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볼까 보아 숨어서 본 책들이 있다.
개발독재나 군사독재 하에서 경제학을 배운 자라면 의례 호기심 때문 에라도 관심을 가지고 행여 누가 알 새라 감추어 두고
읽었음직한 칼 맑스의 자본론(Das Kapital) 같은 금서가 아니다.
어려서는 형편이 닿지 않아 읽어보지 못하고 나이 들어서는 체신머리 없이 아이들이 보는 동화나 만화책 본다고 비아냥거릴까
무서워 읽어 보기는 커녕 서점에 가서도 곁눈으로 흘겨볼 망정 책 표지 한번 넘겨 보지도 못했다.
죽을 때까지 아예 이 책을 읽어보지도 못하고 지구를 떠날는지도 모를~ 분명히 모르고 지나칠 절망적인 순간에 우연히 그것도
다 되어가는 나이에 그런 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느 복지관 관계자로부터 복지관에 비치된 도서관리를 단체에서 해 줄 수 없겠느냐는 기똥찬 제안이었다.
많은 나이에 "물실호기(勿失好機)"~ 감지덕지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이라고 해 봐야 도서관에서 하듯 전문사서들이 하는 일이 아니라 대충 어질어진 서가를 종류별로 정리하면 되는 정도였기에
여유시간이 넘쳐났다.
고학년 학생이나 성인들이 보는 책은 보기만해도 골이 아플 것 같고 차라리 내가 몽매간에도 부러워하든 어린이용 이야기책을 골라 보았다.
15권으로 된 “The world masterpieces story in cartoon series” (세계걸작이야기전집) 이 눈에 뜨인다.
옛날 어렸을 때 읽고 싶었든 수 10개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우선 전혀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앨리스는 언니랑 함께 놀다 잠이 든다
빨강 토끼를 따라 땅 구멍으로 들어가다 토끼를 놓치고 홀로 남게 되면서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을 보고 겪게 된다.
물을 잘 못 마시고 몸이 작아지면서 호된 고생을 하다가 버섯을 먹고 목이 길어진가 하면 작은 집에 들어가 몸이 집보다 커져 욕먹고 다시 제모습이 되기도 하고~
여왕의 노여움을 받고 죽임을 당할 지경에 용케 도망치는 황당한 사건들이 넘쳐난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꿈에서 깨어난 엘리사는 자초지종을 어니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고령 거사의 머리로는 감당 못할 이상한 이야기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의 혼란 속에 망연히 헤매게 만든다.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사를 각색하여 영화화 한 미국의"디즈니(Disney)"가 재미를 못 보았다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지만~
문득 요즘 내가 이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사" 속에 사는 듯한 혼란을 겪는다.
명색이 이 세상을 다스리는 어른들이 하는 짓을 보면 속절없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사의 모험담 같다.
상식을 벗어난 비상식을 들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우기며 잘 못 됨을 되돌릴 줄 모르고 너무나도 뻔한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 왜곡하며 어른답지 못한 언행과 생각으로 민초들을 어지럽게 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잘 못 배운 어른들에게 새삼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가슴에 안겨주느니 차라리 이런 "세계 걸작 이야기 전집"이나 읽혀주고
철들도록 이끌어 줌이 옳지 않을까 하고 나 자신도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사"같은 심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져 하는 말이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어느 한 분들의 욕심으로 세상을 힘들게 하고
어둡게 하는 것을 느끼면서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하고 그에 대한 보응을 받을 것이라 여기면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사 영화 속에서 재미 있게 보았답니다
어지러운 세상이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길 기도합니다
어렸을 때 읽고 상상의 나래로 날아다니던 그 때가 떠오르네요.
그 후에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접하기도 했지요.
지금 이 나이에도 기분좋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은 동화이기도 하지요.
감사합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