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행
난 77년에 입사했는데 그때 은행의 후생시설 및 제도는 아마 업계 최고였을거야.
어쨌든 여름 휴가 때면 대천의 연성장을 이용하곤 했어.
연성장 이란 직장의 휴양소 같은 곳인데 사용료가 없고 시설은 비교적 고급스러워서 나 같은 신입사원 에게는 별천지 수준 이었어. 내가 여름 휴가에 연성장 갈꺼라는 계획을 만나는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같이 가자는거야. 나는 그러자고 했지. 지금도 앨범의 사진을 보면 그 에피소드에 피식 웃지면 그땐 그 인간들 다신 보기 싫었어.
아마 목요일 아침에 대천으로 출발하여 토요일 오후에 다시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은행 버스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재워주고 했으니 비용도 별로 안들어.
친구들 4명과 함께 버스 타고 대천 연성장 까지 잘 갔지. 방을 배정받고 먹을 음식도 준비하고 해수욕 준비도 하며 설레는 첫날 저녁을 맞은거야. 가지고 간 기본 식량으로 저녁 잘 해먹고 해변에 캠프화이어 옆에서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대동 날나리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어.
주변엔 다른 지점에서 온 은행원 및 그 가족들이 우리 노는 것을 부럽게 쳐다보았지.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어느 정도 흥이 올라있는데 친구 하나가 해변 나이트클럽을 슬쩍 갔다오더니 함께 가자는거야. 내가 어느정도 비용을 지참하고 갔기 때문에 함께 나이트클럽을 갔어. 그때 아마추어 악사들이 해변에서 놀기도 하고 뽕도 딸 요량으로 아르바이트 하는 놈들이 많았는데.
잘 놀고 들어왔지. 비용은 모두 내 부담이었어. 그날 밤 잘 잤어. 다음날 대천항 에서 배 한 척 빌려서 먼 무인도로 가서 수영도 하고 굴도 캐고 노래 부르고 놀기도 하며 하루를 잘 보내고 저녁에 들어왔지. 배 빌리는 비용은 아마 각자들 능력만큼씩 모았을꺼야. 하지만 다 백수들 인데 얼마나 냈겠어. 거의 내가 냈겠지. 밥 해먹고 각자들 쉬고 있는데 시간이 좀 지나서 어제의 나이트 클럽을 또 가자는 거야.
내일이면 서울을 가야 하는데 오늘을 그냥 보내면 서운할 거라면서 꼬시는데 난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 어제의 나이트클럽 비용에 오늘 무인도 가는 배 빌리는 비용 지급 등으로 남은 돈도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았어. 그래서 안 간다고 했더니 지들끼리 갔어. 그러면 지들끼리 알아서 놀고 와야 될 것 아냐? 한참 지난 늦은 밤에 나를 부르는 거야. 나이트클럽에서 술 마시고 잘 놀았는데 나올려고 돈을 걷어보니 모자라더라지. 그래서 나보고 돈 내라고 부르러 온거야. 괘씸하데. 그런데 친구들인데 어쩔 수 없어서 또 가서 아까운 생돈 내고 이 인간들을 데리고 나왔지.
문제는 그 다음날 이야. 서울에서 버스가 와서 타고 가야 하는데 지들은 하루를 더 있다 오겠대요. 그러면서 나 보고 연성장을 하루 더 묵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거야.
그래서 연성장은 하루 연장했는데 그 다음날 갈려면 교통비가 들잖아. 그래서 교통비를 걱정했더니 아직 조금 씩 돈이 남아있대요. 그날 저녁에도 이 인간들 밖에 나가서 술하고 안주하고 사 들고 들어와서 잘 마셨어.
하루 연장한 휴가를 마치니 그 날이 일요일 이었을건데 내일은 출근을 해야하니 서울을 가야 하잖아.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데 이 인간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꺼내보니 나 까지 포함해서 4백원 정도 되었을거야. 참 기가 막히데.
지들 차비까지 모두 털어서 전날 밤에 술 사다 마신거야. 성질 났지. 나이트클럽 술값 내준 것만도 아마 2만원은 될건데 차비까지 톡 털어 술을 마시다니.
그래도 또 데리고 간 자의 책임이 있는지라 예산지점 근무하는 동기한테 가서 돈을 구해보겠다고 혼자서 또 총대 메고 시외버스 타고 갔지. 차비는 편도 260원 이었어. 가지고 있는 돈이 예산까지 왕복 차비도 안 되는 거야. 어렵게 3만원을 빌려가지고 돌아와서 버스를 탈려니 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천안까지 일단 와서 몇푼 안 남은 돈으로 역전에서 가락국수 한 대접씩 마시고 기차표 끊어서 서울로 왔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풀 서비스를 다 해주고 동기한테 구차하게 돈까지 꾸어서 서울까지 데리고 오고 어휴~ 이런 인간들을 친구라고 데불고 다닌 내가 얼마나 바보 같던지~~
그날 함께 갔던 인간들 명단을 공개한다.
김호중, 배민호, 이호걸, 이정만(얘는 기억이 좀 가물 가물하다)
니들 만행을 알아?!!
첫댓글 ㅎㅎ비슷한 경험 나도있음. 박병기,백필현,임충기, 강덕원,이천호등. 돈도 없는놈들이 스카라극장앞 룸싸롱에서 술퍼마시고 즐겁게 논후에.....가물가물하다.
나도 기억난다...
그래! 하지만 이젠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겠지...
어 >>> 그런일 전혀 생각 안나는데.. 여러가지 헤프닝을 짜깁기 한것 아닌가? 나도 그때는 가진게 시간과 돈이 었는데,,,ㅋㅋ
배민호는 어디 초딩에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