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17, 금요일 23:33
(나는 지금 포천 장암리 이동갈비촌 뒤의 영평천변에서 비박을 하고 있다)
원조이동갈비 하면 뭐니뭐니해도
'느티나무 이동갈비' 집이 생각나ㅎ
한 사십년쯤 전의 기억소환
이동갈비촌은
천변쪽에 도로를 면하여 성업중이었지.
'느티나무 이동갈비' 2층 홀 가운데에는
굵은 느티나무 둥치가 기세좋게 홀 바닥에서 뻗어올라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나갔다
'자연과의 공존' 에 내심 충격과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도 그 원조 '느티나무이동갈비' 는 존재하고 있을까?
1인용텐트를 치고 1박 중
23:48 현재
위와 동일한 시간대
반달보다 쬐금 더 부푼달이
서쪽의 숲으로 기울고 있다
서쪽! 서쪽! 접동 접동
밤새 소쩍새소리가 끊임없던 그곳
물소리와 섞여
다음날인 5월 18일 아침 06:41
성긴구름층의 하늘은 그러나
불안하지는 않았다
오늘 일기예보는 구뜨ㅎ
왼쪽은 천변에 면한 이동갈빗집들의 뒷모습
느티나무가 살짝 보이는 그곳이ㅎ '원조느티나무갈비' 자리
06:46,
해 이미 솟다
해 밑의 뾰족한 봉우리가 오늘 산행할 '가리산'
이동갈비 뒤로(눈 앞에 보이는 보강옹벽 너머)는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淸流가 부드럽게 휘감아 돈다(느낌적으로 그렇다ㅎ)
2년 전에 하던 옹벽공사가 거의 끝나 있다.
가리산은
장암저수지에서 가려면 너무 멀겠구나! 구글어스로 어제(금요일 오후) 검색 중에 발견하였다.
들머리가 목적지와 멀다는 느낌
장암저수지를 들머리 삼자고
친구 정빈과 논의했었는데...,
5월 17일 19:09,
퇴근하여,
계양산 노을을 왼쪽으로 보며 포천을 향하던 어제
09:52
정빈이와 통화하여 비박하던 곳에서 조우하다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213-3
장암리에서 김밥을 사고
정빈과 협의했던 장암저수지 들머리를 폐기하고,
[들머리 사잇길,
구글캡쳐]
도평리 쪽
'이동풍차갈비' 못 미쳐 우측 사잇길로 진입
약간의 헤멤 끝에
군부대 울타리와 폐축사 사이 능선을 들머리로 잡았다
10:00쯤
12:16,
이곳까지 두시간 걸렸다
숱이 비교적 허술한 송림숲쯤의 고소에 오르니 비로소 '가리산'의 면모가 눈에 들어온다
이때까지는 참나무숲과 벙커를 보며 오름짓 하다
물렁한 모래와 황톳길
헉헉헉!ㅎㅎ
이동면 도평리 산160
12:33,
장암저수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
정빈이는 이번이 두번째의 가리산행,
여기 갈랫길,
만약에 신로령 쪽에서 내려왔다면(위험 간판의 그림에서 노란 길 표식), 우리가 왔던 길은
우측방향의 길이 될 것이다
이쪽 길은 마을로 내려가는 최단의 길이 될 것이고
위험 간판의 그림에서 보면 왼쪽의 방향이다.
신로봉.신로령으로 올라가는 쪽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경사지를 톱아 오르니,
14:00,
전망이 탑오브더탑 인 바위 꼭데기에 도착
가리산이 눈 앞에 바짝 다가서고
신로봉이 동북쪽에 우쭐하고
남동쪽에는 한북정맥에서 가장 높다는 '국망봉'이 가림막을 치고 있는 곳
이곳 안부에서 비박할 수 있다면 얼마나행복한 일일까! 그런 얘길 나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 멀다
사방이 확 틔워져 초록의 산군에 둘러 쌓인 이곳에는 정기도 맑으리라
사진도 찍고ㅎ
조마조마한, 절벽 위
만약 조금이라도 균형이 흐트러져 추락하면 끝장
국망봉 이쪽의 코스는
지금 바라 보는 저 주름진 골짜기가 아니라,
이곳을 거쳐 신로봉 능선을 타는 것이었다
갖은 폼을 잡아 보다
누가 64세라고 볼까??ㅎㅎ
장암저수지가 보인다
외려,
정말 처음 계획했던 대로 저기 저수지에서 올랐으면
더 편할 뻔 했다
우리가 택한 들머리는 비잉빙 '돌고 도는 먼 길' 이었다
With 정빈
그 셀카봉의 이름이 비조?? 7만원 정도 구입비가 들었다고 한다
손에 쥔 스위치를 누르면 2초 후에 찰칵!
그런데 화질이 조금ㅜㅜ
이곳 안부에서 김밥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 하고
내려서는 길은 밧줄을 길-게 잡고 내려오는 급경사 바위 코스
가장 위험한 구간
그리고 가리산 직코스를 찾느라고 조금 알바를 하였고
15:14,
가리산 가는 길이 '입산금지' 철조망에 막혀 있다
2년 전에 정빈이는 이 철조망 때문에 신로봉 입구까지 올라야 했었다고 회고한다
철조망 끝의 사잇길(정빈이가 서 있는)로 들어서니 비탈 허리에 사람발길이 닿은 흔적이
어렴풋 하다
깊이 계곡까지 내려서니
엥?? 임도가 분명한 넓직한 길이 보이고
꽤 큰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화살표시??
그 방향으로 앞질러 가 보니 가리산 능선으로 붙는 '시그널'이 달려 있었다
다시 조망이 트여 오고
'창랑' 사마귀가 연상되는 이름!! 무서워잉ㅎㅎ
이 산에는 동봉과 서봉이 있다
동봉은 이동시내에서는 잘 안 보여
우리는 말하자면 비잉 돌아서 가리산 뒤통수로 오르고 있는 모양새인 것
동봉정상에 오르는 길은 매우 사나운 바윗길이었다
바위에서 솟아오른 노송은 거친 무사를 닮아 험상궂었다
굵은 소나무(정상목이라고 생각하고) 를 터치하고 다시 내려섰다가 서봉으로 올라친다
그 동봉의 맨 아래, 안부에 이르러 조금 늦게 핀,
덜떨어진ㅎㅎ 철쭉꽃 한 송이와 조우했다
우왕~~ 방가와라~~ㅎㅎ
올 봄 뫼산의 고운 철쭉을 그만 놓치고 말았는데 행운이었다
그 꽃은 캐논 EOS-RP 미러리스에 저장되어 있다
17:12
서봉 정상인증샷
북쪽, 동쪽, 남쪽의 절경을 다 찍은 후에 마지막으로ㅎ
높이도 기재되지 않고 기우뚱한 표지목에 기대어 선다
까마귀가 환영 공중날기를 벌이는 그 곳
태고의 적막이 원시의 고목을 고사시키는 그 곳
뿐이랴~
기암과 그 절벽에 붙은 노송의 어우러짐 또는 아찔한 동거
한북정맥이 나우리치는 아득한 산맥 위으로 줄달음치는 골짜기들의 아우성
사이사이 하얀 꽃무더기 꼴짝은 층층나무꽃의 군집이리라~~~
17:31,
서봉과 동봉 사이 안부에서
사정없이 골짜기의 길없는 곳으로 내리치는 선두의 정빈이
엥~~ 저 얌전생이가 웬일로 과감하게 없는 길로 치삐는 걸까?
나는 그를 놔두고 다시 동봉으로 조금 올라쳐
아까 보아 두었던 소나무를 곁눈질 하고
조금 뒤이어 그를 쫒는다
으아~~ 무서버라
혼자 뒤쳐지니 무섭더라ㅋ
낙엽으로 쌓인 그 길, 낙엽더미가 퇴비처럼 쌓인 길 없는 길을 내 젓는
자칫 발목이 접질리기라도 하면 민폐, 그런 걱정을 하면서
땀을 삘삘 흘리면서 얼마나 위험한 계곡길을 살펴 내려갔을까
우리는 가끔 폰의 지도를 보며 현재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계곡을 몇 개 지나쳐서 정상에 올라섰고
내려올 땐 안부에서 사정없이 내려섰으니
'산자분수령'일진데
저~~ 밑에 내려가면 들머리와 한참 떨어진 우측으로 탈출하리라는 짐작
18:40,
이곳에서 알탕
뱀 조우, 얌전하게 생긴ㅎ 잠시 눈을 돌렸더니 곧 사라지고 없던 뱀
살모사
가리산에는 멧돼지가 안사는가?싶다
찬 계곡류에 열에 들뜬 온 몸을 식힐 때의 건강에의 자신감
춥다며 사양하던 정빈이도 마침내ㅎ
내려오면서 더러 취나물도 뜯으면섬
그리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산초 뜯던 몇년 전의 그 계곡의 맨 꼭데기에 닿았다
처음 정빈과 이 계곡으로 더텨 오르는 계획을 했었는데 포기 했었다
(이 계곡을 포기한 건 잘한 일이었다, 길이 없어서 알아서 가늠하여 찾아 내려왔으니까)
다래가 익어 따던 기억의 그 바위계곡에 이르자 모든 것이 되살아 났다
잠시 더 내려오자 계곡에 걸친 시멘트 다리가 나타났다!!!
19;22,
계곡 하류 농장에 도착, 농장 밑은 부대 막사다
차를 파킹한 능선쪽으로 이동하는 정빈이의 모습.
장암리의 삼겹살집에서 석식을 하고 정빈과 궂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이동 장암리를 지나 캬라멜 고갤 넘어 가거나
신수리.와수리 쪽으로 넘어 가거나 간에 혹은
한북정맥을 뛰면서 내려다 보이던 우뚝하고 거대한 암봉의 '가리산!'
가리산은 정맥 능선과 꽤 많이 떨어져 있어 연계산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산악인들에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는 그런 안타까운 산이 틀림없다
가리산의 위엄은 동서남북을 아우르는 확트인 시야가 특장이다
헬스로 다져진 남성의 복근같은, 거칠고 기ㅡ인 골짜기 능선의 깊은 줄달음질은
북으로 광덕산과 복계산까지 조망되고, 왼쪽의 자등현을 넘으면 신수리.와수리의 산들이 조망된다
한북정맥이 병풍처럼 동쪽을 막아 서 있고
남으로 달려 그 끝에 운악산이 기운차게 솟았다, 눈을 가늘게 뜨면 우측의 국사봉과 왕방산 갈멧빛까지 선연하다
서쪽으로는 관음.사향산과 명성산 각흘봉 그 너머로 연천의 산군이 나우릴 치며 역시 하나의 지붕을 잇고 서 있다
언제 또 가리산의 해마를 닮은 그 비ㅡ잉 도는 산길을 택할 수 있을 것이냐!
캐논 미러리스의 가리산 장엄경이 덤으로 공개 예정되어 있다.
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