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희의 대구 열차탐방기 : 9가지 소소한 소감〕
2008년 18대 대구동구을 낙선 이후, 지금까지 고향인 제가 대구를 1년에 평균3회 방문했습니다. 18대 총선 운동기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차를 직접 몰고 대구를 갔고, 열차를 타고 대구를 간 여정은 오늘이 무려 15년 만이었습니다.
차를 몰고 가면 네비게이션에서 말하는 속도카메라 전방 500미터 앞에 있다는 멘트가 나오는 것만 집중해서 듣고 시선은 앞에만 고정하므로, 사실 다른 것은 못봅니다.
오늘 혼자서 열차를 15년 만에 타고 대구를 갔다오면서 그 동안 못 보았던 소소한 소감 9가지를 요약합니다.
① 새벽5시 정시에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아침6시 45분 동대구역에서 내려 역사를 나오는 순간, 순간 제가 역사 정문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지 당황했습니다.
다음 사진의 왼쪽 부분에 신축한 아파트 단지 중 동대구역 가장 가까운 곳에 네모로 비워둔 공간이 저의 혼돈을 가져오게 한 트리걸 포인트 역할을 했네요.
② 그 부근이 대구동구 갑 지역구인데, 참고로 제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이 지역구 주성영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여 이 부근 골목 구석구석을 여러 번 갔고 그 네모로 비워둔 공간 부근이 선거운동사무소가 있어 훤한 구역인데 그 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게 사실상 없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③ 오늘 방문 목적인 병 문안을 갔다와서 오후4시 기차를 타야 되는데, 1시간반이나 일찍 와서 ①번에서 거론한 구역 길 건너편 골목골목을 걸어다녔습니다. 이 구역은 과거 모텔이 밀집한 구역이거나 가까운 곳이었는데, 위 사진의 왼쪽 부분에 살짝 보이듯이 그 많던 모텔들이 지금은 엄청 줄며 변신 중이었습니다.
④ 대구가 과거에는 서울의 강남에 간혹 비유되는 수성구가 가장 쳐주는 지역이었는데, ①∼③에서 살펴 본 바처럼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동구가 동대구역 주변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역동적인 지역으로 무게추가 평형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⑤ 동대구 역 앞에서 40분 가량 서 있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대구 여자가 예쁘다’는 말이 진짜구나”였습니다. 그런데 12번 플랫폼 유리대합실에서 6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손질한 머리카락을 왜 그렇게 땅에 버리느냐?’고 지적하자 그 여성 분이 ‘여기가 아저씨 집이냐’고 바로 항변하며 언쟁이 붙는 걸 보고, ‘예쁜 만큼 그렇게 고분하지 않다’는 점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⑥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를 타고 창 밖을 보니, 동대구 주변 뿐만 아니라 대구역에 이르는 곳곳이 고층 아파트 건설이 다수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대구에서 저 많은 신규 아파트 건설이 입주되기 시작하면, 공급 과잉 요인이 내재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⑦ 열차 안에 설치된 조그만 TV모니터로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축제 광고가 계속 많이 나왔습니다. 순천 정원 축제, 부산 모래 축제, 울산공업축제, 고래축제, 라벤다축제 등 축제가 이번 달에만 이렇게 많나 생각이 들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광고가 계속 이어졌는데, 어떤 지역은 그 지역 축제 성격에 대한 광고 멘트는 적고 가수 누구 누구가 축제에 노래하는지만 화면 구성 대부분을 하였습니다. 7080은 아닌데, 8090 가수들만 신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⑧ 대전역 뿐만 아니라 수원역 및 영등포역에도 정차하는 열차를 타고 오면서, 조금 전에 인상적으로 본 동대구역 주변의 고층아파트 건설현장의 역동성과 비교해볼 때 의외로 경기도 지역이 예상 밖으로 조용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⑨ 서울역 부근의 한국일보 입주한 빌딩 근처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시청 및 광화문을 지나면서 길을 마주하고 우파와 좌파 시위대를 각각 지나쳤습니다. 후자의 사람 수가 조금 더 많았지만, 전자의 목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목소리 높인다고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그 쪽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라는 걸 느꼈습니다.
대구 열차탐방기 1 : https://youtu.be/bvrkCYcyJ7g
대구 열차탐방기 2 : https://youtu.be/oRbw6jYdE9k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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