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이 49재인가?"
진호에게 기대어 정신없이 울던 여자는 진호의 물음에 멈짓했다. 자신이 아무런 말 한 마디 안 했는데, 자기의 이야기를 다 아는 듯 말하는 진호가 신기했을 것이다.
여자는 말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한참을 울어서 그런지 눈이 퉁퉁 부었고, 지쳤는지 거칠게 숨만 쉴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난간에 기대어 쭈그려 앉았다.
한 동안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가끔 아래에서 진호를 찾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30분 정도 지나자, 포기했는지 건달들은 욕을 뱉으면서 돌아갔다.
'이젠 내려가도 상관없을 듯 하군.'
진호는 느릿느릿 일어났다. 난간 쪽을 보니 여자가 진호의 인기척을 듣고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한 마디 해야겠군.'
진호는 잠시 갈등을 했지만, 얼른 결론을 냈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했다.
"이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게 얼마나 슬픈지 알지만, 자신을 좀 소중하게 여겨. 그게 죽은 사람을 위해 살아 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거야. 뭐... 이것도 당신이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숙제겠지만... 세상이 당신 몫으로 준 시험이니까 왠만하면 이기고 살아."
할 말을 다 말하고, 진호는 내려가기 위해 계단으로 걸어갔다. 거의 닫혀있는 문을 잡아당기는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당신이 알아? 죽은 사람 뒤로 남겨져 살아남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
가슴속에 사무쳐 나오는 목소리였다. 아마 그 사람의 죽음을 원망할 사람이 없기에 가슴속에 사무친 울분이라 생각되었다. 진호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내리며 대답했다.
"그 사람의 몫까지 살아야 하는 책임과 그 사람을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죄책감도 알지."
이 말에 여자는 진호를 바라봤다. 이제는 놀람을 넘은 호기심의 눈이었다.
'얘기를 해야 하나...'
"당신 눈이 매우 궁금하다는 눈이네. (^-^) 내 얘기는 내가 안 해도 돼. 인터넷 찾아보면 알 수 있으니까 찾아봐. 내 이름은 홍진호니까 궁금하면 한 번 검색해 보라구~"
이 한 마디를 툭 내뱉고 진호는 문을 열고 다다닥 계단을 내려갔다. 여자는 그가 사라진 문을 멍하니 한 동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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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홍진호"라는 이름을 검색하니 꽤 많은 양의 기사가 떴다.
폭풍저그 홍진호, 결승에서 그의 화려한 플레이는 더 이상 볼 수 없는가?
지난 주 금요일 저녁 10시, 유명 프로게이머 홍진호 선수(2X)가 XX번 국도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이날 홍 선수는 온게임넷 XXX배 스타리그 준결승 경기를 마치고 본집인 대전으로 내려가던 중,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마주 오던 차선의 트럭과 충돌하여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홍 선수와 동승하고 있던 애인 XXX 양(2X)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으며, 홍진호 선수는 갈비뼈 두 대와 오른손 손가락 두 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한편에서는 그 동안 빠른 손놀림으로 사랑 받던 홍진호 선수의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나 라는 말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다음 달 스타리그 결승을 앞두고 이런 사고가 생겨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과 저그 종족의 최초 우승을 바라는 많은 게임 팬들의 안타까움이 크다.
첫댓글 진호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니...ㅠㅠ 마멀레이드님 너무 아쉬워요~재밋었는뎅..여운이 남네요.
어제 읽고 오늘 꼬리 달기..;;; 어쨌든 예상못한 결말이어서 조금 놀랬어요~ 빨리 끝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앞으로 건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