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2학년 이원재입니다. 올해부터 숲터에 모둠들살이가 생기면서 반은 신안에서 모둠들살이, 반은 남원에서 개인들살이로 진행을 하며 7박 8일 동안 들살이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모둠들살이와 개인들살이의 주제가 같아 7박 8일 동안 같은 주제로 들살이를 진행했습니다. 들살이 기간에는 모두 활동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매일 하루를 돌아보며 일지를 적었는데요. 지금 그 일지를 공유해 드리려고 합니다.
들살이 목적글(요약)
올해 들어 여러 생물들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같은 지구, 같은 나라, 기후적으로도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분명히 같은 땅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계 있는 것 같다. 마치 자연과 단절되어 나의 세계에서는 인간과 길고양이, 비둘기, 모기, 가로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생명체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살면서 거의 느끼지 못하고 항상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들살이를 통해 이 개인 중심적 사고를 조금 벗어나 보고자 한다.
내가 동물에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살면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활동으로 다양한 동물들이 같은 땅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싶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은 다르기에 그 동물들의 삶을 직접 보며 같이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누리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들지 생각해보고 싶다. 분명히 내가 살아가는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 매우 작더라도 영향이 있고 관련이 있을 텐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자연에 있는 동물을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실제로 볼 수 있을 확률은 매우 작을 것을 알지만, 못 만나더라도 그것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9월 4일 (1일차)
2023년 들살이가 시작됐다. 이번 들살이는 기존과는 다르게 9월 4일부터 9월 6일까지는 모둠들살이로 숲터 들살이는 이미 2번 경험했지만, 모둠들살이는 처음이라 긴장과 걱정되는 마음으로 들살이가 시작됐다.
행신에서 출발해서 최종 목적지인 신안 비금도로 가기 위해 ktx를 타고 목포로 이동했다. 목포에서는 비금도로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식품을 구매하고 점심 먹고 북항으로 이동했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짐도 무거워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몇 번 짧은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고 나니까 목포 북항에서 벌써 체력은 바닥났다. 다행히 지친 상태로 북항에서 신한 비금도로 가는 여객선을 탔는데 바닷바람으로 야외는 시원하고 내부에서는 누워서 편히 쉴 수 있었다.
비금도로 가며 배 바깥에서 바람을 쐬며 서있었는데 배 뒤쪽을 보니 갈매기들이 배를 따라오고 있었다. 하나의 활동이라 생각하고 갈매기들을 관찰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갈매기가 이렇게 멋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금도 가산 여객터미널에 도착해서는 규가 짐을 숙소에 가져다주셔서 가벼운 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광대저수지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활동을 했다. 지금의 도시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나와는 다른 존재, 생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이 목포였기에 저수지에서 다른 동물을 만나야 했는데 생각보다 신기한 잠자리 말고는 다른 생물이 없었다. 아쉬움이 남아 조금 더 찾아보던 중에 다행히 10학년 친구들이 발견한 붉은 집게를 가진 게와 백로도 봤다. 게와 백로를 보기는 했지만, 사전 조사가 부족했던 것 같아 다음번에는 장소와 그 장소에 사는 생물에 대해 더 조사를 하고 활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수지에서 활동을 마친 후에는 걸어서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활동을 정리하고 다음 날 일정 문제로 회의까지 하고 하루를 끝냈다. 첫 모둠 들살이인데 첫날이라 시간상 다른 곳을 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저수지에서의 활동이 준비도 부족했고 활동을 진행하기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번에는 계획과 준비를 잘하고 활동을 해야 할 것 같다.
9월 5일 (2일차)
둘째 날이다. 어제 버스 문제로 회의까지 하며 플랜b를 만들었는데 다행히 버스가 예상한 시간에 오면서 원래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 일정으로는 저수지에 갔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잠시 보다가 바로 다음 목적지인 이미해변에 갔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많은 생물들을 보고 싶어서 갯벌이 생기는 간조시간에 맞춰서 해변에 갔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갯벌이라 보기에는 애매하고 조류도 거의 없었다. 조류는 오히려 이미해변까지 가는 길에서 백로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디를 이동할 때마다 비둘기가 아닌 백로가 있는 것이 신기한 것 같다. 해변에서 많은 생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왜가리도 보고 물에서 움직이는 고둥과 게도 봤다. 조금씩 계속 움직이는 고둥을 보면 작은 고둥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 활동을 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있어서 더 집중해서 관찰했는데 다른 동물보다 여러 색깔의 다양한 종류에 게를 볼 수 있었고 관찰하다 보니 특징들도 보였다.
이미해변에서 활동을 마친 후 또 다른 해변인 하트해변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하트해변에는 정말 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해변과 하트해변 모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는 지역이라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아쉬웠다. 그나마 게는 정말 많아서 많이 관찰했다.
하트해변에서 활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산을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직진으로 넘어가는 다른 길을 발견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왔던 길이라 새롭지 않고, 짧게 굵게 힘들자는 생각으로 산을 넘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산 정상에서 2가지 방향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잘못 골라서 이동하는 바람에 선택한 길에는 점점 길이 험해지다가 없어져서 결국 돌아와 산 넘기 전 장소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오늘 날씨가 덥고 많이 걸어서 지쳐있었는데 좁고 가파른 산에서 왔다갔다하다 보니 정말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들었고 탈진할 것 같았다. 산을 오르는 동안 나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산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갈 수 있는 버스를 찾아서 식당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나니 다시 체력이 회복이 되고 해도 져서 식당에서 돌아올 때는 거리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열심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여러 활동을 했지만, 산에 올라갔던 것이 너무 커서 다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돌아온 것에 만족하고 조사를 조금 더 잘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9월 6일 (3일차)
셋째 날이다. 오늘은 아침에 바로 도초항으로 이동해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에 갔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비금도랑 연결되어 있는 도초도에 가서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도초도에서의 활동이 어제랑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이동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홍도로 변경했다. 홍도로 가는 뱃길이 조금 험해서 배 타고 가다가 멀미를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멀미는 하지 않았다.
홍도에 도착했는데 홍도는 뭔가 다른 섬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홍도 바다가 내가 가본 바다 중에 가장 맑았다. 그런데 이런 깨끗한 바다에도 쓰레기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 뭔가 마음이 불편해진다. 홍도에 도착해서는 동백숲이라는 곳에 같다. 동백숲에서 활동을 하는데 평범한 숲과 비슷하면서도 들리는 새소리가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신기한 소리가 들렸다. 활동하면서 이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호랑지빠귀와 곤줄박이 같은 조류도 봤고 평소에는 보기 힘든 여러 식물도 봤다.
이후 점심을 먹고 섬 반대편으로 이동해 홍도자연관찰로를 걸으며 활동을 했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홍도라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싶었지만, 동물들은 조금만 가까이 가도 도망가고 내 주변에는 모기밖에 없었다. 그래도 여러 새들의 소리는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활동과 함께 모기에게 무료로 피를 기부하고 관찰로에서 내려와 몽돌해변으로 이동했다. 몽돌해변의 바다는 정말 맑고 풍경이 좋았지만 새는 한 마리도 없고 고동밖에 없어서 아쉽게 활동은 못 했다. 분명 홍도는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일 만큼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는 섬인데 운이 안 좋은 건지 시간이 부족했던 건지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 배 시간 때문에 홍도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는데 홍도천연보호구역이 멀리 있어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몽돌해변에서 있다가 홍도여객터미널로 돌아와서 배를 타고 도초도로 돌아왔다. 도초도에서도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무리하지 않은 것 같다. 돌아와서는 마무리 작업을 쉬다가 오늘이 모둠들살이 마지막 날이라 밤에 다 같이 근처 해변으로 별을 보러 갔다. 별이 잘 보일 거라 생각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별이 정말 잘 보였다. 생각해보면 별은 잘 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데 너무 도시에 익숙해져 이런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멍때리며 계속 별을 보다가 내일 일정이 있기에 숙소로 돌아왔다.
9월 7일 (4일차)
넷째 날이다. 오늘은 모둠 들살이가 끝나고 개인 들살이가 시작되는 날이다. 아침에 계획에 적힌 배 시간보다 조금 여유 있게 가산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목포로 가는 배가 예상했던 오전 11시에는 없었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배가 가장 빠른 배였다. 그래서 모든 모둠원들의 계획이 틀어져 모든 버스와 기차 예매를 다시 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2시까지 가산항 근처에서 활동을 했어야 했다.
돌아보면 계획을 준비하면서 배 시간을 적을 때 확신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가 아니었지만 아무런 추가 확인 없이 계획에 적었고, 들살이 중에도 충분히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한 번도 목포로 돌아오는 배 시간을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다. 첫날 배 시간표를 내가 직접 사진을 찍었기에 확인만 한 번이라도 했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 모둠원에게 미안하고 돌아보게 된다.
결국 하루 계획을 새로 짜고 2시까지 가산항에서 활동을 했다. 신안에 있으면서 논에서 백로를 정말 많이 봤는데 자세히 보고 활동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논에서 활동을 했다. 백로는 자주 봤지만, 백로의 울음소리는 들을 때마다 독특하게 느껴진다. 백로 말고도 날개가 검은색인데 왜가리와 닮은 새도 봤는데 조사했던 신안에 사는 새들하고는 생김새가 다르고 찾아봐도 확실하지가 않아서 정확한 종은 알 수가 없었다.
이어서 점심을 먹고 가산항 바로 옆에 갯벌이 있어서 갯벌에서 활동을 했는데 물에서 장난치던(?) 갈매기가 기억에 남는다.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더운 날씨에 더위를 식히려고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활동을 마치고 배가 올 시간이 돼서 배를 타고 4일 만에 육지로 돌아왔다. 이후로는 이동만 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로 갔다가 광주에서 바로 시외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이동할 때마다 시간이 촉박해서 저녁은 숙소에 거의 도착해서 늦게 먹었다. 오늘은 이동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한 것 같다.
9월 8일 (5일차)
다섯째 날이다. 지리산에 가기 위해 정령치순환버스를 타고 지리산 정령치로 이동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지만 좌우로 꼬불꼬불 올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도착해 있었다. 활동은 정령치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있는 정령치습지에서 했는데 신안에서의 경험과 배움으로 계속 움직이기보다는 한 장소에서 오래 있으면서 여러 생물의 소리를 듣고 관찰했다. 파리가 방해하기는 했지만, 가만히 있다 보면 조금씩 새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새들의 위치가 보였다. 새들도 경계를 풀고 도망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눈보다는 귀에 의존했는데 이렇게 한 개체의 모습이 아닌 소리에 집중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 장소에서 계속 감각을 집중하다 보니 동물을 계속 찾아다니며 이동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는 정령치 습지에서 조금 이동에 사람이 거의 없는 탐방로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활동을 했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동물들이 오히려 경계를 풀어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연우랑 자리를 잡고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리산에 있다 보니까 어쩌다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고, 인간이 인공적으로 관리하면서 보존하는 것과 사람의 안전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됐다. 이 이야기와 관련해 서로 드는 생각들을 얘기했는데 애초에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생각만 깊어진 것 같다. 반달가슴곰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동물들이 나타나길 기다리던 중 야생 멧토끼가 바로 옆에서 지나갔다. 둘 다 당황해서 사진도 못 찍고 놀라는 사이에 토끼가 사라졌지만, 그동안 활동을 하며 새하고 게 말고는 다른 생물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굉장히 기뻤다. 잠깐 봤지만, 그 멧토끼의 모습은 선명히 기억난다.
이후로도 다시 습지 쪽으로 이동해 대기를 하며 너무 빨리 지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울음이 특이한 새와 풍뎅이, 다람쥐 같은 다양한 생물을 관찰했다. 처음 활동을 계획할 때는 관찰과 촬영이 들살이 주 활동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귀가 더 열심히 일했고 보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리산에서 활동이 끝나고는 다시 정령치순환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9월 9일 (6일차)
여섯째 날이다. 들살이 활동으로 따지면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숙소에서 나와서 바로 곡성으로 무궁화호를 타고 침실습지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원래는 전망대에서 한 번 둘러보려고 했지만, 공사 문제로 습지 안에 있는 한 장소로 이동에 기다리며 관찰을 했다. 하면 할수록 가만히 어떤 동물이 나올까 하며 다른 동물을 기다리는 것이 재밌다. 오래 관찰하다 보면 여러 행동도 보이고 세상에는 신기한 생물들이 많다는 것과 각자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관찰하고 자리를 이동하고 계속 관찰하다가 비둘기 말고는 보이는 동물이 없어서 돌아가려고 하던 중, 갑자기 물웅덩이가 생기더니 어떤 동물이 물결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리고 수영하는 모습과 여러 가지 정보를 통해 수달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수달을 발견했을 때 내 반응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습지에 수달이 살고 있다고 해서 수달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어렵다고 생각해서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수달도 나오고 해서 조금 더 습지에 있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 곡성에서 돌아와 남원에 있는 요천생태습지공원으로 이동했다. 원래라면 습지공원에서 활동을 오래 하려고 했었는데 오히려 가는 길에 활동을 하기 좋은 장소들이 있어서 습지공원보다는 가는 길인 요천에서 활동을 더 오래 한 것 같다.
요천생태습지공원에서는 수달과 매우 비슷한(확신 불가) 동물을 보기는 했지만, 시간도 적었고 인공적으로 환경을 조성한 느낌이라 활동을 하기에 좋지 않아서 잠깐 있다가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평소에는 보기 힘든 수달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수달에 집중을 하다가 습지에 사는 다른 동물들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리고 3만보가 넘을 정도로 많이 걷고 바쁘게 이동하다 보니까 이야기하는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오늘로 활동은 끝이 났는데 들살이를 하면서 목표였던 다른 생물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느낀 것 같다. 활동마다 조금씩 아쉬움 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들살이의 목적은 이뤘다. 다만 활동 장소에 가기 전에 조사와 준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9월 10일 (7일차)
일곱째 날이다. 오늘은 숲터 전체 구성원이 모이는 날이라 숙소에서 바로 남원역으로 이동해서 서대전역으로 갔다. 대전에 도착을 했는데 계속 시골에만 있다가 대전에 오니 정말 대도시에 온 것 같았다. 오랜만에(?) 대도시로 들어와서 시내에서 조금 더 있고 싶기도 했지만 바로 대전에서 버스를 타고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서 다시 초록초록한 세상을 보게 되었다.
들살이 계획을 만들 때 자연휴양림에 다 같이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할 것 같아서 자연휴양림 근처에서 들살이 활동을 잡아놨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활동을 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등산하러 온 분들과 가족과 놀러 온 아이들이 정말 많아 복잡했고, 알 수 없는 공연으로 시끄러웠다. 숙소 체크인 시간도 되지 않아서 무거운 짐을 그대로 들고 있기에 이동도 못하고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었다. 다른 생물의 소리를 듣고 관찰하는 활동은 불가능하기에 복잡한 곳에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다른 활동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조금 이야기 나눈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체크인 시간이 되었고 무거운 짐을 들고 산 위쪽에 있는 숙소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다른 모둠 친구들도 들어왔는데 일주일 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가웠다. 숲터 구성원 모두가 모여서는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재밌게 놀았다.
놀고 나서 저녁팀이 해준 맛있는 밥을 먹고 동물모둠끼리 모여 들살이 돌아보기를 했다. 돌아보기를 통해 전체적으로 돌아보니 준비와 계획부터 활동까지 돌아봤는데 준비가 조금 미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모둠 들살이는 처음이기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봐야 했고 활동도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들살이 활동을 하며 가끔씩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분명 준비 부분은 아쉬움은 남지만 열심히 활동을 했고 여러 생물을 만나러 다니며 재밌었다. 뭔가 활동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방법을 알아가고 재밌어지는데 들살이가 끝나버렸다. 돌아보기에서는 이런 아쉬운 점들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돌아보기 후에는 다 같이 밖에 잠시 나가 별을 보며 산책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9월 11일 (8일차)
들살이 마지막 날이다. 들살이 준비하고 출발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집 가는 날이다. 오늘 특별한 일정은 없었고 아침에 숲터 구성원 다 같이 자연휴양림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고 나서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집에서 쉴 생각을 하니 신나면서도 학교에서 마지막 들살이가 끝났다는 사실에 뭔가 멍했다. 이번 들살이는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웠고 기억에도 많이 남을 것 같다. 무엇보다 들살이 동안 목표였던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이제 돌아가서 마무리 작업만 남았다...
첫댓글 < 갈매기가 이렇게 멋있었나 하는 생각~~> 들고도 남을 만큼 사진에도 멋지게 찍혔구만요~ 날씨 영향인지 사진 실력 출중한건지 ㅎㅎㅎ<나 아닌 다른 존재를 돌아보는> 멋진 여정이라니~~~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또렷이 기억한다는 <멧토끼>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요 ㅎ
원재군....다양한 생물들이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면, 성석동으로 오세요. 산책하다보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감각하며 사는일은 곧 나를 감각하며 사는 일이라는 것을 원재군 글 읽으면서 느끼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