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en (카르멘)
원작이 된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카르멘은 1845년에 발표되었지만 오랫동안 비평가들에게 묵살당해 온 불운한 작품이었다. 메리메의 사후 비제가 가극화하여 성공함에 따라 원작의 진가도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1875년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행해진 비제의 카르멘 초연도 완전한 실패여서 그 때문에 받은 정신적 타격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후 인기는 갑자기 높아져 초연부터 비제가 영면하기까지의 겨우 3개월 동안에 33회 공연되고 다시 내려와 1904년에는 파리에서만 1000회 상연을 기록했으면 오늘날에도 전세계 도처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최고의 인기 오페라가 되었다. 그가 당시 그리 평판이 되지 않았던 메리메의 원작을 다룬 것은 이 소설에 담긴 풍부한 지방색과 특이한 테마가 그 취향에 맞았기 때문일 테지만, 그것이 또 이 오페라의 성공의 커다란 원인이었다고도 하겠다.
<줄거리>
제 1막
무대는 1820년경 세빌랴의 광장, 담배 공장과 위병의 검문소가 마주보고 있다. 모랄레스 하사를 비롯하여 한 무리의 병사들이 검문소 앞에 모여 담소하고 있는데 귀여운 시골처녀 미카엘라가 약혼자 돈 호세 하사를 찾아온다. 그러나 호세 하사는 지금 비번이어서 부재중이다. 이윽고 경쾌한 고적대의 행진곡을 타고 수니가 대장이 이끄는 병사들이 나타나 위병 교체가 행해지는데 교체병 속에는 호세도 있다. 어린이들이 기운차게 합창하는 동안에 교체도 끝나 호세와 수니가를 남기고 전원이 퇴장한다. 두 사람은 담배 공장의 여공인 미카엘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얼마 후 공장의 종이 울리고 낮 휴식 시간이 되자 병사와 젊은이들의 환성에 마중을 받으며 집시 여공 카르멘이 시원스럽게 등장한다. 카르멘은 자기를 보고 떠드는 남자들에게 쌀쌀한 태도를 나타내지만, 혼자 모르는 체하고 총에 손질을 하는 호세에게 오히려 흥미를 느끼고 유명한 하바네라를 부르며 자주 주파를 던진다. 그녀는 빨간 꽃을 호세에게 던져주며 사라지고, 호세도 또한 그것을 주워 품에 넣는다. 그곳에 미카엘라가 나타나 호세에게 그의 어머니로부터의 편지와 용돈을 건네주고, 어머니로부터의 키스로 전해 주면서 아름다운 2중창을 부른다.
한편 공장에서는 카르멘이 동료와 싸움을 시작하더니 갑자기 대소동이 일어난다. 소동의 장본인인 카르멘은 수니가 대장의 명으로 감옥에 가게 되고 호세가 감시를 맡게 된다. 여기서 카르멘은 세기딜랴를 노래하면서 호세를 유혹하여 한바탕 연극을 벌이고, 군중속으로 도망쳐 버린다. 호세는 카르멘을 도망시킨 죄로 감옥에 들어간다.
2막
거리에서 떨어진 선술집, 집시의 음악과 춤으로 이국 정취를 즐기면서 많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카르멘이 일어나 '집시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춘다.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수니가를 비롯한 손님들이 돌아가려 할 때 그라나다의 인기 투우상인 에스카밀로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유명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고 카르멘에게 농담을 걸면서 퇴장한다. 카르멘과 그 동료인 프라스키타, 멜세데스 등 세 사람이 남은 무대에는 단카이로, 레멘다토의 두 밀수입자가 와서 '좋은 얘깃서리가 있다'고 밀담풍의 5중창을 전개하고, 카르멘을 동업자로 가담케 하려고 설득한다. 그러나 카르멘은 호세를 잊을 수가 없다.
때마침 '아르칼라의 용기병'을 흥얼거리면서 호세가 온다. 카르멘은 자기 때문에 2개월이나 감옥에 들어가 있었던 호세를 위로하며 캐스터네츠를 손에 들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데, 이윽고 귀영 시간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돌아가려고 하는 호세,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카르멘과의 말다툼이 일어나지만 결국은 호세가 꺾이고, 품 속에서 예전의 빨간 꽃을 꺼내면서 '꽃 노래'를 부르며, 둘이 함께 밀수입자의 한패가 되고 만다.
3막
호세와 카르멘을 끌어들인 밀수업자들은 호젓한 산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두운 밤, 기분 나쁜 행진곡으로 막이 오르고 '일에는 무엇보다도 담력이 필요하다'라는 6중창 뒤, 고향 집을 생각하는 호세와 카르멘이 또 다시 말다툼을 벌인다. 카르멘은 홧김에 프라스키타와 멜세데스가 트럼프로 점을 치는 곳에 끼어 들지만, 그녀의 결과는 몇 번이고 점을 쳐도 대단히 나쁜 운수, '어찌하랴, 신의 계시를'이라는 트럼프 3중창 뒤 망을 보아야 하는 호세 한 사람을 남겨 놓고 짐을 지고 퇴장해 버린다. 대신에 안내자를 동반한 미카엘라가 등장한다. 유명한 아리아' 두려워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리라'를 부르며 '저 요부를 만나야지'라고 카르멘과 대결할 결심을 나타낸다.
그곳에 나타나 호세와 결투 소동을 벌이는데, 카르멘이 말리려고 급히 달려온다. 미카엘라는 호세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것을 알리고, 카르멘도 호세에게 귀향할 것을 재촉한다. 호세는 아직도 카르멘에게 미련을 남긴 채, 먼저 하산한 에스카밀로가 저편에서 노래하는 '트레아도르의 노래'에 심한 질투를 느끼면서도 겨우 미카엘라와 함께 하산한다.
4막
세빌랴 투우장 앞의 광장, 오늘은 투우 시합으로 떠들썩하다. 이윽고 군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전주곡으로 들을 수 있었던 그 입장 행진곡을 타고 투우사들이 잇달아 입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세의 대환호를 받으면 에스카밀로가 아름답게 치장한 카르멘과 함께 나타나 사랑의 말을 주고 받은 뒤 카르멘 한 사람을 남기고 투우장에 들어간다. 프라스키타와 멜세데스가 카르멘에게 다가와 호세가 오고 있음을 알리지만 카르멘은 개의치 않는다. 초라한 몸차림의 호세가 나타나면서 둘 사이에는 최후의 2중창이 전개되어 간다.
잃어버린 애인을 되찾으려고 애원하는 호세. 그것을 냉정하게 대하는 카르멘, 투우장으로부터는 '에스카밀로 만세'의 환성이 터져 나옥, 눈빛을 반짝이던 카르멘은 자기도 모르게 입구로 달려간다. 격노하여 이것을 막으려 하는 호세에게 카르멘은 마침내 그한테서 받은 반지를 내던진다. 투우장에서는 또 다시 대 환성이 터지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호세는 카르멘에게 달려들어, 감추어 두었던 단도로 단숨에 찔러 버린다. 승리에 들떠서 쏟아져 나오고 있든 군중이 이 광경을 보고 엉겁결에 멈춰 서 있는 가운데서 '내가 죽였노라. 아 카르멘. 가엾은 카르멘.'하고 호세가 절규하면서 쓰러진 카르멘에게 몸을 내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