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한국최고의 노래------
월간조선 설문조사- 한국의 현역 작사가, 작곡가 1백인이 뽑은 노래
한국의 현역 작사가, 작곡가 1백인이 뽑은
「20세기 한국 최고의 노래, 가수, 작곡가, 작사가」
- 개인 선호도 떠나 대중가요사에 끼친 영향력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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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노래는 어떤 곡일까」하는 생각은 누구나가 한 번
쯤 해보았을 것이다.
아무리 열광적인 사랑을 받더라 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노래에게
1위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 이 대중가요의 屬性(속성)인데
한국 대중가요사 8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고 불려지는 노래는
과연 어떤 노래일까.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고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몇가지 설문조사가 있었다.
작년7월 MBC와 한국갤럽은
「建國(건국) 50년 가수 선호도에 대한 조사 」를 실시했다.
10대에서는 H.O.T와 유승준, 20∼30대에서는 趙容弼(조용필) 과 신승훈,
40대 이상에서는 李美子(이미자), 趙容弼, 나훈아 順(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1992년에는 「한국인의 애창곡」이라는 설문조사가 실시되어
「소양강 처녀」가 1위로 뽑혔고
「만남」이 2위「눈물젖은 두만강」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조사들은 모두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작품성보다는
개인적인 선호도와 조사 당시의 유행 여부가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대중가요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 인들도 이와
같은 생각일까.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김영광)에 문의해 본 결과 협회에 소속된
현역 작사가와 작곡가가 직접 설문에 참여해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가수 또는 노래
를 뽑는 조사는 아직 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물론 작사가와 작곡가에 대한 체
계적인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月刊朝鮮은 192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대중가요를 전문 가의 시각에서 정
리하기 위해 9월28일부터 10월6일까지 전화와 팩 스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추천한 2백명의 현역 작사가와 작곡가.
설문내용은
「20세기 한국 최고의 노래 세곡과 최고의 가수 다섯 명, 그리고 작곡가와
작사가를 각각 세 명씩 추천하고 그 이유를 간략하게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최종적인 분석은 1백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없는 대중가요
의 성격상 응답자의 연령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해
50대 이상 40명, 40대 40명, 30대 20 명으로 연령에 따라 응답자의 숫자를 제한했다.
개인적인 선호도를 떠나서 한국 대중가요사에 미친 영향력과 작품 성 위주로 추천을
받은 결과 20세기 한국 최고의 노래로는 「돌아 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작사·작
곡, 조용필 노래)가 선정되었다.
이 노래를 부른 趙容弼씨는 최고의 가수로도 뽑혔는데
1백명 중 67명 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작곡가는 43명의 추천을 받은 朴椿石(박춘석)씨가,
작사가는 37명의 추천을 받은 半夜月씨가 선정됐다.
- 대통령이 히트시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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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趙容弼의 존재를 알린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모 두 22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눈물젖은 두만강」(19명)은 2위.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주로 추천한 반면 에 30∼40대층에서는 「창밖의 여자」를 많이 선택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를 추천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좋 아하기때문에」라는,
참으로 非(비)전문적(?)인 이유를 내세운 응답 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눈물젖은 두만강」 과 「아침이슬」(17명)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와 「유신 독재」 시대의 정서를 대변하며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준 역사적
의의를 높이 평가한 반면에 이 노래는 그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가 많았다.
「10대에서 80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일본 사람들까지도 좋아하는 노래」
작곡가 김남조(金南祚) 라든가 ------
「노래방에가면 누구나 한번은부르니까」(작사가 安陽子)라는 대답처럼 말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역시 「재일교포 의 恨(한)」이라는 시대적 아픔이 반영된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이 이처럼 이 노래의 역사적 의의보다는 대중성에
더 큰 가치 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내리는 영동교」의 작곡가 南國人(남국인·58)씨는 「위대한 가수 趙容弼을 탄
생시킨 노래」라는 점을 추천 이유로 들었다.
趙容弼씨가 한국 대중가요사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그 가 수를 세상에 알린 노래 역시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작곡가 李範熙(이범희·48)씨는
「기존의 트로트와는 다른 세련된 트로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찬찬찬」의 작사가 金炳杰(김병걸·43)씨도 「똑 같은 4분의 4박자 트로트인데도
창법이나 편곡 기법에서 새로움을 추구했다」면서 「록 스타일의
연주에 트로트적인 선율과 쿵짝거리 는 리듬을 결합한 새로운 연주 스타일로 1980
년대 중반까지 트로트 를 주도적으로 이끈 노래」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35년간 음악 PD로 활동한 작사가 朴昌鶴(박창학·60)씨에 의하면 이 노래는
朴正熙 前 대통령이 히트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 다.
『이 노래는 1972년에 나온 조용필씨의 첫 음반에 실렸던 곡입니다.
그때는 그룹사운드의 반주가 아니라 통기타를 치면서 불렀어요.
이 음반은 레코드사의 사정 때문에 제대로 홍보도 못하고 그냥 흐지부지됐는데
다른 레코드사로 간 조용필씨가 새음반을 내면서 다시 이 노래를 실었어요.
우리가 조용필씨의 첫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음 반이 바로 이겁니다.
물론 이때는 정식으로 그룹사운드 반주에 맞춰 서 불렀지요.
그런데 이때가 바로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모국방문이 시작된 때라 시기적으로 아주
잘 맞아떨어졌어요. 「형제 떠난 부산항」이라든가 「돌아왔다 그리운 내 형제여」
라는 구절들이 몇십년 동안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살아야 했던 민족의 비극을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 이죠.
조용필씨는 이 노래 한 곡으로 일약 대스타로 떠올랐지만
이 노래를 만든 황선우씨는 이후에 별다른 히트곡을 내지 못했습니 다』
-반세기 넘도록 애창되는 최대의 민족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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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치하의 설움과 恨을 애절하게 표현한 노래 「눈물젖은두만 강」
(김용호 작사,이시우 작곡,김정구 노래)은 19명의 추천을받았다.
드라마 「초대」의 방송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작곡가 安智弘(안 지홍·39)씨는
「세대가 다르고 정서가 다른만큼 그 노래에 공감 하긴 어렵지만
60년이라는 긴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불리는 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자신의 취향과는 별도 로 「눈물젖은 두만강」을 최고의 노래로 추천했다.
작곡가 金南祚(김남조·48)씨는 「일제시대와 6·25 등 민족의 비애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수많은 곡 중에서 가장 애절한 노래」라는 점에서,,,,,,,,,,,
「젊은 그대」의 작사가 安陽子(안양자·55)씨는 「60년 동 안 끊임없이 불리고 또
사랑받고 있는 최고의 민족가요」라는 점에 서 이 노래를 높이 평가했다.
라디오 드라마 「김삿갓 방랑기」의 테마음악으로 쓰이면서 더욱 더 유명해진 이 노
래에는 가슴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일제 치하 였던 1930년대 중반, 작곡가 이시우씨가 만주에서 공연할 때의 이야 기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젊은 여인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저밀 듯이 애절하게 들려와
그 사연을 알아보니 독립군에 참가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왔는데
남편이 戰死(전사)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는 것이다.
여인의 통곡이 민족의 恨이었음을 통감한 이시우씨가 멜로디를
만들고 당시 조선악단의 사업부장으로 있던 김용호씨가 노래말을 만들어 발표한 노
래가 바로 「눈물젖은 두만강」이다.
이 노래는 일제 치하의 암울한 현실을 살던 대중들에게
동병상련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노래를
부른 김정구씨 역시 이 노래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무대에 설 때마다 불렀다고
한다.
1970년대 청년문화의 대표곡인 「아침이슬」(김민기 작사·작곡, 양 희은 노래)은
17명의 추천을 받았다.
연극평론가 李英美(이영미· 38)씨가 『일관성 있는 이미지
전개와 음악적 구성의 탄탄함이 최 고의 대중가요라는 칭송을 받기에 부끄럽지 않다
』고 말한 바 있듯 이 이 노래는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중가요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가르쳐주는 교과서 같은 노래입 니다. 포크의 서
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세계와 인간을 直視(직시)하고 있어요
』(가수 姜仁遠·44)
『1970∼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겐 노래 이면에 깔려 있는 저항 의 정서가 가슴깊
게 와닿습니다. 노래말이 굉장히 은유적이지만 그 의미를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들어도 충분히 감동적일 만큼 아 름다운 곡입니다』(작곡가 安智弘)
해바라기의 李柱浩(이주호·43)씨는 「문화를 이끌어가는 젊은 정신 에 커다란 힘과
자유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裵哲秀(배철수·46) 씨는 「청년정신을 대표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노 래」라는 점에서,
그리고 작사가 尹雪喜(윤설희·44)씨는 「대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요의 힘을 보여준 곡」
이라는 이유에서 이노래 를 추천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를 내린 40대층의 응답자와 달리 30대층의 평가에는 주관적
인 감정이 많이 개입된 것처럼 보인다. 「金敏基씨 의 작품 모두가 명곡이라고 생
각한다」고 대답한 노영심(33)씨가 그 대표적인 경우. 최연소 응답자인 작사가 나현
욱(30)씨는 「한국 사람이라면 언제 들어도 가슴이 저려오는 민족의 명곡」이라며
「아침이슬」을 1위로 뽑았다.
「난 알아요」(15명), 「동백아가씨」(12명), 「목포의 눈물」(9명), 「아름다운 강
산」(9명), 「황성옛터」(7명), 「노란 샤스의 사나 이」(6명), 「하숙생」(6명) 같
은 노래들이 비록 순위에는 들지 못했 지만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중에서 비교적 최근곡인 申重鉉(신중현)씨의 「아름다운 강산」 과 서태지와 아
이들의 「난 알아요」가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강산」은 「申重鉉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대작으로 사운드의 장중함 과 화려함, 한국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충족시키
는 노래말이 압권」이 라는 평가를 받았고, 「난 알아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
든 기 존 가요계의 흐름을 1백80도 바꿔놓은 영향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 趙容弼과 李美子의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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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세 표 차이로 순위가 결정된 노래 부문과 달리 가수 부문에 서는 趙容弼씨
와 李美子씨가 일찌감치 선두에 나섰다. 이 두 사람이 1, 2위를 차지하는 것은 분명
한 사실인데 과연 누가 1위겠느냐 하는 문제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결국 67명의 추천을 받은 趙容弼씨가 20세기 최고의 가수로 뽑히며
슈퍼스타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李美子씨를 추천한 응답자는 58명.
趙容弼씨를 최고의 가수로 뽑은 응답자들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로 요약할 수가
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는 것, 끝없는 음악적 변화로 우리나라의 가요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것, 그리고 항상 노력한다는 것.
오빠 부대와 팬 클럽의 元祖(원조)격인 趙容弼씨는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톱가수의
위치를 지키며 가장 넓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全 (전)연령층, 全계층에게 호소
력을 가지고 그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 족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李美子씨를 좋 아하는 사람은 패티김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970년대 포크 가수들은 기성세대로부터 외면당했고 서태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趙容弼씨는 항상 실험적인 자세로 록에서 트로트, 민요풍에 이 르기까지 모든 장르
에 도전했고, 「각 장르마다 대중의 취향을 만족 시켰다」(작곡가 周贊權·44), 「
폭과 깊이를 갖추고 가슴으로 부 르는 영혼의 노래」(작사가 金熙甲·63)라며 그의
가창력을 높이 산 대답이 있는가 하면 金秀哲(김수철)씨는 「가수는 노래만 잘한다
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趙容弼씨는 작사와 작곡에도 뛰어난데 싱어 송라이터로
서의 면모가 부각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작사가 兪英建(유영건·46)
씨 역시 「작사와 작곡을 겸하는, 자신만 의 음악 세계가 있는 가수」라는 점을 높
이 평가했다. 가수 金鐘書(김종서·34)씨는 「음악가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 세
」를 존경한다며 「조금씩 나태해질 때마다 다시 한번 자세를 가 다듬게 만드는 자
극제」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타고난 음악적 끼를 끊임없는 노력으로 승화시킨가수」(작곡가 金南祚),,,,,,,
「어려운 좌절을 넘고 일어서는 끈기와 노력에서 인간적인매력과 존경심을 느낀다」
(작사가 黃相現·48)는 대답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응답자들의 말에 따르면 趙容弼씨의 원래 목소리는 여자처럼 작고 가냘펐다고 한다.
작은 키에 왜소한 몸집도 힘 있는 소리를 내는 데 불리하다. 요컨대 선천적으로 타
고난 가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趙容弼씨는 이 작은 목소리를 힘있는 목소리로 만들기 위해서
국악인 들처럼 목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처럼
음 량도 풍부해지고 약간은 허스키한 듯한 음색을 지니게 된 것이다.
「돌아와요부산항에」로 인기를 얻은 뒤 곧바로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활동을 정지당해 금방 사라질 가수처럼 보였던 그가
「창밖 의 여자」로 화려하게 컴백하며 슈퍼스타로
등극한 것은 바로 그의 이런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응답자들은 입을 모은다.
- 연습 안하는 가수, 李美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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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容弼씨가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수라면 국민가수 李美子씨는 타고난 가수라고
말할 수 있다. 1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 리의 주인공답게 청아하고 담백한
목소리를 지닌 그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가수이다.
지난달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李美子씨는 작곡가들이 이야기하 는 자신의 장점으
로 음폭이 넓다, 가사 전달이 정확하다, 어떤 곡도 소화해낼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이번 설문 결과는 그녀의 이야기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가사 전달이 뛰어나다」
(작사가 鄭斗守·63), 「우리나라에서 가사 전달이 가장 확실한 가수」(작곡
가 李容馥·47), 「低音(저음)에서 高音(고음)까지 음역이 넓다」(작곡 가 鄭松·58),
「어떤 노래라도 잘 부를 수 있는 최고의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裵哲秀) 등 응
답자들은 그녀의 장점을 정확하게 집어 냈다.
李美子씨의 음색에 대해 이야기하는 응답자도 많았는데 그 표현이 가지가지다. 「초
록색과 연두색의 중간쯤 되는 목소리」(작곡가 南國人)라는 문학적인 표현이 있는가
하면 「단물이 푹 빠져나오는 목소리」
(작사가 李慶載)라는, 얼핏 들어서는 그 뜻이 쉽게 와 닿지 않는 표현도 있다.
작사가 黃相現씨는 「李美子씨가 나이를 먹어가
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목소리다」라고까 지 극찬한다.
그런가 하면 金秀哲씨는 그녀의 생활과 노래가 일치하는 점을 존경 한다고 말한다.
『평생을 묵묵히 노래 외길을 가는 사람이 진정한 가수입니다. 생활 과 노래가 일치
해야 돼요. 이미자씨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진솔하게 지켜온 분입
니다. 자신의 삶의 모습을 때로는 엄마 같이 또 때로는 누나같이 노래로 표현해온,
진정한 의미의 가수입니 다』
재미있는 것은 「연습을 안하는 가수」로 李美子씨를 지목하는 응 답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두세 번만 들으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 해내는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이
야기겠지만 본인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숙생」의 작곡가 金虎吉(김호 길·80)씨는
「처음 받은 곡도 피아노 연주 딱 두 번 듣고 나서 감정까지 실어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가히 천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작곡가 南國人씨에 의하면
「자신에게 노래 연습시키는 사람을 다시 연습시키는」 가수가 바로 李美子씨란다.
- 서민을 울리고 웃기는 나훈아의 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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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명의 추천으로 3위를 차지한 나훈아씨는 트로트를 맛깔스럽게 노 래하기로 손꼽
히는 가수이다. 趙容弼씨를 만들어진 가수로, 李美子 씨를 타고난 가수로 굳이 분류
한다면 나훈아씨는 어느 쪽에 속할까.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섭외부장으로 있을 때 나훈아씨를 처음 봤 어요. 노래를 한
번 듣고서 「내가 너를 히트 못 시키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지요. 나훈아씨
는 타고난 가수예요』(작사가 이상 문·61)
『작곡가 朴是春 선생님이 「이런 가수는 처음 봤다」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나훈아에게 더 많은 곡을 줄 수 있었을 텐데」하고 많이 아쉬
워하셨죠』(작곡가 南國人)
『작곡가의 의도를 뛰어넘는 대단한 가수예요. 악보를 보고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
으면 악보를 잘못 본 것처럼 슬쩍슬쩍 바꿔서 불러 요. 그런데 그게 악보보다 훨씬
좋은 겁니다. 자존심 상하지만 받아 들일 수밖에요』(작곡가 沈聲樂·64)
『타고났다기보다는 굉장히 노력하는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는 노래만 불렀
지만 꾸준히 연습을 해서 나중에는 작곡도 직접 했 지요.
차 속에서도 항상 노래 연습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나이 들면 게을러지기 쉬운데
후배들에게 정말 모범이 되는 선배 가수입니 다』(가수 金秀哲)
『만들어진 가수예요. 물론 노래도 잘하지만 자기 관리면에서 정말 유일무이한 분이
죠』(가수 金鐘書)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엇갈리지만 트로트를 정말 맛깔스럽게
부른다는 점에서는 나훈아씨를 추천한 응답자 모 두가 동의한다.
특히 「꺾고, 흐느끼고, 恨을 토해내는 창법이 국민 의 정서와 잘 맞는다」
(姜仁遠)거나 「속에서나오는, 뭐랄까 목을 뒤집는 창법으로
특히 서민들을 울리고 웃긴다」(南國人)와 같이 그의 독특한 창법에 관한 이야기가많았다.
이라는 평가(작곡가 沈聲樂)도 재미있다.
나훈아씨에 이어 가수 부문 4위를 차지한
가수는 29명의 추천을 받 은 대형가수 패티김이다. 「국악을 했지 않나 싶을 만큼
근본 있는 목소리의 대형가수」(작곡가 白映湖·77), 「대형가수답게 성량이 풍부하
고 프로 정신이 강하다」(작사가 黃相現) 등 대부분의 응답자 들이 「대형가수」라
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작곡가 沈聲樂씨는 「가요에서 창, 팝송, 트로트까지 모든 장르 의 노래를 훌륭
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大家(대가)」라는 점에서, 작 사가 申奉承(67)씨는 「팝송을
불렀을 때 필링(feeling)이 오는 몇 안되는 가수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패티김을
추천했다.
작곡가 鄭松씨는 「국제 무대에 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가수」라며
「음 악 선진국에서 태어났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됐을 것」이 라고 이야기
한다.
「애수의 소야곡」의 南仁樹(남인수)씨는 23명의 추천을 받았다. 대 부분의 응답자
가 추천 이유에 대해 「말이 필요없다」는 식의 반응 을 보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설명이 필요없다」(작사가 金炳杰), 「전무후무하다」(작사가 鄭斗守), 「남자 가
수의 상징」(작사가 申奉承), 「기가 막힌 목소리」(작곡가 南國人), 「개인적으로
좋아하 진 않지만 한국 가수 부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람」(작곡가 金仁培·67
) 등의 추천이유에서 한국 가요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 중을 짐작할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22명), 배호(14명), 송창식(12명), 현인(11명), 김건 모(11명)가
그 뒤를 이었다.
- 트로트는 절제할 줄 알아야
20세기 한국 최고의 작곡가로는 43명의 추천을 받은 朴椿石(박춘석) 씨가 선정됐다
. 朴椿石씨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작품영역이 넓었다는
점과 히트곡이 많다는 점.
朴椿石씨를 이야기하자면 李美子씨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가 작곡 한 노래의 3분의 1을 부른 가수가 바로 李美子씨. 「섬마을 선생 님」
「기러기 아빠」 「흑산도 아가씨」 「노래는 나의 인생」 「황혼의 부르스」등 히
트곡만 세도 열손가락이 훌쩍 넘는다.
『내가 코드를 세 개밖에 쓸 줄 몰라서 「섬마을 선생님」을 그렇 게 만든 줄 알아?
절제할 줄 아는 것, 그게 바로 트로트야』 복잡한 트로트 곡을 들고 온 후배 작곡
가에게 툭 던진 朴椿石씨의 이 말은 트로트에 대한 그의 생각을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트로트만을 작곡한 것은 아니다.
「초우」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들어보면 듣기 편한 팝의 분위기가 물씬 난 다. 이를 작사가 金熙甲
씨는 「주옥 같은 선율로 대중을 매료시킨 다」고 표현한다.
「섬마을 선생님」을 작사한 李慶載(이경재·72)씨의 말을 들어보 자.
『朴椿石씨는 정통재즈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곡 가 중의 한 사람
입니다. 「후라이보이 박사 소동」이라는 영화에 직 접 출연해 재즈 피아노 솜씨를
뽐내기도 했죠』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재주꾼」(작사가 曺東山·58), 「20세기 최 고의 히트 작곡
가」(작사가 金錫完·60) 등 그의 대중성을 추천 이 유로 꼽는 응답자도 많았는데
작사가 金淳坤(김순곤·40)씨는 이를 「한 세대의 한국음악을 도배했다」고까지 표
현한다.
39명의 추천을 받아 작사가 부문 2위를 차지한 朴是春씨는 체계적 인 음악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작곡과 편곡을 공부한 노력형이다. 「흘러간 노래의 대
부」(鄭松), 「한국 가요사의 시조」 (작사가 白敬國·43) 등의 표현은 한국가요사
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 는 위치를 짐작케 해준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신라의 달밤」 「가 거라 삼팔선」
「전선야곡」 「전우야 잘자라」 등 가요무대의 단 골 레퍼토리가 바로 朴是春씨의
곡들이다.
선배 음악인이 반주를 해주면 개런티의 두 배를 손에 쥐어줄 만큼 정과 의리의 사나
『가요무대에서 나오는 모든 레퍼토리의 70%가 朴是春씨 곡입니다. 중년층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들이죠』(작사가 曺東山)『우리가 아는 트로트 노래의 반 정도가 朴是
春씨 작품이에요』(裵哲秀)
『과거의 좋은 멜로디는 이미 이분이 다 써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 당시에 히트되지 못한 곡들을 요즘에 들어보면 다들 어느 노래에선가 조금씩 인
용하고 있는 멜로디예요』(작곡가 南國人)
작사가 申奉承씨는 「그렇게 많은 곡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노래가 하나도 없
다」는 점에서 朴是春씨를 추천했다. 작곡가 부문 3위는 24명의 추천을 받은 申重鉉
씨. 「한국 록 음악의 代父」 申重鉉씨에 대해서는 「천재적인 음악인」(작사가 李
健雨· 39), 「다른 말이 필요없는 천재」(가수 林胄利·42), 「천재적인 감 각」(
작곡가 崔鐘赫·59) 등 「천재」라는 수식어가 특히 많았다.
작사가 梁仁子씨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그의 이런 천재성은 「신 들림이 주는 환희」.
작곡가 吳東植(오동식·44)씨는 「한국 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곡가」로
申重鉉씨를 뽑으면서
「발표 된 작품수에 비해 히트곡이 많으며 곡마다 작품성이 살아 있다」는
점을 추천 이유로 밝혔다.
이 외에 「향수」의 김희갑(23명),「빛과 그림자」의 길옥윤(18 명), 「타향살이」
의 손목인(13명), 「나그네 설움」 「단장의 미아 리 고개」의 이재호(12명), 「아
침이슬」의 김민기(11명),「난 알아 요」의 서태지(8명),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
재하(7명), 「노란 샤 스의 사나이」의 손석우(7명), 「떠날 때는 말없이」의 이봉
조(7명) 씨가 한국 최고의 작곡가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곡을 너무 많이 써서 미안합니다』
작사가 부문에서는 37명의 추천을 받은 半夜月(반야월)씨가 20세기 한국 최고의 작
사가로 선정됐다.
半夜月씨는 우리 가요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노래말을 만들고 또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말 그대로 가요사의 산 증인이다. 무슨 조직의 보스처럼 10
개나 되는 필명을 가진 이유에 대해 「너무 많은 곡을 쓴 것이 다른 작곡가에게 미
안 해서」라고 밝힌 것처럼 응답자의 대부분도 그의 「끊임없는 창작 활동과 多作(
다작)」을 제일의 추천 이유로 꼽았다.
작사가 李慶載씨에 의하면 半夜月씨의 곡 5천 곡의 노 래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半夜月씨가 쓴 많은
노래들은 특히 6·25로 시련을 겪은 가요의 재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36명의 추천
을 받은 朴健浩(박건호)씨는 半夜月씨보다 한 표가 적어 아깝게 1위 자리를 놓쳤다.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 할을 했다는 평을 듣는 작사가답게 「트로
트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노래말의 새로운 형식을 만든 개척자」(작사가 權赫植·47
), 「1970 년대와 90년대의 연결고리로서 한국 대중가요사에 기여한 바가 크 다」(
작사가 河智暎·44) 등을 추천 이유로 밝힌 응답자가 많았다. 1970년에 박인희씨가
불렀던 「모닥불」에서 「단발머리」 「잊혀 진 계절」 「괜찮아」 「아, 대한민국
」 「잃어버린 30년」에 이르 기까지 朴健浩씨는 항상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노래
말의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朴健浩씨를 「시인」이라고 표현한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시집을 출판하기도 한 그는 남자답지 않게 섬세하고 서정적인 노래말에
는 자신의 체험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한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는 6·25 와중
에 잃은 둘째딸에 대한 피맺힌 恨이, 「산장의 여인」에는 결핵요양소에서 만난 아
름다운 여인의 상처가 담겨 있다. 「울고 넘는 박달재」 역 시 유랑극단 시절에 만
난 젊은 농부 내외가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보 고 단숨에 썼다고 하는데 그의 이런 순
발력이 아마도, 구체적이면서
도 압축된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朴健浩씨의 서정적이고 순수한 노래말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음악을 잘 알
고 가수를 배려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수 입장 에서 「요」 같은 발음은 고음 처
리가 힘들죠. 「아」나 「이」 발 음은 상대적으로 쉽구요. 朴健浩씨는 노래말을 만
들 때 가수가 노래 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곡의 흐름에 맞춰서 노래말을 쓰는 세심
한 작사가입니다』(가수 姜殷哲)
23명의 추천으로 3위를 차지한 梁仁子씨는 뛰어난 문학성과 철학이 담겨 있는 내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은 소재로 가슴을 울린다」(작사가 安陽子), 「가
많았다.
『기승전결의 정형화된 가사 패턴을 바꾼 올린 것도 다른 작장 문학적인 작사가로 비유법이 기가 막히다」(가수 姜殷哲), 「대담한 문학적 시도
와 뛰어난 어휘 구사 로 우리의 정서를 이끌어낸다」(작사가 金漢萬·45) 등에서 나
타나 듯이 「노래말의 고급화」를 추천 이유로 뽑는 응답자가 사가는 쉽
게 하지 못했던 일입 니다』(가수 林胄利)
『趙容弼씨가 부른 「큐」를 보면 「사랑, 눈 감으작사가예요. 「킬리만자로 의 표범」을 보
면 철학적이면서도 섬세한 梁仁子씨의 장점을 한눈 에 읽을 수가 있죠. 「립스틱 짙
게 바르고」라는 일상용어를 대담하 게 노래 제목으로면 잊으리」란 대 목이 나오죠.
쉬운 것 같지만 사실 그전까지는 이런 가사가 없었습 니다. 다들 「눈 감아도 떠오
른다」는 식이었죠. 눈 감는다고 사랑 이 잊혀지겠습니까?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렇
게 표현한 겁니다. 대단 한 표현력이죠』(작사가 金漢萬)
박주 「너에게로 또다시」 「입영열차 하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젊은 작사가 연(안에서」「슬픈 언약식」 등 20대 의 정서를 세심
37)씨가 4위에 오른 것은 주
목할 만하다. 이 외에 「가슴 아프 게」 「흑산도 아가씨」의 정두수(16명), 김민기
(12명), 「꿈꾸는 백 마강」의 조명암(11명), 「신라의 달밤」의 유호(9명), 「짝사
랑」의 박영호(7명),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의 조은파(6명)씨가 최고 작 사가 부
문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글 [손지연 자유기고가 / 이상희 조사요원]
첫댓글 예. 애 써셨습니다.