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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내심과 결단력, 그리고 의지를 다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Gareth에 대한 나의 마음에 대한 인내심, 결단력 그리고 이 사람을 잊겠다는 의지는 거의 바닥일 것이다.
하루를 버텨나가기에 바빳던 고학생 시절, 너무 힘들고 어려울때 내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것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나를 찾게 해준 사람
그리고 Love of Life라고 믿었던 사람이기에, 그래서 이 사람을 내 마음에서 보내는 것이 힘든 것이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고, 정당화하려고 해도… 주변의 사람들은 한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에 일이니깐 그냥 그렇게 쉽게 말하잖아..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그러니 잊어라, 시간이 해결해 준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로 나를 위로해 주지만..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두 사람이 5년간 얼마나 많은 추억을 만들었는지,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힘겹게 다시 만나 한동안 못했던 사랑을 만들어 나갔고..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간직할 만큼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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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eth를 만나러 가는 길이 참 멀다, 아니 멀게 느껴진다.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하기도 했고, Edinburgh는 London에 비하면 시골인지라
시골서 살다 오랫만에 London에 왔더니만 촌놈 다됐나보다.
많은 사람에 치이고 치여서 정신 못차리는 하루가 계속 이어지는데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Gareth를 만나러 가는 길.
예전에는 그 길이 그렇게 즐겁고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보고싶은 마음이 앞서 먼 길도 한걸음에 달려가고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냈더라도 Gareth의 목소리와 얼굴을 생각하면 피곤하기는..
오히려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상쾌하고 기대에 찬 얼굴이었것만..
지금은 그전보다 훨씬 낳은 사람이 돼었는데, 내 얼굴은 그전보다 더 우울하고 초라하게만 보인다.
나 자신을 위해보겠다고, 안그러면 나중에 나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내가 괜히 밉고
게다가.. 지금 나는 유부남과 함께 호텔에 묶고 있다.
이런 것을 다 알리가 없는 Gareth는.. 내가 자신을 잊고 새로 시작한 줄로만 안텐데..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다 풀어나갈까.. 어떤말로 시작하고, 어떻게 끝을 낼까..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나는 또 얼마나 긴 시간동안 Gareth의 기억때문에 힘들어 해야할까..
뭐 이런 저런 생각들로 이사람을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멀리서 한번 보고 말까..
언제나 처럼 백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꽉 차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London에 있는 Bar치고는 그나마 값이 조금 싼 우리의 단골집은 사람들로 붐빈다.
시간이 이만큼 지났으니.. 나와 Gareth가 침을 흘리며 쳐다보며 오만 상상을 다 하던 그 잘생긴 bartender도 없고
주인도 몇 번이나 바뀌었고, 인테리어도 조금 바뀌었다.
Bar가 상당히 넓어서 Gareth가 혹시나 먼저 와 있지나 않을까 몇 번이나 둘러보았지만 아직 오지 않았는가보다.
우리가 자주 앉던 그 곳은 다른 커플들이 앉아 날도 더운데 한 덩어리가 되어 있고..
왠지 다른 곳에 앉자니 어색하고.. 창가를 등지고 앉아 Bar의 입구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절대 취하지 않으려고, 취하면 내가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니, 오늘 만큼은 절대 술쳐마시고 실수하지 않으리라..
맛도 없는 Ginger ale을 pint잔에 시켜놓고 Gareth를 기다린다.
Job interview할때도 이렇게 긴장은 안한다. 재판에 서는 증인도 아니고.. 내가 돈 때먹고 도망갔다가 잡혀온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 좀더 당당하고 멋지고 Cool하게 Gareth를 대할 수 없는지..
그렇게 혼자 자책을 하고 있으려니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Gareth가 내 앞에 서있다.
입술만 웃는 어색한 웃음으로 Gareth를 맞고, 둘이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앉아 있다.
이 어색한 분위기.. 둘다 blind date에 나온것도 아닌데, 우리 둘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도
누가 먼저 말을 꺼내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이 분위기. 그래.. 매도 먼저 맞자. 내가 먼저 묻는다.
Gareth는 내 생각데로 NY과 London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모르지만 꽤나 유명한 회사에 들어간지 이제 반년이 넘었고
일년정도가 지나면 아마도 partner급으로 승진도 예상하고 있단다.
경기가 안좋다고 하지만, 그럴 수록 소송건도 많아지고 알아주는 큰 기업이 쓰러지면
세계 각지에 있는 다른 회사들이 등쳐먹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Gareth같은 국제법 변호사는 더 바빠진다고 한다.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난지는 이제 2달, 남친은 London에 살고 이 사람도 NY에 자주 오가면서 일을 한다고 한다.
역시 끼리끼리 노는구나..
나와 Gareth가 헤어진 이유가 우리가 하는 일이 너무 틀려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잠깐 한다.
그렇게 말이 한번 터지니 구구절절..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들 하는데, 미소가 가끔씩 보이는 Gareth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Gareth는 나를 가끔씩만 쳐다볼 뿐, 예전처럼 나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쳐다보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에꿎은 술잔만 빙빙 돌리고, 함께 나온 땅콩만 까먹는다.
그리고는 나의 이야기를 한참이나 했는데.. James의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얼마만에 만난 Gareth인데, 면전에 데놓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죽어라 짝사랑하는 유부남의 sex partner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Gareth가 대뜸 내 말을 끊고는 내 개인 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묻는다.
그리고는 원망스러움과 약간은 화가섞인 나직한 목소리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 말한다.
Gareth는 Martin의 결혼식에서 우리가 잠깐 만나고 헤어진 후에, 전화도 많이 했고 이메일을 참으로 많이 보냈다고 했다.
자신이 약속 한 것처럼, 나를 데려오고 싶어서, Keep in touch 하자는 자신에 말을 지키려고, 그렇게 연락을 많이 했는데..
전화기는 항상 꺼져있었고, 메일에도 답장이 없었고,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메일이 반송되어 왔단다.
내 메일 계정이 꽉 쳐서 더이상 수신이 안된다는 반송메일을 메일같이 받으면서도
Gareth는 계속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혹시라도,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내가 inbox를 비우는 그날, 자신의 새롭게 보낸 이메일을 볼 수도 있고
그러면 메일박스가 꽉 차서 더이상 메일을 보내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계속 나를 생각하고 메일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
그래서 Gareth는 반송이 되기 시작한 그날부터 메일 하루에 한번씩 메일을 보냈단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전날 까지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내 이메일 주소..
Gareth가 알고 있는 메일 주소가 뭘까.. 우리가 막 만나기 시작했을때, 문자로 하기 힘든 긴 이야기들은 이메일로 보냈고
함께 살기전에는 이메일로 내 일기를 보내고 Gareth가 검사해주곤 했다.
Gareth가 가지고 있는 내 이메일 주소는 아직도 Hanmail 계정인가보다.
지금은 hotmail과 gmail 아니면 회사계정을 쓰고 있다. Hanmail은 정말 일년에 한번 들어가 볼까 말까..
메일 박스에 읽지않은 메일이 몇 백개가 있다고 나와도.. 뻔하잖아..
오빠 나 한가해, 초고속 대출 5분 완료.. 그거 아니면 뭐겠어.
그래서 그렇게 무시했던 내 메일박스에는 Gareth가 보낸 이메일이 몇 백개는 쌓여 있다는 것인가..
메일에는 뭐라고 썻을까..
그럼 전화라도 하지 그랬냐는 모기만한 내 대답에, 아무말 없이 Gareth는 전화기를 꺼내어 나에게 전화를 거는 듯 하다.
그리고 내 전화기는 울리지 않는다. 전화기를 건내받아 내 번호를 확인하는데..
그 번호는 바뀐 번호라며 내가 Martin의 결혼식날 직접 입력해준 전화번호다.
그리고 참으로 멍청하게 번호 하나를 틀리게 입력해놓은 것을 보았다.
이게 진실이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그런 이야기. 평생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날 수 밖에 없는 나의 바보같은 행동으로
나는 Gareth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참으로 힘든 시간을 만들어 준 샘이다.
그냥 모르고, Gareth를 만나지 않고 그렇게 몇 년을 더 살았더라면
어쩌면 나는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람과 새롭게 시작하고, Gareth를 당당하게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그냥 그렇게 묻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을..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Gareth가 보낸 수백통의 메일을 내 뜻과는 상관없이 무시했고, 일부러 그런 것처럼 전화번호도 틀리게 알려주었다.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매일같이 이 사람을 생각하고, 연락이 끊긴뒤로는 원망하고, 잊겠다고 다짐하고 또 하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면서도 Gareth를 생각하고..
너무 황당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말, 그래 맞다.
난 지금 이 허망함과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을 너무 또렷하게 듣고 있는 나머지
고개도 못들고, 소리도 못내고, 아랫 입술만 물어 뜯으며 그렇게 앉아 있다.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 후로는 수입도 안정되어 집도 괜찮은 곳으로 옮겼고
회사의 이민법 전문 변호사 들에게 얻은 자료들로 나를 데려올 수 있는 서류들을 다 준비해 놓았고
동성결혼이 인정되는 미국의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있도록 신청서도 미리 작성해 놓았다고
그리고 나를 위해서 몇 다리 건너고 건너서, 힘들게 job interview까지 할 수 있도록 잘 말해놓 았건만..
그리고 나만 좋다면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NY에 있는 대학과 Business school의 자료들까지 다 준비해 놓고
내 연락이 오기만을 정말 그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blackberry로 10분이 멀다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고..
그렇게 나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했던 즐거웠던 시간, 그리고 힘들게 기다리던 시간을 나에게 읇어주다가..
결국 술잔을 바닥에 던졌다.
내가 그렇게 연락이 닿지 않아서, Gareth와 함께 있을때 내가 다니던 회사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회사의 지침상 퇴사한 직원의 연락쳐나 이직한 곳을 알려주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시간이 많아 Edinburgh까지 올라와 나를 찾을 상황도 아니였고..
그래서 아마도 내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거나, 예전부터 가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Dubai로 옮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젠가 들렸던 Dubai 출장길에는 시내에 있는 호텔 몇 군대를 무작정 찾아다니며 동양인 메니져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했다.
Gareth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새로 만난 이 남자는.. Gareth가 나를 찾는 것을 거의 포기할 때 즈음 만난.. 2달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예전의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 이해해주고 옆에 있어주었다면서
그 사람 덕분에 나를 잊겠다고 마음먹을수 있었고 그리고, 얼마전에야 새 사람에게 all-in하기로 마음 먹었단다.
이번에 London에 와서는 둘이 살 집을 찾아보고 기회가 된다면 NY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London에 기반을 두고 일을 할 수 있도록 London지점의 사람들과 미팅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Gareth는 아마도 그 동안 자신이 힘들어 했던 시간, 나의 바보같은 행동.. 이런 것들로 끓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는지
자리를 일어서서 빠른 걸음으로 bar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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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서 잡을까..
가방과 자켓, 그리고 전화기까지 테이블에 두고 나갔으니 다시 오겠구나.. 그럼 무슨 말로 대답을 할까..
한시간이 넘도록 Gareth가 나를 찾아헤맨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내가 변명이라도 헤야하는데..
나를 데려오려고 노력했던, 나와 연락이라도 한번 해보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그 시간들을 무슨 말로 보상? 해줘야 하나.
매일같이 Gareth를 생각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니
Gareth와 분위기가 비슷한 James, 내가 짝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있으려고 내 감정 애써 숨기며 살고 있다고
이 사람과 몇 달에 한번,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만날때 마다
침대위에서는 눈을 감고 Gareth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까..
내가 무슨말로 시작해야할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데도 Gareth는 돌아오지 않는다.
벌써 두 시간이 넘도록 Gareth는 돌아오지 않는다. 꽉꽉 담아 놓은 Ginger ale은 이미 다 마시고 없다.
맨정신으로 버티려니 힘들었지만, 취하면 더 실수 할까봐, 머릿속을 정리할 수 없으니 겨우 참고 있다.
Gareth는 내가 그렇게 보기 싫고 원망스러워서, 더이상 꼴도 보고 싶지 않아서
가방과 자켓, 전화기도 팽게치고 그냥 그렇게 가버린 것일까.. 벌써 시간이 자정이 가까워 오는데..
결국 bar에 메모를 남기고 이 사람의 가방과 자켓을 들고 호텔로 향한다.
택시에 앉아 Gareth의 손때가 묻은 지갑을 열어 살펴본다.
예전에 Edinburgh에서 함께 살때 같이 샀던 그 지갑이다. 코끝이 찡해진다.
미국에서 발급받은 여러 장의 카드, 시립도서관 카드와, 회사 출입증, 몇장의 Gareth 명함, 내가 준 명함과 James의 명함..
그리고 손가락도 잘 들어가지 않는 구석진 주머니에.. 즉석 사진이 하나 들어있다.
우리 둘이 함께 있는 참 오래된 사진이다.
이게 언제인지, 어디서 찍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진에..
나와 Gareth는 어깨동무를 하고는 입이 째져라 웃고 있고, 옆에는 Martin이 멍청한 표정으로 그 사진에 함께 찍혀있다.
그때서야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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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지고..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할말이 없네요.. 어쩌면 지금쯤 두분이 함께 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을..
:-) there is no such a fairy tale in real life..
진짜 안타깝네요... 슬퍼지려고 하고...
awwww.. thanks :-)
잘 읽고 있습니다. 마치 내일인것처럼 마음이 안좋네요, 그래도 이젠 그만 정리하고 서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you are so right :-)
후우...
:-)
아.. 이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 글을 읽으면서 들으려니.. 눈물을 참을 수 없네요..
aye, this is one of my fav too :-)
Your life would never be plain. :'(
so people say, Life sucks :-)
잘읽었습니다:]
:-)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