNS 시대에 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여기에 너무 얽매이지는 말자. SNS 환경에 지배당하지 말자.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당연히 다른 것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을 조금은 SNS 환경에서 벗어나 사색하는 시간을 늘려보자!
호캉스
4월 중순 따뜻한 봄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른바 ‘호캉스’ 여행이다. 지난번에도 우리 부부가 아들의 주선으로 가까운 곳에서 호캉스를 한번 경험 했던 터라 낯설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이 휴가를 내고 동행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타에서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대구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산천초목이 파릇파릇 봄의 생기가 느껴진다. 가까운 산에는 울긋불긋 진달래꽃이 피었고, 먼 산 중턱엔 드문드문 핀 산벚꽃이 희끗희끗 마치 중년남성의 새치머리 같은 느낌을 준다. 청도를 지나는데 언덕배기 복숭아밭이 물감을 뿌려놓은 듯 벌겋다.
오후 3시에 출발한 버스는 2시간 정도 달려 해운대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을 웨스틴조선호텔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는 거리지만 오늘은 택시를 타기로 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호텔에 도착하니 벨보이가 달려와 차 문을 열어준다. 왠지 대접받는 기분이다.
카운터에 체크인하고 예약한 호실로 올라가 보니 완전 오션뷰다. 해운대 백사장과 인근 고층 건물도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다소 못한 반대편 방보다 6만 원을 더 줬다나? 부모를 위해 마음 써준 아들이 고맙다. 방안 탁자 위에 짧은 편지와 함께 마카롱이 3개 놓여있다. 이날 아들의 생일이라 호텔 측에서 미리 배려한 것 같다.
아직 저녁 먹을 시간은 이르다. 그런데 식사 전에 간단히 음료수와 빵 등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라운지가 따로 있었다. 우리는 우선 이곳에 들러 간단히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저녁 식사하러 1층 식당으로 갔다.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써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다양한 음식과 음료수는 물론 맥주까지 무한 리필이다. 음식 욕심이 있는 아내는 이것저것 갖다 나르기 바쁘고, 아들은 음료수와 도수 낮은 알코올을 혼합하여 신기한 맛의 칵테일을 만든다. 해운대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푸짐한 식사를 하는 호사를 누린다.
식사 후 해운대 인근 산책에 나섰다. 호텔 바로 옆에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더 베이 101’이라는 곳에 둘렀다. 입구부터 건물야경이 화려하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 야외에서 맥주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금방 식사 했기에 우리는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와 해운대 백사장으로 향했다. 주변 정비가 너무 잘 되어있어서 그런지 옛날의 해운대와는 다소 낯설어 보였다. 포장마차촌을 지나는데 ‘갈매기 00호’ 등으로 표시된 가게마다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곧 개최될 모래축제 준비 장소 옆으로 걸어가는데 저쪽에 아주 높은 건물이 보인다. 그 유명한 해운대 엘시티다. 엘시티 전망대 ‘부산 엑스 더 스카이’는 시간이 어중간하여 관람하지 못하고 주변 몇 곳을 둘러보고 발길을 돌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아 인근 커피숍에 들렀다. 그간 별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아들과의 대화도 분위기가 좋으니 술술 잘 되었다. 마침 걸려 온 6살 손자의 영상통화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왠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아내도 잠을 잘 못 이루는 것 같다. 역시 나이 들어 여행하면 잠자리가 가장 큰 문제다. 열어젖힌 창문 커튼 사이로 불빛이 아스라이 비치고, 창문 틈으로는 파도 소리가 처얼석~ 처얼석~ 끝없이 들려온다.
다음날 조금 이른 시간에 아침 식사하러 갔다. 여행의 반은 먹는 것이라고 했던가? 호캉스는 그 호텔 음식 맛을 즐기려고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실 이 호텔 음식도 제법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빠른 시간이라 아침햇살이 드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다양한 메뉴를 즐겼다.
소화도 시킬 겸 호텔 바로 앞 동백섬 산책에 나섰다. 화창한 날씨라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지명에 어울리게 동백나무가 즐비하고 때맞춰 동백꽃이 만발이다. 경치 좋은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옛날 일본 후쿠오카에 갔을 때 달리기 명소인 ‘오호리 공원’과 호주 시드니에 갔을 때 그 유명한 ‘오페라하우스’ 주위를 혼자 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1km가 채 되지 않은 거리인 동백섬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조금 섭섭하다. 다시 중간 샛길 오르막을 올라가니 이내 야트막한 정상에 도달한다. 해월정이라는 정자와 최치원 선생 동상이 자리한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아침 산책을 마쳤다.
복장을 갖춰 입고 해운대 주변 관광에 나섰다.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에 걸어서 갔다. 동해남부선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기존 철로를 관광지로 개발한 곳이다. 출발지인 미포정거장에서 종착지인 송정정거장까지는 6개 역이 있다. 부산의 명물답게 평일인데도 해변열차는 만원이다. 우리는 도중에 내리지 않고 일단 마지막 역까지 갔다. 역 앞이 바로 송정해수욕장이다. 현직에 있을 때 직장 하계휴양소가 있었던 곳인데 많이 변한 것 같다. 옛날을 생각하며 해변을 잠시 거닐다 ‘송정당’이라는 수제버거집에 들어갔다. 다음 열차를 타려면 시간이 별로 없었다. 마침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우리는 헐레벌떡 겨우 돌아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다.
도중 ‘다릿돌전망대’라는 역에 내렸다. 해변열차 코스 중 핫플레이스다. 이곳 스카이워크에 입장하려면 모두 덧신을 신어야 했다. 옛날 이곳 주위는 볼품없는 해안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주위 풍광에 맞춰 잘 단장되어 있었다. 인근 커피숍들도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놓고 잠시 쉬었다 가라고 손짓한다.
해변열차 관광을 마치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들이 언제 연락했는지 역 앞에 택시가 기다린다. 그런데 내가 택시요금을 내려고 하니 벌써 결제 했다고 한다. 요즘은 택시요금을 선지급 결제를 하고 내리면서 정산한다고 하니 편리한 세상이다. 여행 중 호텔비, 택시비, 커피값 등 내가 한번 내려고 해도 아들이 먼저 휴대폰으로 결제를 미리 해버리니 돈 낼 기회가 없었다. 점심 식사비라도 내가 내겠다고 억지로 우겨서 결제했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벌써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일정이 바빠 호텔에 있는 수영장, 헬스장 등 편의시설을 다 이용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중에 부산에는 봄비가 살포시 내린다. 아들과 함께한 1박 2일 호캉스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말에 큰아들이 우리와 자주 여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작은아들과 함께했다. 작은아들이 우리와 같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큰아들이 대견하다며 한마디 한다. “아부지 다음에는 우리 가족 동유럽으로 갑시다!” 2022.4.11.
김 응 환
2020년 수필춘추 등단
상록수필문학회 회원
달구벌수필문학회 회원
대구수필가협회 회원
e메일 : keh35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