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가 지난 14년 동안 미국의 한 대학으로 보낸 ‘선교비’ 270억 원이 교육목적이 아닌 부동산 투기 등에 사용됐다는 증언과 관련 자료를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선교비를 받은 곳은 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가 1976년 개인적으로 설립한 미국 LA의 베데스다대학이다. 이 대학은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명예총장과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뉴스타파는 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학에 보낸 자금내역을 입수한 뒤, 한국과 미국에서 다수의 순복음교회 및 베데스다대학의 핵심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선교비가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순복음교회는 교인 수 80만 명, 연간 1500억 원의 헌금이 걷히는 곳으로, 단일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58년 조용기 목사가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에 설립한 천막교회로 시작한 이 교회는 1980년대 이후 교세가 급격히 커졌고, 1990년대에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교회로 성장했다. 국민일보, 한세대학교, 영산조용기재단 등을 관련기관으로 두고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순복음교회가 거둬들이는 막대한 헌금 수입의 일부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다수의 순복음교회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그 중엔 순복음교회가 미국 LA 인근에 소재한 베데스다대학에 돈을 보낸 송금기록이 들어있다. 조 목사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이 대학에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70억여 원의 헌금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서류에는 돈의 송금목적이 ‘선교비’로 기재돼 있다.
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학에 돈을 보낸 시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보낸 총 100억 원은 베데스다대학 한국분교의 건축비와 운영비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 분교가 교육부 인가도 없이 운영되다 2004년 말 폐교된 뒤부터 순복음교회는 미국의 베데스다 본교로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송금된 돈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70억 원 가량이다.
순복음교회가 돈을 보낸 건 베데스다대학과 맺은 약정서에 따른 것이었다. 2005년 1월, 순복음교회와 베데스다대학은 선교비 약정서를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목사와 학생들의 기독교 훈련, 장학금, 연수와 세미나 개최 등을 조건으로 순복음교회가 돈을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약정서를 맺은 사람은 조용기 목사였다. 순복음교회는 약정서 내용에 따라 한국은행에도 해외송금을 위한 자본거래신고를 했다.
순복음교회는 매년 15억~40억 원 가량을 보냈다. 베데스다대학이 돈을 요청하면 며칠 안에 바로 현금을 보내는 식이었다. 약정서가 맺어질 당시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는 베데스다대학의 명예총장이면서 한세대학교의 총장이었다.
그렇다면 조용기 목사가 보낸 이 선교비는 그 동안 목적에 맞게 쓰였을까. 지난 9월,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있는 미국 LA를 찾아가 선교비의 행방을 추적했다.
베데스다대학은 학생 수 350여명의 종합대학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결과, 매년 수십억 원의 선교비를 지원받는 학교로 보기엔 초라한 규모였다. 3층짜리 건물 한 동과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강의실이 교육시설의 전부였고, 건물 내부엔 물이 새는 곳이 있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2년 전 베데스다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은 학교사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컨테이너 강의실도 2014년에 생겼어요. 그 전엔 그것도 없었어요. 학교는 항상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순복음교회에서 선교비가 온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베데스다대학 졸업생)
그럼 대체 순복음교회는 그 많은 선교비를 어디에 쓴 것일까. 우리는 먼저 베데스다대학이 200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국세청에 신고한 세금신고 내역을 입수해 이 대학의 재정 지출 상황을 살펴봤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에서 송금된 돈이 170여억 원이란 기록과 함께, 이 중 14억 원 가량이 장학금으로 쓰였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순복음교회가 보낸 돈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취재진은 나머지 선교비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베데스다대학 관계자들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베데스다대학에서 오랫동안 일한 한 핵심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순복음교회에서 보낸 돈이 대부분 “기숙사를 짓는다는 등의 이유로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해외로 보내니까 선교비라고 말하지만, 학교운영비였어요. 들어온 돈들이 땅 사는데 좀 보탬이 됐고, 아파트 사는데, 기숙사 건물 사는 데 도움이 됐고, 그런 식으로 쓰였지."(베데스다대학 전 기획과장)
취재진은 이 관계자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베데스다대학 이름으로 매매된 부동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대학건물로 쓰이고 있는 학교건물 외에 총 32개의 부동산이 확인됐다. 11채의 콘도와 3채의 빌딩, 그리고 고급주택 6채, 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땅(12필지) 등이었다. 모두 베데스다대학이 기숙사와 신축캠퍼스로 사용한다며 사들인 부동산이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부동산 중 콘도(11채)와 대규모 땅은 7년 전 이 학교가 만든 홍보영상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들 부동산이 모두 기숙사와 신축캠퍼스 예정지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작 베데스다대학 학생들은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기숙사와 건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축캠퍼스를 세운다는 얘기를 있었는데, 제가 학교를 다니는 지난 4년간 신축캠퍼스를 언제 만든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기숙사가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고요."(베데스다대학 재학생)
취재진은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콘도를 먼저 찾아가 봤다. 그런데 기숙사라고 하기엔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 통학에는 대략 3시간 남짓이 걸렸다.
베데스다대학은 지난 2007년, 우리 돈 60억여 원을 들여 이 콘도 11채를 한 번에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취재진이 콘도를 찾아갔을 당시 11채 중 10채는 이미 팔린 상태였고, 남아 있는 건 한 채 뿐이었다. 그마저도 집을 판다는 의미의 ‘For sale’ 간판이 콘도 앞에 세워져 있었다. 콘도를 보유할 당시나 지금이나 베데스다대학의 기숙사로 사용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신축캠퍼스 부지라고 홍보했던 2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도 찾아가 봤다. LA 파사데나 지역에 위치한 이 부동산은 2006년 베데스다대학이 95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 정도에 매입했던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이 곳 또한 현재 한 고등학교가 임대해 사용할 뿐 베데스다대학의 신축캠퍼스 용지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취재진은 “왜 부동산을 학교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지” 등을 묻기 위해 베데스다대학에 질의서를 보냈다. 대학 측은 “캠퍼스 이전 계획도, 기숙사 운영계획도 없어 매각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이 부동산들을 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베데스다대학이 캠퍼스를 이전한다며 사들인 부동산은 콘도와 땅 외에도 많았다. 역시 신축캠퍼스를 만든다며 1999년 매입했던 LA한인타운 인근의 빌딩은 2003년 다른 학교에 이미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고, 2003년 사들인 LA 인근 토렌스 지역의 100억 원대 빌딩, 2015년 매입한 LA 인근 알링턴 지역의 40억 원대 빌딩도 매입한 지 2~3년 뒤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데스다대학은 이 빌딩들을 사고 팔면서 600만 달러, 우리 돈 60억 원 넘는 차익을 챙겼다.
확인결과, 베데스다대학이 1999년부터 사들인 32건의 부동산 가운데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2만 제곱미터의 땅(12필지)뿐이었다. LA소재 한 한인부동산 중개업자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자”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베데스다 대학은 기숙사를 짓는다며 6채의 고급주택을 사들였다. 이 고급주택이 위치한 곳은 부촌으로 알려진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플러턴시였다. 그런데 베데스다대학이 이 주택들을 사들일 당시, 학교 명의가 아닌 차명을 동원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모두 순복음교회, 베데스다대학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거래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구입에 이름을 빌려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베데스다대학교에서 학생 기숙사를 마련을 하는데 융자가 잘 안 되니까 제 이름을 좀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름을 빌려줬다”거나 “베데스다대학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내 이름을 빌려갔다”고 답했다.
그럼 대체 누가 이런 식의 부동산 매매를 주도한 것일까. 취재진은 미국 현지에서 만난 순복음교회와 베데스다대학 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사람을 지목했다.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김성혜 씨의 명령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순복음교회 목사들이 이름을 빌려줬고,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 목사집에서 일하는 식모의 이름까지 도용했습니다. 베데스다대학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김성혜 씨가 지시한 일이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전 베데스다대학 관계자 A 씨)
심지어 한 베데스다대학의 관계자는 “김성혜 씨가 처음부터 개인주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급주택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혜 씨가 산 집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용도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살기 위한 집이었어요. 기숙사로 쓰는 척하다가 자기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개인주택으로 사용하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집을 하나 주겠다고 했습니다."(전 베데스다대학 관계자 B씨)
김성혜 씨의 지시로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사들인 주택들은 대부분 국내에 해외부동산 취득신고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서류상 고급주택의 소유자로 되어 있는 한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자기 이름으로 이 부동산이 매입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은행 측은 “국내 거주자가 자신 명의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뒤 신고하지 않으면 금액에 상관없이 규정 위반이다. 해외부동산을 이미 매각한 상태라도 사후보고 해야하며 부동산 취득가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거래한 고급주택 6채의 거래과정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이 주택들의 등기부등본도 확인해 봤다. 그런데 그 중 한 채의 서류에서 낯익은 이름이 나왔다. 바로 김성혜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씨는 수영장이 딸린 고급주택을 2003년 매입했다가 2005년 베데스다대학에 증여했고, 베데스다 대학은 2014년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김성혜 씨의 지시로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구입했던 고급주택 6채는 현재 모두 팔린 상태다. 그런데 그 중 한 채를 사 간 곳은 한세대학교였다. 베데스다대학은 2003년 약 5억 원에 산 집을 2009년 약 7억 원에 매각하며 2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2009년 이 매매가 이뤄질 당시 김성혜 씨는 한세대 총장이자, 베데스다대학의 이사장이었다.
그럼 현재 한세대학교 소유로 되어 있는 그 집은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확인결과, 해당 주택에는 현재 한세대 학생 1명과 베데스다 학생들, 그리고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한세대 소유의 부동산인데도 서류상으로 한세대와 아무 관련이 없는 베데스다대학이 학생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취재진이 베데스다대학 내부 게시판에서 발견한 ‘방 렌트’라고 적혀있는 게시물에는 한세대가 매입한 주택을 ‘방 1개에 보증금 400만 원, 임대료 월 650불씩 4개월 선납 조건’에 임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취재진은 한세대학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한세대 측은 “해당 주택은 한세대에서 베데스다대학으로 가는 방문 학생을 위해 매입한 곳”이라며 “기숙사를 관리하는 직원이 1명 살고 있는 것은 알았으나 베데스다대학 학생들이 사는지는 몰랐다. 베데스다 대학이 임대료를 받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관계자는 “베데스다 학생들 거주 문제와 임대료 부분은 현재 시정조치했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한세대 소유의 주택에 살고 있는 베데스다대학 부총장인 조경희 씨를 찾아갔다. “왜 순복음교회가 보내 온 선교비를 부동산 투자에 사용해 왔는지, 왜 한세대 소유 부동산에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이 살고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조경희 씨는 현재 베데스다대학의 총장 직무대행과 총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 대학의 최고 책임자로, 김성혜 씨와는 오랜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취재진을 만난 조 씨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베데스다대학 측에 다시 질의서를 보내 순복음교회가 보낸 선교비의 사용처에 대해 물었다. 베데스다대학은 이메일 답변을 통해 “부동산은 모두 대출을 받아 구입했으며, 순복음교회 선교비를 포함한 모든 지원금은 모두 장학금에 썼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 한 베데스다대학의 학생, 전직 대학 관계자들의 증언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취재진과 함께 베데스다대학의 미국 국세청 세금신고 문서를 분석한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베데스다 대학의 답변이 거짓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지는 선교비 중에 이른바 장학금으로 지급되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동산 투자다.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투자가 지금 취득가액 기준으로 2017년 6월에 187억이고, 그 중에 차입금 비중이 31억이다. 결국 차입금을 제외하고도 약 ‘157억’ 정도는 부동산 취득에 사용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춰본다면 베데스다 대학의 해명은 거짓말로 판단된다."(김경률 회계사)
지난 1999년부터 20년 간, 베데스다대학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시기는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가 베데스다대학에 관여한 시기와 공교롭게도 맞물린다. 부동산 매매가 시작된 1999년은 김 씨가 이 대학의 부이사장이 된 해였다.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투자행태는 김 씨가 이 대학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2004년 말까지 베데스다 대학에서 근무한 김용상 전 교수는 “학교에 총장과 이사장은 이름만 있을 뿐이었고, 학교 운영의 실질적인 지시와 결정은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다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직 관계자도 “김성혜 씨가 2001년부터 한세대 총장을 맡고 있어 베데스다 대학 총장 겸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챈슬러나 부이사장이라는 명칭을 썼을 뿐 실제로는 총장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뉴스타파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순복음교회 선교비의 사용처를 묻기 위해 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 김성혜 씨에게 각각 질의서를 보냈다. 조 목사측은 답변하지 않았고, 김성혜 씨는 답변을 거부했다. 순복음교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선교비는 베데스다대학의 발전기금으로 보낸 것이며, 교회는 당연히 베데스다대학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을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믿고, 꾸준히 발전기금을 보냈다. 송금된 발전기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모르고 있었고, 교회 내부에서 발전기금을 보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2014년 3월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다."(순복음교회 답변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부인이자 한세대 총장인 김성혜 씨가 미국 베데스다대학으로 들어온 순복음교회 선교비를 부동산 매입에 전용해 왔다는 관계자 증언과 관련 자료를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순복음교회가 보낸 선교비와는 별도로, 김성혜 씨가 순복음교회 교인들을 동원해 거액의 달러를 미국으로 반출한 사실도 증언과 문서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순복음교회가 지난 14년 동안 미국 베데스다대학에 보낸 선교비 명목의 자금 270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부동산 투자에 쓰였으며, 그 과정에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현 한세대 총장이 깊숙이 관여해 왔다는 사실을 보도(https://newstapa.org/43962)한 바 있다. 미국 LA 인근에 소재한 베데스다대학은 1976년 조용기 목사 개인이 설립한 대학으로 순복음교회나 한세대학교와는 법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 9월 베데스다대학에서 10년 간 근무했던 윤선영(가명) 씨를 미국 LA에서 만났다. 윤 씨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의 수행비서로 일하면서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매매를 관리했던 사람이다. 윤 씨는 2011년 베데스다대학이 만든 홍보동영상에도 등장할 정도로 김성혜 씨와 가깝게 지냈다. 윤 씨는 먼저 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학에 보낸 선교비의 사용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학교 돈으로 김성혜 씨가 처음에는 집을 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빌딩, 토지로 옮겨갔죠. 신축캠퍼스나 기숙사를 짓는다는 이유를 들어 부동산을 매입했습니다. 어딘가의 부동산을 살 때였어요. 돈이 부족하자 김성혜 총장이 선교 헌금으로 한국에서 보내오면, 돈이 미국으로 올 수 있다. 선교비로 받으면 된다, 그러면서 한국에 선교비를 재촉하더라고요."(윤선영(가명) / 김성혜 전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윤 씨의 설명에 따르면 ‘선교비’는 김성혜 씨가 순복음교회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오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마련 창구였다는 것이다. 윤 씨는 “신축캠퍼스나 기숙사를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다. 내게도 ‘나중에 콘도를 하나 주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김성혜 씨가 본인 스스로를 ‘복부인’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김성혜 씨는 늘 ‘나는 복부인이다, 내가 손대는 건 다 돈 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부동산이든 뭐든 사고 파는 게 김 씨의 취미였습니다."(윤선영(가명) / 김성혜 전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윤 씨의 증언은 또 다른 베데스다대학 전직 관계자 A씨의 설명과도 일치했다. A씨는 “김성혜 씨는 부동산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성혜 씨는 교육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부동산을 싸게 사서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김성혜 씨는 ‘복부인’이었습니다. 미국에 오면 부동산업자들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베데스다대학 전직 관계자 A 씨)
김성혜 씨는 미국에서 베데스다대학 돈으로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사들였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용했다. 베데스다대학의 총무처장이자 순복음교회 목사였던 윤선영 씨의 남편도 2002년에 이름을 빌려줬다. 윤 씨는 “이 모든 지시와 결정을 내린 사람은 김성혜 씨”라고 말했다. 은행대출 이자를 절약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베데스다대학이 2002년에 고급 단독주택을 구입했는데, 저희 남편이 이름을 빌려줬어요. 김성혜 씨가 결정하고 지시했습니다. 차명으로 부동산을 산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은행대출이자를 줄이기 위해서였죠. 저희 남편같은 목사는 신용이 좋거든요. 그래서 낮은 이율로 돈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윤선영(가명) / 전 김성혜 씨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김성혜 씨의 지시로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매입한 주택은 확인된 것만 6채였다. 그런데 그 중 순복음교회 조 모 목사 명의로 2000년에 매입한 집에서는 김성혜 씨가 한동안 살기도 했다. 2001년 순복음교회가 설립한 국민일보가 세무조사를 당하자 김성혜 씨가 미국 LA로 피신, 이 집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윤선영 씨는 “김성혜 씨가 피신을 오고 얼마 있다가 조용기 목사가 두 아들을 데리고 이 집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집 역시 베데스다대학이 기숙사를 마련한다며 사들였던 집이었다. 기숙사 용도 쓴다며 학교 돈으로 차명 매입한 주택을 조용기 목사 일가가 은신처로 썼던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모두 기숙사였지만, 주택을 매입하는 기준은 오로지 김성혜 씨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학교와의 거리, 편의시설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김성혜 씨의 비서를 지낸 윤선영 씨는 “김성혜 씨 눈에 든 집, 향후 부동산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집 등이 매입의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기숙사를 만든다며 사들인 집 중에는 김성혜 본인의 이름으로 산 집도 있었다. 역시 베데스다대학의 돈으로 사들인 차명부동산. 이 집을 사들인 뒤 베데스다대학은 수영장과 자쿠지(기포가 나오는 뜨거운 욕조)도 새로 만들었다. 김성혜 씨는 이 집을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취재진은 이 집을 직접 찾아가 윤 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명으로 집을 사들인 뒤 수영장과 자쿠지를 만드는 공사를 했어요. 김성혜 씨가 이 집을 유독 좋아하셨죠. 김성혜 씨는 퇴임 후에 이 집에 살겠다는 말을 여러번 했어요. 이 집도 기숙사를 만든다는 용도로 샀지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윤선영(가명) / 전 김성혜 씨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순복음교회가 매년 최대 40억 원씩 보낸 선교비 외에 김성혜 씨의 돈줄은 또 있었다. 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미국 입국때 1인당 1만 달러씩 반입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달러를 미국에 들여 왔다는 것이다. 윤 씨는 이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증언을 했는데, 정리하면 “수도 없이 많은 교인들을 동원해 미국으로 현금을 가지고 왔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2004년과 2005년 경 미국으로 달러를 실어 나른 교인들의 명단이 적힌 자료를 최근 한 순복음교회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 자료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순복음교회의 목사나 장로, 목사의 부인 등이었다. 윤선영 씨는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를 본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자료는 돈을 미국으로 가져온 뒤, 김성혜 씨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자료입니다. 자료에 들어 있는 글씨는 김성혜 씨가 직접 쓴 것이고요. 한 개는 1000만 원, 목사 부부가 같이 오면 두 개, 즉 2000만 원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가져온 돈은 모두 김성혜 씨에게 전달됐습니다."(윤선영(가명) / 전 김성혜 씨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취재진이 확보한 문건에는 2004년과 2005년 순복음교회 자금을 미국으로 운반한 사람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다. 이 문서에서 확인된 액수만 3억 원 정도. 문서에는 이 돈의 용처도 쓰여 있는데, 일부는 베데스다대학으로, 일부는 악기구입 또는 헌금으로 사용됐으며, 유명연예인(유OO)에게 축의금을 줬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었다.
취재진이 입수한 외화반출자 명단에는 한국에서 만 달러씩 갖고 들어온 돈을 모아 김성혜 씨에게 전달한 인계자, 김 모 씨의 이름과 서명도 들어 있었다. 확인결과 강원도 강릉에 있는 한 순복음교회 목사의 부인이었다. 인계자로 문서에 적혀 있던 김 모 씨는 “문서에 적힌 글씨와 서명이 내 것이 맞다”면서도 “돈을 나른 적은 없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혜 씨의 비서를 지낸 윤선영 씨는 “김성혜 씨는 이렇게 모은 돈을 학교 금고에 쌓아 놓고 관리했다. 금고엔 언제나 수만 달러의 돈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혜 씨가 현재 애너하임 소재 대학교를 막내아들에게 물려줘 양로병원을 지으려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윤선영 씨의 주장이다.
"김성혜 씨가 원래는 베데스다대학 명의로 사들인 애너하임의 빌딩(현재 학교)을 팔고 학교를 이전하려고 했어요. 실제로 부동산에도 내놨고요. 그런데 어느날 전화를 해서는 팔지 말라고 하는 거에요. 승제(조용기 3남)가 팔지 못하게 한다면서요. 승제가 맡아서 양로병원을 하던가, 병원을 하겠다고 한다고…"(윤선영(가명) / 전 김성혜 씨 비서 겸 베데스다대학 시설과장)
김성혜 씨가 학교를 물려주려 했다는 승제(조승제) 씨는 조용기-김성혜 부부의 막내아들로 2007년부터 2년 동안 베데스다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취재진은 윤선영 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재 순복음교회가 설립한 국민일보 사옥에서 스포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조승제 씨를 찾아갔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조 씨에게 학교를 물려받으려고 했던 것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을 담아 메모를 남겼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조용기 목사가 개인적으로 설립하고, 순복음교회가 매년 15억에서 최대 40억 원씩 선교비를 지원해 온 베데스다대학과 조용기 일가는 그 동안 여러 관계를 맺어왔다. 국민일보 회장을 지냈고, 현재 순복음교회가 설립한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장남 조희준 씨는 이 대학의 신학과를 다녔고, 현재 국민일보 회장인 둘째 조민제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주국민일보를 베데스다대학 안에 두고 있다. 게다가 김성혜 씨가 18년째 총장을 맡고 있는 한세대학교의 직원들이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과 총무처장 등 주요 직책을 맡아 왔다.
"두 대학 간의 인적 교류는 모두 김성혜 총장이 결정한 일입니다. 저희는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뿐입니다."(전 베데스다대학 총무처장)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두 학교는 서로 돈을 빌려주거나 받고, 부동산을 사고 파는 등 관계를 맺고 있다. 베데스다 대학교는 2003년 순복음교회 김 모 목사 부부 명의로 차명 매입한 주택을 2009년 한세대학교에 팔았고, 같은 해 한세대로부터 3억5천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 2009년, 김성혜 씨는 베데스다대학 이사장이었고 한세대학교 총장이었다. 미국과 한국에 있는 두 학교를 사실상 김 씨가 좌지우지 한 셈이다.
그런데 대학교의 보직자 채용과 부동산 매각 등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다. 과연 베데스다 대학 이사진들은 선교비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다시 되파는 사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던 것일까? 윤선영 씨는 “부동산 매입 당시 이사회 의결 등의 절차는 대부분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베데스다대학에서 총장과 이사를 지낸 10여 명을 최근 접촉했다. 미국에 있는 대학이지만 베데스다대학의 이사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었고, 이들은 대다수가 순복음교회 목사나 한세대학교 교직원 등으로 김성혜 씨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 전직 임원 및 이사 가운데 대부분이 베데스다대학의 이사회가 얼마나 자주 열리는지 몰랐고, 심지어 자신이 이사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취재진이 접촉한 베데스다대학 이사와 총장을 지낸 순복음교회 목사와 장로 16명 가운데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답변한 사람은 2명에 그쳤다. 10명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4명은 답변을 거부했다. 윤선영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성혜 총장을 우리는 왕사모라고 부릅니다. 이사회 멤버인 목사들도 김성혜 총장 앞에서는 다들 쩔쩔 맵니다. 제가 있는 동안 학교의 모든 결정은 다 왕사모님이 했습니다. 직원들은 김성혜 총장님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어요."(전 베데스다대학 관계자)
그렇다면 베데스다대학에 십년 넘게 선교비를 보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고 있었을까. 취재진은 순복음교회에 인터뷰를 요청하고 질의서를 보냈다. 순복음교회는 인터뷰는 거절한 채 서면으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 왔다.
"선교비는 베데스다 대학의 발전기금으로 보낸 것이며, 교회는 당연히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믿고 꾸준히 발전기금을 보냈다. 송금된 발전기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모르고 있었고, 교회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 2014년 3월 이후로는 보내지 않았다."(순복음교회 이메일 답변서)
뉴스타파는 조용기 목사와 김성혜 총장 측에도 베데스다대학이 사들인 차명부동산과 관련된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부인이자 한세대 총장인 김성혜 씨가 순복음교회의 선교비 등으로 차명부동산을 매입, 관리해 온 사실을 보여주는 김 씨 본인의 자필 메모와 증언을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확보한 문서 중에는 김 씨가 명의 상으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부동산임대계약서에 ‘선불로 받었음 150만원’이라고 쓴 메모 등이 포함돼 있다. 김성혜 씨 본인이 적은 메모 등 조용기 일가의 차명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관해 온 김성혜 씨의 전직 비서실장 김 모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이 자료를 공개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한 김 씨는 1998년부터 6년 동안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성혜 씨에게 독일어 통역을 해 준 인연으로 비서실장까지 지냈다. 순복음교회와 한세대에서는 김성혜 씨의 국내외 행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전직 비서 김 씨는 인터뷰에 앞서 김성혜 씨의 글씨로 추정되는 메모가 담긴 문서 등 여러 건의 부동산 관련 서류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김 씨는 모두 김성혜 씨가 자신에게 맡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세무조사를 당할 때, 조용기-김성혜 부부가 자신들의 차명부동산이 문제가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 서류들을 주면서 처리하라고 했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관해 왔습니다." (김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김 씨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문서는 총 7건이다. 부동산임대계약서, 현금수령증을 비롯해 누군가와 돈을 주고받으며 작성한 서류 등이었다. 대부분이 부동산매매와 관련된 것들인데, 문서 곳곳에 누군가가 쓴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모두 김성혜 씨가 쓴 글씨”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이 메모들이 김성혜 씨의 글씨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적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김 씨가 공개한 부동산 관련 서류 7건을 김성혜 씨가 쓴 손편지와 대조해 필적을 감정하는 방식이었다. ‘사랑하는 아들, 희준아’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조희준 국민일보 회장에게 김성혜 씨가 보낸 편지였다.
필적감정을 의뢰하고 8일 뒤, 최종감정서가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감정서에는 글씨를 쓸 때의 압력과 글자의 크기, 서체의 독특한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정이 이루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감정결과가 들어 있었다. 의뢰한 메모 7건 중 5건이 김성혜 씨의 손글씨와 같은 필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두 건은 다른 사람의 필적이거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성혜 씨 필적으로 확인된 메모 중 하나는 1997년 7월에 작성된 부동산임대계약서다. 이 서류 오른쪽에는 ‘선불로 받었음 150만원’이라는, 김성혜 씨의 필적으로 확인된 글씨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땅의 서류 상 주인은 김성혜 씨가 아닌 순복음교회 장로였던 이 모 씨. 서류 상 명의로만 보면 김 씨가 남의 땅과 관련된 계약서에 자기가 돈을 받았다고 적어 놓은 것이다.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자기 땅이 아닌데 왜 선불임대료 150만 원을 자기가 받았다고 적어 놨겠어요? 이런 메모를 왜 했겠어요? 본인이 이 땅과 관련이 있으니까 돈을 받았다고 적어 놨겠죠. 이 땅은 김성혜 총장 땅입니다. 김성혜 씨가 차명으로 사서 관리했던…" (김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김성혜 씨 스스로 “이 땅은 내 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저한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사실은 그 땅이 자기 땅이라고. 자기 것인데 ‘차명으로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김성혜 씨의 차명부동산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양재동 땅은 2001년 순복음교회 산하단체인 선교회에 팔렸다. 그리고 선교회는 이 땅에 지하2층, 지상5층의 빌딩을 지었다. 이어 선교회는 2005년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영산문화재단(구 베데스다문화재단)에 이 건물과 토지를 통째로 출연, 즉 기증했다.
부동산을 기증받은 영산문화재단은 조용기 일가가 주도해 설립된 곳이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와 아들 승제 씨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김창대, 허순범, 주영자 등 조용기 일가와 가까운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이사진에 포진하고 있다. 영산문화재단은 이 건물을 기증받은 뒤, 200석 규모의 ‘영산 양재홀’, 김성혜 씨가 회장으로 있는 성혜장학회와 그레이스빌 등을 입주시켜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김성혜 씨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김성혜 씨가 차명으로 소유하던 양재동 땅을 순복음교회가 사들여 건물을 짓고 부동산 가치를 높인 뒤, 이를 다시 조 목사 일가 측에 공짜로 넘긴 것.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대략 100억 원에 달한다.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는 순복음교회가 이 땅을 매입한 뒤 영산문화재단에 기증한 것은 조용기 목사와 김성혜 씨가 결정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성혜 씨가 이00 장로 이름으로 양재동에 땅을 하나 사 놨어요. 18억 원에 샀는데, 시세가 15억 원 정도까지 떨어지는 거에요. 김성혜 씨가 ‘그 땅을 팔아서 건물을 짓겠다’고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있다가 진짜 그 땅이 교회에 팔리고 건물이 들어서고 그러더라고요." (김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뉴스타파는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 땅의 서류상 소유주였고, 이후 영산문화재단의 초대 대표를 지낸 이 모 장로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 씨는 차명 부동산 의혹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이 씨의 주장과는 달리, 이 땅의 실소유주가 이 씨가 아닌 김성혜 씨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은 더 있었다.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이 씨가 이 토지의 임대계약서를 김성혜 씨에게 보낸 팩스 문건이다.
김 전 비서실장이 공개한 이 팩스 문건은 1999년도에 작성된 양재동 땅의 임대계약서다. 문서의 왼쪽 상단엔 2001년 11월 19일이라는 날짜가, 오른쪽에는 0011714로 시작하는 팩스번호가 적혀 있다. 번호로 볼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팩스임이 분명했다. 이 팩스가 보내질 당시 김성혜 씨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피해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김성혜 씨가 미국으로 도망와서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어요. 이 팩스번호는 그 호텔번호에요. 만약에 그 땅이 이모 장로 소유라면 왜 김성혜 씨한테 이런 서류를 보냈겠어요. 김성혜 씨 차명 땅이니까, 주인에게 보고한 거죠." (김 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그럼 왜 김성혜 씨는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매, 관리했던 것일까. 전직 비서실장인 김 씨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시 김성혜 총장 연봉을 계산해서, 하나도 안 쓰고 돈을 모았다해도 이런 재산을 산다는 게 설명이 되겠어요? 가능치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 이름으로 부동산을 샀다면 헌금 빼돌려 땅 샀다는 말이 나올 게 뻔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말 나오지 않게 하려고, 조용히 땅 사려고 남의 이름을 갖다 쓴 거지." (김모 씨, 김성혜 전 비서실장)
2010년 9월, 순복음교회가 설립한 국민일보에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조용기-김성혜 부부의 장남 희준 씨와 차남 민제 씨가 국민일보 경영권을 두고 벌인 싸움. 일명 ‘국민일보 사태’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의 차명부동산 문제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순복음교회 자금을 빼돌려 거액의 차명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이었다.
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은 조용기-김성혜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차명부동산을 소유해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순복음교회에 피해를 줬다는 업무상 배임혐의였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순복음교회와 한세대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용기 목사 일가가 참여한 재단과 한세대에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영입되기 시작한 것. 이명박의 동지상고 동창이자 이명박 팬클럽 명사랑회장이었던 김창대 씨와 이명박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였다.
김창대 씨는 2010년 11월과 2011년 8월, 각각 조 목사 일가가 운영하는 ‘영산문화재단’과 ‘영산조용기재단’의 이사가 됐다. 이종찬 변호사도 2011년 2월 김성혜 씨가 총장을 맡고 있는 한세대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이 영입된 이후, 검찰은 조용기 일가의 부동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심지어 교회돈을 횡령한 사실이 명백히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도 조용기 일가에게 이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09년, 순복음교회가 조용기기념도서관을 건립하라고 한세대에 준 돈 100억 원 중 50억 원을 한세대가 빼돌려 경기도 부천에 빌딩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김성혜 씨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검찰이 내놓은 논리는 “김성혜 씨가 한세대의 총장으로 이사회 핵심 구성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 범죄를 주도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뉴스타파가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로부터 입수한 ‘김성혜 메모’도 당시 검찰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검찰은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 의문이 남는 이유다.
"한세대학교는 김성혜 총장이 지배하는 학교법인입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성혜 씨가 이사회 결정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무죄 받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혐의와 증거가 분명했습니다. 총장 직위를 유지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기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행한 수사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도저히 무죄를 줄 수 없으니까 마지막 남은 방법,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입니다." (김종보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성혜 총장 고발인 측 변호사였던 전승만 변호사는 김성혜 씨의 자필 메모와 전 비서실장 김 씨의 증언 등 조 목사 일가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행위를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이 수사과정에서 묵살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혜 씨의 자필메모는 당시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당시 검찰은 교회 장부나 피의자 관련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수사를 안 한 겁니다." (전승만 변호사 /고발인측 변호인)
뉴스타파는 검찰수사 직전 순복음교회가 끌어들였던 MB정권 실세 김창대 씨와 이종찬 씨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검찰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 세간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이메일을 통해 “김성혜 총장과 관련된 사건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뉴스타파는 조용기 일가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에게도 연락했지만,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
취재 : 홍여진, 강민수, 한상진, 신동윤, 박경현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홍여진 기자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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