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리 향 기
제4기 정기 발표회
일 시 : 2010. 9. 10(금) 저녁 7시 30분
장 소 :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주 최/주 관 : (사)한국판소리보존회 광주지부
후 원 :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우리민족문화예술연구소, 주소연판소리연구소
고등학교이후 오랜만에 감상하는 공연으로 인해 들뜬 마음으로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을 향해갔다. 소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명이 꺼지고 사회자의 소개 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공연은 사물놀이로 시작되었다. 사실 예전에 사물놀이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 어린 눈길로 공연을 보았지만 도중에 지루함을 느낀 적이 있었기에 별 기대없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사물놀이 공연은 보는 내내 입꼬리를 한시도 가만 놓지 못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자신들의 연주를 절로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 특히 점점 소리가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내 마음 역시 들떴다. 심장이 들썩거리며 고동치듯 말이다. 이 공연은 마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떠오르며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청각, 시각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공연이었다. 또한 공연장에서 직접 공연을 보는 묘미를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서로를 마주보며 연주하는 두 사람. 개구진 표정과 더불어 보는 이를 흐믓하게 했다. 그리고 카무플라주처럼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며 장구를 치는 두 사람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두 번째 공연인 가야금 병창은 사물놀이와 다르게 잠자코 앉아서 연주를 듣게 되었다. 오로지 가야금 소리와 노래 소리에만 집중하며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악기에 대한 관심이 간혹 있어도 피아노나 기타처럼 직접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가야금을 켜는 손길을 보며 가야금을 켜며 노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자주 들어본 ‘꽃사시오’가 나오자 반가운 마음으로 연주를 감상했다. ‘허튼살풀이’무용은 느림의 미학을 알게 해준 공연이었다. 대금소리는 애처롭게 흘러나오며 독무가 시작되었다. 서양 무용인 발레와 달리 정적이며 몸의 흐름이 마치 한 마리 나비같았다. 몸의 움직임이 많다고 좋은 춤도 아니고 또 감정을 다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뿐 사뿐 옮기는 발자국, 버선코가 모양이 저렇게 아름다웠나 싶었다. 무용수의 움직임이 독무의 제목처럼 한을 풀어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조명이 바뀌며 전반과는 달리 기분 좋은 움직임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보며 속으로는 ‘예쁘다, 잘한다’란 말을 하고 싶을 만큼 뛰어난 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추임새를 절로 이끌어냈던 판소리이다. 심봉사가 뺑덕어멈이 황봉사와 바람나 도망간 것을 아는 대목이었는데 심봉사의 절망스런 심정을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돌이 판치는 트렌드로 인해 먼지가 쌓인 내 귀가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 했다. 그리고 다른 관객들의 추임새가 늘수록 흥겨웠다.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 뜨는 장면은 이산가족 상봉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심봉사가 “무남독녀 대 딸이 죽은지가... ” 라고 하자 심청이가 “ 아이고 아버지 어지 눈을 못 뜨셨나요”에서 감정이 최고조로 향해 갔다. 여섯 번째 공연인 ‘춘앵무’는 꾀꼬리 춤으로 원래는 독무인데 이번 무대에서는 군무 형태로 췄다. 특히 다른 무용수 중 남자 무용수는 사람인데 꾀꼬리로 둔갑한 듯 괴기한 느낌을 들게 했다. 소리, 움직임, 옷차림, 장신구하며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적벽가 중 ‘삼고초려’에서 남자명창의 소리는 처음 들었는데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쇳소리 같은 목소리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지기도 했다. 고수와 명창의 대화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직접 즐길 수 있음이 우리 음악의 이점이 아닐까. 이번 판소리에는 익살스러움, 해학이 스며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도민요 공연이었다. 마지막으로 남도민요 공연으로 출연진 모두가 나와 공연을 하는 것 이였다. 남도민요는 소리를 떨고 꺽고하는 특유의 발성으로 억양의 폭이 크며 표현이 매우 구성진 것이 특성이라고 한다. 마지막 공연은 맛깔스러운 연주와 더해져 아리랑으로 끝마쳤다. 특히 아리랑을 부를 때는 마지막이라는 시원함과 아쉬움이 반반 더해졌다. 이번 공연을 보며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며 인간에게 하나의 축복이자 행복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공연을 보고 들으며 현실에 찌든 심신을 정화시킬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더불어 무대를 바라보는 입장이지만 또 참여도 할 수 있는 우리 음악의 장점을 앞으로도 꾸준히 드높여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일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감상문을 끝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