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손님 '자이툰부대' |
美 '항공지원' 약속 깨자, 국방부 "공군 이라크파병" 당초 약속과는 달리 미군이 항공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국방부가 서둘러 이라크에 공군수송단을 편성해 파견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를 통해 "공군의 C130H 수송기 4대와 병력 1백53명을 다음달 중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기지에 배치할 계획"이라며 "수송단의 임무는 쿠웨이트와 이라크 아르빌간의 병력과 물자 공수"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대형수송기인 C130H 수송기를 4대나 파견하는 이유는 미국이 당초 한국군 추가파병을 요청하면서 "한국군의 항공지원은 미군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미국의 약속을 믿고 자이툰부대를 대부분 육군으로 편성한 채 공군은 소수의 폭발물처리반(EOD)만 편제시켰으나, 미국이 이라크 사정 악화를 이유로 "현재의 미공군수송단으로는 미군 자체 수요조차 충당하기 어렵게 됐다"며 항공지원 약속을 파기하자 국방부가 서둘러 공군수송단을 새로 짜 파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다. 또한 이번에 추가로 파병되는 공군수송단은 한국군 수송외에 "필요할 경우 다국적군의 수송작전에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한국군이 사실상 파병지인 이라크 아르빌 이외지역의 전투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부시 후보수락연설의 한국 누락, 과연 실수인가? 지난 3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이루어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후보수락 연설중 한국이 동맹국 리스트에서 누락된 것과 관련하여 국내에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조중동과 여당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며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본래 정교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며 되레 앞장서서 부시 대통령을 변명해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동맹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를 빌미로 정부를 비판하는 쪽이나 부시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백악관 대변인이나 된듯 변명과 옹호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찌라시들과 여당 역시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을 접하면서 그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혹은 지나칠 정도로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모두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 두 움직임 속에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약소국 컴플렉스이다. 비록 방향이 180도 다르기는 하나 미국을 주군으로 모시면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매한가지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새로운 신하인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주군 미국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자신들만이 진정한 충신이라며 미국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조중동과 여당은 주군이 기침 한번 한 것 가지고 왠 난리법석이냐며 더 이상 주군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며 주군을 향해 눈물겨운 구애를 하고 있다. 한번 제대로 따져보자.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민족사의 일대 전환기를 통해 형성된 남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아닌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악의축(Axis of Evil)' 발언이었다. 당시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악의축' 발언은 대통령 연두교서라는 형식으로 발표된 것이며, 김대중 정부는 이례적으로 연두교서 내용에서 북한을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거듭했고, 미 행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말해놓고는 전격적으로 북한을 끼워넣어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2001년 부시의 악의축 발언이 나왔을 때에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그야말로 부시의 발언을 발판삼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 폄하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에도 역시 부시의 '악의축' 발언을 막지못한 여당을 향해 거의 폭언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부었던 그들이었다. 그 당시에 쓰였던 메뉴 역시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으로 국가안보의 주적개념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미안보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악의축 발언과 이번 부시 발언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있다면 이번 발언의 경우 한나라당 주류와 조중동이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변명하고 옹호하는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악의축 발언의 경우 김대중 정부를 겨냥한다 하더라도 그 화살이 미국을 향해 날라가지 않는 반면, 이번 발언의 경우 노무현 정부를 겨냥하면 할수록 그 화살이 미국을 향해 날라간다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코미디같은 해석을 조중동과 여당은 지금 하고 있다. 부시의 후보수락 연설을 향해 '단순 실수'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첫째, '본래 연설이 정교하지 못한' 부시 대통령이 바쁜 선거운동기간 중에 자신이 읽어내려가야할 원고를 직접 썼다는 그야말로 황당한 발상이 개입되어야 하며, 둘째, 설령 부시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가 그 연설을 썼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여러 단계의 스크리닝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동일한 실수가 계속해서 반복되었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현직 대통령의 후보 수락 연설은 사실상 집권 2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그야말로 '집권 그랜드 플랜'에 해당한다. 이를 전 세계 언론이 생중계로 방송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상징성과 함축성 때문이다. 후보 수락연설이 국제정치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모를 리가 없다. 더욱이 3,600명의 자이툰부대를 파견하여 미영을 제외하고는 최대규모 파병국인 한국 국민들이 이를 시청할 것임을 이들이 몰랐을 리도 없다. 그런 중대한 상황에서 과연 '단순 실수'가 가능할까? 지난 2001년 '악의축' 발언에 대해 김대중 정부가 그 의미를 축소하자 이를 맹렬하게 비난했던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어째서 이번 부시의 한국 누락과 관련해서는 여당과 동조하여 함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는지 필자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수백명의 참모가 움직이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과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의 진짜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영화배우가 대종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그동안 자신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일일히 거명하는 모습을 우리는 몇번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단 한명도 자신의 운전기사 혹은 가정부에 대해 칭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애초부터 그들은 그 배우의 '감사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생명을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운전기사이고, 자신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가정부인데 그는 그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혀 갖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자신의 성공에 함께 할 파트너라는 생각을 애초부터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한미동맹관계가 과연 주권국가간 안전과 평화를 함께 구축하기 위한 진정한 파트너쉽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일 것이다. 결국 이번 부시 발언 중 한국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는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니다. 애시당초 한국은 부시의 동맹국 리스트에 올라있지도 않았으며, 그러한 현실이 그대로 후보수락 연설에 반영된 것일뿐 실수로 이름이 빠진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부시의 연설은 미국에 대해 한국이 그동안 얼마나 착각해왔는가를 한순간에 깨우쳐준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도리어 부시에게 큰 감사를 보내야 할 상황이다. 부시 연설을 보면서 자이툰 부대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실 이번 부시 후보수락 연설을 보면서 필자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이를 생중계로 지켜보았을 자이툰 부대원들에 관한 부분이다. 이들이 이라크 아르빌에 지금 가있는 이유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이라크 평화재건 노력을 동맹국의 입장에서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유엔의 깃발이 아닌 미국의 깃발로 지금 이라크 땅에 가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한국 정부는 어떠한 성대한 출정식도 없이 그야말로 도둑처럼 비행기를 태워보내버렸다. 그 어떤 정치적 이유가 있건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해외 전장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해서는 안될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한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 가운데 아르빌로 향했다. 그런 그들을 미국의 군사통수권자이자 이라크 평화재건 지원군의 통수권자라고 할 수 있는 부시 대통령 마저 철저하게 외면하고 말았으니 이를 지켜보는 그들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사실 부시 입장에서 한국정부와 자이툰부대 만큼 고마운 존재는 없다. 3,600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남들이 앞다투어 병력을 철수시키는 상황에서의 3,000명 신규 투입은 사실상 30,000명의 위력을 갖게 된다. 더욱이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에콰도르, 엘살바도르의 파병과 달리 OECD회원국이자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갖는 한국의 파병은 그 상징성에 있어서 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만일 필자가 부시였다면 한국에 대해서 만큼은 오히려 별도의 단락을 만들어 각별하게 언급했을 것이다. 반미성향이 농후하고 파병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허물어가면서까지 파병했을 뿐 아니라 남들이 다 철군하는 절묘한 시점에 3,000명이라는 대규모 파병을 감행했으니 얼마나 감동적인 스토리인가? 더욱이 숭고한 한국 젊은이의 희생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약속을 지켜준 우직한 사람이 아니던가? 지난 8월말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땅으로 향한 이후 국내 언론 어디에서도 이들에 관한 동정 보도는 그야말로 찾기 어렵다. 분명 지금쯤 어딘가에 진지 구축을 하고 있고, 주이라크미군과의 유기적 협력하에 현지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을터인데 말이다. 3,600명의 병력을 보낸 국가가 종군기자 한명도 없고, 수백개의 언론매체 중 단 한군데도 동정을 보도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 언론, 국민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가운데 '도둑이 몰래 줄행랑치듯' 서울공항을 빠져나간 자이툰 부대원들이 이번 부시 후보수락연설을 통해 미국정부, 언론 및 미국민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이제 그들의 사기를 누가 진작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일전에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자이툰 부대'의 '줄행랑 출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들의 사기를 염려했을 때에 네티즌들 중 적지않은 수가 그녀를 파병찬성론자라며 거세게 몰아붙인 적이 있었다. 손 의원이 국회내 가장 대표적인 파병반대론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그들의 안전에 관한 염려 때문이다. 사기를 잃은 군대는 스스로를 지킬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필자 역시 지속적으로 파병반대에 관한을 글을 써왔다. 그러나, 내가 파병반대론자라고 해서 현재 이라크 아르빌 땅에 가있는 자이툰부대 3,600명이 그곳에서 몰살당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가장 좋은 것은 애시당초 그들을 그곳에 보내지 않는 것이었겠지만 기왕에 그곳에 가게 되었다면 그들이 투철한 국가관과 높은 사기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줘야만 한다. 그런 그들을 향해 노무현도 부시도 모두 외면해버렸으니 이제 누가 나서서 그들을 지켜줄 수 있단 말인가? 애시당초 잘못된 파병으로 인해 3,600명의 젊은이의 가슴에 피멍이 들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라크 아르빌 땅에 가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