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시대,막 내리나.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등의 빅 히트작으로 시청률 제조기라 불려온 김수현씨(59).그의 주말극 KBS 2 ‘내사랑 누굴까’가 맥을 못추고 있다.지난 3월2일 첫 방송된 이 작품은 김씨가 1년9개월만에 방송에 복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
그러나 초반부터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10∼12%·TNS 미디어 코리아) 행진이 계속되더니 최근엔 급기야 한자리수까지 떨어졌다.중반부터는 자리가 잡힐 것이라는 기대가 희미해지면서 드라마의 대모 김수현씨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물론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품성이다.그러나 ‘내 사랑 누굴까’는 안타깝게도 작품성이나 재미나 더이상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그의 대사는 여전하다.빠르고 거침없다.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도 분명하다.‘돌겠다’ ‘꼬장을 부려’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표현들이 쏟아지고,‘회 뜬 생선가시 같다’ 는 등의 비유도 여전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이런 식의 대사가 먹혀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5∼6년전만해도 속사포식의 대사가 신선하게 느껴졌지만,요즘은 사회가 워낙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편안함을 원한다.
40%에 가까운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SBS ‘명랑소녀 성공기’를 보라.등장인물의 표정과 대사는 명랑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황당하다.결말도 뻔하다.하지만 시청자들은 낄낄대고 웃는다.심각하지 않아서 좋고,장나라의 충청도 사투리는 따라가기 편하다.
‘내 사랑 누굴까’가 지나치게 ‘김수현표’라는 것도 감점 요인.‘김수현 사단’ 이라 불리는 이순재 한진희 윤다훈이 있고,‘목욕탕집 남자들’의 정을영 PD가 연출을 맡았다.내용도 ‘사랑이 뭐길래’ 이후 작가가 주목해 온 가족애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그러다보니 ‘목욕탕집 남자들’을 보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배역 캐스팅도 실패한 듯 보인다.한마디로 배우들이 낡았다는 느낌이다.김수현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연기자들은 톡톡튀는 대사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다.작가의 개성만 있을 뿐 배우들은 대사하는 앵무새같다.대사의 높낮이와 감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빨리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주연배우 이승연은 설상가상으로 ‘뺑소니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렸고,한때 그가 도중하차 하는것 아니냐는 루머까지 돌았다.이승연은 무혐의처리됐지만 극 분위기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
하지만 드라마는 아직 절반도 못왔다.배우들의 연기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상당수 드라마 비평가들은 김수현씨 작품은 언제라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경쟁프로인 MBC 새 주말 드라마가 지난주 시작됐다.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