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이 바뀌어도 굳건히 나는 나를 지킬 것이다....라는 비장한 각오로
세월은 의지를 녹이는 데에 별 의미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리 살면 제 삶은 언제나 새로울 터이지요.
아뇨....제가 모르게 저는 부단히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삼십대 말에는 온 세상이 갑자기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졌지요.
원인도 모른 채, 주변에서 굿을 하라고 해서 굿까지 했더랬지요.
구우우우우웃!!!!
나중에 알고 보니 안검(눈꺼풀)이 쳐지니까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눈에 힘을 줘야 해서 힘이 더 들고
쳐진 눈꺼풀은 세상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동력(?)이 되었던 것이더군요.
요즘은 쉬이 서운해 하고 쉬이 분노하며 사람 쪼잔해 졌습니다.
네이버 동네 이웃 코너에서 용접해 줄 사람을 찾는 게시글이 떴습니다.
즉시 답글로 제게로 수리할 것을 들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는 오자 마자 다른 곳에서 2만원에 해주기로 했다는 둥
오토바이 수리 수리센터에서 작업해 주기로 했다는 둥....
불필요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습니다.
조용히 묵묵히 오토바이에서 용접할 판넬을 해체해서
그간의 닦아 놓은 용접실력을 발휘하여
대략40센티의 직선 용접을 아래보기방식을 적용하여 순식간에 작업완료하였습니다.
건네며....
'작업 마쳤으니 수리한 것을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쿨하게 가도 됩니다'
하고 교과서 읽듯이 말을 하자
이 젊고 가벼운 친구....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오토바이에 올라 잘쓰겠다며 인사를 하고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아니 시야에서 사라지지고 전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단 돈 만원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하는 아쉬운 메아리가 조심스럽게 퍼집니다.
...참 쪼잔해 졌습니다.
쪼잔한 놈이 늦잠에서 일어나 컴을 켜니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운운하는 기사가 떴습니다.
'이게 뭐지? 밀양에서 성폭행사건 일어났나?' 하며 읽어 보니
이십년도 넘은 날에 대여섯명의 여중생을 지역 고딩 백여명이 그짓을 했는데
그 중 일부만 드러났고 드러난 사건마저 가해자들에게는 솜뭉치로 처벌한 일을
네티즌의 눈썰미로 주동자를 찾아냈다는 겁니다.
댓글을 보다 보니 울컥합니다.
사회의 법망이 허술하여 처단하지 못해 억울함으로 삶에 지친 이들을
개인의 의지로 촘촘한 그물망을 세워 나쁜 뜻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싶으니
흘러간 물마저 순진한 뜻과 염원만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사후의 찬란한 감동보다는 문제가 처음부터 안생기는 무던한 일상이 더욱 감동적이겠지만....
저의 문제는 쪼잔함에 더해서 감동을 수시로 하는 누추한 감성력이 정도를 넘는다는 겁니다.
이리 변화만발해서야 제 의지로 새 삶을 살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에고....그나 저나 문제의 청도역 앞 국밥집도 벼락맞게 생겼네요.
해당 국밥집의 건물이 불법건축물인 것 까지 네티즌이 밝혀내서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화면까지 캡처해서 올라왔어요.
이 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외칠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언제부터인가 일이 생기면 연관되어 떠오르는 노랫말도 솟구칩니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제 삶을 새롭게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밀양의 문제적 인간들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칩니다.
그들이 뒤늦게라도 깊이 반성하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이들다 보니 쪼잔해 지고 감수성은 과잉되고 거기에 더해 남 걱정까지 하는 오지랖을 얹습니다.
여전히 새삶은 어렵습니다.
첫댓글 아이고구구절절한글에 머물다갑니다
혹시 신약세빅햐인님이. 아니신지요
감샇 읽 고 갑니다
ㅎㅎㅎ
밀양 범인들에 대한 분노를 최대한 억누르다 보니 구구절절 하게 보여지나
봅니다
반갑습니다 빅샤인 맞습니다
@샤인 그렇지요 여기서뵈니
더더욱 반갑습니다
가해자는 모두 사라지고
피해자만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네요.
이 나라만 그러는지 몰라도 가해자의 천국이에요
인터넷에 모두가 영웅이되는 시대이니 차츰 개선 될 것으로 믿습니다만
저도 기사봤어요 파렴치한이 사람하나 죽여놓고 버젓이 잘 사는거보면 기가찹니다.치가떨리고 욕이 절로 나옵니다
그게 그날의 밀양 트렌드였나 봅니다.
44명이 한 명에게 그랬다는데....
댓글을 보니 백여명이 인근 지역의 여중생 등 5명에게 그 짓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 드러난 사건이 44명 사건이구요.
피해자 들이 그 도시의 시민이 아니다 보니 부모들도 똘똘 뭉쳐서
피해자 탓을 하게 되었고.....
그 나이에 휩쓸려서 그럴 수는 있다 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도 불편하고 힘들고 죄책감이 들지 않을까요?
밀양 아이들만 그러지는 않을 것이고
그 악마성은 어쩌면 내 옆에서도 도사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저도 뉴스보고 밀양사건을 다시 한번 생각해봤어요
쪼잔해지고 감수성 풍부해지고...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