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소
김미정
빌딩 숲 줄지어 선 양품점 뒷골목
쇼윈도 기웃대다 조각난 햇살 한줌
차갑게 굳어진 얼굴 양 미간에 꽂힌다
마네킹 어깨 앉은 민낯의 허공으로
붙박은 석고처럼 어제에 갇힌 오늘
새하얀 낮달의 실루엣 실눈도 겨운 나절
투명한 유리창 밖 칼을 쥔 바람의 손
팔딱 뛰는 심장 같은 그림자를 조각한다
응달진 거울의 시간 사라진 얼굴 하나
《시조21》 2024,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