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문학을 하려는 청소년들에게

[구본준 (17회)]

이글은 문학을 하려는 청소년에게만 필요한 글이 아니라

모든 청소년

모든 어른들이 읽어야 할 글입니다

특히 청소년을 둔 학부모들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들어 있어서 다시 읽어 봅니다

저도 여기에 있는 책을 한 권도 읽어 보지 않았는데

청소년기에 그렇게 했다면

저도 가출하고 자살하고 문학을 전공하고

살았겠지요

또하나 저희가 살던 시골은

삶이 곧 문학으로

굳이 책을 읽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마을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보고도 싶습니다만,

실은 그러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다 알지 못하는 고향의 많은 숨겨진 삶의 이야기들이

사실은 모두 문학의 소재가 되어

책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아닐수도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과 엄청난 일들은 저질렀지요

때로 그러한 것들의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자기가 살기 위하여 남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도 하고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남의 재산과 여인과 남편과 자식들은

빼앗아 부려 먹기도 하고

잘 알지 못하여 자식을 잘 못 된 길로 이끌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한 신념들을 다른 사람에게 자식들에게 강제로 주입하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 실수로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고

나라의 지도자로서

대부분의 국민을 전쟁터에서 죽게 만들기도 하고

마을의 지도자로서

마을을 잘 이끌지 못하여 주민들을 반목하게도 하고

학교의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은 잘 가르치지 못하여 훌륭하게 키워내지 못하기도 하고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정의 평화를 잘 지켜내지 못하기도 하고

다정한 이웃으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도 있고...

안 좋은 이야기만 하니 그러합니다

좋은 것들도 많이 있을 것인데

좋은 것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고

안 좋은 기억은 머리속에서 지우기가 쉽지 않으니

안 좋은 기억만 강하게 남는 것이

사람의 머리입니다

안 좋은 일들은

구체적으로 쓴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므로

문학이라는 것이 등장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의 경험은 각자마다 모두 다를 것이나

대개는 유사한 특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대개는 교회의 성직자나 절의 스님들이나

세상에서 있는 이야기들의 내막을 알고 있을 것이고

경찰이나 검찰은 그 언저리를 두드리고 재단하고 있겠지요

문학은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것을 상상에 의하여

감동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어찌 보면 거짓입니다

그것을 읽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청소년기에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 길도 없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막을 필요가 있는지

갈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치우치지 말아야)

판단하기 매우 힘들 것입니다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성인들로 판단하기 쉽지 않는 문제입니다

문학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고

자신의 잘못된 점을 깨닫고

바른 길로 접어들도록 이끌고

세상의 참된 모습을 바로 알게 하고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고

어쩌면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까지도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보다 펜의 힘이 강하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문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문학작품을 읽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의 길을 열어 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수 많은 문학 작품들이 세상에 많이도 나와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간 많은 사람들의 삶 모두가

한권의 소설이라고 하면

그 소설을 모두 다 읽고 나면

사람이 무엇인지도

사람이 왜 사는지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떠한 일을 벌이는지

모두 다 알 수 있겠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그러한 것들이 기록되지 않고

모두 죽음과 함께 잊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우리 고향의 삶이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잊혀지듯이

그 경험들중에서

후세들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기록되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우리들은 똑같은 실수로 반복하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겠지요

아래의 글을 쓰신 이승하 시인은

감수성 (책에 있는 것을 사실로 생각하는) 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문제의 소설들을 탐독하면서

세상의 문제와 갈등을 미리 접하였으며

무엇보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직접 겪어 가면서

가출과 자살을 실행하면서

삶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삶을 살아간 사람입니다

일제말의 많은 시인들이

자기의 말과 글과 나라와 역사를 모두 빼앗기는 상실을 경험하면서

자기의 생명을 불살라 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간 것과 같이

치열한 삶을 살지 않고서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글을 남긴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겠지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글(또는 어록)긴다는 것이 맞겠지요

평범한 삶을 살다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특별하고 뭔가 사람들에게 생각할 만한 꺼리를 만들어 주고

가는 것이 좋은까는

각자의 몫이어야 하며

자유의 영역이여야 하리

말과 글이 없던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예수나 부처나 공자나 기록되지 않는 많은 선각자들

많은 철학자나 선각자나 학자들이나 민초들

정치가 성직자 지도자들은

인간의 갈등과 실수와 죄지음을 막기 위하여

종교와 이념과 제도와 교육을 통하여

갈등을 예방하고 평화와 민복을 추구하여 왔지만...

그 과정에서 끔찍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는 것이 맞는지 가치 판단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인데...

인제가 나은 박인환 시인도

시인의 고향이

625동란으로 황폐화되고

어제의 이웃이

서로 죽이고 죽이는 원수의 관계가 되는

살육의 장이 되는 마당에서

고뇌하다가

글을 남기고 가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가 쓴 글에서 본 것입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지금 우리가 직접 짓지 않은 양식으로

하루를 연명하며

공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누군가를 위하여 일한 댓가로

양식을 구하고 자식을 키우고 집을 구하고 그리 사는 것이겠지요

물론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 팔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나르며

값진 정보를 필요한 이에게 제공하며

고장난 물건을 고쳐주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아이들은 가르치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분주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계신 것이겠지요

모두가 좋게 좋게 좋게

하기 위하여

착하게 살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문학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모든 사람이 맞다고 믿는 것이 맞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될 일 없겠지요......

문학을 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이 승 하 

저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시 이론과 창작 실기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직업일 뿐, 제 스스로는 시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1984년에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화가 뭉크와 함께」라는 시로 등단했으므로 24년째 시인으로 살아오고 있답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여러 날 고민했습니다. 저는 청소년기에 네 번 가출을 했고 세 번 자살기도를 하는 등 엉망진창의 삶을 살아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여러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해줄 수 없는 처지라 대단히 미안합니다. 문학도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놓기 전에 잠시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해보고 싶네요. 

집안 환경이 조금 어두웠던 탓에 고등학교를 딱 두 달만 다니고 가출을 시도, 서울 구경을 난생처음 했습니다. 이른바 ‘무작정 상경’이라는 것이었는데, 독서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살아가다가 돈이 떨어져 대학생인 형한테 도움을 청한 것이 잘못이었지요. 아버지가 형에게 이미, ‘승하가 나타나면 곧장 집으로 연락해라’고 말을 해두어 저는 고향 김천으로 끌려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 뒤에도 세 번 더 행해진 가출로 끝나버렸습니다. 

다행히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는 들어가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우연히 학과명을 발견해 선택한 곳이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란 데였습니다.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뀐 계기가 대학 선택이었던 것이지요. 저는 둔재고 범재여서 문예지 신인상이며 신춘문예 등에 시와 소설을 계속해서 투고, 사십 몇 번을 떨어진 끝에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간신히 당선하여 등단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성장기, 청소년기, 습작기 그 어느 시절을 회상해보아도 저 자신의 체험 안에서는 교훈 삼아 들려줄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기왕 문학에 뜻을 두고 있다면, 아니면 문학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첫째, 문학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입니다. 

문학인 가운데에는 글을 써서 받은 원고료니 인세니 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많고 많은 문학인 중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글만 써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글만 써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하기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저도 시인이란 것이 직업이 될 수 없어 학교에 몸담고 있습니다만 솔직하게 말해 글만 써서 먹고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행위는 돈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만 글이란 것이 대개의 경우 큰 재화(財貨)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제 경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를 쓰면 10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논리를 거역하는 것입니다. 물론 돈이 되는 책을 쓰는 경우도 있지요.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책은 그 방면으로 재주가 따로 있는 사람이 쓰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문학은 순수한 창작 행위입니다. 공자의 말씀 그대로, 시란 마음에 사악한 것이 깃들지 않는다는 사무사(思無邪)를 지향하기에 신의 창조 행위에 버금가는 위대한 작업입니다. 

문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용기와 결심과 집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좇아 앞으로 치달려갈 때, 천천히 걸어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앞만 보고 걸어갈 때, 뒤를 돌아볼 줄 아는 결심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쿨쿨 자고 있을 때, 깨어 있는 집념이 필요합니다. 문학인이 명리를 좇거나 부를 추구하면 사기꾼이 됩니다. 문학은 자본주의의 논리와는 무관하게, 정신의 세계 혹은 영원의 세계를 추구합니다. 여러분 중 100년 뒤에도 읽혀질 글을 쓴 사람이 있다면 그는 100년 이상을 산 것입니다. 결국은 죽고 마는 것이 인간의 운명일진대 정신의 세계, 혹은 영원의 세계를 추구하고 싶지 않습니까? 

둘째, 문학은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라 노력파의 생산물입니다. 

이 세상에는 문학적 천재나 요절한 문학인들이 있습니다. 세계 문학사를 살펴보면 30년도 채 못 살고 죽은 사람이 제법 되고 40년을 못 살고 죽은 사람은 수두룩합니다. 당나라 때의 시인 중 이백과 두보, 왕유와 더불어 ‘당시사걸(唐詩四傑)’로 일컬어지는 이하(李賀, 791～817),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존 키츠(1795～1821),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장편소설 『대장 몬느』를 쓴 프랑스의 소설가 알랭 푸르니에(1886～1914), 일본 단카[短歌] 문학의 거장 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 독일 전후 문학사의 출발점을 이루는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1921～1947)는 모두 스물일곱의 나이로 죽은 문인입니다. 

일제하 한국 문단의 찬란한 별인 김소월(1902～1934), 김유정(1908～1937), 이상(1910～1937), 윤동주(1917～1945) 등은 두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자신의 천재성을 뚜렷하게 보이고 죽은 문인도 이처럼 많지만, 여러분이나 저나 문학에 관한 한 범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부지런히 읽고 써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읽는 것만큼 쓸 수 있습니다. 읽지 않고 쓰려고 하는 것은 사상누각을 짓는 일이며, 나무 앞에 가서 고기를 구하려는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무엇이든 쓰고 싶은 것을 쓰십시오. 일기나 편지도 좋습니다. 써볼 버릇을 해야지 글이 나오지, 언젠가 역작을 쓰리라 하고 마음만 먹고 있다간 영영 못 쓰게 됩니다.” 

“옛 사람이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多商量, 생각을 많이 하는 것)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3. 젊을 때 책을 안 읽으면 영영 못 읽습니다. 

10대에는 무조건 많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려면 만화책을 보는 시간, 게임을 하는 시간, 인터넷 검색을 하는 시간, 친구와 채팅을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구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명작 혹은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평생의 양식이 되는 책이 명작이며 고전입니다. 세계명작전집 한 질을 독파하지 않고 글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데……. 

시험 성적 올리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고요?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틈을 내어 읽어야 하고, 시험 후에 집중적으로 읽어야 하고, 밤을 꼬박 새우며 읽어야 합니다. 책읽기를 생활화하지 않으면 글을 쓸 욕망이 잘 생겨나질 않습니다. 청소년기에 읽을 필독서를 선정해달라고요? 중학생, 고등학생 구분하지 않고 읽을 만한 책을 외국 소설에 국한시켜 꼽아봅니다. 물론, 제가 청소년기에 푹 빠져서 읽었던 책들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트문트』(‘지와 사랑’이란 제목으로도 번역)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좁은 문」 

생 텍쥐페리, 『어린 왕자』『인간의 대지』 

펄 S. 벅, 『대지』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막스 뮐러, 『독일인의 사랑』 

레마르크,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노신, 「아Q 정전」「광인일기｣ 

푸시킨, 『대위의 딸』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알랭 푸르니에, 『대장 몬느』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소설집), 『문 밖에서』(희곡집), 『가로등과 밤과 별』(시집) 

알베르 카뮈, 『적지와 왕국』(단편집) 

어네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샤롯트 브론테,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마르텡 뒤 가르, 『회색 노트』(대하소설 『티보가의 사람들』의 제1부) 

이런 책들을 읽기 바랍니다. 요즘 백일장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글을 보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문장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청소년들이 책을 너무나 안 읽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젊을 때 책을 읽어야 영혼의 자양분이 됩니다. 

4. 책을 읽은 뒤에는 꼭 독후감을 씁시다. 

독후감 쓰기는 초등학교 때도, 중․고등학교 때도, 대학교에 가서도 줄기차게 써야 하는 과제입니다. 대학교에 가서 문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교양국어’를 대신한 과목들을 수강해야 하기 때문에 한두 번은 독후감이란 것을 써내야만 합니다. 독후감만 요령껏 잘 써도 상장을 받을 수 있고, 국어 점수를 높일 수 있으며, 학점을 잘 딸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대상 글짓기 학원과 방문 교사의 국어․논술 수업이 독후감 쓰기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학 입시의 논술 고사라는 것은 지문을 이해하는 능력,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 정해진 분량으로 서론과 본론을 거쳐 결론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데, 독후감을 평소에 많이 써본 학생이 대단히 유리합니다. 독후감을 잘 써 선생님의 칭찬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독후감 쓰기의 요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험기간에 시험을 치는 대신 곧잘 독후감을 과제로 내줍니다. 

저는 대학 재학시에 교직 과목을 이수해 들었는데 거의 다 암기 과목이었습니다. 시험 전날 딸딸 암기하고는 졸린 눈으로 시험을 치르고 돌아서면 그 길로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한 저로서는 학생들에게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히는 독후감 쓰기로 시험을 대신하곤 하는데, 채점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학생 수가 많을 경우 끔찍한 양의 독후감을 모조리 읽어야 하는 고역이 따릅니다. 그리고 책의 해설이나 평문을 그대로 베낀 혐의가 있는지를 일일이 체크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기존 자료나 몇몇 학우의 독후감을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 간혹 나오므로 이것도 체크해야 합니다. 책을 읽기는커녕 구하지도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독후감을 아주 그럴듯하게 써내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시험 대신 독후감 과제를 내주면 처음에는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책’이란 것을 읽는 일의 어려움 때문에 곤혹스러워합니다. 그만큼 책 읽는 훈련이 안 되어 있고, 독후감 쓰는 훈련이 안 되어 있는 탓입니다. 독후감 쓰기의 요령이 있는지 저 자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봅니다. 

1) 독후감은 대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서두는 작자 소개이고, 작품의 줄거리가 본문을 점하고 있으며, 정작 본격적인 감상은 끝 부분에 소략(疏略)하게 나와 있습니다. 가장 나쁜 독후감입니다.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 펼쳐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책의 구입 경위, 독자들의 반응, 어떤 출판사를 통해 어떤 사람이 펴낸(혹은 번역한) 책인가, 책의 장정은 괜찮은가, 그 책의 색다른 바는 무엇인가 등등을 비롯해 그 책에 관한 정보 가운데 아는 것이 있으면 서두에 몇 마디 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2) 작자 소개 및 줄거리 소개는 간단히 줄여 몇 마디만 합니다. 

3) 이상이 서론이고 본론에 들어가 이런 내용을 주로 씁니다. 

① 그 책을 통해 특별히 느낀 점이 있거나 감동을 받은 바가 있는가. 

② 내가 그 책을 읽는 동안 겪은 일이 있는가. 

③ 그 책을 통해 내 생각에 어떤 변화가 왔는가. 

④ 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며 단점은 무엇인가. 

⑤ 작가의 다른 책과의 비교. 동시대 다른 작가와의 비교. 

4) 문단의 평가, 문학사적 의의, 당대적 의미와 후대에 끼친 영향력 등 그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져 있는지 조사해 첨부합니다. 

대충 이런 흐름으로 독후감이 전개되면 좋습니다. 특히 독후감을 써 내려가는 중간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함으로써 그 독후감의 독자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으려 애써야 합니다. 독후감이란 일종의 책 안내문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책이라면 독자가 재미를 느끼게끔 써야 하고, 의미가 있는 책이라면 그 의미를 느끼게끔 써야 합니다. 남이 쓴 독후감을 읽은 독자가 그 책에 흥미를 느끼고 사보게끔 하지 않는다면 그 독후감은 실패한 글입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영혼에 때가 낍니다. 21세기 한국 문학을 짊어지고 갈 청소년 여러분! 게임을 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영혼의 양식’이라고 하는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시의 가치에 대해 말씀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시의 가치 중 첫 번째는 시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도 감동적인 시를 써보고자 애를 쓰기 바랍니다. 

흰 구름에 빨간 고추잠자리 

볼 수는 없지만 

샘물에 떨어진 은행잎 건지며 

가을이 온 줄을 

나는 알아요. 

샘물에 두 손 담그면 

아, 여름날 차갑던 샘물이 따뜻해요. 

―「가을이 온 줄을」 전문 

충주 성심맹학교 학생이 쓴 동시입니다. 눈먼 아이가 체험한 내용이 그대로 시가 되었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는 가을에는 샘물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저로서는 시를 쓴 아이의 마음이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초능력 둘리가 될 수 있다면 

날개 달린 나비가 될 수 있다면 

아프리카 배고픈 어린이에게 날아가 

사탕이랑 초코파이랑 

많이 많이 

어린이날에 선물할 수 있게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좋겠어요. 

―「나의 꿈」 전문 

동시치고도 되게 시시하다고요? 정신지체로 고생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쓴 동시입니다. 아이 자신은 커다란 십자가를 지고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즉 측은지심과 자비지심을 갖고 있어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감동적인 시는 여운이 남습니다.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하지요. 김종삼의 이런 시는 어떤가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전문 

둘 다 발등이 부을 정도니 얼마나 가혹한 노동의 날이었을까요? 밭갈이를 마친 저녁, 소도 지쳤고 할머니도 지쳤습니다. 물을 먹는 소가 가련해 할머니는 소 목덜미에 손을 얹었지요. 삶이란 참으로 적막한 것이지만 두 생명체 사이를 잇는 교감, 곧 유대감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이 한 폭의 묵화가 주는 감동은 밀레의 「만종」이나 박수근의 「아기 업은 소녀｣에 못지않습니다. 

여러분은 살아가다 감동적인 일을 보고 듣지 않습니까?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웠던 적이 없습니까?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 적이 없습니까? 시인은 감동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현대시가 위기를 맞이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천 년 역사를 지속해 오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감동’일진대, 여러분은 감동적인 시를 한 편 써보기 바랍니다. 감동의 시는 기교의 시가 아니라 정신의 시, 영혼의 시입니다. 울림이 있는 시, 떨림이 있는 시는 시대를 초월할 수 있습니다. 

‘감동’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주변의 몇 사람이라도 십분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써보십시오. 『두시언해』나 『두보시선』에 실려 있는 시는 특히 감동적이니, 다시 한번 읽어보십시오. 감동의 힘이 천 몇백 년이 지난 오늘 우리를 울게 합니다. 

아우들, 아우들. 멀리에 있어 

누가 여위고 누가 살쪘는지? 

생이별하여 만나 보지 못하는데 

싸움 아니 멎고 길은 멀구나. 

들거위가 날고 두루미는 날아도 

나를 너희 곁에 데려다는 못 준다. 

아, 셋째 곡조 부르니 세 번을 일어난 노래! 

돌아온들 이 형의 뼈 어디서 거둘 테냐. 

―「悲歌 3」 전문(이원섭 역) 

시의 두 번째 매력은 시인과 독자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동시는 어떨까요? 

카랑카랑한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간데없고 

거미줄이 온통 

집을 지키고 있다. 

뚫린 문구멍으로 

펄럭이며 드나드는 바람. 

빈 장독 속에서 

멱감고 있는 구름 몇 송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마당. 

깨진 밥그릇 하나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졸고 있다. 

―「시골 빈집에」 전문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입니다. 시골마다 이농 현상이 심해 빈집이 나날이 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시를 읽고 깊이 공감할 어린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주제의 측면에서는 높이 사줄 수 있겠지만 소재도 사실은 너무나 진부하고 표현에 있어서도 새로운 구석이 없는 평이한 동시인데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뽑혀 의아스럽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동시임에도 아이의 마음은 없고 어른의 사고가 있어 영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울엄마 

내가 중학생 되자 

무서워졌다 

엄마가 아는 애들은 

왜 그리도 공부를 잘하는지 

어디 갔다오시면 

뭐 하는 거냐고 혼낸다 

책상 앞이 아니면 

덕분에 TV 볼 때도 

마음대로 못 보고 

밥 먹을 때도 

편안히 못 먹는다 

시험기간에는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 

시험 결과 나오면 

일주일은 모자관계 끊는다 

나를 이렇게 비극적으로 만드는 건 

무한 경쟁 

이놈의 시험 없어져라 

그래야 가정이 편안해진다 

―최세환, 「시험과 엄마」 전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쓴 이 시를 읽고 전국의 수많은 중학생이 ‘맞아, 내 얘기야’ 하고 동의를 하겠지요? 이 시는 ‘유머’와 ‘공감’의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봐집니다. 다소 과장된 면도 없지는 않지만 많은 독자가 공감을 했고, 우리나라 보통 집안의 풍경이어서 현실감이 있습니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연애시가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사랑의 이율배반」 전문 

저는 이 시인의 사랑 이야기에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사랑도 이별도 너무나 추상적이라 어떤 경우인지, 어떤 사정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모호하기만 한 사랑 타령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시는 관념과 추상을 가급적이면 배격해야 합니다. 즉, 시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시 쓰기 교실』(문학사상사)에서 

이승하 시인 

1960년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출생. 

1965년 경북 김천으로 이사해 이곳에서 성장. 

1979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으나 바로 휴학함. 

1980년 중앙대학교에 복학, 1학년이 됨. 문무대에서 병영집체훈련을 받는 동안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남. 큰 충격을 받고 사회와 역사를 제대로 보는 눈을 갖고자 노력하게 됨. 

1984년 시 「畵家 뭉크와 함께」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1987년 제1시집 『사랑의 탐구』(문학과지성사) . 

1988년 중편소설 「雪山」으로 1천만원 상금 KBS 방송문학상 수상. 

1989년 소설 「備忘錄」으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제2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나남출판사) 

1991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세계사) 상기 시집으로 문예진흥원 제정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1993년 제4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세계사) 상기 시집으로 총동문회 제정 서라벌문학상 신인상 수상. 

1994년 제5시집 『박수를 찾아서』(고려원) 

1995년 제6시집 『생명에서 물건으로』(문학과지성사) 

1997년 시론집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문예출판사).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좋은날) 

1998년 산문집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엔터). 선집 『젊은 별에게』(좋은날) 

1999년 시론집 『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새미) . 

2000년 『한국현대 대표시선』(이진출판사) 『시론집 한국 현대시 비판』(월인) 

2001년 시집 {뼈아픈 별을 찾아서}(시와시학사,) 

2004년 시론집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문학사상사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 

[구본준 (17회)]

책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모두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바른 길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구본준 (17회)]

책을 읽지 않고도 바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구본준 (17회)]

좋은 사람들은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그들과 좋은 이야기들은 나누면서 사는 것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입니다.

[구본준 (17회)]

악한 사람, 남을 속여 이득을 챙기는 사람, 베풀줄 모르는 사람, 지기 싫어하는 사람, 남을 괴롭히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 미친 사람, 힘자랑하는 사람, 말소리가 큰 사람, 술에 의지하여 사는 사람, 사람을 모두 공평하게 사랑하지 않는 사람, 자기 자식을 더 사랑하는 사람, 자기 부모를 더 사랑하는 사람, ...

[구본준 (17회)]

이기는 것을 즐기는 사람, 잘난체 하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잘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존경을 바라는 사람, 베풀고 댓가를 바라는 사람......

[숲속의요정]

이승하선생님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요.. 잘 모르지만 폭력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불행했던 일들을 시로 승화시켜 시를 쓰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는 것인데요.. 실제로는 훌륭한 인품의 교수님이지요..

[구본준 (17회)]

훌륭하신 교수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후학들에게 이러한 글을 줄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으시지요. 깊이 음미하면서 생각하고 저의 삶을 돌아보고 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본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