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지리했던 강우가 끝나고 아침저녁으로 일교차 폭이 커진 9월 중순 이후부터였다. 여기저기 농장에서 문의전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빠르게는 7~8주령 자돈부터 늦게는 20주령 비육돈에게 이르기까지 호흡기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침, 붓고 지저분한 눈 주위, 꺼칠한 피모, 보온등 밑에서 겹쳐 누워있는 모습, 복식 호흡 증가, 심한 위축과 폐사돈 발생증가가 주요 증상이라고 한다.
출하에 임박한 비육돈들이 흉막폐렴으로 떨어진다는 불평도 더러 있었다. 문제가 발생한 농장들은 번식돈에게 3~4개월 간격으로 PRRS(생식기호흡기증후군) 생독 또는 사독백신을 접종하는 상황이었고 번식장애로 의심될 만한 임상증상도 없었고 자돈사 초기까지 돼지상태도 좋았으며 번식성적도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바 PRRS 번식돈군 안정, 비육돈군 불안정 돈군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농장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농장에서 왜 갑작스럽게 호흡기질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한 것일까?
몇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환절기 사육환경 급변을 동반하여 비육돈군에서 PRRS 바이러스가 활성화 상태로 바뀐 것이다. 병원성이 높은 신종 PRRS 바이러스가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서 유행한 고병원성 바이러스주일 가능성도 있어 추적중이다.
둘째, 써코(PCV2)에 매달려 PRRS 감염상황을 등한시 한 것과, 백신접종횟수를 줄이기 위해 유행성폐렴 백신접종을 원샷으로 변경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올인/올아웃이 시행되지 않고 PRRS도 불안정한 농장에서 유행성폐렴 원샷 효과는 기대이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래서씨병, 파스튜렐라 폐렴을 예방하는 백신접종 누락으로 피해를 키우는 농장 사례도 적지 않다.
셋째, 자돈~육성기에 접종하는 백신접종 종류와 횟수가 늘면서 주사바늘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기회가 늘어난 것도 이유가 된다. 주사바늘에 의한 질병전파에 대한 이해부족과 현장관리자들의 기피현상이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넷째, 돼지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핵심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체온저하를 유발하는 찬 바닥과 높은 유속에 의한 저온감작, 불량한 공기와 오염된 사료를 통해 침입하는 병원체에 대항하여 항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단백질 요구량 증가, 사회적 서열에 따른 눈치보기와 투쟁에 반응하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영양소 요구량 증가를 감안한 사양 및 위생관리 대책에 소홀함이 많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PRRS 바이러스, 써코바이러스, 유행성폐렴 원인균은 대표적인 면역 억제성 병원체로서 복합호흡기증후군(PRDC)의 1차병원체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내 농장 호흡기질병의 주동자라는 것이다. 주동자에 대한 체포나 제거 없이, 2차병원체에 대한 항생제요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차병원체는 똘마니에 해당된다. 병원성이 낮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파스튜렐라 폐렴균, 글래서병균, 연쇄상구균(S.suis), 흉막폐렴균, 액티노바실러스균(A.suis) 등이 그들이다.
전문수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임상증상과 부검소견을 바탕으로 내리는 진단은 2차병원체에 의한 소견만을 보고 내리고 그에 따른 항생제 처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경우 경제적 피해를 확대시킬 소지가 크다. 주동자 병원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혈청검사, 미생물검사와 병리조직학적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구제역 재발 방지는 물론이고, 병원성이 높은 PRRS 바이러스, 유행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겨울철에 더욱 위험한 PED 예방을 위해서 농장 외부적, 내부적 차단방역 강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몇 가지 핵심적인 차단방역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첫째, 출하/도태돈 수송차량에 대한 농장 진입전 세척, 소독을 완벽하게 요구하고 농장정문 통과 시 재차 소독과정을 강화한다. 둘째, 도입 후보돈, 구입자돈의 혈청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위험병원체에 감염된 돼지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셋째, 위험병원체에 대한 소독효과가 인정된 소독제를 적시적소에 사용한다. 농장입구와 도로의 생석회 살포, 수세전 가성소다 살포, 살바이러스성 소독제로 돈사내외부에 주기적으로 분무 소독하는 일들이다. 넷째, 농장주위에 휀스를 설치하여 사람이나 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고, 야생금수의 침입을 제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양돈협회나 지역단위로 도폐사돈을 방치하거나 개 먹이로 활용하는 일이 없도록 경고를 내릴 필요도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공기전파로도 가능하므로 돈사지붕과 입기구 주위의 청결과 소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PRRS 바이러스가 5~10년 주기로 병원성이 두 배 정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현장수의사들이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전에 해오던 방역위생 대책 수준으로는 피해를 줄일 수가 없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산학연 모든 부문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첫댓글 양돈타임스 2012년 11월 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