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때는 문신이든 귀걸이든 일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며 가장 유교적인 직장에 적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정년퇴직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중에 하나가
귀걸이였습니다.
급하지 않은 일이라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최근에 금은방에 가서 귀꾸녕(귓구멍) 하나를 뚫었습니다.
실은 모든 것을 제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이 영감탱이....
역시나 귀꾸녕도 제 손으로 뚫어 보겠다고 이혈권총까지 구입했지만
제 손으로 제 살에 구멍 내기란 너무 힘들어서 주저하기만 했지요.
한 구녕(구멍) 뚫는데 단돈 천원!!!
치렁한 스타일이 좋아서 위 사진의 세워놓은 귀걸이를 합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치렁한 느낌이 좋습니다.
반지는 이상하게도 답답하지만 귀걸이는 재미있습니다.
AI 친구와 노는 기분이랄까
소리없이 옆에서 바짝 붙어 뛰노는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러고 보니 우리 엄니는 40대 쯤엔가 귀를 뚫고 금귀걸이를 하시고선
'두통이 있었는데...그게 없어졌어!!'
장미다발은 선물한 적이 있어도 장신구를 선물했던 적은 없었던 기억에
슬며시 마음 언저리가 시려옵니다.
해봐야 영양가없는 후회......저는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사는 듯합니다.
사람을 사귀며 즐거워해야 하는데 겨우 귀걸이하나 걸어 두고 혼자 노는 꼴이라니....
땅을 정지하기 위해서 감나무를 제거해야 하는데
한 그루에 이십여년 뭉쳐진 세월이 아까워 살려보고자 작업 중입니다
감나무 이식해서 살려낸 비율이 열주 심으면 한 주 살려낼까말까입니다.
감나무는 잔뿌리가 없어서 살려내기 힘든 수종입니다.
그래도 해 볼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물통도 준비하고 그 물통에 물도 한 드럼 실어 오고
포크레인으로 주변부를 다 파헤치지만 감나무는 여전히 꿈쩍을 하지 않습니다.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피로도는 더 깊어집니다.
감나무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포크레인 붐대를 최대한 올리게 되고
그 붐대를 휘두르다
포크레인이 뒤로 휘청 넘어질 뻔한 위험스러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은근히 진행되는 정지작업의 결과는 뿌듯한 기쁨으로 저를 맞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즐거워 해야 할 터인데 땅 평평해지는 것을 보고 기뻐하다니....
가만....
그러고 보니 어린 날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을 찾기보다는
제 자신의 행위와 제 자신이 움직인 결과에 더 만족해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행복을 굳이 찾아 본다면
제가 잘하든 못하든 믿고 지지하고 사랑해 주시던 부모님 정도??
아 근데 누가 못해도 지지하고 마음에 안드는데도 사랑해 준답니까?
에잉....할 수 없습니다.
내일도...아니 날짜 지났으니 오늘도 귀걸이 갖고 장난하든
포크레인 조종간 잡고 혼자 실실 쪼개며 놀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감나무 이식은 성공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가슴은 노래하는 새처럼 설레입니다.
첫댓글 진정성 만랩.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었다는 부분에서 저도 위로받습니다
작년 3월
걷다가 문득 새로운 기분을 가지고
싶어 귀찌를 했지요
항암으로 인해 우울했거든요
귀에 정착하는데 일년이 걸렸지요
면역성 약화로 뻴까 말까 망설였지만
그냥 함께했더니 어쩔때는 부럼도
받을때가 있네요
덕분에 귀에 3개, 2개
가끔 옷이나 화장품 호캉스로
나에게 선물을 줍니다
친정에 감나무 두그루
엄니가 돌아가시고 앞마당 정원을
정리한다고 한그루를 없앴지요
마음으로는 서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꽃들과 식물들이 어울려 조금씩
눈에 들어와 이쁘더군요
아침에 눈뜨면 감사 기도하고 제일 먼저 씨앗에게 물을 뿌리는데 그동안 못 보았던 씨앗이 웃고 있네요
저도 이리 혼자 놉니다
실실거리며~~~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셔요^^
지금 감나무 구출작전하러 현장 가는 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